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무현은 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봐봐, 저건 무슨 태도야, 무개념한 자식, 너무 하잖아! 작은 회장님도 계시는데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고, 작은 회장님을 전혀 안중에 두지 않네.”우서준은 소리내어 질책했다.이 말을 들은 공혜리는 즉시 우서준을 째려보며 말했다.“올겨울은 유난히 추워서 직원들이 에어컨 난방 효과가 좋지 않다고 하소연하는데, 이렇게 불 난데 부채질하는 것을 좋아하니, 총무 부서로 전임시켜 이 일을 맡으면 딱 맞겠네요.”도명철의 아버지는 도우순이었고, 도우순과 공규석은 오랜 친구였고, 도씨 집안도 혜리 그룹에서의 주주 중의 한 명이었기에 공혜리는 이러한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래서 그녀는 도명철한테 야단만 쳤다.하지만 우서준은 달랐다. 그를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았다.“작은 회장님, 저는 그런 뜻이 아니에요.”우서준이 황급히 말했다.공혜리는 이러는 우서준을 보지도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우서준은 눈이 휘둥그레져 급히 도명철 곁으로 달려가 애걸했다.“도 매니저님, 저를 좀 도와주세요! 저는 총무 부서로 가고 싶지 않아요, 매니저님이 저와 함께한 세월을 봐서라도 제 일자리를 지켜주세요!”총무 부서가 어떤 대우를 받고 판매 부서가 어떤 대우를 받는가?하늘과 땅 차이라 할 수는 없으나, 받는 급여는 몇 배 차이가 났다!우서준은 전문 매장이나 판매 업체 쪽에서 일정한 지위가 있었다. 누가 그를 만나도 그한테 공경하게 대했고, 자발적으로 그한테 음식 대접을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한테 꽤 많은 돈도 챙겨 주었다.하지만 총무 부서의 직원들은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했다!총무 부서로 가면 그는 사람들의 시중을 받는 일에서부터 다른 사람들을 시중을 드는 일을 해야 할 것이다!그리고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컴플레인을 받을 것이고, 고생만 할 것 다 하고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는 부서였다.우서준은 겨우겨우 팀장의 자리까지 올라왔고, 그의 차와 집은 전부 대출로 구매했고, 지금은 결혼
염무현은 넓은 뒷좌석에 앉아서 눈을 감고 안정을 취했다.공혜리는 잘 생기고 멋진 옆모습을 보며 잠시 넋을 잃었다.염무현이 직접 다른 사람의 집에 가서 진료하지 않는다는 자신이 정한 규칙은 오늘 산산조각이 났다.하지만 염무현 본인은 절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못 나간 건 그가 감옥에 있기 때문에 외출하기 불편했기 때문이다.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으니, 규칙을 좀 바꾸어도 무방했다.서해 시 교외, 환경이 우아한 곳.산도 높고 물도 맑고, 수십 채의 옛날식 별장들이 있었다.동남쪽에 위치한 그 별장은 제일 고급스러웠고 평수는 천 제곱미터가 넘었다.푸른 벽돌과 검은색 기왓장, 아름다운 아치형 처마가 보였다.빨간색으로 칠한 대문에는 사발만 한 구리 못이 박혀 있고, 그 양면에는 덩치 큰 돌사자 한 쌍이 나란히 서 있었다.대문 앞에는 진경태가 기대에 가득 찬 모습으로 서 있었다.“양아버지 급해 마세요, 제가 혜리에게 직접 염 선생님을 모시고 오라 했어요, 곧 도착할 거예요.”공규석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나이 드셨으니 오래 서 있지 마세요, 안에서 기다리세요, 저 혼자 여기서 기다리면 돼요.”진경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안돼! 내 직접 염 선생님을 마중해야 해, 예의를 저버릴 수 없잖아, 이건 가장 기본적인 성의야.”잠시 후, 컬리넌 한 대가 문 앞에 멈춰 섰다.“염 선생님, 직접 이렇게 오셔주셔 고마워요. 제가 멀리 마중을 나가지 못해서 죄송해요.”진경태가 예의에 찬 모습으로 나서자, 공규석도 따라 했다.염무현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천만에요.”“이쪽으로 가시죠.”진경태가 앞서 길을 안내했다.대문을 들어서자, 안에는 강남 정원식 스타일로 꾸며져 있어 몹시 품위가 있어 보였다.정원과 긴 복도를 지나, 사람들은 거실로 들어왔다.“차를 마시세요.”진경태가 말했다.이에 염무현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괜찮아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네, 좋아요!”진경태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는 겉
공규석은 너무 행복했고, 공혜리도 몹시 기뻐하며 말했다.“너무 좋아요, 작은 양할머니가 회복되시면, 우리는 다시 함께 쇼핑하러 갈 거예요!”실제로 고서은은 공혜리보다 나이가 몇 살 많지 않았고, 두 사람은 친하게 지냈다.진경태와 고서은은 나이 많은 남편과 어린 아내였다. 진경태가 올해 60세가 넘었으니 말이다.“그러면 염 선생님께서 어서 제 아내를 진찰해 주세요!”진경태는 의심스러웠지만 염무현이라는 신의 이름, 그리고 공규식을 두 번이나 살려냈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걸고 한 번 시도해 보기로 했다.바로 그때, 천둥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당신들, 뭐 하는 겁니까?”건장한 체구의 남자가 얼굴에 조금 분노가 있는 듯 씩씩하게 걸어오며 말했다. 그의 온몸에서 강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처남, 마침 잘 오셨어요!”진경태가 웃으며 말했다.“염 선생님, 이 사람은 제 아내의 큰 오빠 고진성이라고 해요. 우리 서해 시 수비를 책임진 사람이에요.”“처남, 이분은 병을 치료하러 온 염 신의님이에요, 염 선생님이 방금 말씀하시기를 서은이의 병을 치료할 수 있대요! ”고진성은 눈을 부릅뜨고 온몸의 위엄 있는 기세를 펼치며, 분노가 치밀어 올라 말했다.“장난해요. 지금!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무슨 수로 우리 서은이를 치료한다고? 경태 씨, 노망이 들었나 봐요, 이런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도 없어요? 서은이의 병을 걱정하는 건 알겠지만, 아무리 급해도 마구 치료해서는 안 돼요! 만약에 병세가 악화하면 어쩔래요?”분위기가 갑자기 긴장해졌다.“내 동생은 생쥐도 아닌데 아무렇게나 치료를 받게 해서는 안 돼요, 나는 절대 함부로 치료 못하게 할 거예요!”고진성은 쉰 살도 안 된 것 같은데, 자신보다 열 몇 살 많은 진경태를 손자처럼 혼냈다.무인들은 원래 이렇게 직설적이었다.남이 있다고 해서 매부에게 체면을 챙겨 주지 않았다.진경태는 급히 해석했다.“아니에요, 절대로 윤 신의님을 얕보지 마세요, 그의 의술은 매우 훌륭해요.”“그래요, 염
“뻔한 일 아니야? 이 사기꾼아, 어떻게 그런 질문을 할 수 있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못 하고 있고 내가 오늘 기분이 좋으니 봐주는 거야, 더 이상 아가리를 벌리면 널 죽여버릴 테야!”고진성은 눈을 부릅뜨고 계속하여 욕설을 퍼부으며 말했다.“네가 자칭 의사라고 했는데, 한 번 물어보자, 네가 유종현을 알아?”염무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들어본 적이 없어요.”고진성은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너 이 사기꾼은 능력도 없고 아는 소식도 없구나! 유종현, 그분은 30년 전에 신의 손을 가진 한의사라는 존칭을 얻었고, 지금은 한의학 업계의 선두 주자야. 그분의 의술이 너무 뛰어나서 매일 진찰받으러 오는 사람이 끊이질 않는데, 내가 인맥을 통해 찾지 않았다면 그분은 전혀 나를 상대하지 않았을 거야.”스승님은 예전에 문외한과 논쟁하지 말라고 말하신 적이 있다.당시 염무현은 이 말을 그다지 고명하게 여기지 않았는데, 지금에 와서 보니, 정말 지당한 명언이었다.염무현은 이런 사람과 말하기도 싫어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제가 필요하지 않으니, 그만 가보겠어요!”“염 선생님, 가시면 안 돼요!”공 씨 부녀가 염무현을 다급히 만류했다.진경태도 그 뒤를 따라서 말했다.“맞아요, 염 선생님, 제발 화내지 마세요, 제 처남이 선생님의 실력을 몰라서 그러는 겁니다.”이에 고진성은 눈을 부릅뜨고 화를 내며 말했다.“당신들, 어떻게 된 거야? 내가 말했지, 이 새끼는 사기꾼이라고, 아직도 믿지 못하겠어? 이 자식이 대체 무슨 수를 써서 당신들을 속인 거야! 그래, 너 이 자식아, 가지 마, 이따 유 신의님 앞에서 네 비열한 가면을 벗겨 줄게!”말을 마치고 고진성은 핸드폰을 꺼내 재빨리 전화 한 통을 걸었다.“유 신의님, 저는 서해 시 수비를 책임진 고진성이에요.”그는 일부러 스피커를 켜고 공손한 어조로 말했다.“제 여동생의 일은 어떻게 되었어요?”핸드폰 너머로 굳은 표정의 노인이 고서은의 병력을 뒤지고 있었다.“제 경험으로 보아서는, 차라리
그러니까, 동생은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유종현이 전화를 끊으려다 갑자기 눈살을 찌푸리며 측은한 마음이 들었는지 말했다.“사실, 완전히 희망이 없는 건 아니에요.”“말해주세요, 한 가닥의 희망이라도 있다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해보겠어요.”고진성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유종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생사부와 같은 의술을 가진 염 신의님을 찾으면 혹시 당신 동생이 한 가닥의 희망이라도 있을지 몰라요. 하지만 그를 찾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세요? 염 신의님은 번개같이 나타났다 구름처럼 사라지는 분이에요, 저도 그분의 정확한 성함도, 어디에 계시는지도, 연세가 어떻게 되는지도 몰라요. 당신 동생분이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그녀 자신한테 달렸어요.”말을 마친 후, 유종현은 전화를 끊었다.호랑이처럼 날카롭던 고진성의 눈에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이런 어쩔 수 없는 무능력함이 위풍당당한 사내대장부도 절망하게 했다!그는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하늘 끝까지 찾아다녀서라도 염 신의님을 꼭 찾겠어요, 제가 맹세합니다! 아버지가 숨을 거두기 전에, 아직 강보에 싸인 여동생을 저한테 맡겼어요. 저는 꼭 동생을 잘 보살피리라 아버지한테 약속했어요, 절대로 동생이 제 앞에서 죽게 만들지 않을거에요...”고진성은 갑자기 그들 셋이 눈을 이글거리며 염무현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고, 그들의 눈빛에는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당신들, 이게 무슨 표정이야?”“삼촌, 그 염 신의님이 하늘 끝보다 바로 앞에 있을 가능성이 없을까요?”고진성이 눈을 부릅뜨며 물었다.“혜리야, 그게 무슨 말이야! 설마 유 신의님이 말씀하신 그 염 신의님이, 이 자식이라고? 장난해, 이 자식이 어디 닮았어, 그럴 자격이 있나?”공규석과 진경태는 이구동성으로 말했다.“생사부 의술을 가진 염 신의님, 어서 저희를 도와주세요.”고진성은 눈을 둥글둥글한 구리 방울처럼 부릅뜨며 말했다.“저... 저저저...”“맞아요, 이분이 바로 염 신의님이에요. 가짜일 리 없어요
“보아하니 그쪽도 거의 죽을 지경이에요, 단 한 달도 안 남은 목숨인데, 무슨 자격으로 동생의 목숨과 맞바꾼단 말이에요!”염무현은 고진성을 곁눈질하며 경멸에 찬 어조로 말했다.진경태는 깜짝 놀라서 급한 목소리로 물었다.“처남, 당신도 병이 난 거예요? 저한테 왜 얘기를 안 한 거예요, 저까지 속이시고, 저를 남으로 생각하고 있네요!”고진성이 눈짓을 피하며 말했다.“아무렇지 않아요, 저는 지금 몸 상태가 좋아요, 일부러 속이려 한 게 아니에요.”염무현은 가볍게 웃더니 말했다.“그건 당신이 무술을 연마했기에 보통 사람보다 신체 조건이 좋아서, 눈에 띄지 않는 거예요. 며칠 안에 당신의 상황은 고서은 씨처럼 될 거예요, 그때 가면 죽을 길 하나밖에 없어요.”고진성은 후회하는 마음으로 가득 찼다!원래 여동생은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었는데, 오빠인 자신으로 인해 그 가능성마저 잃어버린 셈이었다.처음에 그는 아버지께 여동생을 잘 돌보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에 자신이 직접 여동생을 죽음의 문턱에 빠뜨렸다.자신이 죽은 후에, 저승에 가서 아버지를 뵐 면목이 없을 것 같았다.진경태는 이 말을 듣고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염 신의님, 제발 넓은 도량으로 제 처남과 따지지 마십시오. 그는 그냥 무인 출신이어서 원래 거친 사람이에요! 저는 제 목숨으로 서은이를 구하고 싶어요, 그녀는 아직 어려요, 죽으면 안 돼요! 저 진경태는 워낙 죄가 많은 사람이에요. 서은이와 부부가 될 수 있어서 저는 이미 너무 만족해요.”공규석과 공혜리도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제발 염 신의님, 자비를 베풀어주세요!”고진성은 머리가 깨지고 피가 줄줄 흐를 정도로 끊임없이 염무현에게 절을 했다.“됐어요, 다들 일어나세요, 사람은 제가 구할 수 있어요.”염무현은 고진성을 보고 말했다.“당신이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한 것을 봐서 이번에는 따지지 않을게요, 만약에 다음에 또 잘못한다면 그때는 반드시 엄벌을 처하겠어요.”“감사합니다. 염 신의님, 감사합니다!”고진성은 다급히 고맙다고
말을 뱉은 공혜리는 염무현에게 방해가 되었을까 봐 걱정되어 갑자기 입을 막고 눈치를 보았다.“신의 빛과는 상관이 없어요. 그저 평범한 혼력의 빛입니다.”염무현은 화를 내지 않고 미소 지으며 얘기했다.“고서은 씨의 천혼이 회복되고 있는 겁니다.”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빛이 슉하고 고서은의 몸 안으로 들어갔다.다들 멍하니 지켜보다가 고서은이 눈을 떴을 때,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고서은의 눈에서 빛이 반짝이더니 이내 사라졌다.고서은이 바로 입을 열었다.“여보, 오빠. 무슨 일이에요?”목소리에는 힘이 없었지만 예전의 그녀와 비교하면 천지 차이였다.고서은은 몸이 안 좋은 지 몇년 이나 되었다.3년 전부터는 인지 장애가 생겨 실어증까지 생겼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진경태와 고진성은 고서은의 몸이 천천히 악화하는 것을 지켜본 장본인이었다.하지만 이렇게 쉽게 치료한다고?두 사람은 침대 양쪽에 털썩 무릎을 꿇고 고서은의 손을 잡았다.“여보!”“서은아!”곰 같은 두 남자가 눈물을 펑펑 흘리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하고 있었다.“여보, 몸은 좀 어때?”진경태가 조급해하면서 물었다.고서은은 몸을 약간 움직여 보더니 얘기했다.“많이 좋아졌어요. 그런데 몸에 힘이 없어요.”“그건 정상이야. 네가 몇 년 동안 몸이 성치 않아서 수액으로만 버티고 살았으니 힘이 들어가지 않는 건 정상이야. 신의님, 정말 대단하신 분이네요!”고진성이 격분해서 얘기했다.진경태도 옆에서 말을 보탰다.“염무현 님, 정말 고맙습니다. 우리 아내를 치료해 주다니, 치료비로 모든 재산을 내놓아 자선 사업에 도움을 드리겠습니다!”“아깝지 않으세요?”염무현은 살짝 의외라는 듯 물었다.진경태가 정색하고 얘기했다.“아까울 게 뭐가 있습니까. 돈은 아무리 많아도 숫자일 뿐입니다. 전에는 돈이 만능인 줄 알았지만 병 앞에서 돈은 아무 쓸모도 없더군요. 우리 아내의 건강에 비하면 돈은 아무것도 아닙니다.”“아껴두세요. 본인이 쓸 것도 남겨두셔야죠.”염무현이 고개를 저으며
“치료비는 어떻게 할까요?”흥분이 가라앉은 후, 진경태가 염무현에게 물었다.“공씨 가문과 같습니다. 자선 사업에 쓰시면 됩니다. 굳이 저한테 줄 필요는 없습니다.”염무현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고진성은 저도 모르게 염무현을 우러러보았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고진성은 확실히 알았다. 진경태의 재산이 몇천억은 넘는다는 것을! 하지만 그렇게 많은 돈 앞에서 염무현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이런 넓은 마음과 강인한 정신을 가졌다니!비슷한 또래들과, 아니, 전국의 남자들과 비교해 보아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였다.공규석은 진경태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공규석은 전에 진경태에게 얘기했었다.염무현은 그저 슈프림 블랙 카드만 받았을 뿐이라고. 그것도 공규석이 기어코 염무현한테 주겠다고 해서 겨우 받은 것이었다.“이렇게 하죠. 혜리의 말을 들어보니 신의님, 요즘 계속 호텔에서 지내고 계신다면서요? 로얄 스위트 룸이 환경이 좋고 서비스도 최상이지만 오래 머무르기에는 부족하죠.”진경태는 집문서를 꺼내며 얘기했다.“마침 리버타운에 집이 한 채 있는 데 그리 비싼 것도 아니니 부담 갖지 마시고 받아주셨으면 합니다.”“그건 안 됩니다.”염무현이 차갑게 거절했다. 진경태가 급하게 덧붙였다.“신의님이 사용하지 않아도 다른 친척이나 친구한테 드려도 됩니다. 그저 제 마음이니까요. 만약 받지 않으시면 제가 양심에 찔릴 겁니다.”“그러게요, 신의님. 그냥 받으세요. 목숨을 살려준 은혜에 비한다면 이까짓 집이 무슨 대수입니까! 부디 거절하지 말아 주세요.”고서은도 옆에서 거들었다.진경태의 말에 염무현은 불현듯 무언가가 떠올랐다.염무현은 집을 사서 그의 삼촌인 우현민 일가를 데리고 와서 살려고 했다.농촌의 조건은 너무도 좋지 않았다. 패밀리 호텔에 계속 머무는 것도 좋은 수는 아니었다.그런데 마침 집이 생겨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그럼 사양하지 않고 받겠습니다.”염무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집문서를 받았다.진경태는 기뻐서 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