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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5화

손님들의 좌석은 미리 사전에 안배되어 있었다. 허태준은 두 번째 테이블이었고 그 테이블에는 나씨네 집안의 진척들이 있었다. 나지희의 삼촌들과 고모부 등등이었다. 다들 일찌감치 자리에 앉아 있었기에 허태준이 오는 것을 보자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 했다. 허태준은 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도 계속 휴대폰을 주의 깊게 봤다. 그 순간 휴대폰 진동이 올렸다.

“대표님, 연회장 입구에서 경비들에게 제지당하고 있습니다.”

허태준은 그 메시지를 잠깐 바라보다가 휴대폰을 내려놓고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주위 사람들의 대화도 이제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이 결혼식이 그저 비즈니스적인 혼인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사랑으로 이루어진 결혼일 줄은 몰랐다. 허태준은 한참 고민하다가 문자를 보냈다.

“못 들어오게 막아요.”

그는 결국 결혼식을 망치는 행동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나서지 않았어도 이 혼례는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했을 것이다. 결혼식이 정식으로 시작되기 5분 전 매니저 제복을 입은 남자가 다급히 첫 번째 테이블로 달려가 나지희 아버지에게 귓속말로 뭔가를 전달했다. 아버지 표정이 순식간에 바뀌더니 정씨네 부부를 바라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정준성은 그 눈빛에 손을 떨며 컵 안의 물마저 쏟았다. 하지만 젖은 옷을 걱정할 틈도 없이 그는 불안해하면서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허태준은 대놓고 쳐다보지 않고 신경 쓰지 않는 척 그들의 대화를 유심히 들었다.나지희 아버지가 이를 악 물면서 낮은 목소리로 얘기하는 것이 들렸다.

“당신 아들이 사라졌어요.”

다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나은희가 그들을 진정시켰다.

“화장실에 갔을 수도 있잖아요. 제가 나가 볼게요.”

그녀가 몸에 일으키자 여형민도 자연스럽게 따라갔다.

“저도 같이 가볼게요.”

허태준 옆을 지나면서 여형민이 허태준에게 눈치를 줬다.

“따라와.”

허태준도 변명을 하며 몸을 일으켰다.

“전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예식장밖의 직원들은 이미 난리법석이었다. 신랑이 사라지는 사건은 한 번도 겪어 본 적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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