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방울 같은 목소리는 주차장에 있던 네 사람의 주의를 끌었다—다들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다.나지희는 번잡한 드레스를 벗고 더 편한 미니드레스로 갈아입었다. 겉에는 두꺼운 방한복을 걸쳤다. 그녀는 정재하와 심연희와 오십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정재하의 얼굴색은 삽시간에 변했다. 그는 황급히 심연희를 밀어내고 나지희한테 설명하려 했다.“지희야, 내 말 좀 들어봐! 네가 본 것이 다가 아니야!”아침드라마 속에 불륜을 저지른 남자가 따로 없었다.나지희는 시종 얼굴에 미소를 잃지 않았다.하지만 더 이상 예전처럼 행복하고 달콤했던 웃음이 아니라 냉혹함과 조롱이 가득한 웃음이었다.정재하는 그녀를 향해 걸어가다가 멈췄다. 삽시간에 크나큰 공포감에 잠겼다.“지희야!”멀리서부터 하이힐의 소리가 들려왔다. 나은희는 급히 달려와서 나지희의 옆에 섰다.누가 흘린 소식인지 모르겠으나 그녀가 신부대기실에 도착했을 때 나지희는 이미 그곳에 없었다. 브라이드 메이드가 얘기하기를 정재하가 없어졌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나지희는 옷을 갈아입고 뒤쫓아갔다고 한다. 누구한테도 어디로 간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나은희는 한참을 묻고 나서야 단서를 얻어 경비실을 찾았다.하지만 경비실에서는 이렇게 얘기했다.“나씨 집안 둘째 아가씨는 감시카메라를 한참 보다가 화가 나서 나가던데요!”24시간 동안 작동하는 카메라는 대회장 구석구석에 분포되어 있었다. 그래서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화면은 벽면 전체를 덮었다.나은희는 스크린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끝내 주차장에 있는 정재하의 모습을 캐치하였다.그의 옆에는 낯설지가 않은 여자가 서 있었다—심연희.나지희는 아마도 이 화면을 보고 화가 나서 나섰겠지.경비한테 구체적인 위치를 묻고 나서 나은희는 급히 달려갔다.나지희의 성격은 나은희가 잘 알았다—대부분은 애교 많은 작은 공주였지만 화가 나기 시작하면...뭐든 저지를 수 있었다.정재하와 심연희는 혼이 나서 마땅하다. 하지만 나지희가 직접 나서서는
나은희는 나지희가 애써 참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가슴이 아팠다.“엄마아빠 눈치 볼 것 없어.”나은희는 모두 다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나지희에게 말했다.“네 행복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그러니까 이 결혼을 취소하고 싶다면 온 가족이 널 지지할 거야.”정재하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다. 그는 어쩔 줄 몰라 하면서 나지희를 바라보았다. 내밀었던 발도 다시 거두면서 그녀의 심판을 기다렸다.하지만 나지희가 입을 열기도 전에 심연희는 뒤에서 정재하를 껴안았다.그녀는 뼈가 보일 정도로 앙상하게 말랐지만 유난히 힘이 셌다. 그의 허리를 감싸자 그는 아픔을 느꼈다.“재하야! 걔랑 결혼하지 마! 넌 나를 사랑해, 재하야!”심연희는 울부짖으면서 정재하의 뒤쪽에서 머리를 내밀었다. 그리고 나지희를 노려보았다.“재하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야! 당신이 아니야! 절때 너랑 결혼하지 않을 거야! 꿈 깨!”나지희는 심연희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녀가 여기에 없는 것처럼.“정재하, 오 분 줄게.”나지희는 나은희한테서 핸드폰을 가져갔다. 그리고 스크린 속의 시간을 보면서 말했다.“지금은 11시 17분이야. 11시 22분까지 기다릴게. 시간이 되면 올라가서 모든 사람한테 말할 거야. 오늘의 결혼식은 취소라고.”그녀의 말은 협박이 아니었다. 공지였다.정재하는 잘 알기에 더 다급했다.그는 당장 심연희의 손을 뿌리치고 싶었다. 그녀에 대한 미안함에 우유부단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선명하고 확고하게 거절했다.“심연희, 나는 더 이상 널 사랑하지 않아. 내가 지금 사랑하는 사람은...”“하지 마! 얘기하지 마! 안 들을래!”심연희는 소리를 지르면서 귀를 막았다. 이렇게 해야만 잔혹한 현실을 마주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 같았다.하지만 아무 소용 없다.정재하는 그녀의 간섭에 굴하지 않고 마저 얘기했다.“나는 지희를 사랑해. 지희랑 진심으로 한평생을 함께 하고 싶어.”“아아아아아!”심연희는 더 높은 목소리로 정재하의 목소리를 누르려 했다. 그리고는 미친 듯이
나지희는 심연희가 칼을 빼 드는 것을 보자 진정이 되지 않았다.그녀는 자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해도 심연희가 정재하를 찌를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그녀의 갈등을 느끼자 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나은희는 그녀의 손을 먼저 잡았다.“지희야, 안돼.”나은희는 고개를 저었다. 늘 자신감이 넘치던 얼굴에는 당황함이 묻어있었다.나지희는 진심으로 정재하를 사랑 했다. 심지어 정재하를 위해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여기에서 죽기 싫다. 저 여자의 칼 아래에 죽는 것은 더더욱 싫다.그녀는 정재하를 바라보았다. 정재하도 그녀를 바라보았다.그의 눈에는 가슴 아프게 하는 슬픔과 진한 애정이 묻어있었다.나지희의 가슴은 격렬하게 움직였다. 난데없는 공포감이 그녀를 감쌌다.“지희야.”정재하는 웃으면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더없이 진정된 말투였다.“남이 뭐라 해도 너만 날 믿어주면 돼. 나는 너를 정말로 사랑해.”“정...”나지희가 입을 열자마자 그의 얼굴은 어두워지고 삽시간에 심연희의 팔목을 잡았다.심연희는 놀라서 무의식적으로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예리한 칼날은 얇은 옷을 뚫고 정재하의 등을 찔렀다.“안돼!”나지희는 넋을 놓고 절망적이게 소리쳤다. 그리고 있는 힘껏 나은희의 손을 뿌리치고 정재하쪽으로 달려갔다.“오지 마!”정재하는 소리 질렀다.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아픔을 참으면서 심연희의 팔을 놓지 않았다.칼은 여전히 그의 몸에 박혀있다. 땀방울이 그의 이마에 맺혀 눈에 흘러 들어갔다.“가! 빨리 가!”그는 얼마나 더 지탱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 시각 그가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다. 지희가 다치지 않는 것.상처는 칼이 박혀있는 것 때문에 피가 뿜어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 어두우면서도 강렬한 빨간색은 칼자루를 중심으로 정재하의 새하얀 슈트를 조금씩 조금씩 물들이고 있다.나지희는 발걸음을 멈추고 그곳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슬픔, 후회, 공포감..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들이 그녀의 마음속에 얽히고 쌓였다.“어서 가
......그녀의 얼굴은 눈물범벅이었다.“재하야...”그녀는 입을 뻥긋했지만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정재하의 얼굴은 핏기가 사라졌다. 흘러나온 피처럼 힘도 유실되었다.“지희야.”그의 목소리는 작았다. 그는 더없이 허약해 보였다.나지희는 눈동자를 굴리다가 그의 몸을 바라보았다.“다행이다.”정재하는 그녀를 향해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오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네가 아니라서 다행이야.”칼에 찔린 사람이 그녀가 아니라서 다행이다.병에 걸리게 될 사람이 그녀가 아니라서 다행이다.죽게 될 사람이 그녀가 아니라서 다행이다.“정재하 이 바보야!”나지희는 걷잡을 수 없이 울음을 터뜨렸다.나은희는 다가가 나지희를 안았다. 차가운 시선은 정재하를 마주하자 동정과 고마움으로 변했다.텅 빈 주차장에는 발걸음 소리가 전해졌다.전신 무장한 경찰들이 사면팔방에서 나타나 정재하와 심연희를 중간에 에워쌌다.경찰들을 보자 심연희는 당황하기 시작했다.그녀는 정재하의 손을 뿌리치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설명했다.“경찰 아저씨. 이 칼은 저절로 찌른 거예요. 저랑은 아무 상관이 없어요. 저를 잡아가면 안 돼요!”경찰은 그녀의 말을 곧이듣지 않았다. 그들을 점점 더 에워쌌을 뿐이다.정재하는 정신을 가다듬고 있는 힘껏 얘기했다.“조심하세요! 이 사람은 에이즈 환자예요!”경찰들은 위축되지 않았다. 그들은 장비들로 겹겹이 무장되어 있어 얼굴 외에 밖에 드러난 피부가 없었다.한 경찰이 심연희의 뒤쪽에서부터 접근했다. 그녀가 발견하기 전 그녀의 다른 한 손을 잡았다.“아!”심연희의 비명소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팔은 이미 뒤쪽으로 비틀려졌다.정재하는 잡고 있던 팔을 경찰에게 넘겨주었다. 그는 손을 놓았다. 그의 몸은 휘청이더니 다른 경찰이 다가가 그를 부축하였다.옆에 서 있던 경찰은 마법을 부리듯 의약 함을 꺼내면서 정재하한테 얘기했다.“상처를 처리해 주고 병원에 데려갈게요. 출혈이 너무 심하네요.”정재하는 그 사람을 말렸다.“아니요! 제 피는 이미 감
경주의 상류층 인사들은 심연희와 정재하의 이야기를 모르는 이가 없었다.나씨 부모는 나지희와 정재하를 헤어지게 하기 위해 풀 버전 이야기를 들려주었었다.정재하가 심연희를 위해서 했던 황당했던 일들을 나지희는 모두 알고 있었다. 심지어 남몰래 질투까지 했었다.그녀는 정재하한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정재하는 그녀가 자신의 과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안다.그래서 나지희가 심연희를 훈계하는 얘기를 듣자 정재하는 허리의 상처를 생각할 겨를이 없이 손바닥으로 바닥을 짚어 일어나려 했다.“지희야...”경찰 몇몇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움직이지 마세요! 상처가 찢어집니다!”나지희는 소리를 듣자 고개를 돌려 차가운 얼굴로 심한 말을 했다.“정재하. 죽기 싫으면 가만히 누워있어! 더 움직이면 당장 네 목숨을 취할 거야!”그녀는 말했다.“...응.”정재하는 더 움직이지 않았다. 목을 움찔하더니 경찰들의 도움하에 다시 누워 구급차가 오기를 가만히 기다렸다.심연희의 가슴은 찢어질 것 같았다.나지희한테 연속 뺨 세 대를 맞았을 때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눈물이 흐르려 한다.정재하의 마음은 진짜로 변했구나.한평생 그녀만을 사랑하고 전 세계를 그녀에게 바치겠다던 남자가 이제 더는 그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마지막 희망마저 져버렸다. 그녀의 세계는 다시 암흑 속에 갇혔다.절망감은 그녀더러 목 놓아 울게 하였다.그녀는 몇 년간 묵혀왔던 아픔을 이 기회에 날려버리려 했다.모든 사람이 어리둥절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허튼수작 하지 마세요! 울다가 기절한다 해도 놓아주지 않을 겁니다!”그녀를 잡고 있던 경찰은 차갑게 협박했다.나지희는 그녀와 마주 서 있었다. 가까운 거리였기에 그녀의 후회와 미움을 빠짐없이 훑어볼 수 있었다.“다 네가 자처한 일이야!”이것은 나지희가 심연희에 대한 유일한 평가였다.심연희가 진정될 무렵 나은희가 부른 구급차도 도착했다.정재하는 구급차에 실려졌다. 차에 실려 들어가기 전 그는 열심히 목을 빼
”가시죠!”구급차가 떠난 후 경찰은 그녀를 압송하여 경찰차에 올라탔다.주차장은 다시 평정함을 되찾았다.홀로 남은 나은희는 깊은숨을 들이마시고는 허공에 대고 말했다.“연기가 끝났으니 이만 나오시죠?”큰 차량 뒤에 숨은 여형민과 허태준은 깜짝 놀라면서 서로 마주 보았다. 그리고 걸어나왔다.“당신들이 꾸민 일인가요?”나은희는 각종 부정적인 정서를 억누른 채 평정심을 찾으려 애를 쓰면서 물었다.허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여형민은 참여하지 않았지만 친구를 배신할 수 없어 이를 악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나은희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녀가 자신의 얼굴에서 수상한 낌새를 알아챌까 봐.하지만 그의 드리워진 고개와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는 시선은 나은희의 눈에 솔직하지 못한 표현이었다.그녀의 마음은 가라앉았다. 코끝이 시큼해 나더니 그녀의 목소리도 떨리기 시작했다.“그렇게도 내가 싫어요?”여형민은 그녀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어안이 벙벙했다.“뭐?”그는 이마를 찌푸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두 문제 사이에 어떤 논리적인 관계가 존재하는지 모르겠다.나은희는 분노가 가득 차올랐다. 그녀는 여형민의 부자연스러움을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 말했다.“나를 싫어하고 복수하고 싶어 하고 하는 것을 다 이해할수 있어요. 받아들일수도 있구요. 그런데 제 가족을 건드리면 안 되죠!”그녀의 눈가는 빨개졌다.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은 목소리였다.“가족은 제 보틈 라인이예요. 그들이 저로 인해 상처받는 게 싫어요. 오랜 시간 동안 저도 많이 참았어요. 이혼해요. 자유롭게 해줄게요.”여형민은 완전히 벙쪘다.한참 후 그는 믿기지 않는듯한 표정으로 간신히 입을 열었다.“뭐...라고?”“이혼해 준다구요.”나은희는 눈물을 참으면서 입꼬리를 올리면서 말했다.“이제 자유예요. 만족해요?”여형민은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흔적을 찾아보려 했지만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진심으로 자신과 이혼하려고 한다.
여형민은 간다고 했지만 아직 움직이지 않았다.허태준은 상황 파악이 되었기에 굳이 말리지 않았다. 이 시점에서 여형민은 나은희와 같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만 했다—연기일 뿐이라도.연회장은 상상처럼 시끌벅적하지 않았다.손님들은 제자리에 앉아있었고 웨이터들은 일사불란하게 음식을 배달하고 있었다. 다만 모든 사람은 약간의 부자연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여형민과 허태준은 홀을 지나 원래 위치로 돌아왔다.정씨 부모의 자리는 이미 비어있었다. 나아주머니도 자리에 없었다. 여형민은 그들의 행방에 대해서 물었다.“재하를 돌보러 병원에 갔습니다.”그는 나은희가 손님들과 어떻게 얘기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손님들이 떠나지 않은것을 보니 아마 곧이곧대로 전부 얘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는 나은희가 나아주버님과 이혼에 관한 얘기를 했는지도 모른다—아직 하지 않았을것이다. 그녀는 자신보다 상황 파악을 더 잘했다.그는 그녀의 옆에 앉았다.그녀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여형민도 마찬가지였다.둘은 누구도 아는체하지 않았고 각자 음식을 먹고 있었다.아마도 아까 그 사건 때문인지 주위 사람들은 그들의 표정에 오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그들이 서로 맞지 않아 표정이 안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아주버님은 분부했다.“은희야, 조금 이따가 형민이와 함께 테이블마다 술을 따라주거라. 험한 꼴을 보여줘서 미안하다고 하면서.”“네.”나은희는 아무 표정 없이 대답했다.여형민은 그녀를 흘끔 쳐다보고서 똑같이 무표정으로 대답했다.“네.”**나아주버님은 여형민과 나은희를 위해 생수를 준비했다. 술병에 생수를 담아놓으니 술인지 물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오늘 온 손님들은 많았다. 오십 테이블이나 된다. 그들은 한 테이블 한 테이블 돌아가면서 술을 따랐다. 진짜 술을 마셨다면 아무리 주량이 좋다고 해도 취하고 말 것이다.여형민은 나아주버님의 친절이 고맙지 않았다.그는 웨이터한테 와인 한 병을 달라고 하고 사람들과 한 잔 한 잔 같이 마셨다.중도에 여형민을 조롱하
......여형민은 점점 짜증이 났다.“나랑 나...”그가 입을 열자 마자 허태준은 말을 짤랐다.“우리 둘도 마셔야지.”여형민은 불만스레 허태준을 노려보았다.허태준은 눈빛으로 여형민에게 실수하지 말라는 경고를 날렸다. 술을 마시자 일부러 물었다.“취했어? 옆에 휴식실에서 쉴래?”허태준의 말로 인해 온 테이블의 시선은 여형민에게로 집중되었다.다들 걱정스레 여형민을 바라보았다.큰 아저씨는 다시 입을 열었다.“은희야, 형민이의 얼굴색이 빨간 것이 걱정되는구나. 아버지랑 얘기해서 먼저 집에 데려가 휴식하게 해야 하지 않겠냐?”여형민은 이마를 찌푸리면서 거절했다.“아닙니다. 취하지 않았습니다.”하지만 다들 큰 아저씨의 의견에 찬성하는 것 같았다.나아주버님도 소식을 전해 들었다. 여형민이 괜찮다고 하자 친히 이쪽으로 와서 여형민을 타일렀다.“여기는 이제 되었으니 은희랑 먼저 가보거라.”그리고 나은희한테 분부했다.“먹을 것을 포장하게 하였으니 조금 이따가 잊지 말고 챙기거라. 그리고 형민이랑 집에 가보거라.”나은희는 대답했다.“네.”장인어른이 입을 열자 여형민도 말을 들었다. 술잔을 들고 조용히 옆에 서 있었을 뿐이다.**포장된 음식은 나은희의 손에 쥐어있었다.나아주버님은 그들을 위해 차량을 안배했다. 나은희가 찾지 못할까 봐 정차된 위치에 대해 중복으로 여러 번 알려주었다.허태준은 다가가서 그들한테 물었다.“저도 태워주면 안 되나요? 술을 마셔서 운전할 수가 없어서요.”“그래!”나아주버님은 흔쾌히 대답했다.“어디로 가려거든 기사한테 얘기하면 돼. 너를 먼저 보내주라고 할게.”“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허태준은 감사를 표하며 여형민의 팔을 잡았다.“가자.”여형민은 허태준한테 끌려 연회장 밖으로 나왔다. 나은희는 포장한 음식을 들고 그들 뒤를 따라나섰다.“허대표님이 계시니 바래다 주지 않을게요.”나은희는 포장된 음식을 허태준한테 건네주면서 말했다.“아버지 차를 타고 가세요. 주차된 위치는 아버지가 여러 번 얘기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