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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2화

결혼식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하객들도 하나둘 도착하기 시작했다. 허태준과 여형민도 바빠졌다. 하객들 중 허태준을 아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다들 이 기회를 빌어 허태준과 친해지려고 담배를 건네거나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기도 했고 심지어는 여자를 소개해 주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처음에는 여형민과 나씨네 집안사람들의 체면을 위해서 허태준도 대충 응대했으나 그는 그렇게 인내심이 깊은 사람은 아니었다. 결혼식에 참여하는 하객들 마다 자신에게 치근덕대는 것을 보자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자리를 떴다.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올게.”

예식장이 매우 컸기에 허태준은 사람이 없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복도는 창문이 열려져 있었기에 창문을 타고 들어오는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그는 정신이 조금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아무런 메시지도 와있지 않았다. 미국에서 돌아온 지 4일이나 지났는데도 심유진은 한 번도 그에게 먼저 연락을 한 적이 없었다. 김욱을 통해서 전한 물건을 아직 보지 못한 것일까? 허태준은 묻고 싶었으나 물을 수가 없었다. 만약 심유진이 이미 확인을 했지만 아직도 그를 원망하고 있는 거라면... 허태준이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쪽에서의 일을 모두 해결하고 미국으로 가서 그녀에게 직접 속죄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사이 옅은 담배냄새가 코를 찔렀다. 허태준이 인상을 썼다. 몇 년 전부터 경주는 실내 흡연을 금지했기에 이런 장소라면 더더욱 엄격히 금지되어 있을 것이다. 그는 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싫어했다. 하지만 직접 가서 그 행동을 지적하지도 않았다. 그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옷매무새를 다시 가다듬고는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 돈 좀 더 마련할 수 없어?”

굉장히 다급해 보이는 목소리였다.

“애초에 그 사람들을 믿어서는 안 됐어. 그 큰돈을 다 날렸잖아.”

“지금 다들 나보고 물러나라고 난리야. 됐어 됐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정말 믿을 놈 하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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