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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5화

허태준은 두려웠다. 비록 심유진과 다시 만난 후 이런 감정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심장이 또 빨리 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조씨네 집안사람들이 심유진을 찾는 이유는 아마 돈 때문일 것이다. 그들에게서 그런 대우를 받고 그들의 뻔뻔함을 겪은 심유진이 그들에게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허태준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하지만 그가 걱정하고 있는 것은 만약 이미 세상을 뜬 조건웅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면 심유진이 마음이 약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비록 심유진에 대해 다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몇 년 동안 함께 지내면서 그녀에 대해 꽤 파악할 수 있었다. 심유진은 아무리 독한 말을 하고 차갑게 대한다 하더라도 마음은 따뜻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허태준은 심유진이 다른 사람에게 따뜻하게 대하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허태준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조건웅은 이미 죽은 사람이니 더 이상 심유진을 괴롭혀서는 안 됐다.

두터운 자료들이 파일에서 쏟아져 나와 책상에 떨어졌다. 허태준은 가장 위에 놓인 이력서에 붙여진 사진을 주목했다. 사진 속의 남성은 예전에 부하가 조씨네 집안사람들에 관한 자료를 줬을 때 본 적이 있었다. 허태준은 그 사람이 조건웅의 동생 조건이라는 것을 알아봤다. 예전에 그 자료를 받을 때만 해도 조건이는 대학생이었다. 성적은 계속 학년 삼등을 유지했고 매년마다 고액의 장학금까지 받으며 학생회, 동아리 등에서도 활약을 하고 있었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조건이는 형보다 더 출세할 가망이 있었고 조건이의 집안도 조건이를 유일한 희망으로 여겼다.

하지만 조건이는 인성이 좋지 않았다. 대학교의 학생회는 선후배 관계가 엄격했고 조건이는 회장이라는 직책을 얻은 후에 더욱 의기양양 해졌다. 그러니 주변에 다른 친구들 중에는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런 사람들은 취직을 하고 나서도 큰 발전이 없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의 이력서가 이 모든 것을 설명해 주고 있었다. 대학원을 졸업한 후 조건이는 화려한 이력서를 등에 업고 유명한 대기업에 입사할 기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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