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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2화

“무슨 일인데?”

허태준이 물었다. 여형민은 숨을 깊게 들이쉬더니 말했다.

“어제 킹 호텔에서 유진 씨를 만났어.”

허태준은 심장이 덜컹했다. 잠시 뇌가 멈춘 것처럼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방금 뭐라고 했어?”

온밤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허태준은 목소리가 좋지 않았다. 여형민은 한번 더 방금 했던 말을 중복했다.

“어제 고객님 한 분을 킹 호텔에 모셔다 드렸는데 체크인할 때 유진 씨 오빠를 만났어. 이름이 뭐더라? 김...

“김욱.”

허태준이 먼저 대답했다.

“그래, 맞아! 그래서 내가 인사를 하려는데 자세히 보니까 옆에 누굴 부축하고 있더라고.”

여형민이 뒤의 말을 이어가지 않아도 허태준은 그게 누군지 알 수 있었다. 허태준은 손발이 차가워지는 걸 느꼈다. 심유진이 귀국한 일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어젯밤 김욱과 만났지만 그 역시도 자신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런 거리감은 허태준에게 두려움을 안겨줬다. 그는 이 원인이 무엇인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의자에 걸린 외투를 들고 허태준이 몸을 일으켰다. 갑작스럽게 몸을 일으켜서인지 아니면 너무 불안해서인지 다리에 힘이 풀렸다. 다행히 얼른 테이블을 붙잡았기에 여형민 앞에서 주저앉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괜찮아?”

여형민이 얼른 달려와서 부축했다.

“괜찮아. 나 나갔다 올게. 오늘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어. 비서한테 대신 전달해 줘. 중요한 일은 일단 부대표한테 전달하고 급하지 않은 건 나 돌아와서 다시 보자고.”

“지금 킹 호텔로 갈 거야?”

여형민이 시간을 확인했다.

“다섯 시밖에 안 됐어. 유진 씨가 일어나지도 않았겠다.”

“집에 가서 씻으려고.”

허태준은 지금 온몸에 술냄새와 향수냄새가 가득했다. 일에 집중할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지금은 왠지 그 코를 찌르는 냄새가 너무 불편했다. 여형민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같이 갈까?”

여형민은 허태준이 순간 흥분해서 심유진을 자극할만한 말을 내뱉을까 봐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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