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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그래? 그럼 말해 봐. 얼마면 되는데?”

주태오가 덤덤하게 말했다.

돈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는 더는 진원영과 입씨름하기 싫었다.

막무가내로 나오는 사람과는 별로 엮이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진중구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손녀가 이런 사람 이니 손녀 말만 나오면 이를 부득부득 갈았던 것이다.

주태오가 이렇게 나오자 진원영은 주태오가 쫄기라도 한 줄 알고 콧방귀를 끼며 주태오를 아래위로 훑더니 말했다.

“그냥 몇천만 원이면 돼.”

주태오가 그만한 돈이 있는 사람 같지 않은데 이렇게 많이 뜯어내는 건 현실적이지 않았다.

“진원영, 내가 혈압으로 쓰러져야 정신 차릴래?”

진중구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이렇게 부끄러 수가 없었다. 이런 손녀를 둔 게 정말 가문의 불행이었다.

“그래, 근데 지금 그렇게 많은 돈을 가지고 오진 않았거든. 갖고 싶으면 은행으로 따라와.”

주태오는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 흔쾌히 수락했다.

한도가 없는 블랙카드가 있는데 고작 몇천만 원은 새발의 피나 다름없었다.

이에 진원영과 진중구가 깜짝 놀랐다.

“태오야, 정말 어리석구나. 난 원래 무상으로 이씨 부부를 위해 이 물건을 맡아줄 생각이었어.”

진중구가 얼른 막아섰다.

하지만 진원영은 그런 진중구를 매섭게 노려보더니 소리를 질렀다.

“정말 노망난 게 틀림없어요. 제발 좀 가만히 계세요.”

진원영은 지금 후회막심했다.

사실 그녀가 이렇게 많이 부른 건 주태오가 값을 깎기를 원해서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주태오가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대답할 줄은 몰랐다.

진원영은 순간 주태오가 그때 강씨 집안에서 적지 않은 돈을 들고 튀었기에 이렇게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몇천만 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여 마음속으로 어떻게 주태오의 돈을 뜯어낼지 고민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이때 주태오가 진중구에게 말했다.

“할아버님, 일단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돈 찾아서 올게요.”

그러더니 밖으로 향했다.

진원영은 진중구를 힐끔 노려보더니 진중구더러 입을 다물고 있으라고 눈짓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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