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필요 없어요, 염무현 씨가 아닌 게 확실해요!”공혜리가 깔끔하게 거절했다. 그 누구에게도 염무현을 방해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그녀는 절대로 사람들이 염무현을 찾아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이 작은 일조차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무슨 염치로 염무현을 만나러 간단 말인가?“공 대표님, 왜 그렇게 염무현이 아니라고 단정짓는 겁니까? 4년 동안의 공백이 있는 놈이라 분명히 무슨 문제가 있을 겁니다.”태로운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이 일은 두 회사의 생사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중시해야 합니다. 자세히 보십시오, 이 사람의 키와 체형 모두 염무현과 비슷합니다. 걷는 자세도 비슷한 걸로 보아 염무현이 확실합니다!”태로운은 조제법 도난의 죄명을 기필코 염무현에게 덮어씌울 생각이었다. 그는 이미 생각을 굳혀 그 마음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더 말할 필요 없어요. 제가 아니라면 아닌 거예요!”공혜리가 단호하게 말했다.그 말을 들은 양희지는 미간을 구겼다.“공 대표님, 무슨 근거로 단정짓는 겁니까? 설마 염무현 씨의 소행이 아니라는 확실한 증거가 있는 겁니까?”“맞아요! 확실한 증거를 내놓지 않는 이상 절대 그놈을 가만두면 안 됩니다!”태로운이 정색했다.공혜리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부자연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조제법이 도난당한 이 시간에 염무현 말고도 회사에 없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어요.”“그게 누군가요?”태로운이 물었다.“바로 저, 공혜리입니다.”태로운은 잠깐 벙찐 표정을 보이더니 곧바로 반박했다.“대표님이 회사에 안 계시는 건 흔한 일이잖아요. 그게 문제가 되나요? 염무현이 조제법을 훔친 일과 무슨 상관이 있는 거예요?”“그때 제가 염무현 씨와 함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절대 염무현 씨의 소행이 아니라는 겁니다.”공혜의 볼이 약간 빨개졌다.태로운은 당연히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이런 우연이 어디 있겠는가?혜리 그룹에 입사한 그날부터 태로운은 공혜리에게 여러 차례 거절당했었다. 그만큼 공혜리의 눈
염무현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으면 태로운은 다른 사람에게 누명을 씌웠을 것이다.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니 무슨 말을 해도 이미 늦었다.공혜리는 침착한 척했지만 사실 심장이 벌렁벌렁 뛰고 있었다.어려서부터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은 그녀는 거짓말을 하는 것에 익숙하지도 않았고 싫어했다. 특히 이런 남녀 사이의 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그랬다.젊은 여자가 이런 말을 내뱉는 건 사실상 쉽지 않았다.하지만 공혜리는 후회하지 않았다.똑같은 상황이 다시 주어진다고 해도 그녀는 염무현을 위해 똑같은 변명을 했을 것이다.태로운은 마음이 착잡했다. 모든 준비를 완벽히 마쳤는데 갑자기 공혜리가 그의 앞길을 막을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공혜리가 직접 염무현을 위해 증언을 했으니 그는 가슴이 답답했다.빈틈없는 계획에 이런 작은 실수로 인해 지금 공든 탑이 무너지려고 한다.다행히 이 계획이 완전히 실패한 것은 아니다.조제법이 도난당한 건 확고부동한 사실이다. 다만 염무현 이 녀석은 운 좋게 도망갔을 뿐이다.공혜리와 양희지는 눈앞에 서 있는 이 업계 엘리트가 사실은 백초당에서 보낸 스파이라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태로운의 맨 처음 계획이 바로 석연고를 훔치는 거였다.조제법을 입수한 후, 백초당에서는 즉시 동일한 연구 보고서를 위조하여 특허청에 특허출원을 내려고 했다. 그래야 혜리 그룹에서는 더는 특허권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니 말이다.그리고 혜리 그룹에서 백초당의 연구 성과를 훔쳤다며 여론을 조작하여 특허를 뺏어올 생각이었다.설사 마지막에 특허를 뺏어오지 못한다고 해도 백초당과 혜지 그룹의 분쟁은 계속되어 특허권은 미해결 상태이기 때문에 두 회사에서는 모두 석연고를 생산하여 출시할 수 있다. 그다음으로 누가 제품을 잘 파는지는 각자 능력에 달렸다.하지만 일이 어떻게 되든 이득을 보는 쪽은 백초당이고 손해를 보는 건 혜리 그룹과 양희지일 것이다.초기에 태로운의 운영으로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다만 두 가지 점이 그의 예상을 벗어났다.첫째, 석연
“석연고에 문제가 생겼어요. 마침 백초당의 특허와 관련이 있대요.”“네? 정말이에요? 부대표님 팀 전체가 스카우트 당해 백초당은 이미 혜리 그룹에 불만이 많았잖아요. 이제 약점 잡혔으니 큰일이 나겠네요.”“부대표님이 처음부터 특허에 대한 걱정을 얘기했었는데, 역시 베테랑답네요.”“하지만 아쉽게도 공 대표님이 너무 자신만만했죠. 대수롭지 않게 여기니까 지금과 같은 위기가 찾아온 거 아니겠어요.”“이제 무슨 얘기를 해도 다 늦었죠. 백초당에서 집안 아가씨인 여지윤이 이 일을 직접 맡았다고 해요. 그분이 엄청 칼같고 무자비하기로 유명하잖아요. 그분이 경쟁자로 보는 사람은 모두 비참한 결과를 맞이했던 것 같아요.”회사 안에서 사람들이 저마다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염무현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옆에 있던 정장 차림의 우예원에게 물었다.“예원아, 무슨 일이야?”“오빠, 아직도 몰라?”우예원이 다가와서 눈을 크게 뜬 채 말을 이어갔다.“석연고의 특허출원이 거절되었어. 백초당의 특허를 표절했다는 이유로. 그래서 백초당에서 그 책임을 따져 묻겠다고 난리야.”“다 망했어. 석연고가 출시도 안 되고 회사 평판도 떨어졌으니 어떡하면 좋아?”염무현이 다시 한번 눈살을 찌푸렸다.“표절했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잖아.”석연고는 백초당과 전혀 상관이 없다는 걸 그는 확신했다.석연고가 옥연고의 조제법을 표절했다면 염무현은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번 회의에서 이미 알아차렸는데 사실 석연고는 옥연고의 간이 버전이었다.하지만 혜리 그룹의 제품이기 때문에 공혜리의 체면을 봐서라도 염무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리고 백초당의 제품을 표절했다니, 그건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어휴, 이미 기정사실이래. 오빠도 석연고를 개발한 업체가 어딘지 알고 있겠지?”우예원은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그러곤 미묘한 표정을 보이더니 갑자기 흥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YH그룹! 오빠의 전처, 내 전 형수인 양희지의 회사란 말이야! 이번에 운수 안 좋은 건 우리뿐만이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에요. 문제 해결에 그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요.”조윤미가 논리 있게 따져 물었다.“말이 쉽지, 잘못을 인정하면 표절을 했다고 인정하는 거나 다름없잖아요. 그러면 입이 백 개라도 해명할 방법이 없을 텐데 그대로 백초당에게 당할 건가요, 부대표님? 백초당에서 강하게 나오니까 우리도 강하게 밀어붙여야죠. 우리가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걸 알게 해줘야죠. 아니면 백초당에서는 언젠간 또 우리를 물고 늘어질 거예요.”태로운이 비꼬며 말했다.“난 또, 무슨 좋은 방법이 있는 줄 알았죠. 결국 고집을 부려 끝까지 싸우려는 거잖아요. 백초당이 만만해 보여요? 판사님이 만만해 보여요? 끝까지 가면 좋을 것 하나 없어요. 오히려 혜리 그룹과 YH그룹의 평판을 떨어뜨릴 거라고요. YH그룹이야 작은 회사라 평판이 떨어져도 상관없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뻔뻔하지 않거든요.”분노가 끓어오른 조윤미는 태로운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목소리를 높였다.“누구를 뻔뻔스럽다고 욕하는 거예요? 선은 넘지 말죠?”두 사람 사이에 당장이라도 싸움이 일어날 것 같았다.이때 어두운 안색의 공혜리가 말했다.“저도 먼저 합의를 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표절 사실을 인정하든 안 하든 백초당이 지금 유리한 상황에 처한 건 사실이에요. 우리는 상황을 뒤집을 기회가 없다고요. 그러면 왜 굳이 끝까지 밀어붙이려고 해요?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건 물론, 결과가 달라질 것 같나요? 결국 사과하고 배상금을 내야 해요. 그래서 더는 버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양희지는 시종일관 덤덤한 얼굴을 보였다. 그녀도 공혜리의 말에 동의했다.사실 그녀는 더는 석연고의 특허권에 희망을 품지 않았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양희지는 빤히 알고 있었다. 조제법을 역으로 분해해 알아냈으니 말이다. 다만 상대가 백초당인 게 달갑지 않았을 뿐이었다.양희지가 한숨을 쉬고는 마침 입장을 밝히려고 했는데 이때 회의실 문이 열렸다.문 앞에 선 염무현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표절 사실을
“아니, 공 대표님, 지금 장난칠 분위기로 보입니까?”태로운은 당연히 그 말을 받아들일 수 없어 다급하게 말했다.“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쉽게 번복할 수 있어요? 장난도 아니고...”공혜리가 진지한 얼굴로 또박또박 말했다.“여기까지 얘기하죠. 제가 방금 말한 대로 움직이세요.”태로운은 고집을 부리며 끝까지 따지려고 하자 기승호가 한발 앞서 그를 말리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만 말하세요. 대표님 이러다가 정말 사람 자를지도 모릅니다. SJ그룹에서도 대표님이 사람 여럿 잘랐어요. 농담 아니에요. 부대표님은 물론이고 공 대표님의 심기를 계속 건드린다면 더 높은 직급에 계신 분들도 자를 수 있어요.”공혜리는 성격이 칼 같기로 유명하다. 그리고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사람은 허용할 수 없었다.양희지는 염무현이 괜한 일에 참견하는 것 같아 못마땅했다. 하지만 조윤미는 그런 염무현이 귀엽게만 느껴졌다. YH그룹의 편을 들어줬으니 말이다.양희지는 그녀와 달리 전혀 이에 고마워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곧바로 상황 파악을 하고는 생각을 정리했다.‘공혜리가 끝까지 싸우자고 주장했으니 이에 따른 여러 가지 손실은 당연히 혜리 그룹에서 책임져야 할 것이야.’양희지가 그 점을 빨리 깨달을 수 있었던 건 이유가 있었다.그녀는 염무현의 말 몇 마디로 태도가 완전히 뒤바뀐 공혜리 때문에 단단히 화가 났기 때문이다.양희지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도, 받아들이지도 못했다.“그럼 더 얘기할 것도 없네요. 재판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잘 생각해 보죠.”양희지가 자리에서 일어서고는 미간을 구긴 채 말했다.“공 대표님,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재판에서 쓰일 자료도 준비해야죠.”“네, 조심히 가세요.”공혜리가 쿨하게 말했다.복도에서.양희지는 몇 걸음 빨리 가서 엘리베이터에 타려는 염무현을 쫓아갔다.“대표님, 같이 가요!”조윤미가 뒤에서 빠른 걸음을 걸으며 말했다.양희지가 한발 먼저 엘리베이터에 발을 내딛고는 고개를 돌린 후 말했다.“조 비서는 다른 것 타.
여씨 집안은 자식이 셋이었다. 여지윤은 그중 둘째 집안의 장녀였다.그녀는 어려서부터 어른들을 따라 의약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열네 살에 우수한 성적으로 명문대에 합격했고 스물두 살에 박사학위까지 받아 국내 최연소 의학박사가 되었다.여러 형제자매 중에 여지윤은 자타공인 최고 천재였지만 백초당에서의 지위는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둘째 집안의 존재감도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이 모든 건 단지 여지윤이 여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어난 일이었다.옛날 사람들은 여전히 꽉 막힌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여자는 결국 시집가야 하기 때문에 중요한 자리를 물려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의도가 불순한 사람이 틈을 타 기회를 노리면 가족 기업이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갈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지윤 언니, 태로운이라는 분이 찾으신다고 합니다. 큰댁에서 혜리 그룹에 심어둔 스파이라고 하는데 언니가 재판에서 이길 수 있도록 최신 상황을 보고하러 왔답니다.”비서처럼 보이는 여자가 말했다.여지윤은 생각하지도 않고 대답했다.“안 본다고 그래!”“어쩌면... 만나보는 게 좋을 수도 있잖아요.”비서가 한 번 더 권했는데도 여지윤은 흔들리지 않았다.“볼 것도 없어. 무조건 이기는 재판이니까 법원에서 보자고 해. 이렇게 자질구레하게 몰래 만날 필요 없잖아.”“하지만 이러면 큰댁에서 안 좋아하실 텐데요.”비서가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여지윤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그 사람들이 좋아하든 안 하든 나랑 무슨 상관인데? 그리고 이 사람을 만난다고 해서 큰댁에서 나에게 눈길 한 번 더 줄 줄 알아?”당연히 아니었다.큰댁에서 발 걸고넘어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게 생각해야 할 판인데 말이다.그동안 여지윤을 향한 온갖 화살과 비난은 모두 가족에게서 온 것이었다.다른 가족 기업에서는 불화가 있어도 겉으로는 화목한 척하는데 여씨 집안에서는 그것마저도 사치였다.큰댁과 셋째 댁 두 집에서는 둘째 댁에 남자아이가 없다는 명목으로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둘째
태로운은 씩씩거리며 호텔을 나서고는 다시 자기 차에 올라탔다.그는 오늘 큰 위험을 감수하고 여기까지 찾아온 것이다.그리고 그는 여씨 집안의 큰댁을 대표해 찾아왔는데 여지윤이 그를 만나주지 않으니 멸시를 받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태로운은 배신자라는 죄명을 덮어쓰면서까지 팀을 이끌고는 혜리 그룹에 스파이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 노력이 인정을 받지 못하니 당연히 불쾌할 수밖에 없었다.‘내가 이 짓을 한 것도 백초당을 위해서, 여씨 집안을 위해서인데 감히 이런 나에게 무례하게 굴어? 어쩐지 백초당에서 여지윤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더라! 예의나 인간관계에 대한 기본을 모르니 그러니까 집안에서 그렇게 밉보이지.’태로운은 모든 일이 성공적으로 끝난 후 일등 공신의 신분으로 큰댁에 찾아가 여지윤을 호되게 고발하리라 마음먹었다.사람을 개처럼 깔보았으니 고생도 좀 해봐야지....회사로 돌아온 양희지는 이 재판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다.무엇보다 해결하기 어려운 건 바로 석연고 조제법의 출처였다.복제품이라 원본 연구 자료를 증거를 제시할 수 없기 때문에 원고 측에서 이 일을 돌파구로 삼으면 양희지는 입이 백 개라도 해명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그리고 제삼자를 참고했으나 그 존재를 증명할 수 없으니 판사는 당연히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것이다.어쩔 수 없이 양희지는 창피함을 무릅쓰고 고진성에게 전화해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당연히 그의 도움을 얻을 수 있길 바랐다.“알겠습니다.”고진성은 그 한마디를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양희지는 한참 동안 멍하니 있다가 쓴웃음을 지었다.고진성은 공직자로서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 그가 어떻게 일개 민간 회사를 위해 증언을 하겠는가?하지만 고진성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이유는 염무현의 지시를 못 받았기 때문이다.“무현 님... 지금 상황이 이런데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고진성은 전화로 상황을 설명하면 예의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또 설명이 제대로 안 될 것 같아 아예 1호
“준휘 오빠, 정말 너무 고마워요.”양희지는 감동받았다.지난번에 그녀가 이렇게 감동받은 건 벌써 4년 전 일이었다.그때 염무현의 프러포즈로 그녀는 감격의 눈물까지 흘렸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의 그녀는 이미 과거를 깨끗하게 잊었다. 머릿속에는 온통 어떻게 해야 눈앞의 고비를 넘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또 이렇게 신세 지네요. 준휘 오빠, 혹시 백초당에서 아는 사람 있어요?”양희지의 물음에 김준휘가 바로 대답했다.“아는 사람 없어도 금방 친구를 만들 수 있어. 그게 뭐 대수라고. 백초당이라고 했지? 잘 기억했어. 우선 먼저 구체적인 상황을 얘기해 봐. 그래야 여씨 집안에서도 어떤 부류의 사람을 찾아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결정할 수 있으니까.”‘여씨 집안’이라는 말에 양희지 마음속 희망의 불씨가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그녀는 재빨리 상황을 설명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김준휘의 미간은 점점 더 구겨졌다.특허를 표절하는 건 결코 작은 일이 아니었다.외국에서는 대기업조차 파산시킬 수 있는 엄중한 사항이었다.국내는 그렇게까지 심각하지는 않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사람들은 저작권에 대한 보호에 점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그러니 상대가 확실한 증거를 입수했다면 대부분의 경우가 패소였다.게다가 백초당은 업계에서도 탑급 회사였다. 그들이 작정하고 고소를 진행했다는 건 양희지가 승소할 수 있는 가능성이 한 층 더 낮아진 것을 설명해 준다.그러니 사과하고 배상금을 무는 것 외에는 김준휘는 다른 해결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준휘 오빠, 저는 도저히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요. 그러니 오빠만 믿겠어요.”양희지가 억울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저는 회사에 모든 심혈을 기울여 오늘날의 성과를 이룰 수 있었죠. 하지만 이 작은 일 하나 때문에 파산한다면 저 자신이 너무 비참해지지 않을까요?”난처해하던 김준휘는 끝내 그녀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알겠어. 나만 믿어 지금 바로 전화해서 사람 찾아볼게. 분명 중요한 순간에 중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