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헛소리야!”시큰둥하던 백희연은 여우 요괴를 전문 상대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마치 잔뜩 약이 오른 고양이처럼 펄쩍 뛰었다.츄릅!유진강은 없어 보이게 침을 삼키기 바빴다.백희연의 매력에 흠뻑 빠져 사족을 못 쓸 지경이다.심드렁하든 화를 내든 막론하고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주었다.“법기 짝퉁 따위가 전혀 비슷한 점이 없구먼, 어디서 감히 죽음의 단도라고 사칭해?”백희연은 두 눈을 부릅뜬 채 이를 바득바득 갈며 누구 하나 잡아 먹을 기세였다.방금 유시인이 죽음의 단도가 사람을 죽인 과정을 언급했는데 총 5번이 있었다고 했다.그리고 단도에 죽은 영혼도 총 5명이었다.홍원을 제외하고 제일 유명한 인물이 곧 모두가 알고 있는, 사람의 뇌리에 박힌 여자 미희였다.혼자만의 힘으로 은사 제국을 멸망시키고 신들의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이 바로 그녀이지 않은가?왕이 패하고 자살한 다음 미희가 붙잡히게 되었는데, 그녀를 처형하라는 명령이 있었다.그러나 처형대에서 온갖 교태를 부려 병사를 홀려버린 나머지 정신을 쏙 빼놓아 차마 그녀를 죽이지 못하게 했다.삼안 양소이가 이 상황을 확인하고 역시나 속수무책인지라 결국 상사에게 보고할 수밖에 없었다.결국 상을 차리고 향로까지 비치한 다음 죽음의 단도를 사용하고 나서야 미희를 죽이는 데 성공했다.미희는 천년 여우 요괴로서 백희연과 먼 친척이 될지도 모른다.물론 청교의 정통파 여우족으로 자부하는 백희연은 이러한 친척 관계를 절대로 인정하지 않았다.어쨌거나 미희는 그다지 명성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반면, 백희연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여자는 자기 몸을 간수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고 자랐다.“짝퉁?”유진강은 서둘러 겸허한 표정을 지으며 예의를 갖춰서 말했다.“방금 짝퉁이라고 했는데 그게 무슨 뜻이지?”백희연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방금 유진강이 염무현을 모욕한 말이 그녀의 귀에도 똑똑히 들렸다.비록 염무현에 대해 불평불만을 늘어놓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어쨌거나 주인으로 모시면서 그녀라면 몰라도
유진강이 버럭 화를 냈다.“날 저주하는 건가?! 이 썩을 놈이! 우리 조카가 극진히 대접한다고 해서 감히 내 앞에서 함부로 그 주둥이를 놀릴 수 있을 거로 착각하지 마. 난 절대로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야! 예전 같았으면 이런 얘기를 하는 놈은 일찌감치 목숨을 잃었을 거야. 알겠어?”백희연의 표정이 싸늘하기 그지없었다.“우리 주인님한테 무슨 말버릇이지? 그러고도 이곳에서 무사히 떠날 수 있을 것 같아?”서늘한 눈빛을 마주하자 유진강은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온몸이 차갑게 식어가면서 사지가 서서히 굳어졌다.강렬한 죽음의 기운이 몰려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이렇게 싸늘한 눈빛이라니, 너무 끔찍한 여자였다.유진강은 지금껏 살면서 두려움의 극치라는 게 무슨 느낌인지 처음 경험하게 되었다.경국지색이 따로 없는 미녀 때문에 두려움에 벌벌 떨다니, 정말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만약 그녀가 마음먹고 공격한다면 눈 깜짝할 사이에 죽을 거로 확신했다.“오해에요!”유시인이 서둘러 일어서서 말했다.“이게 다 제 삼촌의 탓이에요. 무현 씨, 제가 대신 사과할 테니까 이만 화 푸세요.”그리고 질책하는 말투로 다시 운을 뗐다.“삼촌은 먼저 나가 계세요. 아직 무현 씨랑 할 말이 남았거든요.”그녀는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왔다.둘째 삼촌의 안하무인의 성격에 염무현을 만나러 오기 적절치 않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아니나 다를까 염무현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이 생기게 되었다.어쨌거나 남의 집을 찾아온 손님으로서 당연히 호스트가 위주이기 마련이다.그런데 갖은 소란을 피우다니,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인가?“아... 그래, 먼저 나가 있을게.”유진강은 뻘쭘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물론 조카 때문이 아니라 살의가 담긴 백희연의 눈빛에 잔뜩 겁을 먹었기 때문이다.그녀와 같은 공간에 단 1초라도 더 있기 싫었다.얼마나 다급했으면 보물을 챙기는 것마저 까먹었다.“무현 씨, 죄송해요.”유시인이 사과를 이어갔다.“둘째 삼촌이
“무슨 약이요?”염무현은 어리둥절했고, 무슨 말인지 당최 이해가 안 갔다.유시인이 웃으면서 말했다.“지난번 유람선에서 연홍도가 맹승준 때문에 다쳤을 때 무현 씨가 알약 하나를 줬는데 효과가 바로 나타났잖아요. 사실 연홍도 씨한테 이미 확인했고, 직접 제조한 약이라 시중에 판매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따라서 유씨 가문 전체를 대표하여 감히 무현 씨와 함께 일할 영광이 주어질지 싶어서 찾아왔어요.”염무현은 그제야 유시인이 치유단을 노리고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역시나 명문 경영대의 수재답게 그녀는 치유단의 막강한 시장 잠재력을 단번에 보아냈다.무림계에서 고대 무술 능력자는 다양한 이유로 다치는 경우가 태반이었고, 대부분 약물을 복용하거나 수련하는 방법을 통해 치료를 진행했다.그러나 시중에 유통되는 약은 한정적이며, 일반 의약품에서 업그레이드된 케이스가 많았다. 비록 치료하는 데 문제는 없지만 고대 무술 능력자에게 효과는 미미했다.만약 고대 무술 능력자에 특화된 치유약이 있다면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기 마련이다.고대 무술 능력자는 세력이 워낙 막강해서 돈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따라서 그런 무리를 대상으로 돈을 버는 것도 훨씬 더 수월했다.유시인은 치유단을 처음 봤을 때부터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거대한 사업이 될 거라는 사실을 직감했다.따라서 그동안 염무현과의 협력 가능성에 대해서 끊임없이 연구했다.오늘은 법기를 감정한다는 핑계로 직접 찾아와 합작할 기회를 엿보았다.“무현 씨는 조제법과 제작법만 제공하면 생산, 판매 등등 일련의 프로세스는 우리 유씨 가문이 책임질게요.”유시인이 협력 조건을 제시했다.“지분은 반반씩 나누고, 무현 씨는 사업에 직접 관여할 필요가 없이 나중에 배당금만 받으면 돼요. 물론 개입하고 싶은 프로세스가 있다면 쌍수 들고 환영하죠.”염무현이 고개를 저으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솔직히 별로 관심이 없어요.”유시인이 서둘러 말을 보탰다.“조제법의 소유권은 당연히 무현 씨한테 있죠. 아니면 4:6은 어때요?
유시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작별을 고했다.“둘째 삼촌의 무례함에 다시 한번 사과할게요.”염무현은 괜찮다는 듯 손을 절레절레 저었다.이내 그녀는 상자를 챙겨서 인사를 하고는 자리를 떠났다.밖에서 차 문이 열리고 뒷좌석에 올라타려는 순간 유진강이 먼저 손을 뻗어 브로케이드 상자를 빼앗아 갔다.“그나마 눈치는 있는 놈이군, 뻔뻔스럽게 어장검... 아니, 보물을 남겨두라고 하지 않는 걸 보니! 아니면 끝장을 봤을 거야.”유진강은 겉으로 틱틱거려도 사실상 속으로는 이미 염무현의 감정 결과를 받아들였다.이건 단도가 틀림없다.“삼촌, 그게 무슨 헛소리죠?”유시인이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무현 씨는 애초에 단도를 탐낼 생각조차 안 했죠. 이런 물건 따위 안중에도 없었고, 삼촌이 떠나고 나서 눈길조차 주지 않았어요. 소인배의 마음으로 어찌 대인군자의 아량을 헤아리겠어요?”유진강이 콧방귀를 뀌었다.“그거 다 연기니까 믿지 마. 설령 죽음의 단도를 모방한 짝퉁이라고 해도 법기인 건 변함없어. 무려 수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골동품인데 어찌 마음이 흔들리지 않겠어?”유시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삼촌, 오늘 진짜 너무했어요. 어쨌거나 방문해서 도움을 청하는 입장으로서 아무런 준비를 못 한 건 둘째치고 무현 씨의 심기를 건드리는 말을 했을뿐더러 대놓고 면박을 주다니, 해서는 절대로 안 되는 짓이죠. 무현 씨가 없는 얘기를 지어내는 분은 아니라서 진짜 불길한 물건일지도 모르니 얼른 처분해요.”유진강은 마치 보물처럼 브로케이드 상자를 품에 끌어안고 두 눈을 부라렸다.“안돼! 이렇게 좋은 걸 어찌 다른 사람한테 그냥 주겠어? 넌 신경 쓰지 마,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참, 둘이서 합작 건에 관해 얘기한다더니, 잘 해결했어?”유시인이 어깨를 으쓱했다.“날아갔어요, 무현 씨가 거절했어요.”그녀의 말뜻은 사실 유진강의 무례한 행동을 꼬집으려는 의도였다.다시 말해서 이런 태도를 보여주는 사람을 쫓아내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많이 배려해줬다는 뜻이다.그러
“무현 님, 저희가 확보한 정보에 의하면 흑일파에서 거액을 주고 무현 님의 개인 정보를 조사하고 있대요.”무림 연맹 제복 차림의 남자가 염무현의 앞에 서 있었다.“또한, 용국에 몰래 킬러를 보냈는데 큰 이변이 없는 한 무현 님을 상대하기 위해서일 듯싶네요.”그는 조마조마한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비록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애를 썼지만 떨리는 목소리는 미처 감추지 못했다.이유는 단 하나, 바로 다리를 꼬고 앉아 옆에서 손톱을 깎는 백희연 때문이었다.지난번 허원 지부에서 무려 혼자서 백 명이 넘는 사람을 몰살하고 무림 연맹을 대표하는 건물을 초토화함으로 당시 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다.물론 눈앞의 남자도 사건 현장에 있었다.그에게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 백희연은 악마와 다름없었다.“알았어, 새로운 소식이 있으면 곧바로 알려줘.”염무현이 무덤덤한 얼굴로 말했다.남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서둘러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물론입니다! 별다른 지시사항이 없다면 이만 가볼게요.”이곳에서 단 1초라도 머물고 싶지 않았다.염무현의 허락을 받고 나서야 그는 뒤돌아서 자리를 떠났다.그리고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우뚝 멈춰서더니 다시 뒤돌아섰다.“무현 님, 방금 입수한 소식인데 친구분 공혜리 씨가 시비에 휘말린 것 같아요.”“무슨 시비? 흑일파 사람인가?”염무현의 안색이 싸늘하게 변했다.남자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아마도 가벼운 다툼인 것 같은데 상대방의 실력이 워낙 막강해서 공혜리 씨를 경호하는 김범식을 훨씬 능가하거든요. 이대로 가다가 큰일 날 가능성이 커요.”“어디 있대?”염무현이 되물었다.“레드데블 바입니다.”염무현이 일어서자 백희연이 소파에서 벌떡 일어섰다.“나도 갈래!”염무현은 원래 그녀를 집에 두고 갈 생각이었다.우현민과 정은선이 집에 있는 동안 자신이 없는 틈을 타서 강도라도 들면 어떡하냐는 말이다.“걱정하지 마, 집에 진법을 설치해서 도둑이 들면 금방 알 수 있어.”백희연이 자신의 관자놀이를 가리켰다.“그래
“앞으로 절대 말썽 피우지 않겠다고 맹세할게!”공혜리는 꾹 참고 말했다.“알겠어요, 거기서 기다려요. 지금 데리러 갈 테니까.”그리고 옷을 갈아입고 김범식과 부하 몇 명을 불러서 레드데블 바로 출발했다.이는 새로 오픈한 술집인데 사장의 정체가 베일에 꽁꽁 싸여 있었다.참신한 인테리어와 그동안 서해시에서 볼 수 없었던 아이템 덕분에 단숨에 상류층 인사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그 와중에 공규성은 레드데블 바의 VVIP인지라 매번 방문할 때마다 수천만에 달하는 돈을 아낌없이 펑펑 썼다.직원과 여자 종업원들은 그를 보자마자 마치 벌떼처럼 우르르 몰려들었다.서비스만 확실하게 해준다면 팁을 받을 수 있는데 옆 손님이 보고 부러워할 정도였다.따라서 공규성은 마치 임금처럼 최고의 대우를 받았다.그러나 오늘은 예외였고, 골치 아픈 상대를 만날 줄은 어찌 알겠는가?왜냐하면 여자를 빼앗기 위해 지방에서 온 부잣집 도련님과 시비가 붙었기 때문이다.물론 상대방 따위 안중에도 없었고, 수행 요원에게 대뜸 사람부터 패라고 손짓했다.코딱지만 한 서해시에서 누가 감히 그의 앞에서 건방을 떨겠는가?부잣집 도련님이든 재벌 2세이든 막론하고 마찬가지였다.하지만 정작 수행 요원들이 흠씬 두들겨 맞았고, 공규성 본인마저 얼굴이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그리고 초라한 몰골로 바닥에 무릎 꿇고 앉아 머쓱해 하는 모습은 얼마나 비참한지 모른다.무쇠 주먹이 얼굴에 닿는 순간 그제야 잘못 걸려도 단단히 잘못 걸렸다는 사실을 직감했다.설령 폭력을 행사한들 상대방은 끄떡없었고, 반대로 애원한다고 해서 체면을 봐주는 것도 아니었다.결국 그는 어쩔 수 없이 공혜리에게 연락해서 도움을 청했다.밖에 수십 대의 차가 각기 다른 방향에서 달려왔다.덩치가 산만 한 사내들이 김범식의 뒤를 따라 공혜리가 탄 좌석을 향해 다가왔다.“아가씨, 이분은 손명호 씨라고 합니다. 그랜드 마스터급 고수인데 형님이 다른 도시에서 모셔 오느라 공을 꽤 들였죠.”김범식은 사각턱의 중년 남자를 가리
벌컥!대문이 양쪽으로 활짝 열렸다.손명호가 앞장섰고, 뒤에서 따라오는 공혜리가 오히려 부하 같은 느낌이 들었다.내부는 조명이 번쩍였고, 음악이 끊이지 않고 흘러나왔는데 여느 바와 별다른 점이 없었다.살벌한 분위기는커녕 일촉즉발의 긴장감도 찾아보기 힘들었다.손명호는 득의양양한 얼굴로 피식 웃었다. 역시나 그의 예상대로 단지 흔한 시비에 불과했다.고작 서해시 같은 촌구석에서 사건이 터져봤자 스케일이 얼마나 크겠는가? 말도 안 되는 일이다.무려 마스터급 고수를 출동시키는 건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는 격이다.그가 바에 들어서는 순간 아무리 골치 아픈 일이라도 쉽게 해결되리라 굳게 믿었다.상대방이 아무리 건방지더라도 마스터급 고수 앞에서는 스스로 꼬리를 내리기 마련이다.“어느 분이 공씨 가문 둘째 도련님이죠?”이내 명령조로 물었고, 자초지종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주인이 손명호인 줄 알았을 것이다.검은색 트렌치코트를 입은 공혜리는 관심을 빼앗겨 옆에서 공기 취급받았다.“나야! 혜리는 어디 있지?”공규성이 만면에 희색을 띠며 일어나려고 했다.퉁퉁 부은 얼굴만 봐도 꽤 혹독한 시련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누가 함부로 움직이라고 했지? 죽고 싶어 환장했나?”옆에 있는 소파에서 음산한 목소리가 유유히 울려 퍼졌다.반쯤 일어선 공규성은 우뚝 멈춘 채 어정쩡한 자세를 한참 동안 유지하고는 다시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병신!’손명호가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공씨 가문이 서해시를 꽉 잡고 있다더니, 무려 둘째 도련님이라는 사람이 이 정도 배짱밖에 안 된다는 말인가?그야말로 겁쟁이가 따로 없었다.아군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 고작 상대방의 한마디에 겁을 먹은 모습이라니, 못나도 너무 못났다.부츠를 신은 공혜리는 기다란 다리를 움직여 손명호를 지나쳐 앞으로 나섰다.“삼촌, 이게 무슨 상황이지?”공규성이 시뻘게진 얼굴로 우물쭈물 대답했다.“시비가 좀 붙었는데... 혜리야, 마침 잘 왔어. 10억만 배상해 준다면 없던 일로 한대.”
얼굴만 보면 기껏해야 20대 초반 같았고, 다만 눈빛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음흉함과 교활함으로 가득했다.“아까 10억이지, 지금은 그 가격으로 힘들 것 같은데?”백발남이 비열하게 웃었다.공혜리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무슨 뜻이죠?”“이 찌질한 놈이 그쪽 삼촌이죠? 우선 이런 웃어른이 있다는 사실에 대신 수치심이 드네요.”백발남의 미소가 점점 음침하게 변했다.“이 아저씨가 내 구역에서 난동을 부리고 장사를 망쳤을뿐더러 손님한테 위협도 주고, 부하까지 다치게 했는데 고작 10억으로 무마시키려는 게 말이 돼요? 꿈도 야무지군. 만약 이런 사람을 무사히 돌려보내면 다들 우리 레드데블 바가 만만한 곳이라고 생각할 텐데, 앞으로 서해시에서 어떻게 살아남겠어요?”공혜리가 다시 눈살을 찌푸렸다.“원하는 게 뭐죠?”백발남이 눈썹을 치켜올렸다.“간단해요, 공씨 가문의 모든 사업, 구역, 그리고 세력까지 나한테 넘겨주는 거죠.”“혹시 잠이 덜 깼어요? 아니면 욕심이 과한 건가요?”공혜리의 안색이 싸늘해지더니 퉁명한 말투로 말했다.“고작 시비가 붙었다는 이유로 공씨 가문이 몇십 년 동안 일궈온 성과를 가로채려는 심보인가? 오히려 그쪽이 더 꿈이 야무진 거 같은데?”“아니요, 전 다르게 생각해요.”백발남이 또다시 비열한 웃음을 지었다.“개과천선했다고 그동안 당신들이 저지른 짓이 용서받을 거라는 착각은 버려요. 당시 혜리 씨 아버님도 약탈하고 잔인한 수법까지 서슴지 않으면서 첫 시드 머니를 구축했죠. 이제 똑같은 방식으로 가져가려는 것일 뿐, 뭐가 그리 잘못됐죠? 물론 고작 공규성 같은 쓰레기를 위해 타협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죠. 그래서 기회를 주려고 해요.”치욕과 폐물은 공규성을 형용하기 딱 맞는 단어였다.만약 평소라면 공규성은 절대로 참지 않고 이런 소리를 지껄이는 사람에게 참혹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그러나 지금은 겁에 질려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백발남이 말을 이어갔다.“즉, 무림계의 룰에 따라 경기를 진행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