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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9화

예식장에서 나은희는 최종점검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깔끔한 흰색 정장을 입고 하이힐을 신었는데 마침 어깨까지 오는 긴 생머리가 자연스럽게 나풀거리며 크고 반짝이는 귀걸이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나은희를 보자마자 여형민의 시선은 그녀에게서 떠나지 않았다. 허태준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가만히 그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나은희는 한 손에 무전기를 든 채 조금 삐뚤게 설치된 조명을 가리키며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허태준이 일부러 여형민에게 물었다.

“저쪽으로 갈까?”

여형민이 드디어 고개를 돌렸다.

“아니, 아무 데나 앉아있자.”

“나은희가 세 번이나 전화했다며. 그렇게 급히 찾은 걸 보니 무슨 일이 있는 거 아닐까?”

“어차피 나 보고 뭔가 도와 달라고 하는 건 아닐 거야. 우리가 결혼하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열심히 할 필요가 있어?”

여형민과 알고 지낸 세월이 있는 만큼 허태준은 여형민의 생각을 단번에 읽어 냈다.

“왜, 결혼식 올리고 싶어 졌어?”

허태준이 살짝 눈을 흘겼다.

“애초에 결혼식을 안 올리겠다고 한 사람은 나은희가 아니라 너잖아. 근데 이제 와서 기분 나빠하는 건 좀 아니지 않아?”

여형민은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해 그저 허태준을 째려볼 뿐이었다.

“너 왜 나은희 편들어?”

허태준이 손을 저었다.

“아니, 난 그냥 맞는 말을 할 뿐이야.”

여형민은 이를 악물었다.

“꺼져.”

훤칠한 남성 둘이 입구에 이렇게 오래 서 있으니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나 은희는 일에 집중하다가도 직원들의 시선을 따라 그쪽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을 보자 나은희가 웃으며 그쪽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하이힐을 신은 데다가 바닥은 닦은 지 얼마 안 되어 아직 물기가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나은희는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주위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때 허태준은 한 사람이 신속하게 나은희 쪽으로 달려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허태준은 억지로 웃음을 참았다. 여형민은 나은희를 품에 안았다. 드라마 한 장면 같은 상황에 주위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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