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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9화

“고마워요.”

심유진은 목소리도 아까보다 많이 나아졌다.

“아니에요.”

허태준은 빈 컵을 바라보며 심유진을 일으키느라 허리에 댔던 손을 거뒀다.

“물 좀 더 떠올게요.”

분명 허태준이 자신의 몸에 손을 대는 것이 싫었는데 막상 손을 떼니 심유진은 왠지 마음이 복잡했다. 심유진은 시선을 내리깔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됐어요.”

허태준은 몸을 돌리려다 그대로 멈춰 섰다.

“간호사는요?”

“거실에서 쉬고 있어요.”

“들어오라고 해줘요. 간호사가 지키면 되니까 태준 씨는 이만 가보세요.”

심유진은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것이 싫었지만 지금 두 사람 중에 골라라고 하면 당연히 간호사가 옆에 있는 것이 마음이 더 편했다. 적어도 간호사와는 어색하지 않았고 심장이 이렇게 빨리 뛰지도 않았다. 이대로 허태준과 있다가는 열은 내려도 심장이 남아날것 같지 않았다.

허태준은 심유진에게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가라앉히며 아무 말없이 컵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가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심유진은 마음이 많이 편안해지면서도 조금 실망스러운 기분이 들기도 했다.

“깼어요?”

간호사가 웃으며 물었다.

“물 좀 더 드릴까요?”

간호사의 손에 허태준이 들고 있던 것과 똑같은 컵이 들려져 있었다.

“괜찮아요.”

심유진이 고개를 젓자 간호사가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열이 날 땐 원래 물을 많이 마셔야 돼요. 또 땀도 많이 흘렸으니까...”

심유진은 들은 척 만 척하며 대충 대꾸했다. 간호사는 수액병을 바꿔주며 말했다.

“방금 들었는데 예전 병원에서 같이 일하던 제 동기가 오늘 해고 당했대요.”

심유진은 간호사가 이런 얘기를 하며 은근히 자신의 반응을 살핀다는 걸 눈치챘다.

“왜요?”

“누구 원망을 살 일을 했다나 봐요.”

간호사는 뭔가 찔리는 구석이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사실 괜찮은 사람이거든요. 평소에는 영안실 쪽에서 일해서 다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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