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절대 말썽 피우지 않겠다고 맹세할게!”공혜리는 꾹 참고 말했다.“알겠어요, 거기서 기다려요. 지금 데리러 갈 테니까.”그리고 옷을 갈아입고 김범식과 부하 몇 명을 불러서 레드데블 바로 출발했다.이는 새로 오픈한 술집인데 사장의 정체가 베일에 꽁꽁 싸여 있었다.참신한 인테리어와 그동안 서해시에서 볼 수 없었던 아이템 덕분에 단숨에 상류층 인사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그 와중에 공규성은 레드데블 바의 VVIP인지라 매번 방문할 때마다 수천만에 달하는 돈을 아낌없이 펑펑 썼다.직원과 여자 종업원들은 그를 보자마자 마치 벌떼처럼 우르르 몰려들었다.서비스만 확실하게 해준다면 팁을 받을 수 있는데 옆 손님이 보고 부러워할 정도였다.따라서 공규성은 마치 임금처럼 최고의 대우를 받았다.그러나 오늘은 예외였고, 골치 아픈 상대를 만날 줄은 어찌 알겠는가?왜냐하면 여자를 빼앗기 위해 지방에서 온 부잣집 도련님과 시비가 붙었기 때문이다.물론 상대방 따위 안중에도 없었고, 수행 요원에게 대뜸 사람부터 패라고 손짓했다.코딱지만 한 서해시에서 누가 감히 그의 앞에서 건방을 떨겠는가?부잣집 도련님이든 재벌 2세이든 막론하고 마찬가지였다.하지만 정작 수행 요원들이 흠씬 두들겨 맞았고, 공규성 본인마저 얼굴이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그리고 초라한 몰골로 바닥에 무릎 꿇고 앉아 머쓱해 하는 모습은 얼마나 비참한지 모른다.무쇠 주먹이 얼굴에 닿는 순간 그제야 잘못 걸려도 단단히 잘못 걸렸다는 사실을 직감했다.설령 폭력을 행사한들 상대방은 끄떡없었고, 반대로 애원한다고 해서 체면을 봐주는 것도 아니었다.결국 그는 어쩔 수 없이 공혜리에게 연락해서 도움을 청했다.밖에 수십 대의 차가 각기 다른 방향에서 달려왔다.덩치가 산만 한 사내들이 김범식의 뒤를 따라 공혜리가 탄 좌석을 향해 다가왔다.“아가씨, 이분은 손명호 씨라고 합니다. 그랜드 마스터급 고수인데 형님이 다른 도시에서 모셔 오느라 공을 꽤 들였죠.”김범식은 사각턱의 중년 남자를 가리
벌컥!대문이 양쪽으로 활짝 열렸다.손명호가 앞장섰고, 뒤에서 따라오는 공혜리가 오히려 부하 같은 느낌이 들었다.내부는 조명이 번쩍였고, 음악이 끊이지 않고 흘러나왔는데 여느 바와 별다른 점이 없었다.살벌한 분위기는커녕 일촉즉발의 긴장감도 찾아보기 힘들었다.손명호는 득의양양한 얼굴로 피식 웃었다. 역시나 그의 예상대로 단지 흔한 시비에 불과했다.고작 서해시 같은 촌구석에서 사건이 터져봤자 스케일이 얼마나 크겠는가? 말도 안 되는 일이다.무려 마스터급 고수를 출동시키는 건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는 격이다.그가 바에 들어서는 순간 아무리 골치 아픈 일이라도 쉽게 해결되리라 굳게 믿었다.상대방이 아무리 건방지더라도 마스터급 고수 앞에서는 스스로 꼬리를 내리기 마련이다.“어느 분이 공씨 가문 둘째 도련님이죠?”이내 명령조로 물었고, 자초지종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주인이 손명호인 줄 알았을 것이다.검은색 트렌치코트를 입은 공혜리는 관심을 빼앗겨 옆에서 공기 취급받았다.“나야! 혜리는 어디 있지?”공규성이 만면에 희색을 띠며 일어나려고 했다.퉁퉁 부은 얼굴만 봐도 꽤 혹독한 시련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누가 함부로 움직이라고 했지? 죽고 싶어 환장했나?”옆에 있는 소파에서 음산한 목소리가 유유히 울려 퍼졌다.반쯤 일어선 공규성은 우뚝 멈춘 채 어정쩡한 자세를 한참 동안 유지하고는 다시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병신!’손명호가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공씨 가문이 서해시를 꽉 잡고 있다더니, 무려 둘째 도련님이라는 사람이 이 정도 배짱밖에 안 된다는 말인가?그야말로 겁쟁이가 따로 없었다.아군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 고작 상대방의 한마디에 겁을 먹은 모습이라니, 못나도 너무 못났다.부츠를 신은 공혜리는 기다란 다리를 움직여 손명호를 지나쳐 앞으로 나섰다.“삼촌, 이게 무슨 상황이지?”공규성이 시뻘게진 얼굴로 우물쭈물 대답했다.“시비가 좀 붙었는데... 혜리야, 마침 잘 왔어. 10억만 배상해 준다면 없던 일로 한대.”
얼굴만 보면 기껏해야 20대 초반 같았고, 다만 눈빛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음흉함과 교활함으로 가득했다.“아까 10억이지, 지금은 그 가격으로 힘들 것 같은데?”백발남이 비열하게 웃었다.공혜리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무슨 뜻이죠?”“이 찌질한 놈이 그쪽 삼촌이죠? 우선 이런 웃어른이 있다는 사실에 대신 수치심이 드네요.”백발남의 미소가 점점 음침하게 변했다.“이 아저씨가 내 구역에서 난동을 부리고 장사를 망쳤을뿐더러 손님한테 위협도 주고, 부하까지 다치게 했는데 고작 10억으로 무마시키려는 게 말이 돼요? 꿈도 야무지군. 만약 이런 사람을 무사히 돌려보내면 다들 우리 레드데블 바가 만만한 곳이라고 생각할 텐데, 앞으로 서해시에서 어떻게 살아남겠어요?”공혜리가 다시 눈살을 찌푸렸다.“원하는 게 뭐죠?”백발남이 눈썹을 치켜올렸다.“간단해요, 공씨 가문의 모든 사업, 구역, 그리고 세력까지 나한테 넘겨주는 거죠.”“혹시 잠이 덜 깼어요? 아니면 욕심이 과한 건가요?”공혜리의 안색이 싸늘해지더니 퉁명한 말투로 말했다.“고작 시비가 붙었다는 이유로 공씨 가문이 몇십 년 동안 일궈온 성과를 가로채려는 심보인가? 오히려 그쪽이 더 꿈이 야무진 거 같은데?”“아니요, 전 다르게 생각해요.”백발남이 또다시 비열한 웃음을 지었다.“개과천선했다고 그동안 당신들이 저지른 짓이 용서받을 거라는 착각은 버려요. 당시 혜리 씨 아버님도 약탈하고 잔인한 수법까지 서슴지 않으면서 첫 시드 머니를 구축했죠. 이제 똑같은 방식으로 가져가려는 것일 뿐, 뭐가 그리 잘못됐죠? 물론 고작 공규성 같은 쓰레기를 위해 타협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죠. 그래서 기회를 주려고 해요.”치욕과 폐물은 공규성을 형용하기 딱 맞는 단어였다.만약 평소라면 공규성은 절대로 참지 않고 이런 소리를 지껄이는 사람에게 참혹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그러나 지금은 겁에 질려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백발남이 말을 이어갔다.“즉, 무림계의 룰에 따라 경기를 진행하는 거죠.
“누가 함부로 결정하라고 했죠?”공혜리는 불쾌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제멋대로 행동하다니? 자신이 안중에 없다는 뜻이지 않은가?“혜리 씨, 겁먹을 필요 없어요.”손명호는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오히려 의기양양한 모습이었다.“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애송이들 같으니라고, 흠씬 두들겨 맞아야 정신 차릴 거예요. 걱정하지 말고 나한테 맡겨요, 고작 경기 따위 저 혼자 출전해도 충분하니까.”그는 대체 무엇을 잘못했는지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사실 상대방이 막무가내로 제시한 요구는 단칼에 거절할 권리가 있었다.무림계 룰은 개뿔, 듣도 보도 못한 소리였다.설령 있다고 해도 코딱지만 한 서해시에서 지방 출신의 촌놈이 요구를 제안할 입장은 아니었다.손명호가 제멋대로 구는 바람에 그녀는 페이스를 잃게 되었다.분명 주도권을 잡고 있었는데 지금은 상대방에게 순순히 내어주는 꼴이지 않은가?“만약 지게 된다면 어떤 결과가 있을지,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를 생각해 본 적은 있나요?”공혜리가 분노를 억누르고 되물었다.그나마 손명호가 합류한 지 얼마 안 되었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절대로 인정사정 봐주지 않았을 것이다.“그게 무슨 망언이죠? 내가 지다니?”손명호가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고대 무술 능력자가 된 이후로 한 번도 져본 적이 없죠. 당신들은 옆에서 구경만 하면 돼요. 아무것도 하지 말고, 알겠죠? 제가 좋은 구경거리를 보여줄 테니까.”백발남은 목적을 이룬 듯한 표정으로 코웃음을 쳤다.“혜리 씨, 이렇게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는데 약속은 지켜야죠? 만약 결정을 후회한다면 패배로 여기고 똑같이 모든 재산을 내놓아야 해요.”공혜리가 씩씩거리며 손명호를 흘겨보았다.“지기만 해 봐요.”“걱정하지 마세요.”손명호는 시종일관 안하무인인 모습으로 일관했다.물론 규칙을 모르는 게 아니라 단지 속으로 나름대로 꿍꿍이가 있었기 때문이다.즉, 이번 기회를 빌려 공씨 가문 사람 앞에서 막강한 실력을 선보일 작정이었다
“이참에 이순용 대신 제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제자를 혼내주지.”그리고 상대방을 향해 손가락을 까닥했는데 도발적인 의미가 담겨 있었다.“사부한테서 무슨 스킬을 배웠는지 어디 한번 확인해볼까?”“건방진 놈!”심구는 화를 버럭 내더니 양손으로 주먹을 쥔 다음 동시에 휘둘렀다.하지만 단 두 번 만에 손명호의 반격에 못 이겨 경기장을 벗어났다.털썩!결국 테이블을 연달아 부수고 나서 바닥에 쓰러져 의식을 잃고 말았다.“손 마스터님은 역시 대단하세요, 고작 두 번 만에 승리를 거머쥐다니!”“괜히 그랜드 마스터가 아니네요. 자신감이 넘치는 데 이유가 있군.”“오늘 승리의 여신은 우리 편인가 봐요. 첫 번째 라운드부터 손쉽게 승리하다니, 한 번만 더 이기고 얼른 집에 갑시다.”김범식의 부하들이 수군거리며 손명호에 대한 호감이 급상승했다.손명호는 양손으로 뒷짐을 지고 승자만이 지을 수 있는 뿌듯한 표정으로 도도하게 말했다.“다음은 누구인가? 만약 아까 그놈과 비슷한 수준이라면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거야. 이렇게 물러터진 사람을 상대한다는 자체가 쪽팔리니까.”백발남은 첫 번째 라운드의 패배에 딱히 당황하지 않았고, 되레 유유자적한 모습이었다.“선생님, 잘 좀 부탁드립니다.”범상치 않은 아우라를 풍기는 노인이 느긋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외모는 물론 옷차림까지 평범한 어르신은 여느 일반인과 다를 바 없었다.그는 백발남을 향해 예의를 갖추더니 휘청거리며 링을 향해 걸어갔다.“방금 내가 한 말이 농담 같아?”손명호가 펄쩍 뛰었다. 마치 엄청난 수모라도 당한 듯 고래고래 외쳤다.“제 주제도 모르는 늙은이 같으니라고, 거기 멈춰! 가까이 오지 마. 본인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정녕 인지하지 못했단 말인가? 멀쩡하지도 않은 사지로 어떻게 날 상대한다고 그래? 한 주먹 거리도 안 될 것 같은데, 똑똑히 들어! 굳이 죽음을 자초하고 싶다면 봐줄 생각이 전혀 없으니 각오해.”노인은 그의 말을 한 귀로 흘러 내보내며 결국 링 위에 올라갔다.“네 무덤을 스스
“운하문 고지형일세.”노인은 느긋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손명호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고, 그동안 오만방자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이내 전전긍긍하며 물었다.“당신이 그... 이런! 운하문 수장에게 패배를 당한 거였군. 상대방을 너무 얕잡아본 내 탓이지, 져도 싸네!”운하문 고지형은 북쪽 무림계에서 가히 전설로 통했다.그에 관해 제일 흥미진진한 소문이 바로 실력을 감추고 있다가 상대방이 방심한 틈을타서 대승을 거둔다는 것이다.게다가 평범한 외모와 볼품없는 몸매는 물론 분위기마저 일반인과 다를 바 없기에 종종 상대방의 무시를 당하고는 했다.그러나 얕잡아본 결과는 왕왕 처참했다.무림계에서 고지형의 손에 죽은 마스터급 고수만 하더라도 열 몇 명이 된다는 기록이 공식적으로 존재했다.이로 인해 그는 마스터 킬러라는 별명도 얻게 되었다.따라서 손명호가 고지형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저도 모르게 놀란 표정을 지은 이유도 납득이 갔다.“뭐 임마? 넌 그렇다 쳐도 우린 어떡해?”김범식은 화가 난 나머지 그를 향해 고래고래 외쳤다.본인의 자만심 때문에 공씨 가문의 전 재산을 걸지 않았는가?손명호는 의기소침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인 채 공혜리의 눈을 쳐다볼 엄두도 못 냈다.“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죠. 100% 내 탓이라고 하기에는 무리 아닌가요? 나도 이런 결과가 있을 줄은 몰랐지...”공혜리는 헛웃음을 터뜨렸다.이렇게 뻔뻔스러운 사람이 다 있다니.“1승 1패네요. 마지막 라운드를 앞두고 누구를 출전시킬 예정인가요?”백발남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역시나 그의 예상대로 모든 게 흘러갔다.공혜리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고,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공규성이 뻔뻔스럽게 다가왔다.“혜리야, 아까 왜 덥석 승낙한 거야? 역시나 아직 어리군, 경험이 미흡한 탓이지, 뭐. 이제 어떡하지? 우리한테 아주 불리한 상황이라고.”공혜리가 발끈했다.“지금 누구 때문에 이런 상황이 생겼는데요!”“내 잘못 아니야, 경기하겠다고 대답한 사람은
“당신들이 패배하면 혜리 씨도 공씨 가문의 산업과 함께 내 소유가 되는 거지.”백발남은 입술을 핥으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모처럼 주어진 전세 역전의 기회인데, 무려 2대 1이라고. 이길 확률이 매우 높으니 놓치면 반드시 후회하게 될걸?”김범식이 다급히 공혜리를 향해 말했다.“아가씨, 절대로 속지 마세요. 이제야 알겠어요, 이 자식은 심보가 아주 고약하죠. 저희가 바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저 사람들이 파놓은 함정에 빠진 거예요.”백발남이 싸늘하게 웃었다.“눈치챘으니 운명에 체념하는 게 좋을 거야! 당신 말이 맞아, 내가 계략을 꾸민 건 사실이지만 설령 들통났다 한들 어떡할 건데? 어차피 반항해도 소용없을 테니까 순순히 굴복하고 현실을 받아들여.”“혜리 씨, 난 여자를 끔찍이 아낄 줄 아는 사람이라 앞으로 나와 함께 한다면 호의호식하고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거든? 하루하루를 즐겨요, 그냥.”녀석이 노리는 건 단순히 공씨 가문의 산업과 공씨 가문이 서해시에서 구축한 세력 구도 뿐만 아니라 공혜리마저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작 ‘음흉하다’라는 말로는 형용이 불가할 정도였다.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무시무시한 속셈을 생각하면 저도 모르게 두려움이 앞섰다.김범식은 두 눈을 부라렸다.“꿈 깨, 이 자식아!”“아가씨, 얼른 이 악마의 소굴에서 도망쳐요. 저희는 신경 쓰지 마세요.”김범식이 공혜리의 앞을 막아섰다.백발남은 손을 흔들며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다.“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이때, 수백 명의 사람이 우르르 일어섰다.바 안에서 지켜보던 구경꾼들도 알고 보니 백발남의 부하였다.내부에 갑자기 긴장감이 맴돌았다.심지어 공기 중에서 불꽃이 튀는 느낌마저 들었다.“아가씨를 보호해!”김범식이 외치자 십여 명의 부하가 일제히 모여들어 공혜리를 빙 둘러쌌다.“오늘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 온다고 해도 너희들은 도망칠 구석이 없을 거야, 하하하!”백발남은 극도로 오만한 모습으로 웃음을 터뜨리며 이죽거렸다.“벌레 같은 놈들, 감히 제
“무현 님!”이 사람의 귀에 익은 목소리를 듣자, 김범식과 사람들은 먼저 멍해서 하더니 바로 미친 듯이 기뻐하기 시작했다. 공혜리의 고운 얼굴에서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무현 님이 왔다. 조금 전만 해도 공혜리는 거의 절망적이었다.“x 발, 너는 또 누구야?”백발남의 한 부하가 오만방자하게 손가락을 치켜들며 염무현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건방진 것이 자기 주제도 모르고, 감히 우리 집 도련님의 일도 참여해?”“이놈아,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쿵 하는 소리와 함께 이 사람은 거센 힘에 가슴을 명중하고는 제자리에서 위로 날아가 버렸다.풍덩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가 탁자 우에 심하게 내리 떨어지면서 인조석 받침대가 순식간에 폭발했는데, 그가 땅에 떨어졌을 때 이미 움직이지 않았다.‘혹시...죽었어?’놀란 건 백발남뿐만 아니라 김범식도 마찬가지였다. 염무현이 손을 쓰는 것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그럼 이 사람은 어떻게 죽은 걸까?’염무현은 바 안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 그제야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요염한 미녀가 그의 뒤에 있는 것을 보았다.그 여자는 너무 아름다워 백발남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크게 뜨고 이 미녀에게 어울리는 형용사를 찾기 시작했다.그러나 그는 순간 그녀에게 어울리는 형용사를 한 개도 생각해내지 못했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아름답다는 단어밖에 생각이 나지 않았다. 공혜리가 이미 비주얼과 몸매, 그리고 카리스마의 신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이 여자의 카리스마가 더 뛰어날 줄은 몰랐다.이 여자는 아름답고 요염했다. 그것도 지극히 말이다. 그녀는 분명히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표정도 매우 자연스러웠다.하지만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 그리고 무심코 드러내는 요염함은 화살과 같이 사람들의 가슴을 저격했다. 그녀의 요염함은 조금의 가식적인 것이 섞이지 않았고 자연스러웠다.백발남은 명문가 출신으로 오랫동안 제원시와 같은 큰 도시에 섞여 살면서 세상 물정을 잘 안다고 생각했다.화제성이 강한 블로거든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