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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3화

허태준은 들킨 줄 알고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다가오는 사람은 없었다.

“딱 기다려. 언젠간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

허태서가 허공에 대고 욕설을 퍼붓다가 씩씩거리며 자리를 떴다. 멀어져 가는 발자 국소리를 들으며 허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마지막에 죽는 사람이 누가 될지 궁금했다.

허태준이 연회장 입구에 돌아왔을 때 신랑과 신부는 이미 옷을 갈아입고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집안 어르신들도 그들 옆에 서서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인사를 드렸다. 화장을 해서인지 아니면 오랫동안 못 봐서 인지 허태준은 정재하를 처음에 알아보지 못했다. 몇 년 전에 비해 정재하는 많이 성숙해져 있었다.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비쳤다. 예전의 그 자신감 넘치고 긍정적이던 앳된 청년은 온 데 간데없었다. 태하그룹의 경영 상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이 몇 년 동안 그는 많은 고생을 하면서 성격도 많이 달라져 버렸다. 허태준은 정재하를 동정하지 않았다. 당연히 이는 허태준이 다른 사람을 별로 관심하지 않는 탓이었지 그들 사이의 불쾌한 과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러니 허태준은 정재하의 기쁜 표정을 보면서도 전혀 축복하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는 그저 정재하의 기쁨이 나지희 때문인지 아니면 나씨네 집안이라는 이 든든한 뒷심 때문인지 궁금했다. 허태준은 어딜 가나 눈에 띄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자리에 나타나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또다시 그를 둘러쌌다.

“대표님, 한참 찾았는데 안보이시길래 가신 줄 알았어요.”

“대표님, 여러 번 만나 뵙기를 청했는데 오늘에야 만나네요.”

“대표님, 오랜만입니다. 오늘 한잔 하셔야죠!:

“대표님...”

진정한 주인공들은 어느새 찬밥신세가 돼버리자 집안 어른들이 표정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정재하와 나지희는 존경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만약 드레스 때문에 거동이 불편하지만 않았어도 나지희는 이미 허태준에게 달려갔을 것이다. 정재하는 예전부터 허태준에게 열정적이었고 나지희가 허태준을 굉장히 존경하고 있다는 것은 전에 여형민에게서 전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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