공유

제163화

예지은은 옥상 끝에 위태로이 서서 이리저리 걸어 다녔다.

그녀의 입에서는 계속하여 육성준의 이름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성준 씨, 성준 씨... 성준 씨 아직 안 죽었어. 분명 날 버리고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단 말이야. 그러니까 당신들이 성준 씨 좀 찾아주면 안 돼요? 나 성준 씨 정말 너무 보고 싶어서 그래...”

“사모님, 빨리 내려오세요! 성준 씨 곧 도착하신대요.”

그 말을 듣자 예지은의 비참하고 서글픈 눈동자가 갑자기 반짝 빛났다.

“정말이에요? 거짓말 하는 거 아니죠? 성준 씨가 정말 왔다고요?”

예지은은 이제 50살이나 되었음에도 28년 전부터 정신이 나가버린 탓인지 그녀의 마음과 나이는 영원히 22살에 머물러 있는 것마냥 항상 소녀 같았다.

“거짓말 아니에요. 성준 씨가 정말 오셨다고요.”

그때 배현수가 마침 옥상에 도착했다.

간병인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며 반갑게 배현수를 맞았다.

“대표님, 드디어 오셨군요! 어머니께서 계속 성준 씨를 찾으시는데 우리가 어떻게 말려도 안 내려오세요. 어떡하죠?”

배현수는 예지은의 심기를 건드릴까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고 천천히 걸음을 옮겨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예지은은 옥상에 서서 고개를 숙여 배현수를 바라보았다.

“성준 씨, 드디어 오셨군요. 저 성준 씨 한참 기다렸잖아요.”

예지은이 두 팔을 활짝 벌렸고 배현수는 그 틈을 타 그녀를 단번에 높은 옥상에서 안아내렸다.

현장에 있던 모두도 그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배 대표님, 제때 오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어머님께서 너무 쉽게 스트레스를 받으셔서 저희도 쉽게 다가갈 수가 없더라고요.”

간병인의 말에 예지은이 의아한 듯 물었다.

“왜 배 대표님이라고 불러요? 성준 씨는 성이 육씨인데.”

간병인이 씁쓸하게 웃어 보이자 배현수가 재빨리 입을 열었다.

“여긴 제게 맡기시고 이만 돌아가 보세요.”

“네.”

요양원의 직원들이 모두 옥상을 떠나자 배현수가 예지은의 어깨를 꼭 잡고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한 마디 정중하게 내뱉었다.

“어머니, 저 현수예요.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