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하는 스승이 계속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놀라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소원이 도망쳤습니다.”스승은 여전히 뒤돌아보지 않았다. 대신 그는 말했다.“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어?”“네, 이해가 안 돼요.”진도하는 고개를 저었다.“그가 왜 도망쳤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거야, 아니면 내가 분명히 그 사람을 죽일 수 있었는데도 왜 죽이지 않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거야?”스승은 뒤를 돌아보며 미소를 지은 채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스승이 그의 정곡을 찔렀다. 그는 소원이 어떻게 이 순간이동 장치를 통해 도망쳤는지, 이 순간이동 장치가 소원을 어디로 전송했을지 전혀 알지 못했다.하지만 진도하는 스승이 왜 나서지 않았는지 이해했다. 그 자신도 소원이 갑자기 떠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발밑의 제단이 순간이동 장치라는 것을 알았다면 주저하지 않고 나섰을 것이고, 소원을 그렇게까지 몰아붙이지도 않았을 것이다.스승은 진도하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됐어, 이 문제는 생각하지 마. 오히려 잘 된 것일지도 몰라!” 스승의 말을 듣고 진도하는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설마 일부러 소원을 놓아주신 건가요?”진도하는 잠시 고민하더니 방금 마음속으로 깨달은 점을 물었다.스승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 일부러 놓아주었어.”진도하는 의아한 표정으로 스승을 바라보며 물었다.“그 사람을 살려둔 데 무슨 이유라도 있으신가요?”그러자 스승은 즉시 정정했다.“그 사람을 살려둔 게 나한테 용도가 있어서가 아니라 너한테 도움이 될 거라서 그래.”“저한테요?”진도하는 놀란 표정으로 자신의 코를 가리켰다.그는 스스로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스승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스승이 말했다.“이 순간이동 장치는 모두가 수련자인 다른 세계로 연결되는데, 내가 일부러 소원이라는 자를 놓아준 이유는 그가 너에게 길을 인도할 수
스승은 뛰어난 실력을 갖췄고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으니 당연히 지금 진도하의 마음이 혼란스러우리라는 것도 알았다.그는 진도하의 곁으로 걸어와 진도하의 어깨를 두드렸다.한줄기 온기가 진도하의 마음에 흘러들자, 그는 즉시 온몸이 따뜻해지며 마음속의 분노가 갑자기 진정되었다.스승은 계속해서 말했다.“이놈아, 지금 네가 해야 할 일은 실력을 제대로 키우는 것이야. 실력을 잘 키워야만 네가 알고 싶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진도하는 그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스승이 매우 직설적으로 말했지만, 진도하 역시 스승이 한 말이 맞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매우 강해져야만 자신이 알고 싶은 것을 알 수 있다.그는 스승을 올려다보며 물었다.“제가 어떤 경지까지 올라가야 소원의 주인을 찾으러 갈 수 있는 겁니까? 음... 원만한 경지에 이른 다음엔 가도 되나요?”스승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넌 이 세계를 잘 이해하지 못할 거야.”“네?” 진도하는 의아한 표정으로 스승을 바라보았다.스승은 말했다.“소위 말하는 원만한 경지에 도달한다는 것은... 수련의 시작일 뿐이야.”진도하의 눈이 갑자기 커졌다.그가 막 말을 하려던 찰나, 스승이 계속 말했다.“지금은 설명할 수 없지만, 간단히 말해서 네가 원만한 경지에 도달하고 다시 이 순간이동 장치를 통과해 현실 세계에 도달하면 지금 내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을 거야.”진도하는 스승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힘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조금 전에 소원도 진도하더러 아직 현실 세계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고, 이제 스승도 그에게 현실 세계를 보지 못했다고 말한다.그렇다면 현실 세계는 정확히 어떤 모습일까? 진도하는 한참을 생각했지만 답을 알 수 없었다.실력이 강해져야만 자신이 알고 싶은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이 순간 진도하는 깊은 무력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자신을 통제할 수 없었다.스승은 진도하의 몸에서 흐트러진 느낌을 감지하고 다시 한번 진도하
스승의 말을 듣고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가 오래전부터 알고 싶었던 내용이었다.스승이 손을 흔들자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묘지 한가운데로 바로 이동했다.진도하는 스승의 실력에 완전히 탄복했다. 스승이 손짓 한 번으로 두 사람을 동시에 여기에 나타나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아무리 빠른 속도로 달려도 그들이 조금 전에 서 있던 곳에서 공동묘지에 도착하는 데 적어도 1분은 걸린다.진도하는 가슴속 충격을 애써 억눌렀다.그러나 스승은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덤덤한 표정이었다.스승은 비석 앞으로 걸어가서 말했다.“지난번에 내가 비석에 적힌 글이 바뀌었다고 말했었는데, 내 생각에는 소원의 주인이 한 짓인 것 같아. 물론 이건 단지 내 추측일 뿐이야. 어쨌든 누가 그랬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것은 원래 비석에 쓰여 있던 글이니까 이제 너에게 말해줄게.”스승의 말을 들은 진도하는 고개를 격렬하게 끄덕인 다음 스승을 바라보며 말했다.“스승님, 말씀하세요.”스승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이 비석에는 한 문장이 적혀 있었어.”“어떤 문장이요?”“진씨 가문 360명, 용천섬을 수호할 것을 맹세한다.”말하던 스승은 무언가가 떠오른 듯 눈동자가 약간 붉어졌다.진도하 역시 그 말을 듣고 벼락에 맞은 듯 온몸이 떨렸다.그는 300여 개의 무덤이 있는 공동묘지를 둘러보았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진도하는 중얼거렸다.“이 진씨 가문의 조상들께서 모두 용천섬을 지키다 돌아가셨다고요?”“그래.”스승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진도하의 마음은 혼란스러웠고,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 같았다.진씨 가문의 선조들이 용천섬을 지키기 위해 모두 죽었다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스승이 물었다.“진씨 가문 사람들이 왜 용천섬을 지키고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아?”“궁금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마음속으로 어느 정도 알 것 같았지만, 그래도 스승에게서 모든 것을 듣고 싶었다.
“처음에는 우리 실력과 저쪽의 실력이 동등하여 서로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고 승패가 갈렸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세계가 대의에 의해 억압되어 모든 사람이 원만한 경지까지만 수련하고 더 이상 돌파할 수 없게 되었어. 이로 인해 많은 수련자들이 미쳐버렸지. 오랜 세월 동안 선경에 날아가기 위해 수련을 해왔는데 선경에 날아갈 수조차 없다면 계속 수련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어? 그래서 당시 원만한 경지에 도달한 모든 대부들은 몰래 순간 이동 장치를 통해 다른 세계로 이동하여 수련을 계속하기를 원하면서 용천섬에 왔었어.”말하면서 스승의 눈이 붉어졌다.진도하는 뭔가 나쁜 일이 생긴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아니나 다를까, 스승은 긴 호흡을 가다듬은 후 이어서 말했다.“다른 세계 사람들이 그들의 생각을 알게 된 후 용천섬에 매복해 있었고, 그들이 섬에 도착하자마자 모두 죽여 버렸어.”여기까지 말한 스승은 순간적으로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하지만 끝내 그는 감정을 억눌렀다.스승은 계속해서 말했다.“그 후에도 그런 일이 여러 번 더 일어났고, 그 일 때문에 우리 세계의 많은 수련자들이 희생하기도 했고 더 이상 원만한 경지를 뛰어넘는 사람은 없었어.”“그런 일이 있었군요!”진도하는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스승은 말을 계속했다.“이런 답답한 상황이 백 년 동안 지속되다가 다행히 너희 진씨 가문의 누군가에 의해 깨졌어. 진씨 가문에서 대의의 한계를 돌파한 엄청난 천재가 배출되었거든. 그의 경지는 너무 높아서 무서운 지경에 이르렀어.”진도하는 두 눈을 크게 떴다.진씨 가문에 그런 천재가 있었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으니까 말이다. 대의의 한계까지 돌파했다니.“그 말씀은 다른 사람들은 이 세계에서 원만한 경지에 이르는 정도까지만 수련할 수 있는데, 우리 진씨 가문의 조상님이 훨씬 더 높은 경지까지 수련하셨었다는 뜻인가요?”“맞아.”스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당시 그분은 이 세계의 유일한 빛이었어.”이때 스승의 눈에서 눈물이 반짝였다
스승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분이 살아계신 지 돌아가셨는지 아무도 몰라. 수련하러 나가신 후 다시 돌아오시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중 누구도 그분의 소식을 듣지 못했어.”스승의 말에서 깊은 안타까움이 느껴졌다.진도하가 막 말을 하려는 찰나, 스승이 이어서 말했다.“그 후 우리 세계의 수련자들은 다시 암흑기에 빠졌어. 그 세계에서 돌아온 사람들은 심각한 부상을 입거나 단전과 혼백이 파괴되었어. 다시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은 거의 모두 그 세계에서 죽었고.”진도하는 스승의 말을 듣고 당시 이 세계의 수련자들이 얼마나 절망적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그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그 다른 세계의 수련자들은 모두 우리 세계 수련자들의 적입니까?”“아니.”스승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 세계는 땅이 크고 인구가 적어. 모든 수련자가 우리와 적인 건 아니지만 용천섬 순간이동 장치에 가까이 있는 일부 세력만이 우리의 적이야.”스승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덧붙였다.“너도 그 세계에 도착하면 알게 될 거야.”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스승은 계속해서 말했다.“우리 세계는 정돈을 거친 후 8대 가문과 6대 문파가 형성되었어. 이건 너도 알고 있겠지?”“네, 그건 압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8대 가문과 6대 문파에 관해서는 이현수 어르신이 알려줬었다. 이현수 어르신이 이러한 암흑기에 대해서 말하지 않은 것을 보아, 그도 그것에 대해 몰랐을 것이다.스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사실 이것들은 중요하지 않아. 우리 세계에서 8대 가문과 6대 문파는 매우 강력한 것 같지만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쳐도 다른 세계의 한 개 세력보다도 약해.”“네?”진도하는 충격을 받았다.8대 가문과 6대 문파가 힘을 합친 것도 다른 세계의 작은 세력에 비할 수 없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스승은 웃으며 말했다.“앞으로 널 놀라게 할 일이 더 많을 거야.”진도하도 힘없이 웃었다.지금까지 자신의 실력이 최상위에 속한다
“하지만... 진씨 가문의 조상님은 수년 동안 소식이 없었고, 그분처럼 높은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신기와 진법은 눈에 띄게 약해지고 진씨 가문 사람들은 뭐든 해서라도 상황을 바꾸고 힘을 유지하면서 용천섬을 지키려고 했어. 심지어 그들은 때때로 이 세계의 수련자를 다른 세계로 보내 몰래 다른 세력에 합류하여 대부경에 이르도록 수련을 시켰어. 그 과정에 대부분 수련자들이 죽어 나갔지.”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수련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재능과 기회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이 헛수고가 될 것이다.예를 들어, 진도하 자신도 좋은 기회로 스승을 만나 헛수고를 많이 거치지 않았고 경지가 그렇게 빨리 상승할 수 있었다. 스승을 만나지 않았다면 수련한 지 몇 년 만에 어떻게 원아경 9단계에 도달할 수 있겠는가?그리고 강유진, 그녀 역시 진도하가 운 좋게 만난 사람이었다.봉황의 혈통을 각성하고 봉황의 선택을 받았으니 다음번에 강유진을 만나면 그녀의 실력은 자신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강유진을 생각하자 진도하는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살짝 번졌다.얼마나 오랫동안 강유진을... 못 본 걸까?솔직히 진도하는 강유진이 보고 싶었다. 그녀가 어디 있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자신을 그리워하지는 않는지 궁금했다.“어휴...”진도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리워하는 감정을 급히 멈췄지만... 도움이 되지 않는 듯 강유진의 모습이 계속 머릿속에 떠올랐다.그녀는 자신을 향해 미소 짓고 있었다.스승은 계속해서 말했다.“그때부터 25년마다 다른 세계의 수련자들이 어떻게든 용천섬으로 이동하고, 용천섬에서 우리 세계에 도착해서 우리의 자원을 약탈하곤 했어.”이때 스승은 다시 한숨을 쉬며 말을 이어 나갔다.“너희 진씨 가문은 신기와 진법에 의지해 그들과 싸웠지만 매번 성공하지 못하고 돌아왔고, 가문을 원망했어. 그리고 굴하지 않은 일부 사람들은 8대 가문과 6대 문파의 사람들을 매수하여 진씨 가문을
스승은 진도하를 미소 띤 얼굴로 바라보며 말했다.“넌 무조건 맞아.”진도하는 다시 한번 깜짝 놀라 자신의 코를 가리키며 말했다.“스승님, 그건 저에게 재능이 있다는 말씀이세요?”스승은 진도하를 흘끗 쳐다봤다.그러자 진도하는 웃으며 말했다.“농담이에요. 그래도 제 주제는 압니다.”이때 스승은 갑자기 정색하며 말했다.“넌 정말 재능이 있어. 내가 이 세계에서 본 사람 중 가장 재능이 있어.”스승이 자신을 칭찬하는 것을 듣고 진도하는... 매우 놀랐다.스승은 계속해서 말했다.“이 녀석아, 앞으로 이 세계는 너에게 달려 있어. 그러니 지금부터 얼른 수련을 시작해. 다음 25년 동안 용천섬은 너에게 넘겨질 거야.”“네? 저에게 넘겨준다고요?”진도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스승은 진도하를 다시 한번 노려보며 말했다.“왜? 자신 없어?”“아뇨, 아뇨.”진도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생각지 못한 거라 놀랐어요.”진도하는 머뭇거리더니 다시 물었다.“그럼 이번에 25년 만에 열리는 용천섬은 누가 지키죠?”묻자마자 진도하는 문득 깨달았다.“스승님, 이번에 용천섬을 지키는 사람이 스승님이세요?”“그래, 나야.”스승은 바로 말했다.이번에 진도하는 놀라지 않았다. 자신이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들이 용천섬에 왔을 때 스승은 이미 큰 전투를 경험한 것이 틀림없었다.이때 스승은 진도하의 마음을 읽은 것 같았다.“그래, 네가 오기 전에 이미 다른 세계에서 건너온 수련자들을 처리했어. 그러다가 큰 부상을 입었어.”스승이 말했다.진도하는 스승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물었다.“스승님 다치셨어요?”“괜찮아.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니야.”스승은 손을 흔들며 더 이상 자신의 부상에 대해 말하지 않으려 했다.진도하가 계속 물을까 봐 걱정했는지 스승은 곧 덧붙였다.“방금 말한 거 계속 얘기하지.”“좋아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몰래 스승의 몸을 관찰할
“원래 이 전투는 여기서 끝나야 했지만, 다른 세계에서 온 수련자가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용천섬으로 가는 옛길에 혼돈의 생물체를 대량으로 방출했어. 그 혼돈의 생물체들은 걸어 다니는 좀비와 같아서 수련자들이 우연히 그것들을 마주치면 그들도 혼돈의 생물체가 되어 이용당했지. 당시 우리 세계의 많은 수련자들이 혼돈의 생물체가 되었어. 너희 부모님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이 문제를 추적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다른 세계 수련생들에게서 미친 듯한 보복을 받게 되었어.”여기까지 말한 스승은 잠시 멈추고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는 스승이 자신의 부모님에 대해 이야기할 거라는 것을 알았고, 조용히 귀를 기울이며 눈시울이 촉촉해졌다.스승이 말했다.“그때 네 부모님은 많은 수련자들에게 쫓기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양부모에게 널 넘겨줄 수밖에 없었어. 그러니 부모님을 탓하지 마. 그들도 별다른 방법이 없었어.”“알아요. 부모님을 탓하지 않아요.”진도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확실히 그는 친부모를 원망한 적이 없었다. 친부모는 자신을 버렸지만 양부모가 있었고, 양부모는 자신에게 정말 잘해줬고 모든 사랑을 주었기 때문에 사랑이 부족한 아이는 아니었다.다만 처음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이제 친부모가 용천섬을 지키고 이 세계를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쫓겼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친부모가 옳은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스승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네 부모님은 오랫동안 쫓기다가 두 분 다 크게 다치셨어. 어느 날 나를 찾아와서 순간이동 장치를 통해 다른 세계로 가서 숨어 있으려고 했어. 그리고 다른 세계의 수련자들이 우리 세계의 수련자를 매수했다고 말했는데, 그들이 누구인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했었어.”스승은 머뭇거리다가 덧붙였다.“그들은 또 너에 대해 말하며 시간이 되면 대신 많이 들여봐 달라고 하더구나.”진도하는 눈물을 억지로 참았다.스승은 계속해서 말했다.“그들이 순간이동 장치를 통해 다른 세계에 도착한 후에도 처음에는 이
“선우 씨가요? 내 이름을 걸고 말이에요?”진도하는 주선우를 흘겨보았다.주선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니 이 일에 꽤나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맞아요. 형님은 형님 할 일을 계속하면 되고 상고성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주선우가 말했다.“어쨌든 이곳은 항상 형님이 말하는 대로 될 거예요.”진도하는 그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무엇보다도 그는 문득 자신의 조상, 진씨 가문의 창시자를 떠올렸다.스승님이 말하길 진씨 가문의 창시자는 원래 세계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문파를 세웠고 그들이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머무를 곳과 수련 자원을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지금 비록 자신이 조상처럼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은 상고성에서라면 문파를 세우고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면 이주안, 현지수, 강고수 같은 사람들이 이 세계로 오게 될 경우 바로 상고성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은 조금 더 생각해보도록 하죠.”그러자 주선우는 안절부절못한 듯 서둘러 말했다.“형님, 생각할 것도 없어요! 지금 형님의 대부경 5단계 실력으로 문파를 세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더구나 이미 대부경 7단계 두 명을 넘어섰잖아요!”“하지만 수련 자원과 공법은 어디서 구할 수 있죠?”진도하가 물었다.문파를 세운다고 해도 중요한 건 공법과 자원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문파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그러자 주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건 다 준비돼 있잖아요.”그러고는 고문파의 대문을 향해 입술을 쓱 내밀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주선우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는 고문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단전이 파괴된 고문파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들고 차례차례 걸어나오고 있었다.주선우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짐만 챙겨 나가. 공법과 자원은 모두 두고 가야 해. 알았어? 만약 몰래 가지고 나가는 걸 나한테 들키면 그땐
그 말을 들은 열몇 명의 수련자들은 더욱 두려워졌다.이때 문 밖에서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수련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같은 문파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일흔 명이 넘는 동료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창백한 얼굴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너희 단전이 파괴된 거야?”금세 누군가가 상황을 깨닫고는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하지만 그 수련자들은 아무 말 없이 진도하와 은소혜를 비켜 지나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광경을 목격한 나머지 수련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동료들의 단전이 파괴된 것이 바로 진도하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도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0!”“9!”“8!”세 개의 숫자가 떨어지자마자 그중 한 명이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가격했다.첫 번째로 나선 사람이 나오자 두 번째, 세 번째로 자진해서 단전을 파괴하는 이들이 연달아 나왔다.결국 열몇 명 모두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그제야 진도하는 만족한 듯 몸을 돌려 문을 나섰고 은소혜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독고 청의와 주선우가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독고 청의가 물었다.“다 해결된 거죠?”“네, 해결됐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주선우가 물었다.“그럼 저들을 그냥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진도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냥 두죠.”비록 그들이 고천혁과 함께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제 그들은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굳이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때로는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니까.주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흥분한 듯 진도하에게 말했다.“형님! 고천혁도 죽고 고문파도 거의 전멸했으니 이제 상고성에는 더 이상 문파가 없어졌어요.”“네?”진
그 한 마디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은소혜는 귀를 문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도하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구나.’문 앞에 있던 독고 청의와 주선우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도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진도하의 목소리는 고문파의 본거지에 울려 퍼졌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1분도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수련자들이 장검을 들고 진도하 앞에 분노에 찬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 중 선두에 선 마흔 즈음의 중년 남자가 화난 표정으로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고문파 앞에서 감히 고함을 치다니, 너 죽고 싶어?”그러자 진도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고천혁은 이미 죽었어. 너희도 단전을 스스로 파괴하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그 중년 남자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감히 여기서 그런 허튼 소리를 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는 고천혁이 죽었다는 사실도, 다른 수련자들이 이미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그는 진도하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바로 칼을 뽑을 듯한 기세였다.진도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너희 고문파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그와 동시에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넓혀 주변을 탐지했다.중년 남자는 대답 대신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나가! 안 그러면 우리 세 개 주성의 수장님이 돌아오시면 넌 반드시 죽을 거야!”그는 진도하와 은소혜가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자신이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그러나 평소 상고성에서 악명을 떨치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이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세 개 주성의 수장을 언급하며 그들을 위협하고 쫓아내려고 했다.이때 은소혜가 칼을 들고 중년 남자 옆으로 성큼 다가가며 말했다.“네가 말하는 ‘세 개 주성의 수장’이 고
그때 백발의 노인이 말했다.“길을 안내해드릴까요?”“좋습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고천혁을 제거한 이상 고문파의 나머지 사람들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들을 놓쳐서 도망가게 한다면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말했다.“어르신, 젊은 분 한 분만 보내주세요. 어르신께서 굳이 함께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백발의 노인은 진도하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철수야, 네가 발도 빠르고 민첩하니 진 대사님을 안내해드려라.”“알겠습니다!”철수는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와 신나게 말했다.“진 대사님, 저를 따라오시죠!”“가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철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철수 씨는 방향만 알려주면 돼요.”“알겠습니다!”철수는 곧장 대답했다.“이 길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됩니다!”철수가 방향을 알려주자 진도하는 환허보를 발휘해 고문파 본거지로 빠르게 향했다. 가는 동안 철수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언제든지 토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진도하의 눈에 들어왔다.그들도 진도하를 보자마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우린 이미 단전을 끊었는데 왜 또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그들은 진도하를 두려워하며 물었다.그러자 진도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약속은 꼭 지켜.”“그런데 왜...”그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진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철수에게 다시 방향을 물었다. 철수가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자 진도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단전이 파괴된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만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고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수련자들이 이제는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감
그 수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졌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설마 나를 직접 나서게 만들 생각이야?”고문파의 수련자들이 자진하여 단전을 끊고 있을 때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모두 풀어놓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거짓으로 단전을 끊는 척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지금 진도하 앞에 있는 이 수련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자신의 단전을 때리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기운을 모으지 않았고 피를 뱉는 척까지 했다. 그의 단전은 멀쩡했다.그 수련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더니 침을 몇 번 삼키며 눈을 감았다. 이어서 그는 제대로 자신의 단전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번엔 진짜로 선홍빛의 피가 튀어나왔다.그제야 진도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꺼져!”그 수련자는 단전이 파괴된 고통을 억지로 참고 비틀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곧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단전을 스스로 끊고 떠났다. 그제야 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었다.그는 뒤돌아 은소혜와 그녀 뒤에 있는 수련자들을 보며 물었다.“우리는 사상자가 있어?”“사상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몇 명 있어.”은소혜가 대답했다.조금 전 그들이 고문파의 수련자들과 싸울 때 은소혜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바로 달려갔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고 몇 명의 부상자만 나왔을 뿐이었다.“그래도 부상 당한 사람들은 이미 치료를 받았어. 지금 다들 몸 상태가 좀 허약할 뿐이지 큰 문제는 없어.”은소혜가 덧붙였다.그러자 진도하는 안도하며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이 약들은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수련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모두 한 알씩 가져가요.”이들은 진도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를 도왔기에 진도하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련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이 약을 내놓은 것이었다.진도하는 약병을 가장 가까이 있던 수련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수련자는 약을 하나 꺼낸 다음 옆 사람에게 다시 약병을 넘겼다.바로 그
진도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용음검을 뽑아들고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검 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가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압도했고 이에 모두가 침묵 속에 휩싸였다.‘어떻게 해야 하지?’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은소혜와 독고 청의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이 모두 다가와 고문파 수련자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숫자는 고문파보다 적었지만 그들의 전의와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로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했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간이 다 되면 진도하와 함께 일제히 달려들겠다는 것이다.“남은 시간은 50초.”진도하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렸다.고문파의 수련자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진도하의 검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내가 단전을 끊으면 정말로 날 살려줄 거야?”갑자기 누군가가 물었다.진도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대부경 1단계의 수련자였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스스로 단전을 끊는 자는 살려 보낼 거야.”“그 말 꼭 지켜.”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 뒤 손에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향해 내리쳤다.퍽.남자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단전의 파괴로 인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난 가도 되는 거지?”“가.”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로 단전을 끊은 자는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멀리 걸어갔다. 10미터쯤 걸어간 뒤 누구도 그를 쫓지 않자 그는 단전을 움켜쥐고 빠르게 거리 끝으로 도망쳤다.이 광경을 본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정말로 그 남자를 놓아주었다는 사실에 더욱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말했다.“남은 시간은 이제 30초.”이 말을 듣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당황했다.퍽.또 한 명의 수련자가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내리쳤다.“푸우...”그는 피를 뱉어내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진도하는
진도하의 영적 기운이 섞인 외침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은소혜와 다른 일행들, 그리고 고문파의 수련자들까지도 순간 멈칫하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가 어깨에 메고 있는 고천혁을 보자 은소혜 일행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도하가 또다시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를 처치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진도하는 대부경 7단계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였다.반면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당황스러워했다.“우리 문주님이 죽었어?”“어떻게 문주님이 저놈을 이기지 못할 수 있어?”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고천혁이 다른 수련자들과 겨루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고 고천혁이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 앞에서조차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었기 때문이다.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고천혁이 옥판을 꺼내 들면 그 즉시 상대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천혁이 실패했다니.그들은 마음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더 싸워야 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고천혁의 시체를 땅에 던지고 고문파 수련자들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고문파의 수련자들, 잘 들어라! 고천혁은 죽었어! 너희가 자진해서 단전을 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맞이할 건 죽음뿐이니까 각오해!”진도하의 말이 떨어지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그들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드러났다. 단전을 자진해서 끊어야 할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 갈등에 빠진 것이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우리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단전을 끊으면 결국 죽을 운명 아니야?”진도하는 그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음? 대부경 4단계군.”그 대부경 4단계의 남자는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외쳤다.“모두 속지 마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어쩌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몰라요! 단전을 끊는다는 건 우리 목숨을 칼 위에 올려놓는 거나 다름없어요. 저놈들이 우리를 살려줄지 죽일지는
쿵.거대한 굉음이 울렸지만 이번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고천혁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진도하 몸에 또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단 말이야?’그는 재빨리 진도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 순간 진도하가 크게 외쳤다.“아아아!”이 외침은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고 천지를 뒤흔들 듯했다. 고천혁은 그 외침에 영혼마저 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음 순간 한 줄기 빛이 진도하의 어깨뼈에서 튀어나왔다.퍽.그 빛줄기는 바로 고천혁의 가슴 앞에 닿았다.크게 놀란 고천혁은 생각했다.‘이건 또 뭐야?’그는 서둘러 옥판을 조종해 방어하려 했다.그리고 그제야 공격해 온 것이 뼈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바로 그 뼈 조각이 옥판과 충돌했다.쾅.두 물체가 부딪히며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했다.끼익.옥판은 깨졌고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주변으로 흩어졌다.“젠장!”고천혁은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옥판을 소유한 이후 그는 거의 무적이었는데 귀일경 이하에서는 그와 맞설 자가 없었다.옥판 덕분에 그는 상고성과 다른 두 주성의 문파를 멸망시키고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비장의 무기가 산산조각이 났다니?고천혁은 얼어붙은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어두운 눈빛 속에 갑작스럽게 빛이 스쳤다.‘뭐지?’뼈 조각은 옥판을 부순 후 고천혁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오지 마!”고천혁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속도는 뼈의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쉭.뼈 조각은 고천혁의 호신 영기에 부딪혔다.쾅.고천혁의 호신 영기는 산산조각이 났다.“뭐야?”고천혁의 눈이 커졌다.뼈 조각은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천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고천혁은 움직임을 멈췄고 얼굴에 당혹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축구공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3초간 서 있다가 결국 땅
고천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옥판을 던졌다.옥판은 빠르게 회전하며 진도하와 고천혁 사이에 자리 잡았다.하지만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가 있으니 이 목걸이는 귀일경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니 옥판의 힘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진도하가 가진 자신감이었다.진도하는 마음을 굳혔다. 만약 옥판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바로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를 꺼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옥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슝.옥판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검기와 영기가 진도하를 완전히 뒤덮었다.진도하는 반응할 틈도 없이 공격을 당했다.따다다다.그 빛줄기들이 빗방울처럼 진도하의 몸을 강타했고 그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천혁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옥판은 여전히 회전 중이었고 진도하의 호신 영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몸에는 상처가 끊임없이 늘어났다.진도하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죽음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진도하는 자신의 수명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피가 다 흘러나가기도 전에 그의 수명은 모두 사라질 듯했다.“아아아!”진도하는 크게 소리치며 억지로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았다.다시 한번 호신 영기를 형성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민했다.그러나 죽음의 기운에 압도당해 비취색 목걸이조차 꺼낼 수 없었다.이것이 옥판의 무서움인가? 고천혁이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건가?수많은 수련자들이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그 순간 호신 영기는 다시 산산조각이 났다.끝없이 쏟아지는 빛줄기들이 진도하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왔다.푹. 푹. 푹.진도하의 몸은 점점 더 많은 상처로 가득 찼고 그의 영기도 계속 소모되었다.결국 진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