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계속 자신에게 시비를 걸고 있었다는 걸 심유진도 알았지만 그동안 수많은 진상 고객들을 상대해 왔기에 심유진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번에는 답장이 빨리 왔다. “근데 지금 아프잖아요.” 심유진은 허태준이 무슨 뜻인지 단번에 알아들었다. 그 직원이 시간을 끌었기에 추운 곳에 오래 있다가 감기에 걸렸다는 말이었다. “제가 몸이 약해서 그래요.” “요즘 경주가 추워서 병원에 안 갔더라도 몸이 안 좋았을 거예요.” 허태준은 또 한동안 답장이 없었다. “알겠어요.” 한참이 지나서야 허태준에게서 답장이 왔다. 심유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고마워요.” 심유진은 자신 때문에 한 가정이 망가지는 건 원치 않았다. 감기약을 먹고 나니 금방 졸음이 밀려왔다. 잠결에 그녀는 누군가 방문을 여는 것이 느껴졌다. 억지로 눈을 뜨려고 했는데 희미하게 거대한 한 남성의 실루엣이 보였다. “오빠?” 심유진이 겨우 말을 뱉었다. 상대방이 고개를 끄덕이자 심유진은 다시 안심하고 잠을 청했다. 김욱이 침대맡에 앉는 것이 느껴졌다. 차가운 손이 이마에 닿았다. 왠지 익숙한 촉감이었으나 깊이 생각할 사이도 없이 그 사람은 손을 뗐다. 그리고 심유진은 완전히 잠에 들어 버렸다. 심유진은 일어나서 체온부터 쟀다. 37도 정도 되는 걸 보니 열이 대부분 내린 것 같았다. 어제보다 훨씬 기운도 생겼다. 김욱은 아침 일찍 아침밥을 들고 왔다. “어제 저녁도 안 먹었잖아. 일단 먹어.” 한동안 굶었더니 식욕이 돌았다. 김욱은 급하게 먹는 심유진을 보며 물을 떠다 줬다. “천천히 먹어. 그리고 어제 부탁한 일에 대해서 조사해 봤는데.” 김욱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심유진이 먼저 말했다. “누가 한 일인지 알았어.” 김욱은 원장이 직접 해고했다는 것만 알아냈다. 하지만 입사하고 나서 원장을 만난적도 없을 직원이 원장의 미움을 산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분명 원장을 조종한 사람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대표
원래 순서대로라면 사영은에게 가족들이 찾아가서 향을 피우고 인사를 올려야 하는게 맞지만 이제 사영은의 가족은 심유진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장례는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한 게 하나도 없었다. 그러니 김욱은 가지 말고 일단 아픈 몸부터 잘 치료하라고 했다. 묘지는 교외에 위치했으니 고층빌딩이 가득한 도심보다 훨씬 추울 것이다. 열도 다 안 내린 상태에서 찬 바람까지 맞으면 병이 더 심해질 수도 있었다. “그래도 갈래. 저녁에 떠나면 이제 다시는 기회가 없잖아.”김욱은 그래도 몇 번을 더 확인했다.“정말 잘 생각한 거야?”심유진은 망설이지 않았다.“그래도 나한테 생명을 안겨 준 사람이잖아.”사영은이 돌아갔다는 소식을 들은 후 심유진은 많은 것을 용서했다. 심유진이 마음이 넓어서가 아니라 이제 이 세상에 없는 사람과 그렇게 많은 것을 따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사영은의 마지막은 너무 처참했다. 그러니 이렇게 후사를 마무리하는 것은 낳아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함도 있었거니와 자기 마음 편하자고 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걸 묻는 게 아니야.”김욱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정말 오늘 저녁에 떠날 거야?”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는 애초에 올 때 왕복으로 끊었다. 심유진의 다리가 완전히 회복된 것이 아니니 가장 짧은 시간에 이쪽의 일을 모두 다 처리해놓고 다시 돌아가서 치료에 전념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귀국 소식이 어떻게 허태준의 귀에까지 들어 갔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알게 된 것도 그렇게 신기한 건 아니었다. 경주는 애초에 허태준의 구역이니 킹 호텔 내부에도 그가 심어놓은 사람들이 많을 수도 있었다.“비록 너랑 대표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작정 피하는 건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해.”김욱은 심유진과 오랫동안 같이 지내면서 이미 그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심유진이 허태준과 아무 일도 없었다라고 거짓말을 한 것이 사실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지 모르겠다는 뜻과 같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사영은은 그저 평범한 묘지에, 그녀가 그토록 깔보던 보통의 사람들과 함께 잠들었다. 심유진이 아무렇게나 하라고 했기에 김욱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대충 추천을 받은 대로 묫자리를 선택했는데 마침 호수를 마주 보는 자리여서 풍경이 좋았다. 하지만 산 중턱까지 올라야 하는 것이 단점이었다. 경주는 요새 관리가 더욱 엄격해졌기에 김욱이 가져온 많은 물건들은 산에 가지고 올라갈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그들은 지정된 장소에서 가져온 물건들을 태울 수밖에 없었다. 김욱은 농담으로 심유진에게 말했다. “사영은 씨가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심유진은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영은 씨 같은 삶을 사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김욱이 물었다.“젊었을 때는 몸을 팔고 우월한 삶을 얻었는데 이렇게 수많은 세월 동안 그 집안에서 아무런 존중도 받지 못하고 마지막에 생명까지 잃었어. 죽은 후에도 이렇게 외롭게 지낼 수밖에 없어. 오늘이 지나면 우리도 다시 못 올 것 같거든.”의미가 있을까? 심유진이 그 질문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건 자신이 잘 알겠지.”산을 오르려면 계단을 많이 타야 했는데 다 비교적 낮은 계단이었다. 김욱은 심유진을 부축 한 채 20분 정도 걸어서야 묫자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묘비는 질량이 가장 좋다는 검은색 화강암으로 만들었고 글씨는 금색으로 새겨 넣었다. 사진이 비교적 희미했는데 언젠가 드라마를 찍을 때 찍었던 사진이었다. 당시 사영은은 20 대였고 긴 웨이브 머리를 한 채 웃고 있는 모습이 유달리 청순해 보였다. 심유진이 기억하고 있는 그 신경질적인 중년 여성의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사진은 삼촌이 골랐어.”김욱이 말했다.“난 알아. 사실 삼촌이 그동안 한 번도 사영은을 마음속에서 내려놓은 적이 없었다는 걸.”육윤엽은 사영은에게 매정하게 굴기는 했지만 어쨌든 평생 동안 사랑 했었던 유일한 여인이었으니 그래도 아직 많이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심유진은 사실 조금 뜻밖이었다.“우리랑 같이
찬바람을 맞아서인지 심유진은 호텔에 돌아온 후 다시 열이 올랐다. 딱 보기에도 많이 아파 보이는 모습이 아니었더라면 김욱은 심유진이 국내에 조금 더 머무르려고 꾀병을 부리는 건 아닌지 오해했을 것이다. 김욱은 육윤엽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비행기표를 취소했다. 육윤엽은 조금 못마땅해했지만 그래도 심유진을 먼저 걱정했다. “유진이 몸상태가 먼저야. 잘 챙겨줘.” 김욱은 간호사를 불러 수액을 맞게 했다. 그리고 운 좋게도 또 같은 간호사가 심유진을 찾아왔다. 그녀는 김욱을 본 적 없었기에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낯선 남성의 모습에 방을 잘못 들어온 줄 알고 사과하며 다시 나갔다. “저기요! 잠시만요!” 김욱이 나갔을때 간호사는 방 번호를 하나하나 확인하고 있었다. 김욱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간호사는 따뜻하게 웃으면서 듣기 좋은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는 김욱의 모습에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그리고 자신이 방을 착각했다는 것을 알자 얼굴이 더 붉어져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 심유진이 억지로 정신을 차리며 간호사와 인사를 나눴다. 간호사는 여전히 상태가 호전되지 않은 심유진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아직도 열이 내리지 않은 거예요? 약은 잘 챙겨 먹었어요? 수액이 몸에 안 맞는 건가요?” 심유진이 몰아치는 질문에 정신을 못 차리자 김욱이 대신 대답했다. “아침에 나가서 찬바람을 맞았어요.” 심유진은 김욱을 째려봤다. 간호사가 원망의 눈길을 보냈다. “몸상태가 이런데 무슨 외출이에요! 자기 건강부터 챙겨야죠.” 간호사는 잔소리를 쏟아냈고 김욱은 옆에서 팔짱을 낀채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잔소리가 끝나고 나서야 심유진이 입을 열었다. “둘이 이러고 있으니까 부부 같네.” 아이를 교육하는 면에서 쿵짝이 잘 맞는 부부 같았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세요.” 간호사는 귀가 빨개져서 말했다. “놀리지 마.” 김욱도 말했다. 심유진은 억울했다. 그냥 장난으로 한말인데 이렇게 반응이 셀 줄은 몰랐다. 이러고 보니
심유진은 김욱에게 관심을 가지는 여자들을 많이 만났었다. 예전 같았으면 아예 상대도 안 했겠지만 심유진은 이 간호사가 싫지 않았다. 그래서 원하는 대답을 해줬다. “제 친오빠 같은 존재예요. 만약에 여자친구가 있다 해도 이런 걸로 질투하지는 않겠죠.” 간호사가 안심하는 것이 보였다. “여자친구가 없으신 거예요? 저렇게 멋지신데 애인이 없다고요? 거짓말하는 거 아니죠?” 사실 심유진도 신기하게 생각했다. 김욱 같은 사람이 여자친구도 없다는 게 말이 안 됐다. 하지만 심유진은 적당한 대답을 내놓았다. “일이 너무 바빠서 연애할 시간도 없나 보죠.” “무슨 일 하시길래 저렇게 바쁘신 거예요?” 간호사가 진지하게 물었다. “저희 아버지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요.” 심유진은 더 이상 자세히 말하지 않았다. 그녀를 놀라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아...” 간호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웬지 아까만큼 열정적이지 않았다. “그럼 확실히 바쁘겠네요.” 그래도 꽤나 놀란 모양이었다. 심유진이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간호사가 다시 물었다. “근데 허대표님만큼 바쁜 건 아니시지 않을까요? 허대표님은 연애할 시간 있는 것 같던데...” 간호사가 말하는 허대표님은 당연히 허태준일 것이다. 간호사가 보기에는 허태준 같은 재벌이야말로 전국에서 가장 바쁜 사람일 것 같았다. “어제 허대표님이 거실에서 얼마나 오래 기다리셨는지 알아요? 제가 갈 때까지도 거기 앉아계셨어요.” 간호사가 부러워하면서 말했다. 심유진은 이 일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어제 말씀하신 그 동기분은 어떻게 됐어요?” 심유진이 화제를 돌렸다. “아직도 팀장님들한테 사정하고 있죠. 근데 원장님이 하신 결정에 누가 토를 달겠어요. 저라면 당장 다른 병원에 취직할 거예요. 영안실에서 일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그럼 당연히 직장을 찾기도 쉬울 텐데 왜 굳이 저 병원에 매달리는지...” 간호사는 너무 순진했
허태준의 마음은 하루 종일 불안하였다. 미팅 중에도 핸드폰을 드문드문 들여다보곤 했다.심유진은 허태준을 찾지 않았다.허태준은 자신이 지금 어떤 기분인지를 잘 모르겠다. 그는 심유진이 먼저 그와 얘기하기를 바랐지만 그녀가 자신이 듣기 싫어하는 얘기를 할까 봐 두려웠다.이틀 동안 심유진이 허태준에 대한 냉담함, 심지어 배척감은 허태준도 느꼈다.그가 지난 시간동안 했던 모든 노력은 그가 희망하는 정반대의 결과를 불러왔다.하지만 허태준은 후회하지 않았다.언젠가는 별이의 출생에 대해 얘기해야만 했다.하루라도 일찍 해결하는 편이 질질 끄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그는 부하직원이 보낸 메시지를 보았다.“심유진씨와 김욱씨는 산소에 갔습니다. 심유진씨와 김욱씨는 이미 호텔로 돌아갔고 김욱씨는 금일 저녁 항공권을 취소하였습니다...”마음속으로 기뻤다. 그는 생각했다. 심유진이 남게 되었다는 것은 자신 때문이 아닐까?심유진의 카톡은 갑작스레 도착했다.허태준은 마침 사무실에서 오전에 묵혀뒀던 문서들을 살펴보고 있었다.핸드폰의 진동이 울리자 허태준은 급히 카톡을 열어보았다. 심유진이 보낸 문자 내용을 확인한 후 허태준의 희열은 불안으로 변했다.무슨 얘기를 하려고 하는 걸까? 별이에 관한 이야기? 아니면 심유진과 자신에 관한 이야기?심유진의 두 날 동안의 표현을 보면 허태준은 장담할 수 있었다. 그녀가 한평생 자신을 가까이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는 것을.허태준은 난생처음으로 심유진을 만나는 것에 대해 반감 같은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하지만 두 사람의 문제는 해결해야만 했다. 도망만 쳐서는 안 된다.일부러 한참을 꾸물거린 후 허태준은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문자를 보냈다.“여섯 시쯔음 갈게.”회사에서 호텔로 떠나기 전 허태준은 자신한테 용기를 북돋워 주기 위해 와인 반병을 마셨다.하지만 전혀 쓸모가 없었다.심유진의 방문 앞에 도착하자 허태준의 심장은 미친 듯이 날뛰었다.그는 한참을 들여 안정을 취하고 심유진한테 전화 했다.“문을 열어줘. 지금 방 밖
심유진은 침대 밖에서 허태준이 얼굴을 붉힌 것을 본 적이 없었다.그때의 허태준은 흥분해서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부단히 움직였으며 가끔 낯부끄러운 말도 내뱉었다.심유진은 부끄러워졌고 가슴이 뛰었다.허태준은 그녀의 변화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기침하면서도 어떻게 이 물음에 대답할지 고민했다. 어떻게 대답해야 그녀가 화를 내지 않을까.“일부러 사람을 붙인 건 아니야.”허태준은 입을 뗐다.“네?”심유진은 멈칫하다가 이내 알아차렸다.이 사람이 자신한테 사람을 붙여 감시하게 하였구나.심유진은 이미 이런 일에 이골이 났다.그때 그 차 사고 이후로 그녀의 주변은 온통 그녀를 보호하려는 사람이다. 그녀는 어떤 사람이 육윤엽의 사람이고 어떤 사람이 허태준의 사람인지 몰랐다.프라이버시에 침범당했다고 하지만 그녀는 그들이 자신을 위해 이런 일을 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그게 중점이 아니에요.”심유진은 자세를 고쳐 앉았다. 몸을 옆으로 기대면서 허태준을 마주 보면서 앉았다.“오늘 당신을 찾은 것은 일자리를 그 사람한테 돌려주라고 말하려던 것이었어요.”심유진은 똑똑히 얘기했다.허태준은 실눈을 떴다.물론 허태준의 불만은 심유진을 향한 것이 아니라 그녀에게 이 일을 일러바친 사람이었다.허태준은 심유진이 아는 것보다 더 그녀를 잘 알았다.허태준은 심유진이 그런 사람들처럼 따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심유진은 착하고 마음이 약했고 화가 나도 자신처럼 강압적인 수단으로 억누르고 복수하지 않았다.그래서 허태준이 암암리에 그녀를 위해 한 일은 절대로 그녀에게 알리지 못했다.일이 이렇게 될까 봐 여서였다.“그런 업무태도로는 언제든지 클레임 때문에 직장을 잃을 수밖에 없게 되는걸.”허태준은 양보하지 않으려 열심히 변명 했다.그는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그런 사람의 악의적인 행동 때문에 심유진은 바람을 맞아 감기에 걸렸고 고열에 시달렸다. 허태준은 자신이 경하게 처사를 한 것이라고 생각되었다.“누구한테나 그런 태도를 보인 것은 아니에
”난...”심유진은 아랫입술을 깨물면서 고개를 들어 불쌍한 눈으로 허태준을 바라보았다. 목소리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 고양이 같았다.“몸이 안 좋아요...”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뜨거운 체온은 그녀의 손바닥을 타고 허태준의 피부에 닿았다.허태준은 차가운 척을 그만했다.그는 그녀의 곁에 돌아와 잡히지 않은 손으로 그녀의 이마를 짚었다.뜨거운 온도는 허태준의 이마를 찌푸리게 했다.“왜 내리지 않지?”심유진은 고개를 저었다.“모르겠어요. 주사도 맞고 약도 먹었는데.”하지만 체온은 오르내리기를 반복했다. 약효 때문에 잠시나마 내리기도 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또 오르군 했다.“병원에 가자.”허태준은 결정했다.이런 증상은 일반 감기 같지 않았다.심유진은 그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걸을 수 있겠어?”허태준은 아직 채 회복되지 않은 그녀의 다리를 쳐다보면서 물었다.“네.”심유진은 한 걸음 내디뎠으나 금세 허태준의 품에 안기고 말았다.허태준의 손은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그리고 그녀를 꼭 껴안았다.“확실해?”그는 눈썹을 치켜들고 장난스레 물었다.심유진은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저...”핑계가 생각나기도 전 다리가 들리더니 허태준은 심유진을 품에 안았다.한순간의 무서움과 황급함 때문에 심유진은 허태준의 목을 꽉 껴안았다. 심유진의 얼굴은 허태준의 얼굴에 대일 것만 같았다.안정된 후 그녀는 두 사람의 거리에 부끄러워 급히 손을 놓았다. 그리고 거리를 두려 했다. 하지만 안긴 자세인지라 거리를 두려 해도 멀리 두지 못했다.허태준은 그녀의 행동을 무시한 채 아무 표정도 짓지 않았다. 다만 입술만 더 굳게 다물었을 뿐이다.**술을 마셨기에 허태준은 운전하지 않고 기사를 불렀다.병원에 도착하였을 때 허태준은 심유진을 안고 뒷좌석으로 갔다. 그리고 심유진을 다리 위에 앉혔다.심유진은 부끄러웠다. 앞에 모르는 사람까지 앉아있으니 말이다.심유진은 허태준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썼다.“내려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