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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9화

나은희는 나지희가 애써 참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가슴이 아팠다.

“엄마아빠 눈치 볼 것 없어.”

나은희는 모두 다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나지희에게 말했다.

“네 행복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그러니까 이 결혼을 취소하고 싶다면 온 가족이 널 지지할 거야.”

정재하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다. 그는 어쩔 줄 몰라 하면서 나지희를 바라보았다. 내밀었던 발도 다시 거두면서 그녀의 심판을 기다렸다.

하지만 나지희가 입을 열기도 전에 심연희는 뒤에서 정재하를 껴안았다.

그녀는 뼈가 보일 정도로 앙상하게 말랐지만 유난히 힘이 셌다. 그의 허리를 감싸자 그는 아픔을 느꼈다.

“재하야! 걔랑 결혼하지 마! 넌 나를 사랑해, 재하야!”

심연희는 울부짖으면서 정재하의 뒤쪽에서 머리를 내밀었다. 그리고 나지희를 노려보았다.

“재하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야! 당신이 아니야! 절때 너랑 결혼하지 않을 거야! 꿈 깨!”

나지희는 심연희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녀가 여기에 없는 것처럼.

“정재하, 오 분 줄게.”

나지희는 나은희한테서 핸드폰을 가져갔다. 그리고 스크린 속의 시간을 보면서 말했다.

“지금은 11시 17분이야. 11시 22분까지 기다릴게. 시간이 되면 올라가서 모든 사람한테 말할 거야. 오늘의 결혼식은 취소라고.”

그녀의 말은 협박이 아니었다. 공지였다.

정재하는 잘 알기에 더 다급했다.

그는 당장 심연희의 손을 뿌리치고 싶었다. 그녀에 대한 미안함에 우유부단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선명하고 확고하게 거절했다.

“심연희, 나는 더 이상 널 사랑하지 않아. 내가 지금 사랑하는 사람은...”

“하지 마! 얘기하지 마! 안 들을래!”

심연희는 소리를 지르면서 귀를 막았다. 이렇게 해야만 잔혹한 현실을 마주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 소용 없다.

정재하는 그녀의 간섭에 굴하지 않고 마저 얘기했다.

“나는 지희를 사랑해. 지희랑 진심으로 한평생을 함께 하고 싶어.”

“아아아아아!”

심연희는 더 높은 목소리로 정재하의 목소리를 누르려 했다. 그리고는 미친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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