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케켓……!” 진시우는 마른기침만 몇 번 할 뿐 이미 줄행랑을 놓아버린 조신갑은 찾을 수가 없었다. “대단하군만…….” 진시우는 혼잣말로 중얼대다가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야. 조신갑 저 인간 비록 비겁하기는 해도 결코 한 말은 거짓이 아니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운강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았다. 여기는 구미보다 훨씬 더 위험했다. 아마도 동해와 지리적으로 가까운지라 동해의 큰 세력들이 많이 간을 보고 있는 곳인 것일 수도 있었다. “고작 동해의 몇몇 세력들만으로도 이렇게 운강이 뒤죽박죽 되었다고? 믿기지 않는군……. 그런 동해는 또 어떤 곳인 거야……?!” 아마도 많은 패자들의 대본영일 것이 틀림없었다. “시우 오빠!” 이때 뒤에서 이시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겁에 잔뜩 질렸는지 진시우 곁으로 달려오자마자 진시우를 아래위로 훑으면서 혹여나 다친 곳은 없는지 둘러보았다. “괜찮으니깐 그렇게 겁먹지 않아도 돼.” 진시우는 이미 장청진기로 몸을 회복하고 있었다. 이내 원기를 회복하고 이시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놀란 맘을 다독여줬다. 하지만 정작 진시우 맘속에는 아까의 전투 상황만 역력히 남아있었다. ‘하루빨리 무도 천인의 경지까지 도달해야 하는데…….’ ‘이러다 언젠간 진짜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어!’ 이시연은 진시우 품에 꼭 안겨서 한참을 서있었다. 밥 먹을 생각은 이미 잊어버린 채 그냥 어디 가서 쉬고 싶었다. 진시우는 그런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면서 괜찮다고 계속 다독이면서 서서히 발걸음을 옮겼다. “괜찮다니깐! 이 정도는 끄떡도 없어. 그러니 어서 밥이나 가서 먹자고.” 어느새 진시우는 이미 얼굴이 발그스레해서 아까의 전투에서 완전히 원기를 회복하여 있었다. 역시 장천진기의 효력이 상당했다. ……한편 조신갑은 가까스로 진시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서 자신의 거처로 달아 들어갔다. 그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안색이 흙빛이 되어 안방을 뒤적거리였다. 이윽고 상자하나를 꺼내 안에서 더 조그마한 나무상자를 집어
장설희의 전화로 진시우는 형사팀으로 가려던 계획을 변경하고 장이경의 별장으로 선로를 틀었다. 별장으로 들어서는데 밖에서부터 분위기가 뭔가 침침했다. 진시우는 그냥 묵묵히 이시연을 데리고 걸어 들어갔다. 가보니 오른쪽 팔만 달려 있는 중년의 남자가 쏘파에 앉아 있었다. 이 사람이 바로 장이경의 경호원이자 아까 장설희가 전화에서 말한 아저씨인 이만구였다. 진시우는 왼팔이 비어있는 이만구를 지그시 바라보다 다시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기혈의 급격한 하강에 많이 쇠약해진 이만구였다. 그런 이만구를 보니 미간이 절로 구겨졌던 거다. 사실 진시우는 장이경의 집에 제일 처음 왔을 때부터 이만구의 존재를 감지하고 있었다. 비록 정식으로 본 적은 없지만 느껴지는 강렬한 기로 미뤄보아 실력은 대충 구권 좌주인걸 인츰 눈치챌 수 있었다. 하지만 왼판을 잃어버린 지금 전과는 크게 달라져 있었다. 특히 이만구와 같이 절정의 무자한테 있어 기혈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만약 경력은 무자의 실력을 대표할 수 있다면 기혈은 구체적인 상태였다. 그런 기혈이 좋으면 좋을수록 전투에서 경력을 더 효과적으로 이끌어내고 사용할 수 있었다. 장이경은 진시우를 보더니 측은한 눈빛으로 말했다. “시우야, 이제 오느냐?” “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이 분이 바로 이만구 경호원이죠? 안녕하세요, 선배님?” 진시우는 두 손을 맞대어 무도의 방식대로 인사를 하였다. 이만구는 서서히 두 눈을 뜨고 그제야 진시우를 쳐다보았다. “진 선생님 오셨군요. 어서 앉으세요, 내가 지금 몸이 많이 안 좋아서……. 아무튼 개의치 말고 편하게 하세요.” “네.”진시우는 가볍게 답하고는 이만구한테로 다가가서 손을 살며시 어깨에 올려놓았다. 비록 진시우가 자신한테 악의가 없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갑자기 올려놓은 손에 이만구는 그래도 조금 놀란 기색이었다. 하나 그것도 잠시 이내 표정이 급변하여 고개 들어 진시우를 보았다. ‘이…… 이건 도대체 뭐지?!’ 손으로부터 이름할 수 없는 강력한 힘
진시우는 강호에 있는 고수들에 대해서 요해가 적었다. 이만구는 백모염왕이라는 말에 여전히 시큰둥한 표정을 보이는 진시우를 보고 설명을 보탰다. “백모염왕은 동해의 사람입니다. 천인 대고수이고 입 주변에 하얀 수염이 길게 자라나 있어 사람들은 백모염왕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이만구의 말에 진시우는 계속 물었다. “그래서 이 사람 지금 어디에 있죠?” 순간 날이 가득 서 있는 진시우의 말투에 이만구는 의아해서 물었다. “네? 혹시 누구인지 아세요?” “내 친구를 다치게 할 뻔했거든요.” “이런……, 그런 일이 있었군요! 나를 공격한 뒤 지금은 종적을 감춰버려서 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기억하세요, 백모염왕은 절대 약한 상대가 아니라는걸! 막강한 실력의 소유자더군요! 만약 내한테 장 성주님의 경호원이라는 신분이 없었더라면 아마 지금은 싸늘한 주검이 되어 있을 겁니다.” 진시우는 여전히 궁금한 것이 많았다. “그런데 선배님한테 찾아온 이유가 뭐죠? 굳이 결투까지 벌이고…….” 이 물음은 장이경이 답했다. “그건 우리가 너를 도와주었다고 아마 경고차원에서 온 것일 거야.” 장이경은 고개를 흔들면서 말했다. 성주라는 신분이 있음에도 감히 이렇게 거칠게 공격해 오는 사람이 있다는 거에 놀라울 따름이었다. 말하다 장이경은 화제를 돌려 한 가지 중요한 사안을 꺼냈다. “그래서도 시우야, 이제부터 말이다. 나…… 너를 공개적으로 도와주지는 못하겠구나.” “심지어 우리 사이가 결열 되었다는 그런 모습까지 보여줘야 할거 같아. 이제 진무사에서 사람을 파견하여 이번 일을 해결하기 전까지 말이야.” 진시우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었다. “나야 뭐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아저씨와 설희 씨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충분히 할 수 있죠.”장이경은 그래도 진시우가 섭섭해할까 봐 한마디 더 보탰다. “이건 그냥 표면상 그럴싸하게 연기하는 거니 따로 섭섭해하지는 말고! 우리는 그래도 너를 지지한다! 만약 필요하다면 언
진시우가 장이경 집으로 향하는 사이에 대원단의 도움으로 다시 몸을 회복한 조신갑은 잠시 휴식을 취하였다. 하지만 대종사인 진시우한테 당한 것이 너무나도 억울했는지 다시금 일어서서 어디론가 향했다. 어떻게든 잃어버린 체면을 다시 되찾아야 했다. 만약 이 사실이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자칫 강호의 웃음거리로 전락해 버리는 수가 있으니 더욱 맘이 조급했다. 조신갑은 그렇게 집문을 나서는데 순간 얼어버리고 말았다. 문 앞에는 세명의 사람이 서있었다. 한 명은 30살 정도 돼 보이는 키 큰 남자였다. 딱 봐도 귀한 집의 사람이었다. 몸 밖으로 흘러넘치는 기질이 남달랐고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귀티 났다. 그리도 다른 한 사람은 60이 족히 넘어 보이는 늙은이였는데 체구가 작고 과묵해 보였다. 나머지 한 명은 조금 비대한 체형에 인상이 옆의 둘보다는 좋아 보였다. 특히 실눈이 인상적이었다. 조신갑은 이 세명의 등장에 깜짝 놀랐던 거다. 특히 중간에 서있는 키가 가장 큰 남자를 보았을 때 더더욱 그랬다. 그리고 조건반사처럼 허리가 절로 굽혀지면서 정중한 인사를 올렸다. “김 도련님! 어떻게 여기까지 귀한 걸음을……?” 조신갑마저 얼어붙게 할 정도라면 필시 귀한 신분임이 틀림없었다. 김 도련님은 차갑게 말을 뱉었다. 그는 멀리 창밖을 바라보면서 조신갑에게 말했다. “지금의 진도가 맘에 안 든다네요, 아버지께서.” “그래서 나더러 친히 한번 와보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여태까지 정씨 가문과 도대체 뭘 하고 있던 거예요?” 조신갑은 김 도련님의 꾸중에 찍 소리 한번 못하고 식은땀만 뻘뻘 흐리고 있었다. 확실히 일을 순조롭게 풀어내지 못했으니 송구하기도 했고 면목이 없었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정씨 가문의 정기해에게 책임을 물으면서 욕지걸이나 하고 있었다. ‘그러게 정기해 이 양반이 조금이라도 더 잘했더라면 이런 꼴을 당하지 않을 텐데.’하지만 김 도련님의 기색을 보아하니 조신갑에게 화를 내러 온 모양은 아니었다. 김 도련님은 답이 없는 조신갑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원래 조신갑은 이대로 다시 진시우에게 다시 한번 쳐들어가 철저히 끝장을 보려고 했었는데 김 도련님의 출현으로 잠시 이 생각을 내려두었다. 김 도련님이 친히 와서 정씨 가문으로 가자고 제안하였으니 여기에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김 도련님이 왔다는 얘기에 정기해와 정기하 두 가문의 중요인물은 쪼르르 달려와서 마중했다. 김 도련님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물었다. “한 사람이 모자라는걸요? 정기강은요?” 정씨 가문의 세 핵심멤버 중 일인인 정기강이 보이지 않자 물었던 거다. 동시에 정씨 가문의 수장역할을 담당하는 인물인지라 입지가 대단하였다. 그런 인물이 보이지 않으니 김 도련님이 구태여 물어본 거였다. 세 핵심멤버는 각자 가문 내에서 자신의 파벌을 형성하고 있었다. 당연 수장인 정기강이 가지고 있는 권력과 자원은 제일로 컸다. 모든 가문의 내부 구조가 다 그렇듯 가문의 인원이 아무리 많다 한들 권력은 대체로 중요한 인물들이 몇몇 나와서 나눠가지기고 있었다. 그리고 상위의 사람들이 하위의 사람들을 부려먹고, 대충 그런 식으로 운영된 가고 있었다. 그러니 보통 그 중요한 인물들만 잘 공제하면 가문 전체를 손아귀에 넣을 수 있었다. 그런 운강에서 신익상회를 대표하는 세력인 만큼 정씨 가문은 상회에서 뭐라고 하면 반드시 따라야 했다. 가문의 수장도 예외는 없었다. 그리고 오늘 상회에서 김 도련님을 파견해 내려보냈으니 정씨 가문에서는 더욱더 극진으로 대했다. 김 도련님의 한마디라면 정씨 가문의 수장이라도 바꿔야 할 만큼 권한이 컸다. 정기해는 맘속이 후들후들 떨려나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냥 사실대로 얘기하기로 했다. “지금 형사팀에 있습니다.” “형사팀?!” 김 도련님은 태연자약해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아니, 운강시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지내오면서 겨우 형사팀 하나 먹어 들어가지 못했던 거예요?”김 도련님은 정씨 가문에 대해 철저히 희망을 저 버렸다는 어조로 말하였다. 정기해는 고개만 푹 숙인 채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장이경이 앞을 가로막고 있
“어서 가! 다시는 우리 집에 발을 들일 궁리를 하지 말고! 감히 우리 집에 다시 한번 오게 되다면 반드시 형사팀 사람들을 불러서 혼을 내줄 거야!” 장이경의 별장에서 난데없이 버럭버럭 화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심지어 밖에서도 장이경의 언성이 들릴 정도로. 그 누구도 이 말소리에서 장이경이 아주 화가 나 있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진시우와 이시연은 표정이 어두워서 거의 쫓겨나 듯 별장밖으로 걸어 나왔다. 진시우는 그렇다 치고 반면 이시연은 상심이 컸다. 마치 고백에서 차인 거 마냥 반쯤 울상이 되어 진시우를 따라 나왔다. “장 성주님과 사이가 좋다더니! 이게 뭐가 좋은 거야?!” “괜한 욕만 먹고! 도대체 뭐 하러 여기에 왔는지 모르겠어!” 이시연은 씩씩거리면서 홱 돌아서고는 혼자 성큼성큼 걸어갔다. “아니……, 전에는 좋았었어. 그런데 누가 알아? 갑자기 저렇게 180도 변해 있을지?” 하나 이시연은 진시우의 손마저 뿌리친 치고는 계속 걸어가는 거였다. 진시우의 설명이 듣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 진시우도 난감한 나머지 별장의 대문 앞에 덩그러니 서서 애꿎은 초인종만 꾹꾹 눌러댔다. “성주님, 내가 그래도 당신 병을 치료해 준 사람으로서 그런 사람을 이렇게 대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이런 사실이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참 다들 성주님을 좋게 보겠어요.” 하나 들려오는 더욱 쌀쌀한 답변뿐이었다. “혹시라도 밖에 나가서 함부로 지껄이고 다녔다가는 큰코다칠 줄 알아!” 진시우는 어이가 없어서 순간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몰랐다. 그냥 그렇게 2초 동안 멍하니 서있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혼자 걸어가는 이시연을 따라잡았다. 별장 내에서. 장이경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걸로 그 사람들을 속일 수 있으면…….” 장설희도 아버지의 걱정 어린 말에 같이 얘기했다.“아버지, 이거 혹시라도 다른 사람들이 알기라도 한다며 너무 곤란할 거 같아요! 다들 뭐라고 생각하겠어요?” 당연 그 누구도 자신이 한때 믿고 있던 사람한테 발등을 찍
“될수록 진 선생님의 친구들이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더 세세히 살펴야 합니다.” 장의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만구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래……, 괜찮군, 좋은 생각이야!” “이왕 연기를 할 거면 제대로 하는 편이 좋은 거지. 그래야만 상대방을 진정으로 속일 수 있는 거라고.” “그럼 임시는 이렇게 하는 걸로 하자고.” …… 한편 진시우는 장이경의 별장에서 나온 뒤 원래 가려고 했던 형사팀으로 향했다. 아직 정기강에게 물어볼 것들이 남아 있었다. 하나 형사팀에 온 진시우는 곳곳에서 형사팀 사람들의 냉대를 받았다. 아무 사람이나 보내서 진시우를 접대하는 거였다. “정기강이요? 아,그 사람! 지금 형사팀에 없는데? 일 다 봤으면 가봐요.” 진시우는 갑자기 이 게 무슨 소리인지 당최 가늠이 가지 않아 더 물었다. “구권은요?” “구 조장님? 어제 이미 풀려났어요. 장무사 부조장님이 신데, 아무리 형사팀이라 해도 감당하기 어려워요, 그런 큰 인물들은.” 그리고 넌더리가 났는지 진시우를 은근슬쩍 밀면서 어서 나가라는 손짓을 보내왔다. “찾으려고 하는 사람 지금 형사팀에 없으니깐 어서 가요. 우리도 바쁜 사람이에요, 한가하게 그쪽 물음이나 대답할 시간이 없다고요.” 진시우는 아무런 말도 못 하고 그대로 이시연과 같이 형사팀에서 나왔다. 이시연은 그런 진시우를 보며 때아닌 조롱을 보내왔다. “아이고,우리 진 회장님! 또 한 번 면박을 받으셨네요?” 진시우는 그냥 난감하게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 말했다. “장이경 이 양반이 그래도 일 하나는 빠릿빠릿하게 하네. 미리 말 안 했으면 진짜 섭섭할 뻔했어.” “장 성주님도 대충 자신의 생각이 있는 거겠지 뭐. 오빠도 그러니깐 이후부터 많이 조심해야겠어.” 진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향후 장이경의 도움을 받기는 어려울 듯하니 되도록 겸손하게 지내야 할 거 같았다.띠리링- 이시연의 주머니 속에서 휴대폰의 벨소리가 울렸다. 전화의 주인공은 저번에 만났었던 하청이었다. 밥 한번 사겠다고 전화를 한
진시우는 예외라는 표정이었다. 하청이 진이용을 연락해 달라고 부탁하다니, 무슨 일인지 도저히 예상이 가지 않았다. 특히 하청에게 있어 진이용은 그냥 한낱 깡패에 불과할 건데 말이다. 하지만 진시우는 맘속의 궁금을 잠시 감춰두고 진이용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어차피 진이용은 오락타운에서 허송세월이나 하는 사람으로 꽤 한가했다. 하지만 막상 전화를 하니 받는 사람이 없었다. 진시우는 어쩔 수 없이 진이용의 한 부하한테 손을 저었다. 마침 진이용의 부하가 하늘술집의 당직이라서 진시우를 알아보았다. 설사 진이용의 부하가 아니라도 저번의 사단을 겪고 진시우를 몰라 볼리 없었다. 진이용마저 진시우 앞에 넙죽 엎드려 기는 마당에 진이용의 부하가 되어서 더욱더 진시우를 공경하게 대하였다. “진 형님, 저를 불렀습니까?” 진시우는 자신을 알아보는 부하의 모습에 저도 몰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음? 나를 알고 있었어? 거 잘됐군. 사람 한 명 시켜서 진이용 좀 불러와.” “네!” “아, 그리고……, 이름이 어떻게 되지?” 부하는 순간 상기되어 진시우를 보며 말했다. 진시우와 같은 인물한테 이름이 기억된다는 건 더없는 영광이었다. “채림이라고 합니다. 편하게 불러주시면 되겠습니다.” 진시우는 알겠다는 듯 손을 휘휘 젓고는 말했다. “알겠으니 그만 가봐.” 채림은 흥분을 감출지 않는 채 곧바로 뛰여갔다. 양인국은 그런 진시우를 보며 조심스레 말했다. “진 형님, 저번일로 철저히 이름을 날렸는데 알고 있어요?” 진 형님?! 진시우는 깜짝 놀라서 두 눈 부릅뜨고 양인국을 보았다. “뭐예요? 형님이라니? 왜 저런 녀석과 같은 호칭으로 나를 불러요?!” 천동 일행도 아니고 이런 호칭은 진시우한테 엄청 낯설었다. 반면 양인국은 전혀 개의치 않은 눈치였다. 멍청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은근슬쩍 진시우에게 다가갔다.“당연히 형님이죠! 진이용과 같은 사람도 제패하고, 그러면 당연히 형님이라고 불러 드려야 하는 거예요.” “아니, 그러지 말라니깐요!” 진시우
진시우는 이마를 찡그리며 말했다.“나씨 가문이 뭐가 부족해서 나랑 뺏아요?”“나한테 부탁해요.”나침어는 평온한 표정으로 진시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나한테 부탁하면 사람을 놓아줄게요.”진시우는 어이없어하며 짜증스럽게 손을 휘둘렀다.“강설 씨, 이 사람들 내보내세요!”강설은 진시우를 흘겨보았다. ‘내가 시중드는 하인이야?’하지만 강설도 따지기가 귀찮아서 곧장 일어나 말했다.“나침어 씨, 가시죠.”“그래요.”나침어는 매우 평온하였다. 그리고 부한식과 함께 기씨 가문을 떠났다.진시우는 불쾌하게 욕했다.“귀찮아!”강설은 담담하게 말했다.“장무사 조장 레벨의 사람은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에요.”“부조장 정도라면 가능할 수 있지만 부한식 같은 사람은 서남 이곳을 지켜야 하니까요.”“나침어는 그런 사람을 절대 내주지 않을 거예요. ‘진’이라는 꼬리표를 붙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앞으로 큰 일을 하려고 힘을 모으는 거 맞죠?”“그런데 장무사 조장은 취임할 때 이미 꼬리표가 붙어버렸으니 부조장 레벨에서 시작하는 게 좋아요.”진시우는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그런 거였어? 그럼 운교영을 데려가야겠네.”“설마 윤교영까지 거절하지는 않겠지. 안 내주면 나문후를 찾아갈 거야.”강설의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 나문후 이름이 나오면 그 무게는 달라진다.손성현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진약원을 재정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출발하기 전, 그는 손지연을 진시우에게 맡기며, 그녀를 동해시로 데려다 줄 것을 부탁했다.진시우는 거절하지 않았다.어차피 서남에서는 할 일이 별로 없었고, 이제 동해에서 근무할 때가 된 것 같았다.취임서가 내려온 지 오래됐지만 진시우는 아직까지 장무사에 가지 않았다. ‘아마 동해 장무사 쪽에서 불만이 있을 지도 몰라.’강설의 제안에 따라 그는 부한식에게 운교영을 데려가겠다고 했다.부한식은 거절할 이유가 없었기에 곧바로 승낙했다.하지만 운교영은 인수인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 늦게 동해로 떠날 것이다
손성현 그들은 서로 바라보았다. ‘이건 서문성을 처리할 권한을 그들에게 넘기는 건가?’손지연은 화가 나서 말했다.“당연히 피의 대가로 갚게 해야죠! 장영 장로가 죽었잖아요! 이 복수를 안 해요?”태상 장로를 언급하자 진약원의 사람들도 얼굴이 변했다. 각자의 눈에 강한 증오가 가득했다.서문성은 이미 생사를 도외시하여 어떤 눈빛이나 태도에도 항상 태연했다.하지만 손성현은 깊은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저었다.“진 선생님이 정하시죠.”“장영 장로를 죽인 건 이공유이에요. 이공유가 죽었으니 복수는 끝난 거죠.”대장로인 위하 등은 손성현을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러나 손성현은 추가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고, 마치 이 일이 그렇게 결정된 것처럼 보였다. 상당히 독재적인 모습으로 비춰졌어도 말이다.진시우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렇다면 서문성의 생사는 제가 결정하겠습니다.”서문성은 진시우를 바라보았다. 손성현이나 진시우 모두 똑똑한 사람들이다.손성현은 의아한 표정의 진약원 사람들을 데리고 물러갔다.손지연은 이해할 수 없어서 아버지를 붙잡았다.“아빠, 왜 서문성을 죽여하고 하지 않아요? 진시우는 거절하지 않을 거예요!”손성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하면 진 선생과 우리의 관계가 끊어져 버려.”“원한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건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상대에게 좋지 않은 일이 아니야.”“진 선생님이 우리의 복수를 도와줬으니 우리는 감사해야 하지만 우리도 걔한테 뭔가를 준 걸 기억해야 해.”“진 선생님이 서문성을 살리려고 하니까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강력하게 서문성의 피의 대가를 요구하면 길이 좁아져.”손지연은 찡그린 표정으로 말했다.“진시우는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아빠가 너무 걱정하는 거예요!”“하하하, 그럴 수도 있어.” 손성현은 딸과 논쟁하지 않기로 했다.오랫동안 진약원을 다스리고 있는 만큼 손성현 눈에는 더 많은 것이 보였다....“어떻게 나한테 고마움을 표할 건데?” 진시우는 서문성을 바라보며 말했
부한식은 상황을 보며 말했다. “나침어 씨, 그럼 우리는...”나침어는 약간 이를 악물며 차갑게 말했다. “근처에서 호텔을 찾아서 잠시 머물러요!”...송천수의 부상은 심각했다. 이공유의 한 검이었으니까.모두가 진시우처럼 내력이 강한 사람은 아니다.하지만 그 어떤 상처도 진시우의 눈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진시우는 송천수의 부상을 80% 치료했다. 나머지 20%는 그가 스스로 회복하도록 남겨두었다.송씨 가문의 형제들은 진시우에게 완전히 감복하며, 감히 무례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송천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시우는 웃으며 대답했다. “어르신, 이제 남성 제일 세력의 주인이 되었네요. 축하합니다.”송천수는 어이없어 하며 말했다. “그게 뭐라고, 그만 놀리세요.”오늘의 경험은 송천수의 마음가짐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예전 같았다면 남성 제일 세력의 주인이 되었다고 기뻐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시우와 이공유의 실력을 본 뒤 그는 어떤 허명도 웃음거리일 뿐이라고 느끼게 되었다.실력이야말로 개인의 근본이다.실력이 있다면 혼자라고 해도 두려울 것이 없고, 한 사람만으로도 대가문이 될 수 있다.진시우 같은 사람은 혼자서도 최고 가문의 대접을 받을 수 있다.송씨 가문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진시우가 몇 번 툭 치면 끝나는 힘이다.진시우는 말했다. “저는 기씨 가문에 가서 후속 처리 좀 하고 곧 남성을 떠날 거예요. 송씨 가문은 고족의 문을 지켜줘야 합니다.”송천수는 놀란 눈빛으로 진시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진 선생님, 선생님과 고족은...”진시우는 대답했다. “저는 고족의 대호법이 되었어요.”“헉-”송천수는 숨을 들이키며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꼭 고족을 잘 지킬게요.”‘외가 대호법이라니, 고족에서 무슨 일을 해야 그런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거야...’진시우가 기씨 가문에 돌아오니 기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마당에 무릎 꿇고 있었다.
“서문성의 목숨을 최대한 지켜주길 바래.”이공유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내부 경맥을 거슬러 흐르는 검의 기운이 느껴졌다. 다음 순간, 이공유의 동공이 움츠러들고 머리가 기울어지며 숨을 거두었다.진시우는 이공유를 막지 않았다. 착한 사람이 아니고, 자신을 죽이려는 사람을 살려두고 싶지 않았다. 오늘 수살술이 없었다면 방금 이공유의 검에 이미 죽었을 것이다.이공유가 쓰러진 후, 이번 정상대회의 소란은 완전히 끝났다. 진시우의 강력함을 목격한 수많은 관객들의 마음은 경외심으로 가득 찼다.연단 위에서 서문성은 멍하니 있었다. 그는 자신이 완전히 패배했음을 알고 있었다. 이공유는 그의 유일한 의지였는데 이공유가 죽었으니 그의 목숨도 진시우의 손에 쥐어진 셈이다.진시우는 서문성을 지나 손지연 옆으로 가서 그녀를 풀어주었다.“진시우!”손지연은 그의 품에 뛰어들어 울기 시작했다.진시우는 그녀를 위로하며 말했다. “걱정 마, 네 아버지는 괜찮아.”손지연은 억울한 눈빛으로 진시우를 쳐다보았다. “정말?”“응.”진시우가 고개를 끄덕이고 서문성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또 만났네.”서문성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너무 처참하게 졌어.”“패배를 인정하면 사람들을 데리고 기씨 가문으로 가.”진시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기군성을 쳐다보았다. 기군성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진시우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진 선생님, 제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진시우는 그를 보지 않고 서문성에게 말했다. “이공유의 부탁을 받았으니 너에게 살 기회는 줄게.”“하지만 너의 생사는 진약원 사람들이 정할 거야. 우선 기씨 가문으로 가, 나도 곧 따라갈거니까.”서문성은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섰다. 진시우는 손지연을 위로하며 같이 기씨 가문으로 가게 했다. 그리고 나침어 앞에 섰다.나침어의 표정은 담담했고, 아무런 의외의 기색이 없었다. 진시우는 그녀의 긴장을 터뜨리지 않고 부한식에게 시선을 돌렸다.“조장님, 나침어 씨가 이런 무모한 행동을 하는데 보고만 있었
물론 이런 저항에도 한계가 있다. 다만 외부 사람들은 수살술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한계가 어디인지는 알 수 없다.순간적으로 하늘과 땅 사이의 수증기가 모여들며 거대한 수증기 검을 형성했다.‘웅’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수증기 검이 하늘에서 내려와 곧바로 이공유를 향해 내리쳤다.‘푹’ 소리가 나더니 수만 갈래의 수증기가 이공유의 몸을 스쳐 지나갔고, 마치 수없이 많은 검날이 그의 몸을 관통한 것처럼 순식간에 이공유의 몸이 피투성이가 되었다.이공유는 쿵 소리와 함께 땅에 내리꽂혔다. 그리고 피바다 속에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헉― 헉―이공유는 크게 숨을 몰아쉬며 거칠게 기침을 했다. 그는 몸을 간신히 가누며 몸체를 이루는 진시우를 바라보며 자조 섞인 미소를 지었다.“생각지도 못했어. 오랜 세월 검도를 연마해왔지만 결국 젊은 후배에게 패하다니.”파괴력을 말하자면 그는 분명 진시우를 훨씬 능가할 수 있었다.하지만 아쉽게도 운이 따르지 않았다.진시우가 수살술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방금 그 검격으로 이미 승부가 갈렸을 것이다.진시우는 수살술 상태를 해제하지 않고, 이공유와의 거리를 유지했다.이공유는 통천자로서 실력이 강력하고 무서운 존재였다. 그와 함부로 가까워져서는 안 된다.“좋은 승부였습니다.”진시우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미소를 지었다. 이는 곧 자신의 승리를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이공유는 한숨을 내쉬었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그가 항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한 가지 부탁이 있어.”이공유는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진시우를 바라보았다.진시우는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굳이 들어줘야 할 의무는 없는데요.”이공유는 말했다.“이 부탁을 들어준다면 내가 엄청난 가치를 지닌 정보를 제공할게.”“그래요?”진시우는 살짝 흥미를 보이며 말했다.“그 정보가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겠군요.”“내가 가진 이 정보는 네가 천인을 넘어 전설적인 무왕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어.”천인을 넘어서는 존재를 무왕
“큰일이야!”무문 도장의 얼굴이 순식간에 변했다. 그러나 손을 쓰기엔 너무 늦었다.이공유의 검이 이미 진시우의 몸을 관통했으니 이제 더는 살아날 가능성이 없었다.나침어도 얼어붙은 채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변화가 이렇게 갑작스럽게 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진시우!”나침어는 깜짝 놀라 외쳤다. 이 순간 다른 것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당장 앞으로 달려가려고 했다.“나침어 씨, 진정하세요!”다행히 부한식은 여전히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급히 나침어를 붙잡았다.나침어는 화를 내며 말했다. “부 조장님, 뭐 하는 거예요? 빨리 사람을 구해야죠!”부한식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웃음을 참으며 생각했다. ‘나침어가 진시우한테 완전 마음을 주었네.’“잘 보세요. 진시우는 멀쩡해요.”나침어는 순간 멈칫하며 진시우 쪽을 다시 바라보았다. 그의 몸은 분명히 검에 의해 관통되어 있었다.촤라락!그 순간, 진시우의 몸이 갑자기 물로 변하며 수많은 물줄기로 흩어졌다. 그 물줄기들은 다시 모여 사람 형태로 되돌아갔다.나침어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이게, 이게 무슨 법술이에요?”부한식도 놀랐다. ‘몸을 액체로 바꿀 수 있다니, 너무 대단한 법술인데!’무대 아래의 관객들도 환호성을 터뜨렸다.이런 능력은 그들 모두가 처음 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오늘은 그들에게 있어서도 눈이 번쩍 뜨이는 날이 되었고, 새로운 경험을 쌓은 날이었다.‘이제 나가면 자랑거리 하나가 생겼어.’이공유는 손에 들고 있던 검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숙여 진시우를 다시 보았다.“이런 법술도 있었군...”이공유의 눈빛이 심각해졌다. 액체로 변신할 수 있다면 그의 모든 검술이 무용지물이 된다는 뜻이다.이공유가 이런 생각을 떠올리던 그 순간, 진시우가 갑자기 사라졌다. 동시에 이공유의 주변에서 무수한 검강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쿵!수많은 검의 그림자가 떠오르며 이공유를 완전히 감싸기 시작했다.슈슉슉!물로 변한 침들이 폭우처럼 이공유
“오늘의 승패와 상관없이 난 너를 인정해.”나침어는 자신이 무시당한 것에 얼굴이 굳어졌다.‘진시우 이 나쁜 자식!’‘좋은 마음으로 구하려고 했는데, 가문의 권세를 빌어 부한식에 이용해서까지 널 구하려고 했는데, 날 이렇게 대하냐?!’‘내가 대체 뭘 위해서 멀리 교토에서 이 남쪽 변두리까지 온 건데.’‘나씨 가문의 아가씨인 내가 이런 대접을 받다니.’ 하지만 진시우는 나침어의 생각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내 내력과 횡련 이게 전부가 아니예요.”진시우의 몸에서 신비로운 기운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알고 있어.”이공유는 담담하게 말했다. “너 진기를 쓸 줄 알지. 근데 너의 진기는 여전히 신경에 머물러 있지... 뭐라고?!”그가 말하는 도중,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다.“육지... 선인?!”이공유는 진시우를 보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진시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쉽게도 나 얼마 전에 막 그 경계를 돌파했어요.”아래에서 나침어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부한식의 눈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았다.‘육지, 육지 선인?! 인간계 선인?!’무문 도장은 자신의 살을 꼬집으며 중얼거렸다.“진짜 대단해! 이럴 줄은 몰랐어! 네가 신해경을 돌파했었구나!”“그랬군... 그래서 이렇게 자신감이 있었던 거야! 신해경이라면 누가 이길지 장담할 수 없지!”이공유는 진지한 표정으로 진시우를 바라보며, 기세를 최고점으로 끌어올렸다.“내가 너를 과소평가했어.”이공유는 낮게 말했다. “네가 인간계 선인이 되었을 줄은 몰랐어. 그건 진정한 선인의 경지야, 완전히 변화한 존재지.”“받아요!”진시우는 공중에 손가락을 튕기며 진기 광선을 발사했다.이공유는 손을 들어 검을 휘두르며 그 광선을 부셨다.쉭!진시우는 빛처럼 이공유의 뒤로 빠르게 이동했다.“잡았다.”이공유는 뒤로 검을 휘둘렀다.그러나 진시우는 두 손가락으로 이공유와 그의 검을 함께 튕겨냈다.“내 장풍을 받으세요!”진시우의 손바닥에서 무한한 화염 진기를 폭발하였다. 이공
진시우는 칼 태원를 들고 즉시 절천팔도를 펼쳐 하늘을 가르며 내려쳤다.“오? 도법? 네가 도법도 쓸 줄 안다고?”이공유는 약간 놀랐지만 자신의 강력한 수련으로 진시우를 계속 제압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보아하니 아직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려는 것 같은데!”이공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렇다면 네 믿음을 완전히 부숴버리겠어!”쾅!진시우의 첫 번째 칼은 그의 검에 의해 무정하게 산산조각났다.진시우는 쏟아지는 검세에 온몸이 찢어질 것만 같은 압박을 느꼈고, 가슴을 짓누르는 무거운 중압감에 몸을 추스르기가 힘들었다.후-곧이어 그는 절천팔도의 두 번째 칼인 ‘패천’을 휘둘렀다.천하를 제압하는 한 칼이었다.“음?”이공유는 방금 그 칼보다 몇 배는 더 강력한 도세를 느꼈다. 그의 눈에는 더 큰 놀라움이 서려 있었다.“이 녀석, 대단하군!”이공유는 칭찬하며 말했다.“너의 도법이 절대 간단치 않아. 혹시 전설 속의 절천팔도? 이런 도법을 익힐 수 있다니, 너도 하늘이 내린 재능이구나!”진시우는 대답하지 않고 패천을 휘둘렀다.이 한 칼을 휘두르며 그의 내력도 거의 바닥났다.도강은 빛을 뿌리며 진시우의 전신 내공을 담아 하늘을 거슬러 이공유를 향해 내려쳤다.이공유 역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온 힘을 다해 자신의 내력을 움직였다. 그는 천지의 대세와 어울려 순간적으로 자신과 천지가 하나가 되었다.이공유도 찬란한 검을 휘둘렀다.거대한 굉음이 하늘을 가득 울리며 수많은 빛의 파편들이 별똥별처럼 흩어졌다. 검압과 도강이 함께 휘몰아쳤다.무자들은 뒤집혀 나가 떨어졌고, 천인 이상의 무자만이 간신히 몸을 세울 수 있었다.부한식은 충격을 받으며 말했다.“진시우의 실력이 이 정도로 강해졌단 말인가...”나침어 역시 놀랐다. 이제 진시우의 실력이라면 동해 장무사의 조장이 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할아버지는 정말 사람 보는 눈이 있구나...’“진시우의 기운이 떨어졌어!”갑자기 부한식의 한마디가 나침어의 마음을 긴장하게 만
“그렇다면 ‘폭혈단’을 더하죠.” 나침어는 이 순간 냉혹하기 그지없었다.그녀의 얼굴에는 어떠한 감정도 없었고, 오직 이익을 저울질하는 차가운 계산만 남아 있었다.부한식은 잠시 멈칫했다. 폭혈단에 각성단을 더하면 이공유도 이길 희망이 있다.“알겠습니다.”부한식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나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그렇게 하겠습니다.”나침어는 링을 바라보며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장님이 이 두 약을 복용하신 대가로 그쪽 가문이 향후 세 대의 번창을 약속하죠.”부한식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고, 마음속에 남아 있던 마지막 망설임이 완전히 사라졌다.“나씨 가문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습니다.”...이공유는 진시우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금강공... 이 횡련 법문에 대해선 나도 자주 들었어.”“오늘 이렇게 보니 소문보다 훨씬 더 기묘한 것 같군. 진시우, 네 운이 좋았어. 금강공을 이 정도까지 수련하다니.”진시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 운이 좋은 건 맞아요. 금강공은 마치 나를 위한 하늘의 선물 같거든요.”“수련하는 동안 어려움이나 장애물 거의 없었어요.”진시우의 말은 약간 자랑으로 들리겠지만 사실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아무리 금강공을 손에 넣는다 해도 그만큼 순조롭게 수련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군부자, 천강진인이 수십 년을 수련했어도 진시우가 두 달 만에 도달한 경지에 미치지 못했다.어떤 법문이든 사람을 가리는 법이다.“횡련이 대단한 건 인정하지만 그저 껍질만 두꺼워지는 거라면 아무 소용없어.”이공유의 몸이 순간적으로 사라지면서 동시에 그의 검이 진시우에게로 날아들었다.검날이 진시우의 어깨를 베자 그 엄청난 힘에 링의 절반이 부서졌다.진시우의 어깨 소매는 검기의 폭풍에 휘말려 산산이 부서졌다.진시우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링이 조금 거추장스럽지 않아요?”이공유도 웃으며 답했다. “그런 것 같군.”두 사람은 서로 미소를 주고받고 나서 진시우가 주먹을 내질렀고, 공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