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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3화

허태준의 집은 킹 호텔과 매우 가까웠다. 하지만 그는 호텔 주변을 몇 바퀴 빙빙 돌면서 긴장이 조금 가시고 나서야 킹 호텔의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호텔 로비로 들어가고 난 뒤에도 그는 여전히 심장이 뛰었다.

허태준은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직원들의 환영을 거부하고 혼자 휴게실 소파에 앉았다. 그는 일부러 시야가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사용하는 모든 손님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이렇게 무작정 기다린다는 건 사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허태준에게는 더욱 쉽지 않았다. 그의 손을 이미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고 온몸의 근육은 경직되어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이 점점 많아졌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릴 때마다 허태준은 한 사람 한 사람 자세히 살펴봤다.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익숙한 두 얼굴이 보였다.

허태준이 다급히 몸을 일으켜 그쪽으로 다가갔다. 김욱은 심유진보다 먼저 그를 발견하고 놀란 얼굴로 물었다.

“허대표님?”

심유진도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허태준을 보는 순간 심유진은 얼굴이 굳어졌다. 눈빛에 복잡한 감정이 담겨있었다. 허태준은 그 반응을 보며 가슴이 답답해지는 걸 느꼈다.

“좋은 아침입니다.”

허태준이 억지로 웃었다.

“좋은 아침이네요.”

대답한 건 김욱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무슨 일이세요?”

당연히 아무 일도 없었다. 하지만 사실대로 말할 수도 없었다.

“출근할 때 마침 킹 호텔을 지나고 있는데 어제 여형민이 여기에서 두 분을 만났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한번 제 운을 테스트해 보고자 들어와 봤어요.”

김욱이 장난을 치며 말했다.

“그러니까 저희를 만난 게 행운인가요 불행인가요?”

허태준이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당연히 행운이죠.”

허태준에게는 엄청 큰 행운이나 다름없었다.

“어디 가세요?”

허태준이 화제를 돌렸다.

“병원이요.”

김욱이 대답하자 허태준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심유진의 다리로 갔다.

“무슨 일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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