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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8화

밤이 깊었다.

하루의 업무를 마치고 허태준은 파일을 닫고 펜을 놓았다.

옆에 놓인 핸드폰은 울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별이는 두 날 전 유치원에서 조직한 겨울 캠프를 떠났기에 핸드폰을 가지고 갈 수 없어 연락할 길이 없었다.

오랜 습관이 바뀌게 되니 허태준은 정신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무언가를 잃은 것만 같았다. 그래서 더 열심히 업무를 했고 생기를 점점 잃어갔다.

그는 피곤하여 의자 등받이에 기댔다. 두 손가락으로 아픈 눈썹 혈을 지그시 눌렀다.

12시가 다가오자 통유리창을 통해 여전히 불빛이 환한 옆 건물 인터넷 회사를 볼수 있었다.

마음속의 허전함은 조금 가셔지는 듯했다—적어도 이렇게 깊은 밤에 외로운 사람은 허태준 혼자만이 아닐 것이다.

허태준은 여형민에게 전화했다.

그날 대회장 주차장에서 여형민을 버린 채 떠난 후로 그에게서 삼십여 통의 전화가 걸려와도 허태준은 받지 않았다. 그 뒤로 여형민은 허태준을 찾은 적이 한번도 없었다.

허태준은 카톡으로 문자를 보냈다. 여전히 답장이 없다.

전화도 무응답이었다.

허태준은 지금 남은 게 시간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전화를 한 통 한 통 걸었고 문자도 한 통 한 통 보냈다. 심지어 심한 말까지 했다.

“전화를 안 받으면 집 앞에까지 찾아갈 거야.”

아마도 허태준한테서 광기를 느꼈는지 여형민은 드디어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상당히 불친절한 말투였다.

“저녁인데 뭐 하는 거야? 여자나 찾지! 나를 왜 귀찮게 해!”

그의 목소리는 또렷했다. 금방 잠에서 깬 목소리가 아니었다.

허태준은 여형민의 분노를 무시한 채 물었다.

“술 마실래?”

“마시긴 뭘 마셔!”

**

허태준은 위스키 한 병을 까자마자 룸의 문이 열렸다.

여형민은 욕설을 퍼부으면서 들어왔다. 짜증이 가득한 얼굴을 하면서 말이다.

“미친놈! 이렇게 늦었는데 나를 왜 불러!”

허태준은 술이 담긴 잔을 건네면서 말했다.

“마셔봐. 비싼 술이야.”

비싸다는 말은 마법과도 같아 여형민은 금세 부정적인 정서를 버렸다.

그는 천천히 한 모금을 음미하면서 평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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