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설희의 전화로 진시우는 형사팀으로 가려던 계획을 변경하고 장이경의 별장으로 선로를 틀었다. 별장으로 들어서는데 밖에서부터 분위기가 뭔가 침침했다. 진시우는 그냥 묵묵히 이시연을 데리고 걸어 들어갔다. 가보니 오른쪽 팔만 달려 있는 중년의 남자가 쏘파에 앉아 있었다. 이 사람이 바로 장이경의 경호원이자 아까 장설희가 전화에서 말한 아저씨인 이만구였다. 진시우는 왼팔이 비어있는 이만구를 지그시 바라보다 다시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기혈의 급격한 하강에 많이 쇠약해진 이만구였다. 그런 이만구를 보니 미간이 절로 구겨졌던 거다. 사실 진시우는 장이경의 집에 제일 처음 왔을 때부터 이만구의 존재를 감지하고 있었다. 비록 정식으로 본 적은 없지만 느껴지는 강렬한 기로 미뤄보아 실력은 대충 구권 좌주인걸 인츰 눈치챌 수 있었다. 하지만 왼판을 잃어버린 지금 전과는 크게 달라져 있었다. 특히 이만구와 같이 절정의 무자한테 있어 기혈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만약 경력은 무자의 실력을 대표할 수 있다면 기혈은 구체적인 상태였다. 그런 기혈이 좋으면 좋을수록 전투에서 경력을 더 효과적으로 이끌어내고 사용할 수 있었다. 장이경은 진시우를 보더니 측은한 눈빛으로 말했다. “시우야, 이제 오느냐?” “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이 분이 바로 이만구 경호원이죠? 안녕하세요, 선배님?” 진시우는 두 손을 맞대어 무도의 방식대로 인사를 하였다. 이만구는 서서히 두 눈을 뜨고 그제야 진시우를 쳐다보았다. “진 선생님 오셨군요. 어서 앉으세요, 내가 지금 몸이 많이 안 좋아서……. 아무튼 개의치 말고 편하게 하세요.” “네.”진시우는 가볍게 답하고는 이만구한테로 다가가서 손을 살며시 어깨에 올려놓았다. 비록 진시우가 자신한테 악의가 없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갑자기 올려놓은 손에 이만구는 그래도 조금 놀란 기색이었다. 하나 그것도 잠시 이내 표정이 급변하여 고개 들어 진시우를 보았다. ‘이…… 이건 도대체 뭐지?!’ 손으로부터 이름할 수 없는 강력한 힘
진시우는 강호에 있는 고수들에 대해서 요해가 적었다. 이만구는 백모염왕이라는 말에 여전히 시큰둥한 표정을 보이는 진시우를 보고 설명을 보탰다. “백모염왕은 동해의 사람입니다. 천인 대고수이고 입 주변에 하얀 수염이 길게 자라나 있어 사람들은 백모염왕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이만구의 말에 진시우는 계속 물었다. “그래서 이 사람 지금 어디에 있죠?” 순간 날이 가득 서 있는 진시우의 말투에 이만구는 의아해서 물었다. “네? 혹시 누구인지 아세요?” “내 친구를 다치게 할 뻔했거든요.” “이런……, 그런 일이 있었군요! 나를 공격한 뒤 지금은 종적을 감춰버려서 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기억하세요, 백모염왕은 절대 약한 상대가 아니라는걸! 막강한 실력의 소유자더군요! 만약 내한테 장 성주님의 경호원이라는 신분이 없었더라면 아마 지금은 싸늘한 주검이 되어 있을 겁니다.” 진시우는 여전히 궁금한 것이 많았다. “그런데 선배님한테 찾아온 이유가 뭐죠? 굳이 결투까지 벌이고…….” 이 물음은 장이경이 답했다. “그건 우리가 너를 도와주었다고 아마 경고차원에서 온 것일 거야.” 장이경은 고개를 흔들면서 말했다. 성주라는 신분이 있음에도 감히 이렇게 거칠게 공격해 오는 사람이 있다는 거에 놀라울 따름이었다. 말하다 장이경은 화제를 돌려 한 가지 중요한 사안을 꺼냈다. “그래서도 시우야, 이제부터 말이다. 나…… 너를 공개적으로 도와주지는 못하겠구나.” “심지어 우리 사이가 결열 되었다는 그런 모습까지 보여줘야 할거 같아. 이제 진무사에서 사람을 파견하여 이번 일을 해결하기 전까지 말이야.” 진시우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었다. “나야 뭐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아저씨와 설희 씨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충분히 할 수 있죠.”장이경은 그래도 진시우가 섭섭해할까 봐 한마디 더 보탰다. “이건 그냥 표면상 그럴싸하게 연기하는 거니 따로 섭섭해하지는 말고! 우리는 그래도 너를 지지한다! 만약 필요하다면 언
진시우가 장이경 집으로 향하는 사이에 대원단의 도움으로 다시 몸을 회복한 조신갑은 잠시 휴식을 취하였다. 하지만 대종사인 진시우한테 당한 것이 너무나도 억울했는지 다시금 일어서서 어디론가 향했다. 어떻게든 잃어버린 체면을 다시 되찾아야 했다. 만약 이 사실이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자칫 강호의 웃음거리로 전락해 버리는 수가 있으니 더욱 맘이 조급했다. 조신갑은 그렇게 집문을 나서는데 순간 얼어버리고 말았다. 문 앞에는 세명의 사람이 서있었다. 한 명은 30살 정도 돼 보이는 키 큰 남자였다. 딱 봐도 귀한 집의 사람이었다. 몸 밖으로 흘러넘치는 기질이 남달랐고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귀티 났다. 그리도 다른 한 사람은 60이 족히 넘어 보이는 늙은이였는데 체구가 작고 과묵해 보였다. 나머지 한 명은 조금 비대한 체형에 인상이 옆의 둘보다는 좋아 보였다. 특히 실눈이 인상적이었다. 조신갑은 이 세명의 등장에 깜짝 놀랐던 거다. 특히 중간에 서있는 키가 가장 큰 남자를 보았을 때 더더욱 그랬다. 그리고 조건반사처럼 허리가 절로 굽혀지면서 정중한 인사를 올렸다. “김 도련님! 어떻게 여기까지 귀한 걸음을……?” 조신갑마저 얼어붙게 할 정도라면 필시 귀한 신분임이 틀림없었다. 김 도련님은 차갑게 말을 뱉었다. 그는 멀리 창밖을 바라보면서 조신갑에게 말했다. “지금의 진도가 맘에 안 든다네요, 아버지께서.” “그래서 나더러 친히 한번 와보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여태까지 정씨 가문과 도대체 뭘 하고 있던 거예요?” 조신갑은 김 도련님의 꾸중에 찍 소리 한번 못하고 식은땀만 뻘뻘 흐리고 있었다. 확실히 일을 순조롭게 풀어내지 못했으니 송구하기도 했고 면목이 없었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정씨 가문의 정기해에게 책임을 물으면서 욕지걸이나 하고 있었다. ‘그러게 정기해 이 양반이 조금이라도 더 잘했더라면 이런 꼴을 당하지 않을 텐데.’하지만 김 도련님의 기색을 보아하니 조신갑에게 화를 내러 온 모양은 아니었다. 김 도련님은 답이 없는 조신갑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원래 조신갑은 이대로 다시 진시우에게 다시 한번 쳐들어가 철저히 끝장을 보려고 했었는데 김 도련님의 출현으로 잠시 이 생각을 내려두었다. 김 도련님이 친히 와서 정씨 가문으로 가자고 제안하였으니 여기에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김 도련님이 왔다는 얘기에 정기해와 정기하 두 가문의 중요인물은 쪼르르 달려와서 마중했다. 김 도련님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물었다. “한 사람이 모자라는걸요? 정기강은요?” 정씨 가문의 세 핵심멤버 중 일인인 정기강이 보이지 않자 물었던 거다. 동시에 정씨 가문의 수장역할을 담당하는 인물인지라 입지가 대단하였다. 그런 인물이 보이지 않으니 김 도련님이 구태여 물어본 거였다. 세 핵심멤버는 각자 가문 내에서 자신의 파벌을 형성하고 있었다. 당연 수장인 정기강이 가지고 있는 권력과 자원은 제일로 컸다. 모든 가문의 내부 구조가 다 그렇듯 가문의 인원이 아무리 많다 한들 권력은 대체로 중요한 인물들이 몇몇 나와서 나눠가지기고 있었다. 그리고 상위의 사람들이 하위의 사람들을 부려먹고, 대충 그런 식으로 운영된 가고 있었다. 그러니 보통 그 중요한 인물들만 잘 공제하면 가문 전체를 손아귀에 넣을 수 있었다. 그런 운강에서 신익상회를 대표하는 세력인 만큼 정씨 가문은 상회에서 뭐라고 하면 반드시 따라야 했다. 가문의 수장도 예외는 없었다. 그리고 오늘 상회에서 김 도련님을 파견해 내려보냈으니 정씨 가문에서는 더욱더 극진으로 대했다. 김 도련님의 한마디라면 정씨 가문의 수장이라도 바꿔야 할 만큼 권한이 컸다. 정기해는 맘속이 후들후들 떨려나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냥 사실대로 얘기하기로 했다. “지금 형사팀에 있습니다.” “형사팀?!” 김 도련님은 태연자약해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아니, 운강시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지내오면서 겨우 형사팀 하나 먹어 들어가지 못했던 거예요?”김 도련님은 정씨 가문에 대해 철저히 희망을 저 버렸다는 어조로 말하였다. 정기해는 고개만 푹 숙인 채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장이경이 앞을 가로막고 있
“어서 가! 다시는 우리 집에 발을 들일 궁리를 하지 말고! 감히 우리 집에 다시 한번 오게 되다면 반드시 형사팀 사람들을 불러서 혼을 내줄 거야!” 장이경의 별장에서 난데없이 버럭버럭 화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심지어 밖에서도 장이경의 언성이 들릴 정도로. 그 누구도 이 말소리에서 장이경이 아주 화가 나 있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진시우와 이시연은 표정이 어두워서 거의 쫓겨나 듯 별장밖으로 걸어 나왔다. 진시우는 그렇다 치고 반면 이시연은 상심이 컸다. 마치 고백에서 차인 거 마냥 반쯤 울상이 되어 진시우를 따라 나왔다. “장 성주님과 사이가 좋다더니! 이게 뭐가 좋은 거야?!” “괜한 욕만 먹고! 도대체 뭐 하러 여기에 왔는지 모르겠어!” 이시연은 씩씩거리면서 홱 돌아서고는 혼자 성큼성큼 걸어갔다. “아니……, 전에는 좋았었어. 그런데 누가 알아? 갑자기 저렇게 180도 변해 있을지?” 하나 이시연은 진시우의 손마저 뿌리친 치고는 계속 걸어가는 거였다. 진시우의 설명이 듣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 진시우도 난감한 나머지 별장의 대문 앞에 덩그러니 서서 애꿎은 초인종만 꾹꾹 눌러댔다. “성주님, 내가 그래도 당신 병을 치료해 준 사람으로서 그런 사람을 이렇게 대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이런 사실이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참 다들 성주님을 좋게 보겠어요.” 하나 들려오는 더욱 쌀쌀한 답변뿐이었다. “혹시라도 밖에 나가서 함부로 지껄이고 다녔다가는 큰코다칠 줄 알아!” 진시우는 어이가 없어서 순간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몰랐다. 그냥 그렇게 2초 동안 멍하니 서있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혼자 걸어가는 이시연을 따라잡았다. 별장 내에서. 장이경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걸로 그 사람들을 속일 수 있으면…….” 장설희도 아버지의 걱정 어린 말에 같이 얘기했다.“아버지, 이거 혹시라도 다른 사람들이 알기라도 한다며 너무 곤란할 거 같아요! 다들 뭐라고 생각하겠어요?” 당연 그 누구도 자신이 한때 믿고 있던 사람한테 발등을 찍
“될수록 진 선생님의 친구들이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더 세세히 살펴야 합니다.” 장의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만구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래……, 괜찮군, 좋은 생각이야!” “이왕 연기를 할 거면 제대로 하는 편이 좋은 거지. 그래야만 상대방을 진정으로 속일 수 있는 거라고.” “그럼 임시는 이렇게 하는 걸로 하자고.” …… 한편 진시우는 장이경의 별장에서 나온 뒤 원래 가려고 했던 형사팀으로 향했다. 아직 정기강에게 물어볼 것들이 남아 있었다. 하나 형사팀에 온 진시우는 곳곳에서 형사팀 사람들의 냉대를 받았다. 아무 사람이나 보내서 진시우를 접대하는 거였다. “정기강이요? 아,그 사람! 지금 형사팀에 없는데? 일 다 봤으면 가봐요.” 진시우는 갑자기 이 게 무슨 소리인지 당최 가늠이 가지 않아 더 물었다. “구권은요?” “구 조장님? 어제 이미 풀려났어요. 장무사 부조장님이 신데, 아무리 형사팀이라 해도 감당하기 어려워요, 그런 큰 인물들은.” 그리고 넌더리가 났는지 진시우를 은근슬쩍 밀면서 어서 나가라는 손짓을 보내왔다. “찾으려고 하는 사람 지금 형사팀에 없으니깐 어서 가요. 우리도 바쁜 사람이에요, 한가하게 그쪽 물음이나 대답할 시간이 없다고요.” 진시우는 아무런 말도 못 하고 그대로 이시연과 같이 형사팀에서 나왔다. 이시연은 그런 진시우를 보며 때아닌 조롱을 보내왔다. “아이고,우리 진 회장님! 또 한 번 면박을 받으셨네요?” 진시우는 그냥 난감하게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 말했다. “장이경 이 양반이 그래도 일 하나는 빠릿빠릿하게 하네. 미리 말 안 했으면 진짜 섭섭할 뻔했어.” “장 성주님도 대충 자신의 생각이 있는 거겠지 뭐. 오빠도 그러니깐 이후부터 많이 조심해야겠어.” 진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향후 장이경의 도움을 받기는 어려울 듯하니 되도록 겸손하게 지내야 할 거 같았다.띠리링- 이시연의 주머니 속에서 휴대폰의 벨소리가 울렸다. 전화의 주인공은 저번에 만났었던 하청이었다. 밥 한번 사겠다고 전화를 한
진시우는 예외라는 표정이었다. 하청이 진이용을 연락해 달라고 부탁하다니, 무슨 일인지 도저히 예상이 가지 않았다. 특히 하청에게 있어 진이용은 그냥 한낱 깡패에 불과할 건데 말이다. 하지만 진시우는 맘속의 궁금을 잠시 감춰두고 진이용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어차피 진이용은 오락타운에서 허송세월이나 하는 사람으로 꽤 한가했다. 하지만 막상 전화를 하니 받는 사람이 없었다. 진시우는 어쩔 수 없이 진이용의 한 부하한테 손을 저었다. 마침 진이용의 부하가 하늘술집의 당직이라서 진시우를 알아보았다. 설사 진이용의 부하가 아니라도 저번의 사단을 겪고 진시우를 몰라 볼리 없었다. 진이용마저 진시우 앞에 넙죽 엎드려 기는 마당에 진이용의 부하가 되어서 더욱더 진시우를 공경하게 대하였다. “진 형님, 저를 불렀습니까?” 진시우는 자신을 알아보는 부하의 모습에 저도 몰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음? 나를 알고 있었어? 거 잘됐군. 사람 한 명 시켜서 진이용 좀 불러와.” “네!” “아, 그리고……, 이름이 어떻게 되지?” 부하는 순간 상기되어 진시우를 보며 말했다. 진시우와 같은 인물한테 이름이 기억된다는 건 더없는 영광이었다. “채림이라고 합니다. 편하게 불러주시면 되겠습니다.” 진시우는 알겠다는 듯 손을 휘휘 젓고는 말했다. “알겠으니 그만 가봐.” 채림은 흥분을 감출지 않는 채 곧바로 뛰여갔다. 양인국은 그런 진시우를 보며 조심스레 말했다. “진 형님, 저번일로 철저히 이름을 날렸는데 알고 있어요?” 진 형님?! 진시우는 깜짝 놀라서 두 눈 부릅뜨고 양인국을 보았다. “뭐예요? 형님이라니? 왜 저런 녀석과 같은 호칭으로 나를 불러요?!” 천동 일행도 아니고 이런 호칭은 진시우한테 엄청 낯설었다. 반면 양인국은 전혀 개의치 않은 눈치였다. 멍청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은근슬쩍 진시우에게 다가갔다.“당연히 형님이죠! 진이용과 같은 사람도 제패하고, 그러면 당연히 형님이라고 불러 드려야 하는 거예요.” “아니, 그러지 말라니깐요!” 진시우
“잘 알겠어요. 그나저나 친구의 이름이 뭐예요?” “사진은 있어요?” 진시우의 요해에 따르면 진이용이 하는 ‘장사’가 비록 법에 위배되기는 하나 여성들을 피박 하여 그런 짓까지 하지는 않았다. 필시 이 중에 무슨 오해가 있다고 여겨졌다. “고마워요! 이름은 하원이에요. 사진은……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하청은 휴대폰 파일을 뒤적거리면서 사진을 찾았다. 그리고 진시우에게 보내주었다. 짧은 머리에 작은 체구의 여자가 보였다. 이시연의 말대로 확실히 얼굴은 곱실한 것이 멍청한 남자들을 잘 속이고 다니기 족한 얼굴이었다. 쿠쿵- 그렇게 하청이 보낸 사진을 유심히 보던 진시우는 술집 밖에서 들려오는 폭발소리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술집 안의 사람들 오 모두 놀란 표정이었다. 궁금했던 그들은 몸을 일으켜 한번 가보았다. 알고비 차 한 대가 곧추 술집의 정문을 향해 들이박아버렸던 거다. 술집의 매니저도 이 굉음에 놀라서 황급히 뛰쳐 내려왔다. 진시우는 이 새 매니저에 관심을 주고 싶지 않았다. 다만 습관적으로 신념으로 스캔해 보았는데 역시 진이용의 부하였다. 이름은 유공이었고 뚱뚱한 중년 남성이었다. 유공은 소리를 지르며 밖으로 뛰여 나갔다. 새로운 매니저로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일이 발생하니 속이 타들어 갔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유공은 몇몇 부하들을 데리고 차를 향해 달려갔다. 종이조가르마냥 구겨져 있는 차 앞에는 마침 한 여자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아마 충격에 다리가 풀려서 바닥에 앉아 있는 모양이었다. 여자는 멀리서부터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아리따운 외모의 소유자였다. 정교한 이모구비에 하얀 피부까지 더해져서 엄청 매혹적으로 느껴졌다.출중한 몸매에다 금방 사고를 당했는지라 옷가지들이 찢어져 있어 애처로운 느낌까지 가미된 그녀의 모습은 현장에 있는 남자들의 망상을 자극했다. 사고차량은 밴쯔의 지바겐이었다. 하나 지바겐에서는 이윽고 건장한 남자들도 연달아 내리는 거였다. 게다가 하나같이 표정이 좋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