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유진은 김욱에게 관심을 가지는 여자들을 많이 만났었다. 예전 같았으면 아예 상대도 안 했겠지만 심유진은 이 간호사가 싫지 않았다. 그래서 원하는 대답을 해줬다. “제 친오빠 같은 존재예요. 만약에 여자친구가 있다 해도 이런 걸로 질투하지는 않겠죠.” 간호사가 안심하는 것이 보였다. “여자친구가 없으신 거예요? 저렇게 멋지신데 애인이 없다고요? 거짓말하는 거 아니죠?” 사실 심유진도 신기하게 생각했다. 김욱 같은 사람이 여자친구도 없다는 게 말이 안 됐다. 하지만 심유진은 적당한 대답을 내놓았다. “일이 너무 바빠서 연애할 시간도 없나 보죠.” “무슨 일 하시길래 저렇게 바쁘신 거예요?” 간호사가 진지하게 물었다. “저희 아버지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요.” 심유진은 더 이상 자세히 말하지 않았다. 그녀를 놀라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아...” 간호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웬지 아까만큼 열정적이지 않았다. “그럼 확실히 바쁘겠네요.” 그래도 꽤나 놀란 모양이었다. 심유진이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간호사가 다시 물었다. “근데 허대표님만큼 바쁜 건 아니시지 않을까요? 허대표님은 연애할 시간 있는 것 같던데...” 간호사가 말하는 허대표님은 당연히 허태준일 것이다. 간호사가 보기에는 허태준 같은 재벌이야말로 전국에서 가장 바쁜 사람일 것 같았다. “어제 허대표님이 거실에서 얼마나 오래 기다리셨는지 알아요? 제가 갈 때까지도 거기 앉아계셨어요.” 간호사가 부러워하면서 말했다. 심유진은 이 일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어제 말씀하신 그 동기분은 어떻게 됐어요?” 심유진이 화제를 돌렸다. “아직도 팀장님들한테 사정하고 있죠. 근데 원장님이 하신 결정에 누가 토를 달겠어요. 저라면 당장 다른 병원에 취직할 거예요. 영안실에서 일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그럼 당연히 직장을 찾기도 쉬울 텐데 왜 굳이 저 병원에 매달리는지...” 간호사는 너무 순진했
허태준의 마음은 하루 종일 불안하였다. 미팅 중에도 핸드폰을 드문드문 들여다보곤 했다.심유진은 허태준을 찾지 않았다.허태준은 자신이 지금 어떤 기분인지를 잘 모르겠다. 그는 심유진이 먼저 그와 얘기하기를 바랐지만 그녀가 자신이 듣기 싫어하는 얘기를 할까 봐 두려웠다.이틀 동안 심유진이 허태준에 대한 냉담함, 심지어 배척감은 허태준도 느꼈다.그가 지난 시간동안 했던 모든 노력은 그가 희망하는 정반대의 결과를 불러왔다.하지만 허태준은 후회하지 않았다.언젠가는 별이의 출생에 대해 얘기해야만 했다.하루라도 일찍 해결하는 편이 질질 끄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그는 부하직원이 보낸 메시지를 보았다.“심유진씨와 김욱씨는 산소에 갔습니다. 심유진씨와 김욱씨는 이미 호텔로 돌아갔고 김욱씨는 금일 저녁 항공권을 취소하였습니다...”마음속으로 기뻤다. 그는 생각했다. 심유진이 남게 되었다는 것은 자신 때문이 아닐까?심유진의 카톡은 갑작스레 도착했다.허태준은 마침 사무실에서 오전에 묵혀뒀던 문서들을 살펴보고 있었다.핸드폰의 진동이 울리자 허태준은 급히 카톡을 열어보았다. 심유진이 보낸 문자 내용을 확인한 후 허태준의 희열은 불안으로 변했다.무슨 얘기를 하려고 하는 걸까? 별이에 관한 이야기? 아니면 심유진과 자신에 관한 이야기?심유진의 두 날 동안의 표현을 보면 허태준은 장담할 수 있었다. 그녀가 한평생 자신을 가까이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는 것을.허태준은 난생처음으로 심유진을 만나는 것에 대해 반감 같은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하지만 두 사람의 문제는 해결해야만 했다. 도망만 쳐서는 안 된다.일부러 한참을 꾸물거린 후 허태준은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문자를 보냈다.“여섯 시쯔음 갈게.”회사에서 호텔로 떠나기 전 허태준은 자신한테 용기를 북돋워 주기 위해 와인 반병을 마셨다.하지만 전혀 쓸모가 없었다.심유진의 방문 앞에 도착하자 허태준의 심장은 미친 듯이 날뛰었다.그는 한참을 들여 안정을 취하고 심유진한테 전화 했다.“문을 열어줘. 지금 방 밖
심유진은 침대 밖에서 허태준이 얼굴을 붉힌 것을 본 적이 없었다.그때의 허태준은 흥분해서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부단히 움직였으며 가끔 낯부끄러운 말도 내뱉었다.심유진은 부끄러워졌고 가슴이 뛰었다.허태준은 그녀의 변화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기침하면서도 어떻게 이 물음에 대답할지 고민했다. 어떻게 대답해야 그녀가 화를 내지 않을까.“일부러 사람을 붙인 건 아니야.”허태준은 입을 뗐다.“네?”심유진은 멈칫하다가 이내 알아차렸다.이 사람이 자신한테 사람을 붙여 감시하게 하였구나.심유진은 이미 이런 일에 이골이 났다.그때 그 차 사고 이후로 그녀의 주변은 온통 그녀를 보호하려는 사람이다. 그녀는 어떤 사람이 육윤엽의 사람이고 어떤 사람이 허태준의 사람인지 몰랐다.프라이버시에 침범당했다고 하지만 그녀는 그들이 자신을 위해 이런 일을 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그게 중점이 아니에요.”심유진은 자세를 고쳐 앉았다. 몸을 옆으로 기대면서 허태준을 마주 보면서 앉았다.“오늘 당신을 찾은 것은 일자리를 그 사람한테 돌려주라고 말하려던 것이었어요.”심유진은 똑똑히 얘기했다.허태준은 실눈을 떴다.물론 허태준의 불만은 심유진을 향한 것이 아니라 그녀에게 이 일을 일러바친 사람이었다.허태준은 심유진이 아는 것보다 더 그녀를 잘 알았다.허태준은 심유진이 그런 사람들처럼 따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심유진은 착하고 마음이 약했고 화가 나도 자신처럼 강압적인 수단으로 억누르고 복수하지 않았다.그래서 허태준이 암암리에 그녀를 위해 한 일은 절대로 그녀에게 알리지 못했다.일이 이렇게 될까 봐 여서였다.“그런 업무태도로는 언제든지 클레임 때문에 직장을 잃을 수밖에 없게 되는걸.”허태준은 양보하지 않으려 열심히 변명 했다.그는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그런 사람의 악의적인 행동 때문에 심유진은 바람을 맞아 감기에 걸렸고 고열에 시달렸다. 허태준은 자신이 경하게 처사를 한 것이라고 생각되었다.“누구한테나 그런 태도를 보인 것은 아니에
”난...”심유진은 아랫입술을 깨물면서 고개를 들어 불쌍한 눈으로 허태준을 바라보았다. 목소리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 고양이 같았다.“몸이 안 좋아요...”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뜨거운 체온은 그녀의 손바닥을 타고 허태준의 피부에 닿았다.허태준은 차가운 척을 그만했다.그는 그녀의 곁에 돌아와 잡히지 않은 손으로 그녀의 이마를 짚었다.뜨거운 온도는 허태준의 이마를 찌푸리게 했다.“왜 내리지 않지?”심유진은 고개를 저었다.“모르겠어요. 주사도 맞고 약도 먹었는데.”하지만 체온은 오르내리기를 반복했다. 약효 때문에 잠시나마 내리기도 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또 오르군 했다.“병원에 가자.”허태준은 결정했다.이런 증상은 일반 감기 같지 않았다.심유진은 그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걸을 수 있겠어?”허태준은 아직 채 회복되지 않은 그녀의 다리를 쳐다보면서 물었다.“네.”심유진은 한 걸음 내디뎠으나 금세 허태준의 품에 안기고 말았다.허태준의 손은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그리고 그녀를 꼭 껴안았다.“확실해?”그는 눈썹을 치켜들고 장난스레 물었다.심유진은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저...”핑계가 생각나기도 전 다리가 들리더니 허태준은 심유진을 품에 안았다.한순간의 무서움과 황급함 때문에 심유진은 허태준의 목을 꽉 껴안았다. 심유진의 얼굴은 허태준의 얼굴에 대일 것만 같았다.안정된 후 그녀는 두 사람의 거리에 부끄러워 급히 손을 놓았다. 그리고 거리를 두려 했다. 하지만 안긴 자세인지라 거리를 두려 해도 멀리 두지 못했다.허태준은 그녀의 행동을 무시한 채 아무 표정도 짓지 않았다. 다만 입술만 더 굳게 다물었을 뿐이다.**술을 마셨기에 허태준은 운전하지 않고 기사를 불렀다.병원에 도착하였을 때 허태준은 심유진을 안고 뒷좌석으로 갔다. 그리고 심유진을 다리 위에 앉혔다.심유진은 부끄러웠다. 앞에 모르는 사람까지 앉아있으니 말이다.심유진은 허태준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썼다.“내려줘요...”
”저 여자도 너무해! 얼마나 엄중한 병에 걸렸길래 남자 품에 안겨서 다녀! 자기가 공주인 줄 아나봐?”...심유진은 고개를 더욱 깊이 파묻었다.목에 닿은 뜨거운 숨결을 느끼자 허태준의 신경은 곤두섰다. 몸 구석구석이 경직된 것 같았다. 허태준은 걸음을 늦추어 부자연스러움을 감추려 했다.진료실에 도착하자 두 사람의 어색함은 그제야 조금 풀렸다.주치의는 나이가 있으신 분이었다. 젊은이들의 애정행각에 습관이 된 분이신 것 같았다. 한치의 혐오감도 보이지 않았다.“피검사를 하시죠.”주치의는 허태준이 묘사한 증상을 듣고 말했다.“검사 결과를 들고 다시 찾아오세요.”피검사를 하는 곳은 같은 층이었다.허태준은 심유진을 계속 안고 있었다. 심유진은 아무리 허태준을 설득해도 먹히지 않을 것을 알기에 아예 반항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지나가는 마음이 착한 간호사가 허태준이 힘들까 봐 다가와서 물었다.“휠체어가 필요하세요?”허태준은 차가운 얼굴과 험상궂은 눈빛으로 간호사를 바라보았다. 간호사는 더 말하지 않고 지나갔다.심유진은 보다 못해 말했다.“좋은 마음에서 한 말인데 상냥하게 대해주지 그래요.”“...응.”허태준은 듣는 둥 마는 둥 하였다. 전혀 뉘우치는 기색이 없었다.심유진은 허태준을 흘겨보고 싶은 충동을 참았다.**검사 결과가 나왔다. 바이러스 감염이다.의사는 심유진에게 처방 약을 처방해 주고 수액실에서 링거를 맞게 하였다.바늘을 꽂고 나서 심유진은 허태준한테 말했다.“돌아가서 쉬세요. 오빠한테 보러 와달라고 전화했어요.”허태준은 움직이지 않았다.심유진은 허태준을 밀면서 말했다.“얼른 돌아가요!”허태준은 심유진의 손을 잡았다.“안가.”그는 심유진의 손을 주물거리고 있었다. 한 손가락 한 손가락 장난감마냥 주물거렸다.“자꾸 날 보내려 하면 한평생 너한테 눌어붙을 거야.”그는 협박했다.심유진은 벙쪘다.“...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요?”심유진은 낯이 이렇게 두꺼운 사람은 처음 본다.“말한 대로 할 수 있어.”허태
심유진은 옛날에 조씨 가족과 얼굴을 붉히면서 싸울 때와 심연희한테 치여서 중상을 입었을 때 실검에 여러 번 올랐었다.그때는 무언가를 했기에 실검에 오를만 했지만 이 두 날 동안 심유진은 아무것도 한 일이 없었다. 심유진은 아무리 생각해도 실검에 오른 이유를 모르겠다.김욱은 심유진의 의혹을 풀어줬다.그는 핸드폰을 심유진의 눈앞에 가져왔다. 실검 검색어 일위부터 전부 눈에 익은 검색어였다.허태준, 미스터리 여성허태준 바이섹슈얼허태준 새 사랑심유진CY골든 상담소Zero심연희심유진은 첫 검색어를 클릭해 보았다. 제일 핫한 트윗은 어느 “부자를 알린다”라는 계정에서 작성한 글이었다. #CY그룹 허태준 바이섹슈얼로 추정# 업계에서는 허대표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금일 어느 행인은 허대표가 의문의 여성과 병원에서 벌인 애정행각에 대한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나는 부자들을 수도 없이 만나봐서 알지만 허대표의 새 여자친구는 어느 가문의 아가씨도 아니었다. 아마도 짧은 만남에 의한 인연인가보다. 여러분들, 당신들의 남편은 여전히 당신들의 남편이랍니다. 아자!이 트윗에 달린 이미지는 심유진과 허태준의 사진이었다. 그들은 병원 수액실 의자에 나란히 앉아있었다. 심유진은 잠들어있는 듯 했고 허태준의 몸에 기대어 있었다. 허태준은 그녀를 애정이 가득 담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심유진의 가슴은 데인 듯 뜨거워 났다. 그녀는 가슴을 움켜잡았다. 얼굴은 빨갛게 변했다.김욱은 걱정스레 심유진의 이마를 짚었다.“또 열이 나?”심유진은 연신 손을 저었다.“아니요.”그 트윗 아래에는 댓글이 만개 넘게 달려있었다. 좋아요가 제일 많은 댓글은 블로거를 겨냥하는 댓글이었다. “님은 레몬을 드신 듯요. 이렇게 시큼하게 얘기하는 걸 보니. 허대표님의 눈빛 어디를 봐서 짧은 만남이라고 하시는지?”댓글에 숨겨진 대댓글은 CY그룹 현 직원인 듯한 사람이 달았다.“허대표님과 접촉이 잦은 일개 직원입니다. 허대표님이 이렇게 부드러운 눈빛으로 누군가를 바라보는 것
심유진은 각종 댓글들을 눈여겨보았다.아마 자신과 허태준이 대중이 생각하는 그런 관계가 아니라고 생각되었는지 네티즌들이 한창 논쟁을 벌일 때 심유진은 제삼자의 관점에서 냉정히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네티즌들이 그녀가 허태준한테 어울리는지에 대해 평가할 때 그녀의 마음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분노가 치밀었고 쪽팔리기도 했다.김욱은 심유진의 저기압을 눈치챌 수 있었다. 네티즌들의 험한 댓글도 물론 봤었다.김욱은 심유진과 달랐다. 그는 모든 아픔과 눈물을 삼키지 않았다.병실에서 조용히 나와 김욱은 전화를 걸었다.반 시간 후 모든 실검은 내려졌다. 이 사건과 관련된 트위터도 모두 삭제되어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심유진은 주사를 더 맞아야 했다.인터넷의 열기가 가라앉자 김욱은 그녀를 데리고 병원으로 갔다.심유진은 마스크까지 썼다. 마스크를 하고 있는 환자들 사이에서 그녀는 평범했다.처방대로 약을 끊어주는 간호사 외에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없었다.김욱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면서 협박 어린 말투로 말했다.“조용히 주사만 맞고 갈 건데 이 병원의 간호사들은 다들 직업윤리가 있겠죠?”간호사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물론입니다.”심유진은 구석에 안배되었다. 김욱은 심유진의 사선에 앉았다. 사람들이 오해할까 봐 그녀와 거리를 두었다.김욱은 심유진이 양다리를 걸친다는 검색어로 실검에 오르는 것을 원치 않았다.다행히 모든 것은 순리로웠다.하지만 호텔에서 돌아오는 길에 김욱은 그들을 따라붙은 차량을 발견했다.차는 보통 차였다. 백미러로는 차 안의 사람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가 없어 그들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웠다.“유진아, 손잡이를 꽉 잡아.”김욱은 심유진한테 말했다.심유진은 아직 아픈 몸이라 머리가 즉각 반응하지 않았다.그녀는 머리 위의 손잡이를 겨우 잡았다.“왜...”왜요라는 두 글자를 채 말하기도 바쁘게 몸은 앞으로 쏠렸다. 김욱은 엑셀을 끝까지 밟았다.오후라서 큰길에는 차들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적지도 않
오래 못 뵈었던 조아주머니는 왜인지 호텔의 청소부 제복을 입고 있었다.조아주머니는 밀대를 잡고 있었다. 심유진의 방문 앞 바닥은 아직 흥건했다.조아주머니의 등은 예전보다 더 굽어있었고 많이 말라보였다.“유진아!”조아주머니는 심유진이 여태껏 보지 못했던 아냥을 떠는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얼굴의 주름은 미소 때문에 더 깊어졌다.조아주머니는 밀대를 던지고 심유진 쪽으로 다가왔다. 걸음걸이는 너무나도 빨라 도저히 그 나이대로는 보이지 않았다.심유진은 놀라서 연신 뒷걸음질 쳤다. 오른손은 무의식적으로 김욱의 어깨를 꽉 잡았다.김욱은 사진으로만 심유진의 전 시어머니를 본 적이 있었다. 사진 속의 여인은 피부 케어를 얼마나 받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눈앞의 이 사람보다는 훨씬 젊어 보였었다.그래서 김욱은 조아주머니를 못 알아보았다.심유진이 공포감을 드러내자 김욱은 경각성을 높였다. 김욱은 심유진의 앞에 나서서 그녀와 이상한 청소부를 갈라놓았다.조아주머니는 김욱의 행동을 보자 발걸음을 멈췄다. 조아주머니는 김욱과 심유진의 친밀한 자태를 보자 입을 삐죽하였다. 눈가에 혐오감은 언제 그랬나 싶이 금방 자취를 감추었다.“유진아!”조아주머니는 심유진을 빤히 바라보았다. 말라서 가죽밖에 남지 않은 듯한 두 손은 포개졌고 얼굴에는 슬픔과 억울함이 담겨 있었다.“엄마가 밥도 안 먹고 여기서 널 하루 종일 기다렸단다.”하지만 토로해낸 어려움은 심유진한테 그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돌아가시지 않는다면 경비를 부를 겁니다.”심유진은 차갑게 협박했다.조아주머니는 심유진이 이렇게 매정하게 나올지 몰랐다. 조아주머니는 입술을 파르르 떨더니 이윽고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유진아, 예전 일은 엄마가 잘못했다...”조아주머니는 말을 끝내기 바쁘게 바닥에 꿇었다.“엄마가 이렇게 빌게. 용서해다오!”조아주머니의 눈물은 얼굴의 주름을 타고 흘러내렸다.심유진은 차갑게 바라보기만 할 뿐 마음은 호수마냥 잔잔했다.심유진은 확신할 수 있었다. 조아주머니가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