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8시.배현수는 사무실에 앉아 줄곧 떠나지 않았다.그때 핸드폰이 울리고 다름 아닌 산성 별장에서 걸려온 전화였다.“아빠, 야근하세요? 왜 아직도 집에 안 오세요?”서랍 안에 들어있던 작은 그림책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배현수의 싸늘한 눈빛이 순식간에 사르르 부드럽게 녹아내렸다.“응. 오늘은 좀 늦을 것 같아. 저녁은 혼자 먹어.”“전 이미 저녁 먹었어요. 오늘 장 셰프님께서 제가 좋아하는 반찬 잔뜩 해주셨어요. 심지어 튀김도 해주셨다니까요!”“선유야.”배현수의 낮은 목소리가 선유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울렸다.“아빠, 왜요?”“너 전에 네 이름이 선유인 이유가 엄마가 나를 무척 그리워해서라고 했었나?”“맞아요! 엄마가 저한테 아빠를 엄청나게 사랑하신다고 하셨어요. 아빠가 곁에 계시지 않는 그 몇 년 동안 저보다도 아빠가 더 그리웠다고 하셨는걸요.”침묵이 몇 초간 이어지더니 배현수가 담담하게 답했다.“응. 알겠어.”선유와의 전화가 끊긴 뒤 배현수가 누군가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육지율은 배현수의 전화를 받은 뒤 놀랍지도 않다는 듯 전화가 통하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이 늦은 시간에 설마 같이 조유진을 데리러 충남에 가자고 하는 건 아니겠지?”“난 그저 선유가 속상한 게 싫을 뿐이야.”“하, 배현수 넌 진짜... 아까 남초윤이 미친 듯이 선유한테 전화를 걸어서 선유 더러 너한테 조유진을 구해달라고 빌게 하려는 걸 겨우 막았더니 이젠 네가... 넌 정말 그냥 조유진한테 완전히 빠져버렸구나.”“15분 줄게. 그룹 건물 밑에 나 데리러 와.”“이런 젠장...”이 늦은 밤에 배현수와 함께 사람 데리러 충남 법원에 가야 한다니.전화를 끊은 육지율이 옷방으로 가 옷을 갈아입었다.남초윤은 방금 샤워를 마치고 나와 육지율이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보자 싸늘하게 물었다.“이 야밤에 그렇게 꾸미고 어딜 나간대? 여자 꼬시러 가요?”“내가 여자 꼬시러 나갈 새가 어디 있어요? 배현수도 정말 미쳤지. 이 야밤에 나더러 자기와 함께 충남에
“그러게요. 유진이가 구속당할 필요도 없고 감옥에 갈 필요도 없다면 현수 씨는 왜...”배현수가 작게 헛기침을 하며 무뚝뚝한 얼굴로 해명했다.“선유가 갑자기 울며 오늘 밤 조유진이 보고 싶다고, 못 보면 절대 잠을 자지 않겠다고 떼를 쓰는데 무슨 수가 있겠어.”그러자 육지율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조유진을 못 봐서 못 잔다는 사람이 정말 선유인 거야 아니면 너인 거야?”배현수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운전이나 해. 쓸데없이 말만 많아서는.”남초윤은 뒷좌석에 기대앉아 배현수를 관찰하기 시작했다.배현수, 생각보다 그렇게 차가운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적어도 조유진한테만큼은 아직 감정이 남아있는 듯했다.그때 육지율이 입을 열었다.“근데... 그러고 보니 조유진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모험했네. 조범이 어떤 짓을 할지 무섭지도 않나? 조범이 충남시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패권을 차지했었는데 이번에 직무가 정지당하고 조사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동안 충남시에서 쌓아온 두터운 인맥을 보면 얼마 안 지나 바로 풀려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도 그저 조사만 받을 뿐이겠지. 내 보기엔 이번 일로 조범 절대 안 무너져.”“조범이 무너지지 않는다면 유진이가 앞으로 위험한 거 아니야? 유진이 친아빠, 그 인간은 원한이 있으면 무조건 갚는 인간이야. 절대 착한 인종이 아니라고!”그때 조수석에 가만히 앉아있던 배현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내가 절대 그놈에게 다시 일어날 기회를 주지 않을 거야.”지난달 인천 중구 월미도에 간 이유도 바로 그해 사건의 증인인 여정민을 데려오기 위함이었다.여정민은 전에 성빈 그룹에서 청소부로 일을 한 적이 있었다. 당시 그는 자신의 두 눈으로 사무실에서 육성준이 조범과 말다툼을 하는 과정에 갑자기 심장병이 발작하며 약을 가지려 하자 조범이 약병을 발로 차버린 것을 똑똑히 보았었다.이는 엄연한 고의적 살인이었다.만일 살인죄가 성립된다면 사형이거나 무기징역은 확정된 셈이다.그때 육지율이 무언가 생각난 듯 입을 뗐다. “그해
조유진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너무 오래 앉아있었던 탓인지 일어서자마자 다리가 저려 말썽이었다.다리가 풀린 조유진을 배현수가 다급히 부축했다. 그러고는 갑자기 등을 돌리더니 허리를 굽혔다.“이리와. 내가 업어줄게.”조유진은 계단 위에 선 채 몇 초간 망설였다.배현수도 조유진의 마음을 알아챈 것인지 그녀를 흘끗 바라보며 재촉했다.“빨리 선유 보고 싶지 않아? 선유 지금 울면서 보채고 있어.”이미 마음속으로 이별의 준비를 끝낸 탓인지 배현수를 다시 마주하게 된 조유진은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고 한 번 더 만나게 되었으니 이득이라고 생각할 뿐이었다.조유진이 배현수의 등에 올라탔다.이는 배현수가 처음으로 그녀를 업어주는 것이 아니었다.조유진은 배현수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왜 충남으로 온 거예요?”“그럼 넌?”“전 속죄하러 왔죠.”“난 이제 결백한데 넌 이제 결백한 사람이 아니야.”억울함을 전부 씻어냈으니 응당 기뻐해도 모자랄 판이지만 이상하게도 배현수는 생각했던 것만큼 마음이 가볍지 않았다.조유진이 입술을 달싹이며 가볍게 웃어 보였다.“전 항상 진흙탕 속에서 뒹굴며 살아왔어요. 결백 따위는 저에게 있어 중요하지 않아요.”결백이라, 곧 생을 마감하게 될 사람에게 있어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조유진은 단 한 번도 배현수의 용서를 구걸하기 위해 이 일을 벌이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살아 있는 동안 배현수에게 빚진 것을 모두 갚아주고 싶었을 뿐 별다른 생각은 없었다.충남에서 대제주시로 돌아가는 길.네 사람은 모두 말이 없었다.돌아가는 길에도 육지율이 운전을 도맡았다.하지만 조수석에 탄 사람은 남초윤이었고 배현수와 조유진이 뒷좌석에 앉았다.6년 전, 배현수가 감옥에 들어가면서부터 그는 줄곧 충남시를 혐오해왔었다.3년 전, 출소하던 날.배현수는 다시는 이 거지 같은 곳에 발을 딛지 않으리라고 결심했었다.하지만 조유진과 재회하고 난 뒤의 두 달 동안 배현수는 무려 두 번이나 조유진을
알프라졸람.조유진은 다급히 약병을 서랍장 밑부분의 구석에 치워두고는 서랍장 문을 닫아버렸다....약 10분 정도 지나고 배현수가 내용물이 가득 찬 큰 주머니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고는 주머니 속에서 생리대 하나를 집어 들어 조유진에게 건넸다.“일단 먼저 화장실로 가서 써.”“고마워요.”조유진이 바지와 생리대를 갈고 화장실에서 나오자 작은 주방에 꾸겨져 있는 큰 그림자 하나가 눈에 띄었다.배현수가 가스레인지 앞에 서서 무언가를 끓이고 있었다.가까이 보니 배현수는 생리대를 사 온 것뿐만 아니라 꿀과 생강도 사 온 것이었다.다 끓인 뒤, 잘 우려진 생강차를 그릇에 담아 조유진에게 건넸다.조유진은 자신의 앞에 놓인 따뜻한 차를 바라보자니 괜히 가슴이 쓰라렸다.“제가 현수 씨 결백을 돌려드리는 건 응당 해야 할 일이었어요. 비록 당시 저도 조범한테 협박 당한 거지만 제가 당신을 지목하는 바람에 현수 씨가 감옥에서 3년 동안 고생하게 한 것도 맞아요. 그러니까 제가 조범을 적발했다고 하여도 갑자기 잘해줄 필요는 없어요.”만약 조금만, 조금만 더 일찍 잘해주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지만 조유진은 이제 배현수의 사랑을 감당할 수 없었고 감당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배현수는 그저 찻물을 다시금 조유진의 눈앞에 밀어주며 담담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한 그릇의 생강차일 뿐이야. 잘해주고 못 해주고 할 것도 없어. 얼른 따뜻할 때 마셔.”조유진도 더는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그릇에 담겨있는 따뜻한 차를 작게 들이켰다.따뜻한 액체가 목구멍을 타고 위를 적시니 속이 한결 편해지는 느낌이었다.현재 조유진은 너무나 피곤하여 배현수와 밀당 할 기운이 없었다.지금, 이 순간 조유진은 그저 바깥에서 휘몰아치는 피바람을 피해 침대에 누워 길게 한잠 푹 자고 싶었다.“저 이제 졸리니까 어서 돌아가세요. 선유가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조유진이 몸을 일으켜 침실로 향하려 하자 그 순간 두 팔이 그녀를 품에 가둬버렸다.배현수가 조유진의 뒤에서 그녀를 꼭 끌어안
예지은은 옥상 끝에 위태로이 서서 이리저리 걸어 다녔다.그녀의 입에서는 계속하여 육성준의 이름을 중얼거리고 있었다.“성준 씨, 성준 씨... 성준 씨 아직 안 죽었어. 분명 날 버리고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단 말이야. 그러니까 당신들이 성준 씨 좀 찾아주면 안 돼요? 나 성준 씨 정말 너무 보고 싶어서 그래...”“사모님, 빨리 내려오세요! 성준 씨 곧 도착하신대요.”그 말을 듣자 예지은의 비참하고 서글픈 눈동자가 갑자기 반짝 빛났다.“정말이에요? 거짓말 하는 거 아니죠? 성준 씨가 정말 왔다고요?”예지은은 이제 50살이나 되었음에도 28년 전부터 정신이 나가버린 탓인지 그녀의 마음과 나이는 영원히 22살에 머물러 있는 것마냥 항상 소녀 같았다.“거짓말 아니에요. 성준 씨가 정말 오셨다고요.”그때 배현수가 마침 옥상에 도착했다.간병인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며 반갑게 배현수를 맞았다.“대표님, 드디어 오셨군요! 어머니께서 계속 성준 씨를 찾으시는데 우리가 어떻게 말려도 안 내려오세요. 어떡하죠?”배현수는 예지은의 심기를 건드릴까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고 천천히 걸음을 옮겨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예지은은 옥상에 서서 고개를 숙여 배현수를 바라보았다.“성준 씨, 드디어 오셨군요. 저 성준 씨 한참 기다렸잖아요.”예지은이 두 팔을 활짝 벌렸고 배현수는 그 틈을 타 그녀를 단번에 높은 옥상에서 안아내렸다.현장에 있던 모두도 그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배 대표님, 제때 오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어머님께서 너무 쉽게 스트레스를 받으셔서 저희도 쉽게 다가갈 수가 없더라고요.”간병인의 말에 예지은이 의아한 듯 물었다.“왜 배 대표님이라고 불러요? 성준 씨는 성이 육씨인데.”간병인이 씁쓸하게 웃어 보이자 배현수가 재빨리 입을 열었다.“여긴 제게 맡기시고 이만 돌아가 보세요.”“네.”요양원의 직원들이 모두 옥상을 떠나자 배현수가 예지은의 어깨를 꼭 잡고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한 마디 정중하게 내뱉었다.“어머니, 저 현수예요.
배현수가 씁쓸하게 웃었다.만약 배현수가 좋아하는 사람이 원수의 딸이라면?예지은이 계속하여 배현수를 지지해줄 수 있을까?때로는 사랑이란 감정은 너무 쓸모없고 연약했다.그리고 마치 한 장의 거미줄처럼 사람을 꽁꽁 가둬버리곤 한다....조유진이 기나긴 잠에서 깨어났다.잠에서 깨고 나니 머리가 무겁고 어지러웠다.조유진이 더듬더듬 핸드폰을 찾아 인터넷에 접속하니 산더미처럼 쌓인 기사와 여론이 봇물 터지듯 홍수처럼 밀려와 그녀를 덮쳤다.#충남시 시장 권력 남용 의혹##조범 일시 정직 처분##시장 딸 법원서 거짓 증언##시장 딸 법원서 증언 번복##시장 딸 자신의 친아버지 제보#...각종 이목을 끄는 기사 제목들이 조유진의 눈을 찔렀다.어차피 좋은 말이 담겨있을 리가 없었기에 조유진은 굳이 기사를 클릭하여 내용을 찾아보지 않았다. 조유진과 조범의 부녀관계도 이제 부로 철저히 끝을 맺었다.아무렇지도 않다면 당연히 거짓말이었다. 어찌 되었든 현재 조사를 받는 사람은 자신의 친아버지이기에 아무리 그동안 그녀에게 못되게 굴었다고 하여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아버지를 망쳐버리려니 마음이 복잡하고 텅 빈 느낌이었다.그때 핸드폰이 울렸다.발신자는 안정희였다.비록 그다지 받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안정희가 자신을 걱정할까 봐 결국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엄마?”“유진아, 인터넷 기사들 전부 다 봤어. 어떻게 된 일이야? 충남 법원에 가서 배현수를 위해 증언을 번복하다니? 너한테 무슨 일 생기는 거 아니야? 어젯밤부터 계속 전화했는데 왜 전화를 안 받아? 급해 죽는 줄 알았잖아.”조유진이 차분하게 안정희를 위로해 주었다.“엄마, 저 괜찮아요. 지금 진짜 큰일 난건 조범과 조영훈이겠죠... 엄마, 제가 조범을 적발했는데 제가 밉지 않으세요?”조유진은 항상 알고 있었다. 비록 입으로는 계속 조범을 미워했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부부생활을 해왔었는데 어떻게 감정이 조금도 남아 있지 않을 수 있겠는가.정말로 모든 사랑의 감정을 단
만약 조금만 더 빨리 이를 알았다면, 폐암도 진단받지 않았다면, 우울증도 재발하지 않았다면... 조유진은 반드시 진작에 안정희와 선유를 데리고 대제주시를 떠나, 충남시를 떠나, 모든 것들을 버려두고 떠나버렸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조유진이 갈라진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엄마, 전 못 가요. 저 지금은 반드시 시내에 있어야 해요. 법원과 관련 부서에서 언제든지 나를 심문하려고 할 거예요.”“유진아, 너 왜... 그렇게 바보 같니? 배현수가 뭐라고 걔를 위해 증언을 번복한다고 너까지 끌어들여. 이럴 줄 알았다면 배현수를 멀리하라고 했을 텐데. 배현수가 육성준의 아들일 줄 누가 알았겠어... 유진아, 미안해. 다 엄마 탓이야. 다 엄마 때문에 일어난 일이야.”“왜 그래요, 엄마. 조범은 그해 엄마로 날 협박하는 게 아니더라도 어떻게든 다른 방법을 써서라도 저더러 배현수를 지목하게 했을거예요. 그러니 모두 어떻게든 일어나게 될 일들이었어요.”전화 건너편의 안정희가 입을 틀어막고 작은 소리로 흐느끼기 시작했다.“넌 왜 항상 남을 먼저 생각해주는 거니? 넌 언제쯤... 언제쯤 너 자신을 먼저 챙길 거야? 난 차라리 네가 이기적이었으면 좋겠어. 너 저번에 나 보러 왔을 때 맡겨둔 은행카드도 배현수를 위해 사건을 뒤엎고 돌아오지 않을 계획이었던 거지? 난 왜 이제야 발견한 거지? 글쎄 요즘 따라 이상하게 눈꺼풀이 자꾸 뛰면서 무슨 일이 생길 것 같다 하더니..”“엄마, 속상해하지 마세요. 저 아직 멀쩡하잖아요. 게다가 배현수도 저에게 복수한다고 말한 적 없어요. 그 짓은 모두 조범이 한 거고 배현수는 그 정도로 옳고 그름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에요.”“유진아, 엄마 말 들어. 배현수에게서 멀리 떨어져. 배현수는 사랑이나 원망 감정이 극단적이라 쉽게 잘못된 길에 들어설 수 있어. 언제 갑자기...”“네. 알겠어요, 엄마. 앞으로는 배현수와 엮이지 않을게요.”조유진도 더는 배현수와 엮일 엄두가 나지 않았다.어떤 일들은 결과가 있을 수 없는 운명이
“아니, 오빠! 조씨 집안 그 누구와도 알고 지내면 안 돼. 그 집안은 더럽기 짝이 없어.”강이진의 말투에는 혐오가 가득했다.그녀는 조씨 가문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그 집안이 미웠다.조유진이 나타나면 현수 오빠는 바로 마음이 약해진다. 심지어 친오빠인 강이찬조차 그녀를 감싸고 있다. 도대체 조유진 이 여자는 뭐가 그리 잘 났단 말인가? 강이찬은 여동생의 행동을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바로 휴대전화를 가로채며 말했다.“강이진, 내 일에 상관하지마! 그리고 경고하는데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현수 오빠가 말하길 너의 이 고약한 성격을 고치지 않으면 출근하지 말래.”“뭐라고? 그럴 리가! 현수 오빠가 어떻게 나를 쫓아낼 수 있어? 오빠, 설마 오빠가 현수 오빠에게 시킨 거 아니야? 나 쫓아내라고?”“너의 현수 오빠가 나에게 직접 한 말이야. 너의 이 고약한 성질머리를 고치지 못하면 SY도 더 이상 너를 받아드릴 수 없다고 했어.”강이진은 입술이 하얗게 될 때까지 꼭 깨물었다.그런 그녀는 갑자기 뭔가 생각이 난 듯 손뼉을 치더니 입을 열었다.“알겠어. 지난번 지리산에서 내가 조유진을 괴롭힌 것 때문에 현수 오빠가 나를 혼내주려 거야. 조유진 이 여자가 화근이야, 화근!”“네 마음대로 생각해. 하지만 나도 너의 현수 오빠 의견과 같아. 내 생각에도 너의 이 고약한 성격으로 SY그룹에 머무르기 어려워. 적어도 지금 현재는 그래.”“오빠!”강이진이 큰 소리로 강이찬을 불렀고 그녀가 화를 내며 더 쏘아붙이기 전에 강이찬은 휴대전화를 손에 쥔 채 차 키를 들고 집을 나섰다.강이진은 이를 악물며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래! 하나둘 다 조유진 편이다 이거지?’ 강이진은 배현수가 자신을 여자로 보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설사 배현수가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배현수의 엄마에게만 잘 보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배현수의 엄마가 자신을 좋아하고 자신의 편에 서면 효자인 배현수는 무조건 엄마 말을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