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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3화

사영은은 그저 평범한 묘지에, 그녀가 그토록 깔보던 보통의 사람들과 함께 잠들었다. 심유진이 아무렇게나 하라고 했기에 김욱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대충 추천을 받은 대로 묫자리를 선택했는데 마침 호수를 마주 보는 자리여서 풍경이 좋았다. 하지만 산 중턱까지 올라야 하는 것이 단점이었다.

경주는 요새 관리가 더욱 엄격해졌기에 김욱이 가져온 많은 물건들은 산에 가지고 올라갈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그들은 지정된 장소에서 가져온 물건들을 태울 수밖에 없었다. 김욱은 농담으로 심유진에게 말했다.

“사영은 씨가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

심유진은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영은 씨 같은 삶을 사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김욱이 물었다.

“젊었을 때는 몸을 팔고 우월한 삶을 얻었는데 이렇게 수많은 세월 동안 그 집안에서 아무런 존중도 받지 못하고 마지막에 생명까지 잃었어. 죽은 후에도 이렇게 외롭게 지낼 수밖에 없어. 오늘이 지나면 우리도 다시 못 올 것 같거든.”

의미가 있을까? 심유진이 그 질문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건 자신이 잘 알겠지.”

산을 오르려면 계단을 많이 타야 했는데 다 비교적 낮은 계단이었다. 김욱은 심유진을 부축 한 채 20분 정도 걸어서야 묫자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묘비는 질량이 가장 좋다는 검은색 화강암으로 만들었고 글씨는 금색으로 새겨 넣었다. 사진이 비교적 희미했는데 언젠가 드라마를 찍을 때 찍었던 사진이었다. 당시 사영은은 20 대였고 긴 웨이브 머리를 한 채 웃고 있는 모습이 유달리 청순해 보였다. 심유진이 기억하고 있는 그 신경질적인 중년 여성의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사진은 삼촌이 골랐어.”

김욱이 말했다.

“난 알아. 사실 삼촌이 그동안 한 번도 사영은을 마음속에서 내려놓은 적이 없었다는 걸.”

육윤엽은 사영은에게 매정하게 굴기는 했지만 어쨌든 평생 동안 사랑 했었던 유일한 여인이었으니 그래도 아직 많이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심유진은 사실 조금 뜻밖이었다.

“우리랑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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