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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0화

Allen의 말투에 묘한 감정이 드러났다.

“뭐가 달라요? 저도 여기까지 오기 전에 그런 단계들을 거쳤는걸요.”

심유진은 허태준이 또 뭔가 일을 꾸미기라도 할까 봐 얼른 선을 그었다. 하지만 허태준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허태준은 별이와 함께 서로의 얼굴에 생크림이나 밀가루를 묻히면서 놀고 있었다. 심유진은 뭐가 잔뜩 묻은 얼굴들을 보니 머리가 아팠다.

“죄송해요.”

심유진은 Allen에게 양해를 구한 다음 별이에게 가서 귀를 잡아챘다. 사실 허태준도 혼내고 싶었지만 교실에 사람이 많았기에 자제할 수밖에 없었다.

“둘이 뭐해요”

심유진이 호통을 쳤다.

“이따가 밥 먹으러 갈 건데 옷이 더러워서 식당에 출입 못하게 하면 어떡하려고.”

“그럼 다른 가게로 가지 뭐.”

허태준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호텔이 조금이라도 더럽기만 하면 바로 청소를 담당한 직원부터 자르던 그 사람이 아닌 것만 같았다. 별이는 심유진의 호통에 기가 죽기도 전에 허태준이 자기편을 들어주니 얼른 심유진의 손을 뿌리치고 허태준에게 안겼다.

“맞아! 다른 가게 가면 돼!”

심유진은 화가 났지만 뭐라도 욕을 할 수도 없었다. 그때 허태준이 손에 생크림을 묻히더니 심유진이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그녀의 입가에 생크림을 묻혀버렸다. 그리고 기뻐하며 별이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장난에 성공해서 우쭐한 모습이었다.

심유진은 화를 내려고 했지만 신나 하는 둘의 모습을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특히 또래보다 항상 성숙하고 무슨 일에서든지 조심스럽던 별이가 정말 아이처럼 기뻐하고 장난을 치는 모습을 보니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허태준과 함께 있으면서 별이는 정말 많이 바뀌었다. 심유진은 가끔 그들을 보며 머리가 아프기는 했지만 그래도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더 이상 봐주다가는 케이크가 나오기전에 생크림을 다 써버릴 것만 같았다. 심유진은 다시 표정을 관리하고 생크림을 압수한 다음 얼굴을 닦을 휴지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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