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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8화

“너 아직도 나은희 무서워하니?”

허태준이 비웃었다. 여형민은 창피한지 얼굴이 빨개졌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얼른 일어나.”

여형민이 호통을 쳤다. 허태준은 궁금했으나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좋아하면 그냥 좋아한다고 해.”

허태준이 여형민의 등을 두드렸다.

“어차피 결혼도 한 사이인데 예전에 일은 그냥 잊어버려.”

여형민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허태준은 그가 또 과거의 일들을 떠올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도 좋아하고 상대방도 나를 좋아하는 이런 관계는 찾기 쉽지 않아.”

허태준은 여형민에게 이런 진지한 얘기를 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하지만 자신도 겪었던 일이니 간절히 원하는데 얻지 못하는 그 아픔을 알고 있었다. 비록 나은희의 예전 행동들은 용서할 수 없었지만 그녀의 사정에 공감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나은희도 벌 받을 만큼 받았어. 정말 그 사람한테 마음이 간다면 그냥 잘 지내봐. 사랑이라는 건 한번 놓치면 다시 돌아오지 않아.”

마치 그와 심유진 사이의 관계와 같았다. 만약 처음 만났을 때부터 조금 더 주동적이고 용감하게 다가갔더라면 이렇게 오래 헤매지도 않았을 것이다. 여형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씨네 집안은 경주에서 알아주는 집안이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여형민네 집안과 혼담이 오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은희는 여형민과 결혼할 때 여형민 의 의견에 따라 결혼식을 성대하게 올리지 않고 집안사람들끼리 간단하게 한 끼 식사를 하는 것으로 끝냈다.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던 것은 나씨네 집안에서 계속 아쉬워하던 일이었다. 근데 이제 작은 딸이 결혼을 하니 전에 그 아쉬움을 채울 기회가 온 것이다. 그들은 큰 예식장을 빌려 한 달 전부터 설계를 시작했다. 신부의 요구로 예식장은 핑크색과 흰색을 주제로 동화 속에 들어온 것처럼 몽환적인 분위기로 꾸며졌다. 경비도 일반 호텔보다 훨씬 삼엄했다. 여기저기 무장한 경찰들이 깔려 있었다.

오늘 결혼식에 참여한 사람들은 대부분 신분이 높은 사람들이니 혹여나 결례를 범할까 봐 결혼식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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