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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4화

정재하의 진정성 있는 태도에 허태준의 마음도 많이 약해졌다. 며칠 전 부하들을 시켜서 했었던 일들을 생각하니 정재하의 두 눈을 마주 볼 수가 없었다. 허태준은 예의를 차리며 대답했다.

“초대해 주셔서 제가 더 감사하죠.”

“태준아, 오늘 수고 많았다.”

나지희 아버님이 웃으며 말했다. 나씨네 집안과 허씨네 집안은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집안 어른들끼리도 자주 만남을 가졌었다. 허태준은 비록 이런 상황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나씨네 집안사람들과는 친하게 지낼 필요가 있었다.

“형민이가 고생했죠.”

허태준은 모든 공로를 여형민에게 돌렸다. 아버님도 맞은쪽을 쳐다봤다. 여형민은 여전히 손님을 맞이하고 축의금을 걷느라 바빴다. 나은희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보니 영락없이 다정한 한쌍의 부부였다.

“형민이가 확실히 고생 많이 했지.”

아버님이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둘이 이렇게 사이좋은 모습은 오랜만에 보네.”

여형민과 나은희의 혼인은 쌍방 부모님들의 결정 하에 이루어진 것이었다. 두 사람이 별다른 감정이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비록 자주 다정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으나 부모님들이 어찌 그 내막을 모를 수 있을까. 허태준은 화제를 다시 이 신혼부부에게로 돌렸다.

“이제 또 소원 하나 이루셨네요.”

아버님이 호탕하게 웃으며 허태준에게 물었다.

“근데 부모님은 왜 안 오셨어?”

“여행 가셨어요. 두세 달 뒤에 돌아오실 거예요.”

허태준이 대답했다. 부모님의 여행 역시 허태준이 계획한 것이었다. 허태준은 삼촌들의 범죄 증거를 확보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중간에서 제지하거나 속상해서 삼촌들을 미리 다른 곳에 보내놓을까 봐 두려웠다. 근데 아직까지 연락이 없는 것을 보면 삼촌들이 감옥에 간다는 사실은 모르는 것이 분명했다.

나은희 아버님은 아쉬운 듯했다.

“오늘 태준이 아빠랑 한잔 하려고 했는데.”

허태준이 아버지 대신 대답했다.

“앞으로도 기회는 많은데요 뭐.”

허태준은 혼자 연회장 안으로 들어갔다. 결혼식장은 흰색과 핑크색으로 설계되었기에 사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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