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염무현이 눈앞의 무뢰한 여자에게 손을 쓰지 않고 절제하는 것이다.“좋아, 내가 좋은 뜻으로 기회를 줬어. 그런데 넌 오히려 내가 죽을병에 걸렸다고 저주하는구나!”곽정희는 화가 치밀어올라 큰 소리로 소리쳤다. “너야말로 죽을병이야. 네 가족 모두가 죽을병에 걸렸어. 네 가족 모두가 장례식을 준비해야 해! 정말 간덩이가 부었구나. 이리 오너라, 이 말을 함부로 하는 놈을 잡아라. 오늘 내가 어떻게 사람이 되는 가르쳐 주겠어!”와르르. 십여 명의 기세등등한 경비원들이 다른 방향에서 돌진해 왔다.“누가 감히 북국 호텔 마당에서 우리 사모님께 함부로 대하는 거야?”그들은 손에 고무 막대기를 들고 흉악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진짜 죽고 싶은 모양이구나. 이놈을 단단히 혼내자!”그들은 소란을 피우며 손에 쥔 막대기를 들었다.이 상황을 보고 유시인은 나서려고 했다. 오늘 남원광의 미움을 받아 죽더라도 무현 님께서 조금의 억울함도 겪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이것이 유시인의 가장 직설적이고 솔직한 생각이다.염무현은 그녀의 앞을 막아서더니 오른발을 들고 가볍게 땅을 내디뎠다.이 무리가 감히 여자에게 손을 쓰려고 하니 말이다. 물론 백희연은 제외다. 그녀는 진짜 여우이니 따로 계산해야 한다.쿵. 염무현이 발을 디디자 하얀 기운이 원형 호의 모양으로 퍼져나갔다.칵. 지나가는 곳마다 경비원 10여 명이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그들은 부러진 다리를 끌어안고 쓰러지며 처량한 울음소리를 냈다.십여 명이 이렇게 순식간에 몰살당했다.득의양양해서 하던 곽정희는 이것을 보고는 눈을 부릅떴다. “인마, 감히 우리 북국 그룹의 사람들을 다치게 하다니, 너...너, 너 오늘 죽었어!”그녀는 분명히 매우 두려워하고 있다. 근데 체면을 생각해서 겉만 번지르르한 꼴을 하고 있으니 정말 구역질이 난다.염무현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 “그동안 식욕이 없고, 졸음, 발열, 감기 증세가 많았지?”“뭐 어때, 그건 그냥 감기일 뿐이야! ”곽정희는
곽정희는 놀랐는지 순식간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이마에는 식은땀이 촘촘히 배어 있었다.그러면서 자신도 모르게 뒤를 힐끗힐끗 쳐다보았다.“무현 씨, 확실해요?”유시인은 눈살을 찌푸렸다.설마 남원광이 앓고 있는 말 하지 못할 병이 에이즈란 말인가?하지만 그가 앓고 있는 것은 이상한 두풍으로 평소에는 이상이 없어 일반인과 다름없다는 소문이 돌았다.하지만 병이 도지면 매우 고통스럽다.남원광은 국내외의 명의를 찾아가 온갖 치료 방법을 다 시도해 보았지만 모두 허사였다.만약 소문이 거짓이고 진짜 에이즈라면 일이 정말 골치 아프게 될 것이다.이 병은 불치병으로 알려져 있으니 아마 무현 님도 속수무책일 것이다.남원광의 병을 고치지 못하고 오히려 그가 에이즈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잔머리를 굴리다가 도리어 일을 서투르게 만든 셈이다. “100% 확실해요.”염무현이 대답했다.곽정희의 표정은 복잡하기 짝이 없었다.방금 그녀가 쳐다본 방향에는 큰 키에 명품 슈트 차림의 풋풋해 보이는 남자가 서 있었다.20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눈빛은 맑고 조금의 어리석음을 띠고 있었다.이 사람은 곽정희가 새로 고용한 생활 보조원으로 평소에 그녀의 운동과 다이어트를 감독한다.사석에서 두 사람은 벌써 구차한 짓을 했다.그것도 한 번이 아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가 외출하는데 이 사람을 데리고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언제 어디서든 서로를 깊이 알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몇 번은 너무 조급해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고 한 것이 생각나 남 사모님은 잠시 겁을 먹었다.바닥에 쓰러진 경비원들은 고통을 호소하는 것도 잊은 채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수많은 시선이 자신에게 모여오는 것을 느끼자 그녀는 그제야 반응하며 비명을 질렀다. “거짓말하지 마!”“나는 아주 건강해, 며칠 전에 세인시에서 제일 좋은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어. 만약 문제가 있다면 의사가 벌써 나에게 주의를 시켰을 거야.”염무현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곽정희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순식간에 억울한 모습으로 변했다. 두 걸음에 달려들어 울부짖기 시작했다. “여보, 드디어 왔네요! 공연히 나를 괴롭히고 모욕하는 개 같은 사람들이 있어요.”남원광은 마음이 아파 나서 아내를 품에 안았다. 자기 아내는 안하무인이고 돈을 물 흐르듯 쓰지만 남이 모욕해서는 난 된다고 생각했다.그는 곧바로 안색이 변하며 화가 치밀어 올랐다. “누구야? 간덩이가 부었어? 감히 내 영역에서 내 여자를 괴롭히다니, 정말 죽고 싶어?”그러자 곽정희는 손을 들어 가리켰다. “유시인 그 여우 같은 계집애 옆에 있는 그 촌뜨기예요!”남원광은 불쾌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시인 아가씨, 아는 사람이에요? ”“네, 남 대표님!”유시인은 숨김이 없이 시원시원하게 말했다.남원광의 표정은 더욱 흉악해지기 시작했다. “당신 큰할아버지와 내가 사이가 좋은 것을 봐서 설명할 기회를 주죠. 합리적인 설명을 해주시는 게 좋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유씨 가문이 나서서라도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곽정희가 급히 말했다. “여보, 이미 인정했는데 뭘 더 설명하라고 해요? 저놈들을 죽이라고 명령을 하세요. 그들은 내 신분을 알면서도 감히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나를 모욕했어요. 그리고 우리 집 경비원을 다치게도 했어요. 그야말로 막무가내였어요. 이런 사람들과는 예의를 차릴 필요가 없어요.”유시인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왜요, 남 사모님은 제가 무슨 얘기라도 할까 봐 두려우신가 봐요? 이렇게 급히 남 대표님더러 우리 둘을 죽이려고 하는 것은 왜서일까요? 자신의 추잡한 일이 탄로 날까 봐 두려워 사람을 죽여 입을 막으려는 것인가요? ”곽정희는 눈을 부릅뜨고 반박했다. “헛소리하지 마! 이 계집애야, 나는 네가 심보가 나쁜 줄 알았어. 너의 입을 찢어버리고 싶어! 여보, 절대 그들한테 속지 마요, 한 글자도 믿지 마요. 그 둘은 한패예요. 말을 아주 못되게 하죠.”남원광은 아내의 어깨를 가볍게 다독이며 말했다. “여보, 걱정하
“인마, 그 까닭을 말할 수 없다면 오늘 너는 죽어서 내 마누라에게 사죄해야 할 거야!”남원광의 안색이 어두워지자 뒤에 서 있던 두 명의 경호원이 즉시 앞으로 한 발짝 나섰다.두 사람이 동시에 자기의 고대 무술 능력자 레벨을 밝혔다. 뜻밖에도 모두 대 마스터 레벨이었다.강한 기세가 들이닥쳤는데 그 기운은 유시인을 불편하게 했고 숨이 막히게 했다.염무현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여유로웠다.“아까도 말했다시피 백 번을 더 물어도 당신 아내는 에이즈에 걸렸어요.”염무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눈앞에 있는 두 명의 대 마스터를 없는 사람처럼 여기며 무시했다. “건방져!”남원광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는 진흙 속에서 피어났지만 깨끗한 연꽃처럼 순결한 사람이야. 밖에서 함부로 행동하지 않았다고. 내 몸이 멀쩡한데 어떻게 아내에게 병을 옮길 수 있겠어?”염무현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말했다. “당신은 확실히 그런 병이 없어요. 하지만 당신 아내는 있어요!”“무슨 말이야?”남원광은 노발대발했다.염무현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그건 당신 아내한테 물어봐야죠.”남원광이 아무리 멍청해도 염무현이 한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안다.그의 아내가 바람을 피웠다는 말이다. 중요한 건, 남원광은 조금도 멍청하지 않아서 염무현의 뜻을 모를 리가 없다는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북부 5개 성의 갑부가 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주변이 시끌벅적해졌다. 사람들은 이 젊은이가 너무 고지식하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의 남편 앞에서 그 사람이 바람을 피운다고 하니, 죽고 싶어 환장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웬만한 남자라도 이런 비난은 참을 수 없다.더구나 그녀의 남편은 갑부로서 체면을 중시하는, 아내를 끔찍이 아끼는 북국의 재력가이다.“인마,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남원광은 이를 갈며 말했다. “너 정말 사는 게 지겹나 보다? 유시인, 이렇게 헛소리를 하는데 기만 놓아둘 거야? 너도 같이 저승길에 갈 생각이야?”유시인 역시 겁먹지 않고 염무
“헛소리하지 마!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소리야!”곽정희는 분노에 차서 외쳤다.“이 자식, 몇 번이고 내 한계를 시험하다니! 내 결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너랑 끝장을 봐도 상관없어!”그녀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염무현을 향해 달려들었고 손톱을 세워 그의 얼굴을 할퀴려 했다.“팍!”하지만 염무현은 단호하게 손바닥을 내질렀고 곽정희는 그대로 바닥에 나가떨어졌다.“여보, 저 자식이 나를 때렸어요.”곽정희는 얼굴을 감싸며 억울한 척 연기를 펼쳤다.“이건 당신을 완전히 무시하는 행동이잖아요.”“어서 저놈을 죽여요! 지금 당장!”남원광은 분노에 가득 차 있었으나 그때 갑자기 그의 주머니에서 핸드폰 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그러나 이 번호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아무 일이 없으면 울리지 않는 전화였다.남원광은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여보세요? 뭐라고? 다시 한번 말해봐.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하라고!”전화 건너편에서는 남원광의 비서가 급하게 말했다.“대표님, 방금 사모님과 대표님께서 받은 며칠 전 건강검진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사모님이 에이즈에 걸린 것으로 나왔습니다! 사장님은 음성으로 나왔는데 이틀 내에 혹시 관계를 가진 적이 있으신가요? 만약 그랬다면 빨리 병원에 가서 약을 드셔야 합니다. 72시간 이내에 약을 먹으면 감염을 피할 가능성이 있습니다!”그러자 남원광은 무의식적으로 말했다.“없어. 원래는 오늘 밤에...”말을 하던 중, 그는 눈앞에 서서 불쌍한 척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았다.평소 같았으면 곽정희가 애처롭게 보였겠지만 지금은 역겨웠다.아니, 오직 역겨움만이 남아 있었다.그때 곽정희가 재촉하며 말했다.“여보, 무슨 전화예요? 빨리 명령을...”결국 남원광은 참을 수 없다는 듯 폭발하고 말았다.그는 팔을 크게 휘둘러 아내의 뺨을 세게 내리쳤다.“팍!”곽정희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고 입가에선 피가 흘렀으며 얼굴 한쪽이 순식간에 부어올랐다.주변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모두 입을 다물지
남원광은 마치 사람이라도 잡아먹을 듯한 표정이었다.그 어떤 남자도 아내가 바람을 피운 사실을 견딜 수 없을 터였다.하물며 북부 5개 성에서 가장 부유한 남자라면 체면이 더욱 중요했다.“여보, 내가 잘못했어요!”곽정희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급히 무릎을 꿇으며 빌었다.“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우리 10년 넘게 함께 살았잖아요. 아들 생각해서라도 기회를 줘요!”하지만 남원광이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자 곽정희는 곧바로 유명진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다 이 남자가 날 유혹한 탓이에요! 강제로 나한테 그런 짓을 했다고요! 난 창피해서 말을 못 했을 뿐이에요...”그러자 유명진은 즉각 반박했다.“곽정희, 너 정말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분명 네가 날 먼저 유혹한 거잖아. 나랑 같이 오래 있기 위해서 헬스장에서 나를 데려가 개인 비서를 시킨 거고.”“네가 나한테 옷도 사주고 차도 사주고 각종 보약까지 챙겨줬잖아. 내 핸드폰에 다 기록이 있거든? 필요하면 다 보여줄까? 게다가 한 번이라고? 정말 뻔뻔하네. 최소한 하루에 한 번씩은 했잖아!”곽정희가 뻔뻔하게 남편에게 사람을 죽이라고까지 했던 모습을 보고 유명진은 더 참을 수 없었다.자신은 병까지 얻긴 했지만 그래도 살아 있는 게 나으니 살아남기 위해서 반박했다.잠시라도 늦게 해명했으면 곽정희는 유명진을 죽였을지도 모른다.‘네가 이렇게 나온다면 나도 하는 수 없다고!’“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네가 날 유혹하고 일부러 병을 옮긴 거잖아. 죽여 버릴 거야!”곽정희는 이렇게 소리치며 유명진에게 달려들었다.하지만 유명진도 만만치 않았는지라 한 발로 그녀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네가 나한테 조치 취하지 말라며. 뭔가 끼는 느낌이 불편하다고!”“그러면 미리 에이즈에 걸렸다고 말하지 그랬어? 내가 바보냐? 병에 걸렸다고 하면 내가 분명 끼라고 하지?”“왜 말해야 하지? 말하면 네가 날 차버릴 텐데? 그럼 난 돈도 못 받게 될 거 아냐!” 그들은 마치 두 마리 미친개처럼 서
남원광은 갖은 풍파를 이겨내온 사람답게 금세 분노를 억누르고 차츰 자연스러운 표정을 되찾았다.“정말 죄송합니다.”남원광은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아까 두 분의 선의를 오해해서 죄송합니다. 부디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유시인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대표님의 심정 충분히 이해합니다. 누구에게나 이런 일이 생기면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죠.”“맞다. 소개할 분이 계세요. 이분은 바로 명의로 유명한 염 선생님이십니다.”“이번에 제가 특별히 모시고 온 건 대표님의 병을 진찰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예전 같았으면 남원광은 비웃었을 것이다.어린 청년이 무슨 대단한 의술을 갖고 있겠는가 하고 말이다.그동안 만난 명의들이 다들 70~80세는 된 나이가 있는 분들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의학이라는 건 오랜 시간 학습하고 경험을 쌓아야 일정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분야인 것이다.그러나 지금의 남원광은 염무현을 조금도 경시할 수 없었다.“정말 대단하시군요!”남원광은 진심으로 말했다.곽정희와 유명진의 숨겨진 병을 단지 눈으로만 보고 알아낸 것만으로도 이미 보통 명의들을 훨씬 뛰어넘는 실력을 갖춘 사람이었다.“정말 감사드립니다.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저도 그 여자가 에이즈에 걸린 걸 몰랐을 거예요.”이 말을 하면서 남원광은 이를 악물었다.“자칫하면 저도 그 여자에게 당할 뻔했죠!”“아까 일은 없던 일로 하죠.”유시인은 웃으며 말했고 남원광도 그 말을 반갑게 받아들였다.“두 분의 넓은 아량에 감사드립니다.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죠.”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북국의 재벌인 남원광으로서는 계속 머물러 있으면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좋습니다.”이해를 표하는 염무현에 남원광은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의 인격은 아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고상했다.사람으로서 기본은 은혜를 알고 보답하는 것이다.염무현과 유시인이 앞서 걸어 나가자 남원광은 옆에 있던 잔뜩 긴장한 얼굴을 한 식당부 매니저에게 눈짓을 보냈다.그러자 매니저는 즉시
남원광의 병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당시 그는 한창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고 사업에서 성공을 거두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하지만 많은 이들의 사업을 가로챘기 때문에 적들도 많이 생겼다.한 번은 해외에서 비즈니스 행사를 참가하던 중, 적들이 보낸 암살자들에게 습격을 당했다.경호원들이 목숨을 걸고 남원광을 구출했으나 그가 거의 탈출할 즈음 갑자기 공중으로 던져진 수류탄이 폭발했다.그렇게 남원광은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졌다.비록 경호원들의 필사적인 구조로 병원에 실려 가 목숨은 구했지만 머리에는 세 조각의 파편이 남았다.그중 두 조각은 이후 치료 과정에서 무사히 제거되었으나 마지막 한 조각은 너무나도 까다로운 위치에 박혀 있어서 아무리 뛰어난 외과 의사도 손을 쓸 수 없었다.어쩔 수 없이 남원광은 보존 치료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나이가 들수록 파편이 미치는 영향은 점점 커졌다.예전에는 몇 달에 한 번씩 찾아오던 두통이 이제는 며칠에 한 번씩 찾아왔고 그 고통은 점점 더 심해졌다.발작이 언제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남원광은 외부에는 치료하기 어려운 편두통에 걸렸다고 말하며 자신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진료를 받을 때만이 그가 실제 병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는 유일한 순간이었다.그 외에는 이 비밀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이런 상황에서 염무현이 단번에 그의 병을 알아챘으니 남원광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더 중요한 것은 염무현이 맥을 짚지 않고도 그의 상태를 단번에 알아차렸다는 점이었다.최신 의료 장비보다도 더 정확하게 병의 근원을 알아낸 것이다.“염 선생님, 정말 대단하시군요!”곽정희의 에이즈도 염무현이 눈으로만 보고 진단해낸 것이 떠오르자 남원광은 그에게 완전히 매료되었다.염무현은 차분하게 설명했다.“많은 병증은 관찰을 통해 세세한 단서에서 알아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걸음걸이의 자세나 사람을 볼 때의 눈빛만으로도 건강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염무현이 그때 전태웅의 요청을 거절한 이유는 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