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심유진은 아랫입술을 깨물면서 고개를 들어 불쌍한 눈으로 허태준을 바라보았다. 목소리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 고양이 같았다.“몸이 안 좋아요...”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뜨거운 체온은 그녀의 손바닥을 타고 허태준의 피부에 닿았다.허태준은 차가운 척을 그만했다.그는 그녀의 곁에 돌아와 잡히지 않은 손으로 그녀의 이마를 짚었다.뜨거운 온도는 허태준의 이마를 찌푸리게 했다.“왜 내리지 않지?”심유진은 고개를 저었다.“모르겠어요. 주사도 맞고 약도 먹었는데.”하지만 체온은 오르내리기를 반복했다. 약효 때문에 잠시나마 내리기도 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또 오르군 했다.“병원에 가자.”허태준은 결정했다.이런 증상은 일반 감기 같지 않았다.심유진은 그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걸을 수 있겠어?”허태준은 아직 채 회복되지 않은 그녀의 다리를 쳐다보면서 물었다.“네.”심유진은 한 걸음 내디뎠으나 금세 허태준의 품에 안기고 말았다.허태준의 손은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그리고 그녀를 꼭 껴안았다.“확실해?”그는 눈썹을 치켜들고 장난스레 물었다.심유진은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저...”핑계가 생각나기도 전 다리가 들리더니 허태준은 심유진을 품에 안았다.한순간의 무서움과 황급함 때문에 심유진은 허태준의 목을 꽉 껴안았다. 심유진의 얼굴은 허태준의 얼굴에 대일 것만 같았다.안정된 후 그녀는 두 사람의 거리에 부끄러워 급히 손을 놓았다. 그리고 거리를 두려 했다. 하지만 안긴 자세인지라 거리를 두려 해도 멀리 두지 못했다.허태준은 그녀의 행동을 무시한 채 아무 표정도 짓지 않았다. 다만 입술만 더 굳게 다물었을 뿐이다.**술을 마셨기에 허태준은 운전하지 않고 기사를 불렀다.병원에 도착하였을 때 허태준은 심유진을 안고 뒷좌석으로 갔다. 그리고 심유진을 다리 위에 앉혔다.심유진은 부끄러웠다. 앞에 모르는 사람까지 앉아있으니 말이다.심유진은 허태준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썼다.“내려줘요...”
”저 여자도 너무해! 얼마나 엄중한 병에 걸렸길래 남자 품에 안겨서 다녀! 자기가 공주인 줄 아나봐?”...심유진은 고개를 더욱 깊이 파묻었다.목에 닿은 뜨거운 숨결을 느끼자 허태준의 신경은 곤두섰다. 몸 구석구석이 경직된 것 같았다. 허태준은 걸음을 늦추어 부자연스러움을 감추려 했다.진료실에 도착하자 두 사람의 어색함은 그제야 조금 풀렸다.주치의는 나이가 있으신 분이었다. 젊은이들의 애정행각에 습관이 된 분이신 것 같았다. 한치의 혐오감도 보이지 않았다.“피검사를 하시죠.”주치의는 허태준이 묘사한 증상을 듣고 말했다.“검사 결과를 들고 다시 찾아오세요.”피검사를 하는 곳은 같은 층이었다.허태준은 심유진을 계속 안고 있었다. 심유진은 아무리 허태준을 설득해도 먹히지 않을 것을 알기에 아예 반항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지나가는 마음이 착한 간호사가 허태준이 힘들까 봐 다가와서 물었다.“휠체어가 필요하세요?”허태준은 차가운 얼굴과 험상궂은 눈빛으로 간호사를 바라보았다. 간호사는 더 말하지 않고 지나갔다.심유진은 보다 못해 말했다.“좋은 마음에서 한 말인데 상냥하게 대해주지 그래요.”“...응.”허태준은 듣는 둥 마는 둥 하였다. 전혀 뉘우치는 기색이 없었다.심유진은 허태준을 흘겨보고 싶은 충동을 참았다.**검사 결과가 나왔다. 바이러스 감염이다.의사는 심유진에게 처방 약을 처방해 주고 수액실에서 링거를 맞게 하였다.바늘을 꽂고 나서 심유진은 허태준한테 말했다.“돌아가서 쉬세요. 오빠한테 보러 와달라고 전화했어요.”허태준은 움직이지 않았다.심유진은 허태준을 밀면서 말했다.“얼른 돌아가요!”허태준은 심유진의 손을 잡았다.“안가.”그는 심유진의 손을 주물거리고 있었다. 한 손가락 한 손가락 장난감마냥 주물거렸다.“자꾸 날 보내려 하면 한평생 너한테 눌어붙을 거야.”그는 협박했다.심유진은 벙쪘다.“...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요?”심유진은 낯이 이렇게 두꺼운 사람은 처음 본다.“말한 대로 할 수 있어.”허태
심유진은 옛날에 조씨 가족과 얼굴을 붉히면서 싸울 때와 심연희한테 치여서 중상을 입었을 때 실검에 여러 번 올랐었다.그때는 무언가를 했기에 실검에 오를만 했지만 이 두 날 동안 심유진은 아무것도 한 일이 없었다. 심유진은 아무리 생각해도 실검에 오른 이유를 모르겠다.김욱은 심유진의 의혹을 풀어줬다.그는 핸드폰을 심유진의 눈앞에 가져왔다. 실검 검색어 일위부터 전부 눈에 익은 검색어였다.허태준, 미스터리 여성허태준 바이섹슈얼허태준 새 사랑심유진CY골든 상담소Zero심연희심유진은 첫 검색어를 클릭해 보았다. 제일 핫한 트윗은 어느 “부자를 알린다”라는 계정에서 작성한 글이었다. #CY그룹 허태준 바이섹슈얼로 추정# 업계에서는 허대표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금일 어느 행인은 허대표가 의문의 여성과 병원에서 벌인 애정행각에 대한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나는 부자들을 수도 없이 만나봐서 알지만 허대표의 새 여자친구는 어느 가문의 아가씨도 아니었다. 아마도 짧은 만남에 의한 인연인가보다. 여러분들, 당신들의 남편은 여전히 당신들의 남편이랍니다. 아자!이 트윗에 달린 이미지는 심유진과 허태준의 사진이었다. 그들은 병원 수액실 의자에 나란히 앉아있었다. 심유진은 잠들어있는 듯 했고 허태준의 몸에 기대어 있었다. 허태준은 그녀를 애정이 가득 담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심유진의 가슴은 데인 듯 뜨거워 났다. 그녀는 가슴을 움켜잡았다. 얼굴은 빨갛게 변했다.김욱은 걱정스레 심유진의 이마를 짚었다.“또 열이 나?”심유진은 연신 손을 저었다.“아니요.”그 트윗 아래에는 댓글이 만개 넘게 달려있었다. 좋아요가 제일 많은 댓글은 블로거를 겨냥하는 댓글이었다. “님은 레몬을 드신 듯요. 이렇게 시큼하게 얘기하는 걸 보니. 허대표님의 눈빛 어디를 봐서 짧은 만남이라고 하시는지?”댓글에 숨겨진 대댓글은 CY그룹 현 직원인 듯한 사람이 달았다.“허대표님과 접촉이 잦은 일개 직원입니다. 허대표님이 이렇게 부드러운 눈빛으로 누군가를 바라보는 것
심유진은 각종 댓글들을 눈여겨보았다.아마 자신과 허태준이 대중이 생각하는 그런 관계가 아니라고 생각되었는지 네티즌들이 한창 논쟁을 벌일 때 심유진은 제삼자의 관점에서 냉정히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네티즌들이 그녀가 허태준한테 어울리는지에 대해 평가할 때 그녀의 마음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분노가 치밀었고 쪽팔리기도 했다.김욱은 심유진의 저기압을 눈치챌 수 있었다. 네티즌들의 험한 댓글도 물론 봤었다.김욱은 심유진과 달랐다. 그는 모든 아픔과 눈물을 삼키지 않았다.병실에서 조용히 나와 김욱은 전화를 걸었다.반 시간 후 모든 실검은 내려졌다. 이 사건과 관련된 트위터도 모두 삭제되어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심유진은 주사를 더 맞아야 했다.인터넷의 열기가 가라앉자 김욱은 그녀를 데리고 병원으로 갔다.심유진은 마스크까지 썼다. 마스크를 하고 있는 환자들 사이에서 그녀는 평범했다.처방대로 약을 끊어주는 간호사 외에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없었다.김욱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면서 협박 어린 말투로 말했다.“조용히 주사만 맞고 갈 건데 이 병원의 간호사들은 다들 직업윤리가 있겠죠?”간호사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물론입니다.”심유진은 구석에 안배되었다. 김욱은 심유진의 사선에 앉았다. 사람들이 오해할까 봐 그녀와 거리를 두었다.김욱은 심유진이 양다리를 걸친다는 검색어로 실검에 오르는 것을 원치 않았다.다행히 모든 것은 순리로웠다.하지만 호텔에서 돌아오는 길에 김욱은 그들을 따라붙은 차량을 발견했다.차는 보통 차였다. 백미러로는 차 안의 사람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가 없어 그들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웠다.“유진아, 손잡이를 꽉 잡아.”김욱은 심유진한테 말했다.심유진은 아직 아픈 몸이라 머리가 즉각 반응하지 않았다.그녀는 머리 위의 손잡이를 겨우 잡았다.“왜...”왜요라는 두 글자를 채 말하기도 바쁘게 몸은 앞으로 쏠렸다. 김욱은 엑셀을 끝까지 밟았다.오후라서 큰길에는 차들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적지도 않
오래 못 뵈었던 조아주머니는 왜인지 호텔의 청소부 제복을 입고 있었다.조아주머니는 밀대를 잡고 있었다. 심유진의 방문 앞 바닥은 아직 흥건했다.조아주머니의 등은 예전보다 더 굽어있었고 많이 말라보였다.“유진아!”조아주머니는 심유진이 여태껏 보지 못했던 아냥을 떠는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얼굴의 주름은 미소 때문에 더 깊어졌다.조아주머니는 밀대를 던지고 심유진 쪽으로 다가왔다. 걸음걸이는 너무나도 빨라 도저히 그 나이대로는 보이지 않았다.심유진은 놀라서 연신 뒷걸음질 쳤다. 오른손은 무의식적으로 김욱의 어깨를 꽉 잡았다.김욱은 사진으로만 심유진의 전 시어머니를 본 적이 있었다. 사진 속의 여인은 피부 케어를 얼마나 받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눈앞의 이 사람보다는 훨씬 젊어 보였었다.그래서 김욱은 조아주머니를 못 알아보았다.심유진이 공포감을 드러내자 김욱은 경각성을 높였다. 김욱은 심유진의 앞에 나서서 그녀와 이상한 청소부를 갈라놓았다.조아주머니는 김욱의 행동을 보자 발걸음을 멈췄다. 조아주머니는 김욱과 심유진의 친밀한 자태를 보자 입을 삐죽하였다. 눈가에 혐오감은 언제 그랬나 싶이 금방 자취를 감추었다.“유진아!”조아주머니는 심유진을 빤히 바라보았다. 말라서 가죽밖에 남지 않은 듯한 두 손은 포개졌고 얼굴에는 슬픔과 억울함이 담겨 있었다.“엄마가 밥도 안 먹고 여기서 널 하루 종일 기다렸단다.”하지만 토로해낸 어려움은 심유진한테 그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돌아가시지 않는다면 경비를 부를 겁니다.”심유진은 차갑게 협박했다.조아주머니는 심유진이 이렇게 매정하게 나올지 몰랐다. 조아주머니는 입술을 파르르 떨더니 이윽고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유진아, 예전 일은 엄마가 잘못했다...”조아주머니는 말을 끝내기 바쁘게 바닥에 꿇었다.“엄마가 이렇게 빌게. 용서해다오!”조아주머니의 눈물은 얼굴의 주름을 타고 흘러내렸다.심유진은 차갑게 바라보기만 할 뿐 마음은 호수마냥 잔잔했다.심유진은 확신할 수 있었다. 조아주머니가 이런
역시 낯짝이 두꺼운 데는 조씨가족 사람이 제일이었다. 타인은 말을 타고 쫓아가려 해도 못 따라잡을 정도다.심유진이 말문이 막히자 조아주머니는 신이 나서 떠들어댔다.“심유진, 솔직히 얘기하마. 나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널 신고할 수 있어! 그러니까 내 앞에서 고상한 척 하지 마! 그 자리에서 끌어내려서 다시는 무슨 총매니저를 못 하게 할 테니까!”“하세요.”심유진은 조아주머니의 협박에 신경 쓰지 않았다.조건웅의 죽음은 자살로 종결 난 안건이다. 조건웅의 가족도 인정을 하고 싸인을 했다. 이제 와서 다시 뒤집으려면 어려울 것이다.더군다나 심유진이 조아주머니가 바라던 대로 바닥까지 끌려내려 온다면 조아주머니가 오늘 여기에 온 목적은 영원히 달성할 수 없게 될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조아주머니는 멈칫했다.“물...”조아주머니는 열심히 언어를 조직했다.“물론 널 신고할 수야 있지. 하지만 너한테 기회를 한번 줄 거야! 네가 건이를 위해 힘써준다면 말이다. 허대표보고 건이를 봐줘라고 해라!”심유진이 아는 허대표는 한 사람뿐이다. “허태준이요?”심유진은 이마를 찌푸렸다.이 사람이 언제부터 조씨 가족 사람과 연관이 있었지?조아주머니는 힘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너랑 허대표랑 친하다며? 뉴스에서...”조아주머니는 말하다 말고 김욱을 바라보았다.“흠...아무튼, 나를 안 도와준다면 너를 신고해 버릴 거야!”심유진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모르겠지만 조씨가문 사람한테는 절대 마음을 나약하게 먹지 않았다.“얘기했잖아요? 신고하세요.”조아주머니는 심유진의 반응에 이를 악물었다.“심유진, 이 괘씸한 것! 그때 가서 내가 언질을 안 해줬다고 탓하지 마라!”심유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김욱의 뒤에 숨어서 경비가 오기만을 기다렸다.경비는 나름 빨리 도착했다. 조아주머니가 김욱을 타파해서 심유진을 잡기 전에 무사히 조아주머니를 제압했다.조아주머니는 발버둥 치면서 소리 질렀다.“살려줘요! 경비가 사람을 죽이려 들어요!”돼지 멱따는 소리
김욱은 경찰서로 갔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왔다.“이번 일은 호텔 경비를 탓할 일이 아니야.”김욱은 말했다.조아주머니는 실제로 킹 호텔의 청소부였다. 심유진이 귀국하기 전에 이미 입사 하였고 한달 가까이 일을 했다고 한다.“하지만 조아주머니가 킹 호텔에 오게 된 이유는 널 찾기 위해서야.”김욱은 경비팀 팀장과 얘기를 나눴었다. 경비팀 팀장은 아는 것을 모두 김욱한테 알려주었다.“저를 찾아서 뭐 하려는데요?”심유진은 이마를 찌푸렸다.김욱은 어깨를 으쓱하였다.“아무한테도 얘기하지 않았대.”조아주머니는 호텔에서 며칠 소란 피웠었다. 그리고 며칠을 잠잠하다가 다시 나타났는데 그때는 이미 입사를 한 후였다.호텔은 늘 일손이 부족했다. 조아주머니는 일을 잘했기에 삼일 수습 기간을 순리롭게 통과하여 호텔과 계약을 맺었다.조아주머니의 아들한테 어떤 일이 생겼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하지만 조아주머니와 같은 시프트 근무를 하는 아줌마는 조아주머니가 늘 아들이 잘났고 CY에서 일하면서 높은 월급을 받는다고 자랑했다고 한다.“CY에서 일한다구요?”심유진은 포인트를 잡았다.그래서 조아주머니가 자신더러 허태준한테 부탁하라고 했구나.“이 일은 허대표랑 얘기해 볼게.”김욱은 말했다.“어떻게 해결할지 보자구.”“아니. 얘기하지 마요!”심유진은 급히 막아 나섰다.조건이가 CY에서 일한다는 것을 빼면 이 사건은 허태준과 아무런 관련도 없었다.심유진은 허태준과 관련도 없는 일로 허태준을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았다.김욱은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그래.”김욱은 언제든지 허태준한테 얘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다른 한편.조아주머니가 경찰에 실려서 호텔을 나갈 때 허태준은 이미 소식을 받았다.허태준은 업무교대를 하고 급히 문을 나섰다.허태준은 호텔로 바로 가지 않았다.허태준과 심유진은 실검에 오른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아직 많은 기자들이 CY와 킹 호텔의 문어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허태준은 파파라치가 무서운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심유진은 아
그러기에 조건이가 주식을 추천한 행적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발각되고 말았다.내막을 알고 하는 거래는 이미 불법인 데다가 조건이가 이렇게 적나라하게 행동했으니 이상해 할것도 없었다.조건이의 직속 상사는 경영진의 생각을 몰랐기에 당장 조건이를 짜르고 경찰에 신고까지 했다.경찰은 이미 수사에 들어갔고 지금은 증거를 수집하고 있는 단계였다.이러한 사실은 금융회사의 총책임자가 허태준을 만나고 나서야 부하직원한테서 전해 들었다.“허대표님, 죄송하게 되었습니다.”총책임자는 사과했다.“더 신경쓰지 못했습니다.”“그 사람 탓이지요.”허태준은 누군가가 조건이를 눈여겨보고 있다고 해서 조건이가 얌전히 근무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어디 제 버릇을 남 주겠는가.“경찰의 수사에 협조를 잘해주세요. 뭐가 필요하면 다 들어주시구요.”허태준은 말을 끊고 정중히 경고했다.“다음부터는 규율을 위반하면 안 됩니다.”총책임자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절대 그럴 일이 없을 겁니다!”**기자를 전부 보냈다는 소식을 받고 나서야 허태준은 킹 호텔로 갔다.허태준은 예전처럼 당당히 들어가지 못했다. 호텔의 투숙객은 적지 않았기에 쉽사리 카메라에 찍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허태준은 지하 주차장에서부터 심유진이 있는 층으로 올라갔다. 머무르고 있는 손님이 별로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허태준은 시름을 놓고 벨을 눌렀다.한참 있다가 김욱의 경각성 높은 목소리가 전해왔다.“누구세요?”허태준은 높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저예요.”김욱이 알아듣지 못할가봐였다.허태준의 신분을 확인하고 나서야 김욱은 허태준을 들여보냈다.“찾으려던 참이었어요.”김욱은 심유진이 안에서 듣지 못하게 목소리를 낮추면서 말했다.“어떻게 된 거예요?”허태준은 방문을 닫고 김욱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안쪽을 들여다보면서 물었다.“심유진은 어때요? 좀 나았나요?”“열은 내렸어요. 기분에는 큰 타격이 없는 듯합니다.”조아주머니가 나타날 때를 제외하고 김욱은 아직 심유진의 기분에 큰 변화가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