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62화

알프라졸람.

조유진은 다급히 약병을 서랍장 밑부분의 구석에 치워두고는 서랍장 문을 닫아버렸다.

...

약 10분 정도 지나고 배현수가 내용물이 가득 찬 큰 주머니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고는 주머니 속에서 생리대 하나를 집어 들어 조유진에게 건넸다.

“일단 먼저 화장실로 가서 써.”

“고마워요.”

조유진이 바지와 생리대를 갈고 화장실에서 나오자 작은 주방에 꾸겨져 있는 큰 그림자 하나가 눈에 띄었다.

배현수가 가스레인지 앞에 서서 무언가를 끓이고 있었다.

가까이 보니 배현수는 생리대를 사 온 것뿐만 아니라 꿀과 생강도 사 온 것이었다.

다 끓인 뒤, 잘 우려진 생강차를 그릇에 담아 조유진에게 건넸다.

조유진은 자신의 앞에 놓인 따뜻한 차를 바라보자니 괜히 가슴이 쓰라렸다.

“제가 현수 씨 결백을 돌려드리는 건 응당 해야 할 일이었어요. 비록 당시 저도 조범한테 협박 당한 거지만 제가 당신을 지목하는 바람에 현수 씨가 감옥에서 3년 동안 고생하게 한 것도 맞아요. 그러니까 제가 조범을 적발했다고 하여도 갑자기 잘해줄 필요는 없어요.”

만약 조금만, 조금만 더 일찍 잘해주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조유진은 이제 배현수의 사랑을 감당할 수 없었고 감당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배현수는 그저 찻물을 다시금 조유진의 눈앞에 밀어주며 담담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한 그릇의 생강차일 뿐이야. 잘해주고 못 해주고 할 것도 없어. 얼른 따뜻할 때 마셔.”

조유진도 더는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그릇에 담겨있는 따뜻한 차를 작게 들이켰다.

따뜻한 액체가 목구멍을 타고 위를 적시니 속이 한결 편해지는 느낌이었다.

현재 조유진은 너무나 피곤하여 배현수와 밀당 할 기운이 없었다.

지금, 이 순간 조유진은 그저 바깥에서 휘몰아치는 피바람을 피해 침대에 누워 길게 한잠 푹 자고 싶었다.

“저 이제 졸리니까 어서 돌아가세요. 선유가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조유진이 몸을 일으켜 침실로 향하려 하자 그 순간 두 팔이 그녀를 품에 가둬버렸다.

배현수가 조유진의 뒤에서 그녀를 꼭 끌어안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