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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2화

원래 순서대로라면 사영은에게 가족들이 찾아가서 향을 피우고 인사를 올려야 하는게 맞지만 이제 사영은의 가족은 심유진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장례는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한 게 하나도 없었다. 그러니 김욱은 가지 말고 일단 아픈 몸부터 잘 치료하라고 했다.

묘지는 교외에 위치했으니 고층빌딩이 가득한 도심보다 훨씬 추울 것이다. 열도 다 안 내린 상태에서 찬 바람까지 맞으면 병이 더 심해질 수도 있었다.

“그래도 갈래. 저녁에 떠나면 이제 다시는 기회가 없잖아.”

김욱은 그래도 몇 번을 더 확인했다.

“정말 잘 생각한 거야?”

심유진은 망설이지 않았다.

“그래도 나한테 생명을 안겨 준 사람이잖아.”

사영은이 돌아갔다는 소식을 들은 후 심유진은 많은 것을 용서했다. 심유진이 마음이 넓어서가 아니라 이제 이 세상에 없는 사람과 그렇게 많은 것을 따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사영은의 마지막은 너무 처참했다. 그러니 이렇게 후사를 마무리하는 것은 낳아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함도 있었거니와 자기 마음 편하자고 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걸 묻는 게 아니야.”

김욱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정말 오늘 저녁에 떠날 거야?”

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는 애초에 올 때 왕복으로 끊었다. 심유진의 다리가 완전히 회복된 것이 아니니 가장 짧은 시간에 이쪽의 일을 모두 다 처리해놓고 다시 돌아가서 치료에 전념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귀국 소식이 어떻게 허태준의 귀에까지 들어 갔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알게 된 것도 그렇게 신기한 건 아니었다. 경주는 애초에 허태준의 구역이니 킹 호텔 내부에도 그가 심어놓은 사람들이 많을 수도 있었다.

“비록 너랑 대표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작정 피하는 건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해.”

김욱은 심유진과 오랫동안 같이 지내면서 이미 그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심유진이 허태준과 아무 일도 없었다라고 거짓말을 한 것이 사실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지 모르겠다는 뜻과 같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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