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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3화

여씨 집안은 자식이 셋이었다. 여지윤은 그중 둘째 집안의 장녀였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어른들을 따라 의약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열네 살에 우수한 성적으로 명문대에 합격했고 스물두 살에 박사학위까지 받아 국내 최연소 의학박사가 되었다.

여러 형제자매 중에 여지윤은 자타공인 최고 천재였지만 백초당에서의 지위는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둘째 집안의 존재감도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이 모든 건 단지 여지윤이 여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어난 일이었다.

옛날 사람들은 여전히 꽉 막힌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여자는 결국 시집가야 하기 때문에 중요한 자리를 물려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의도가 불순한 사람이 틈을 타 기회를 노리면 가족 기업이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갈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지윤 언니, 태로운이라는 분이 찾으신다고 합니다. 큰댁에서 혜리 그룹에 심어둔 스파이라고 하는데 언니가 재판에서 이길 수 있도록 최신 상황을 보고하러 왔답니다.”

비서처럼 보이는 여자가 말했다.

여지윤은 생각하지도 않고 대답했다.

“안 본다고 그래!”

“어쩌면... 만나보는 게 좋을 수도 있잖아요.”

비서가 한 번 더 권했는데도 여지윤은 흔들리지 않았다.

“볼 것도 없어. 무조건 이기는 재판이니까 법원에서 보자고 해. 이렇게 자질구레하게 몰래 만날 필요 없잖아.”

“하지만 이러면 큰댁에서 안 좋아하실 텐데요.”

비서가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여지윤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그 사람들이 좋아하든 안 하든 나랑 무슨 상관인데? 그리고 이 사람을 만난다고 해서 큰댁에서 나에게 눈길 한 번 더 줄 줄 알아?”

당연히 아니었다.

큰댁에서 발 걸고넘어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게 생각해야 할 판인데 말이다.

그동안 여지윤을 향한 온갖 화살과 비난은 모두 가족에게서 온 것이었다.

다른 가족 기업에서는 불화가 있어도 겉으로는 화목한 척하는데 여씨 집안에서는 그것마저도 사치였다.

큰댁과 셋째 댁 두 집에서는 둘째 댁에 남자아이가 없다는 명목으로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둘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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