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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0화

나지희는 심연희가 칼을 빼 드는 것을 보자 진정이 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해도 심연희가 정재하를 찌를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녀의 갈등을 느끼자 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나은희는 그녀의 손을 먼저 잡았다.

“지희야, 안돼.”

나은희는 고개를 저었다. 늘 자신감이 넘치던 얼굴에는 당황함이 묻어있었다.

나지희는 진심으로 정재하를 사랑 했다. 심지어 정재하를 위해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여기에서 죽기 싫다. 저 여자의 칼 아래에 죽는 것은 더더욱 싫다.

그녀는 정재하를 바라보았다. 정재하도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가슴 아프게 하는 슬픔과 진한 애정이 묻어있었다.

나지희의 가슴은 격렬하게 움직였다. 난데없는 공포감이 그녀를 감쌌다.

“지희야.”

정재하는 웃으면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더없이 진정된 말투였다.

“남이 뭐라 해도 너만 날 믿어주면 돼. 나는 너를 정말로 사랑해.”

“정...”

나지희가 입을 열자마자 그의 얼굴은 어두워지고 삽시간에 심연희의 팔목을 잡았다.

심연희는 놀라서 무의식적으로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예리한 칼날은 얇은 옷을 뚫고 정재하의 등을 찔렀다.

“안돼!”

나지희는 넋을 놓고 절망적이게 소리쳤다. 그리고 있는 힘껏 나은희의 손을 뿌리치고 정재하쪽으로 달려갔다.

“오지 마!”

정재하는 소리 질렀다.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아픔을 참으면서 심연희의 팔을 놓지 않았다.

칼은 여전히 그의 몸에 박혀있다. 땀방울이 그의 이마에 맺혀 눈에 흘러 들어갔다.

“가! 빨리 가!”

그는 얼마나 더 지탱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 시각 그가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다. 지희가 다치지 않는 것.

상처는 칼이 박혀있는 것 때문에 피가 뿜어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 어두우면서도 강렬한 빨간색은 칼자루를 중심으로 정재하의 새하얀 슈트를 조금씩 조금씩 물들이고 있다.

나지희는 발걸음을 멈추고 그곳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슬픔, 후회, 공포감..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들이 그녀의 마음속에 얽히고 쌓였다.

“어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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