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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9화

”좋아하는 사람이 널 좋아하니까.”

허태준의 목소리는 룸 안에 퍼졌다. 은근 질투하는 것 같았다.

“누가 나은희를 좋아한대!”

여형민은 발칵 뒤집힌 듯했다. 술잔을 탁자에 쾅 하고 놓고 허태준한테 경고했다.

“제멋대로 상상하지 마!”

하지만 그의 반짝이는 눈과 피날 것 같이 빨갛게 물든 귀는 그의 마음을 폭로하였다.

“나도 눈이 있어서 볼 수 있어.”

허태준은 피식하더니 금세 정색했다.

“나한테 솔직하게 말할 수 없어?”

여형민의 몸은 흠칫했다.

허태준의 말은 바늘처럼 그의 몸을 찔러댔다. 그의 모든 기를 방출한 것 같았다.

술을 마시자 그는 용기를 얻었다. 자존심 또한 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솔직하게 얘기하지 않은 게 아니라...내 마음을 아직 잘 모르겠어.”

여형민은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나은희한테 아직 증오하는 마음을 품고 있다—그녀가 하찮은 수법으로 그를 해치고 그가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오했던 마음도 함께 보낸 오랜 시간 동안 점점 옅어만 갔다. 이윽고 무언가 다른,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여형민은 이게 무슨 감정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그는 단지 나은희가 자신을 오해할 때 화가 나고 슬퍼지고 무서워졌다는 감정을 느낄 뿐이다. 나은희가 이혼 얘기를 꺼낼 때 그의 몸속 모든 세포가 반항을 하는 것 같았다.

“그게 좋아하는 거야.”

허태준은 결론을 내려줬다.

다만 이런 좋아하는 마음은 아직 그가 나은희에 대한 습관적인 반감에 가려져 알아차릴 수 없게 되었을 뿐이다.

여형민은 말없이 술을 마셨다.

그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허태준한테 정곡을 찔리자 그는 시간을 들여 천천히 소화해야만 했다.

“좋아한다면 잘해줘.”

허태준은 말렸다.

“쓸데없는 자존심은 버리고. 마누라가 떠나면 후회하게 될 거야.”

“너처럼?”

여형민은 곁눈질로 허태준을 보면서 장난스레 웃었다.

“나는 너랑 달라.”

허태준은 당당했다.

“심유진은 날 좋아하지 않아.”

그는 그녀를 조사했다. 그녀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한테 얼마나 차갑고 매정하게 대했는지를 잘 알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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