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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6화

”네?”

허태준의 입에서 죄송하단 말이 나오다니, 나은희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하지만 허태준은 다시 한번 반복했다.

“죄송합니다.”

“뭐가요?”

나은희는 의혹이 앞섰다.

“오늘 일어난 일은 형민이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허태준이 말했다.

“다 제가 벌인 일이예요.”

그는 옆 사람에게 설명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일 친한 친구가 자신 때문에 억울함을 당하는 게 더 싫었다.

나은희는 눈을 깜빡였지만 머리가 굴러가지 않았다.

“왜죠?”

허태준은 결혼식을 파괴할 이유가 없었다.

그는 두 신인과 잘 아는 사이도 아니었거니와 두 가족에도 아무런 원한이 없을 것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여형민의 죄를 뒤집어쓰는 것 같은데.

“심연희가 더 괴로워하기를 바랐어요.”

심연희 얘기가 나오자 허태준의 눈에는 음침함이 스쳐 지나갔다.

심연희는 심유진을 다치게 하고 법정이 열리기 전에 사라져 도주범이 되어 추격당했다. 나은희는 허태준과 심유진의 관계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허태준이 심유진을 위해 심연희에게 복수를 한다는 것도 이해가 갔다.

하지만 이 일은 여전히 이해가 안 갔다.

“애초에 심연희가 정재하를 버린 건데 그 사람이 속상할 게 뭐가 있어요?”

나은희의 인상 속에 헤어지면 완전히 낯선 사람이 되는 것이다. 상대방의 생활은 이미 자신과 아무런 관계도 없기에 상대방이 잘살고 있다고 해서 마음이 불편할 일도 없다.

하필 심연희는 나은희와 상반되는 사람이었다. 더욱이 심연희는 정재하를 차버리고 허태서한테 시집간 후 꿈에 그리던 호화로운 생활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점점 비참하게 살았기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타격이 심했다.

각 매체에서 정재하와 나지희의 행복한 모습을 보게 되니 그녀의 마음은 불공정으로 가득 찼다—나 지혜가 얻게 된 모든 것은 원래 그녀의 것이었다!

필경 정재하는 한 마리의 개처럼 그녀에게 찰싹 달라붙어 그녀가 아니면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막다른 길에 선 심연희에게 정재하는 마지막 희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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