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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화

전화기 건너편에서 선유를 향한 배현수의 부드럽고 인내심이 넘치는 목소리가 나지막이 들려왔다.

“아빠는 내일 온라인 회의가 있으니 엄마랑 같이 가. 아빠가 서정호 아저씨보고 데려다 주라고 할게.”

배현수의 말에 선유는 조금 실망한 듯 입을 삐죽이며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으나 다시금 기운을 차리고는 입을 열었다.

“그래요, 아빠. 그럼 다음에 꼭 우리와 같이 가줘야 해요!”

배현수는 낮은 목소리로 간단히 응하고는 더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선유는 곧바로 고개를 돌려 계속하여 조유진과 통화를 이어갔다.

“엄마, 우리 내일 몇 시에 만날까?”

“음... 선유 아침에 일어날 수 있겠어?”

선유는 아침에 늦잠을 자기 좋아했기에 항상 늦잠 때문에 학교에 가기 싫어했다. 그 때문에 선유의 카톡 아이디마저도 ‘학교 가기 싫어'였다.

“학교에 갈 때는 못 일어나지만, 내일은 엄마와 만나는 날이기 때문에 8시에도 일어날 수 있어!”

선유의 자신만만한 말에 조유진이 참지 못하고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그러면 내일 8시에 만나자.”

“오예! 내일이면 엄마 만날 수 있다! 엄마, 나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엄청 많아.”

선유의 귀여운 목소리를 듣다 보니 조유진의 눈가가 점차 젖어 들기 시작했다.

“엄마도 선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엄청 많아.”

한참 동안 이어진 통화끝에야 전화 건너편의 녀석이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겨우 전화를 끊을 수가 있었다.

핸드폰 속에서 전화가 끊겼음을 알리며 울리는 ‘뚜-뚜-뚜’ 소리를 들으며 조유진은핸드폰을 손에 꼭 움켜쥐고는 오랫동안 전화기를 내려놓지 못했다.

조유진은 더는 이 세상에 별다른 미련이 남지 않았다. 하지만 선유만큼은 그녀에게 있어 가장 큰 미련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조유진은 결국 핸드폰을 다시 내려놓고 계속하여 책상 앞에 앉아 유서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막상 펜을 들고나니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그녀에게는 더는 할 말조차 없음을 깨달았다.

‘무슨 말을 하지? 배현수더러 선유 잘 부탁한다고, 선유 옆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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