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 모두 그냥 가자고 하자 좀 더 조사해 보고 싶었던 진도하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요. 그럼 이만 가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안전한 은신처를 찾은 후 혼자 나와서 확인하겠다는 결심을 굳힌 상태였다.진도하는 그들이 독살당한 이유와 여기서 용천섬으로 어떻게 가는지 알아내야 했다.그들이 떠나려고 돌아서는 순간, 저 멀리서 타닥타닥 발소리가 들렸다.이 소리는 세 사람 모두에게 익숙한 소리로, 수많은 혼돈의 생물체가 달려오는 소리였다.소리를 듣고 그들은 즉시 반응했다.“뛰어요!”이번에도 이주안이 가장 먼저 반응하며 진도하와 현지수를 끌어당기며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뛰면서 이주안이 외쳤다.“도하 형님, 용음검을 뽑지 마세요!”이 말을 할 때 이주안의 입꼬리가 살짝 떨렸다.지금 이주안에게 가장 무서운 소리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는 주저 없이 용의 포효 소리라고 대답할 것이다.특히 이 옛길에서 용의 포효 소리가 울리는 순간, 혼돈의 생명체들은 더욱 광분하며 진도하를 노릴 테니까.그러니까 이주안이 겁을 먹지 않을 수 있겠는가?진도하는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요. 내가 절대 용음검을 함부로 꺼내지 않을 테니까.” 이주안만 무서웠을 뿐만 아니라 진도하도 아직 그 느낌이 가시지 않았다. 또다시 수많은 혼돈의 생물체에게 쫓기고 싶지 않았다.그들은 계속 앞으로 달려갔다.이때 현지수가 물었다.“우리 어디로 가죠?”“아까 그 갈림길로 가요!”이주안이 말했다.“지금은 거기 말고는 안전한 곳이 없는 것 같아요.” 이주안이 말한 갈림길은 원아경 혼돈의 생물체와 처음 마주쳤던 갈림길이었다. 또한 현광서원의 두 수련자와 싸웠던 곳이기도 했다.원아경 혼돈의 생물체가 이미 죽었는데도 왜 다른 혼돈의 생물체들이 감히 그 길로 들어가지 않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것은 진도하 일행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수많은 혼돈의 생물체에게 쫓기더라도 적어도 도망칠 곳은 있었으니까 말이다.곧 그들은 다시 갈림길에 도착했다.
“네?”진도하는 미간을 찌푸렸다.“이 두 혼돈의 생물체, 혹시 현광서원의 두 수련자의 시체가 변이된 것이 아니에요?”이미 혼돈의 생물체 두 마리가 진도하 일행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 깊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곧 혼돈의 생물체는 진도하 앞에 도착했다.진도하는 무심하게 두 혼돈의 생물체를 바라보았다. 이내 두 혼돈의 생물체는 진도하의 목을 찢으려는 듯 진도하를 향해 달려들었다.“금단경 혼돈의 생물체?”진도하는 차가운 웃음을 내뱉으며 용음검을 꺼내 먼저 움직인 혼돈의 물체를 찔렀다.“파괴!”검이 첫 번째 혼돈의 생물체의 몸을 관통하며 녹색의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러나 이 혼돈의 물체는 고통을 느끼지 못 하는 듯 여전히 진도하를 공격하려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팔이 너무 짧고 몸은 용인검에 관통당해서 진도하를 전혀 건드릴 수 없었다.이때 다른 혼돈의 생물체가 진도하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진도하에게 주먹을 뻗으려고 했다. 진도하는 코웃음을 치며 혼돈의 생물체의 주먹이 자신한테 닿으려는 순간, 혼돈의 생물체의 턱을 발로 찼다.혼돈의 생물체의 머리와 몸이 갑자기 둘러 쪼개지면서 녹색 피가 뿜어져 나왔다. 진도하는 토기를 느꼈다. 이때 이주안과 현지수도 반응하고 검을 뽑아 첫 번째 혼돈의 생물체의 몸을 찔렀다. 혼돈의 생물체의 가죽은 정말 딱딱하고 질겼다. 엄청난 노력을 들여서야 겨우 검을 찔러 넣었다.혼돈의 생물체는 고통을 느끼지 못할 뿐만 아니라 더욱 미친 듯이 날뛰었다. 생물체는 피 묻은 입을 벌리고 포효했다.진도하는 코웃음을 치며 용음검을 빼내고 이 혼돈의 생물체의 턱을 차버렸다. 혼돈의 생물체의 머리는 발에 차여 옆으로 굴러떨어졌다. 이 장면을 본 이주안과 현지수는 하마터면 토할뻔했다. 하지만 그들은 가까스로 참았다.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고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도 그 장면을 보고 싶지 않았다. 너무 역겨웠고, 게다가 심한 악취가 났기 때문이다. 진도하는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가다듬고 나서야 울렁거리던 속이 진정됐다. 이때
“만약... 여기 두 혼돈의 생물체가 방금 죽은 뚱뚱하고 마른 두 수련자가 변이한 거라면 이미 여기에 사람이 의식을 잃게 만드는 종류의 독이 존재한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그런 종류의 독이 정말로 여기에 존재한다면 우리도 이미 중독된 걸까요? 나중에 우리도 현광서원의 수련자처럼 걸어 다니는 시체가 되어 초록색 피를 흘리며 서로 물어뜯으며 싸우는 건 아니겠죠?”이주안의 말을 들은 진도하와 현지수의 표정이 바뀌었다. 이주안의 말이 일리가 있었다. 이곳에 정말 독이 존재한다면 세 사람은 위험에 처한 거나 다름없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진도하는 얼른 이주안과 현지수에게 말했다.“이곳에 독이 있든 없든, 우리가 중독되었든 아니든 지금부터 모두 귀식술로 숨을 참아요.”“네!”이주안과 현지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숨을 참았다. 이윽고 진도하가 말했다.“그리고 지금부터 두 사람 아무것도 건드리지 말고 소굴에서 나를 기다려요.”고개를 끄덕인 두 사람은 돌아서서 소굴로 걸어갔다. 세 걸음 내디딘 현지수는 걱정되어 물었다.“그럼 도하 씨는요?”진도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전 여기서 그들이 혼돈의 생물체로 변한 이유를 조사할게요.”진도하의 말을 들은 현지수는 진도하가 두 사람이 독에 중독될까 봐 걱정되어 멀리 보내려고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그럼 나도 남을래요.”현지수가 이렇게 말하자 진도하는 일부러 화가 난 척하며 그녀를 꾸짖으려고 했지만 이주안이 옆에서 말했다.“지수 씨도 남으면 저도 남을게요. 셋이 같이 조사해요. 어차피 이 길에 독이 있다면 소굴이 반드시 안전한 것은 아니니까요.”이 말을 하고 이주안과 현지수는 진도하를 향해 걸어갔다. 진도하는 두 사람을 흘끗 바라보았다. 가슴에 따뜻한 기운이 솟구쳤다. 그는 두 사람이 자신을 혼자 위험에 맞서게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화난 척하며 소리쳤다.“두 사람 지금 장난해요? 지금 여기가 얼마나 위험한지 몰라요? 두 사람 독에 중독되면 어쩌려
이주안과 현지수는 진도하의 딱딱한 말투를 듣고 진도하가 화가 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본 후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우리는 소굴 안에서 기다릴 테니 조심해요.”두 사람이 떠나려고 하자 진도하는 그제야 어조를 누그러뜨렸다.“난 어떤 독에도 무적이니 걱정하지 마세요.”이주안과 현지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서서 소굴로 걸어갔다. 몇 걸음 걷고 나서 이주안이 물었다.“지수 씨, 도하 형님... 정말 모든 독에 무적이라고요?”현지수는 고개를 저었다가 다시 끄덕였다.“아마도요...”그녀는 사실 확신할 수 없었다. 그저... 진도하의 말이 거짓이 아니기를 바랐고, 게다가 진도하는 이미 용의 계승을 이었으니 아마도 정말 독에 무적일지도 몰랐다.이주안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맞든 아니든 우리는 일단 소굴로 돌아가요! 여기 남아서 도하 형 발목을 잡지 말고요. 결국 우리를 위해서 그러는 거잖아요.”“네...”현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한편, 이주안과 현지수가 소굴로 돌아온 후 진도하는 이 갈림길에서 이상 징후를 주의 깊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먼저 혼돈의 생물체 두 마리의 시체를 조사하고 현광서원의 두 수련자가 죽은 곳을 조사했다. 그 결과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왜 두 수련자 중독됐는지, 이 길에 독이 있는지 여부조차 알아내지 못했다. 이로 인해 진도하는 몹시 답답해졌다... 동시에 의아하기도 했다.왜 소원과 그의 일행이 갑자기 독에 중독되어 서로를 죽이고 죽은 후 혼돈의 생물체로 변했을까?자신과 싸웠던 두 명의 수련자, 뚱뚱한 수련자와 마른 수련자는 왜 죽은 후에 혼돈의 물체로 변했을까?자신과 싸울 때 그들의 피는 여전히 붉은 색이었다. 그럼... 그들이 죽기 전에는 중독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럼 어떻게 죽은 후에 독에 중독된 걸까?생각하면 할수록 더욱 의아해졌다.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진도하는 환상이에게 다시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환상아, 환상아!”환상이 대답했다.“너 뚱뚱하고
이 일에 대해서 반드시 알아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마음이 혼란스러울 것이기 때문이다.이때 갑자기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어?”진도하는 미간을 찌푸리고 감지력을 사용했다.곧 그는 자신이 있는 방향으로 어떤 사람이 달려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 뒤로는 무수히 많은 발소리가 끔찍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한 사람이 수많은 혼돈의 생물체에게 쫓기는 게 틀림없었다.진도하는 감지력 사용을 멈추고 발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곧 그는 갈림길 끝에 도착했다.그의 눈앞에는 한 형체가 스쳐 지나가는 것이 보였고, 그 뒤에는 수많은 혼돈의 생물체들이 이를 드러내며 그를 쫓아가고 있었다.그 사람의 속도가 빨라 휙 지나갔지만 진도하는 그를 알아봤다.바로 적소파의 종주 정이준이었다!진도하는 의아해했다. 정이준도 중독되지 않았던가, 아니, 저주를 받지 않았던가? 진도하는 정이준의 눈빛이 흐리멍덩한 것이 마치 좀비 같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지금은 괜찮아졌을까?진도하가 의아해하는 순간, 정이준의 모습이 다시 진도하의 앞을 스쳐 지나갔고, 혼돈의 생물체들은 여전히 추격하고 있었다.정이준은 뛰면서 소리쳤다.“진도하, 구경만 하지 말고 빨리 나 좀 구해줘! 자네는 원아경이잖아! 손짓 한 번이면 저것들을 소멸시킬 수 있는데 왜 안 도와주는 거야? 설마 자네도 무서운 거야?”진도하는 못 들은 척 웃으며 정이준이 다시 한번 자신의 앞을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기만 했다.“젠장, 우리 모두 같은 수련자인데 설마 그냥 보고만 있을 건 아니지?”정이준은 혼돈의 생물체에게 쫓기며 주변의 몇 개 길만 계속 돌고 있었는데, 유일하게 진도하가 있는 길엔 들어가지 않았다.이에 진도하는 뜻밖이라고 생각했다. 정이준이 이 갈림길에 들어서면 혼돈의 생물체가 감히 이곳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하지만 진도하는 정이준이 자신이 있는 길로 들어오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혼돈의 생물체를 유인했다가 자신에게도 피해를 줄까 봐 그러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
진도하는 다시 생각해 보니 정이준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알겠어요. 빨리 내가 있는 곳으로 달려와요!”진도하는 결국 정이준을 구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지금 정이준이 달리는 속도라면 조만간 혼돈의 생물체에게 쫓기게 될 것이 뻔하다. 그때는 아무리 검을 빨리 휘둘러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진도하는 혼돈의 생물체에 둘러싸여 있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직접 경험했었다. 무엇보다 그는 정이준에게 저주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다. 정이준은 뭔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그 혼자만 무리에서 탈출할 수 있었을까?진도하의 말을 들은 정이준은 언성을 높이며 물었다.“내가 자네가 있는 쪽으로 가는 게 무슨 소용이야! 거기 가도 쫓기는 건 마찬가지야! 자네가 먼저 저것들을 공격하지 그래? 우리 둘이 힘을 합치면 이 혼돈의 생물체들을 반드시 죽일 수 있을 것 같은데?그러나 진도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굳이 공격할 필요도 없는데 왜 힘들게 그래요? 빨리 이쪽으로 와요! 여기 오면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정말이야?”정이준은 계속 뛰면서 물었다.“정말이에요!”진도하는 어쩔 수가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정이준은 지나갈 때마다 자신과 불과 2미터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살짝 뛰어도 이 길로 들어올 수 있다. 만약 그가 시도한다면, 여기에 건너온 후 혼돈의 생물체들은 갈림길 입구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감히 들어오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정이준은 한 바퀴 더 뛰고 돌아온 후 물었다.“나한테 거짓말한 거 아니지?”“아니에요. 직접 와보면 여기가 안전하다는 걸 알 거예요.”진도하는 지나가는 정이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소리쳤다.얼마 지나지 않아 정이준은 다시 달려와 말했다.“그럼 내가 갈 테니까 이따가 이 혼돈의 생물체를 못 막더라도 날 원망하지 마!” 이렇게 말한 후 정이준은 건너가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뒤에서 혼돈의 생물체가 사나운 짐승처럼 달려들자 그는 황급히 다시 멀리 달아났다.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진도하
하지만 진도하는 굳이 설명하지 않고 정이준에게 말했다.“봐요, 내가 거짓말한 거 아니죠? 절대 죽을 일이 없으니까 내가 그렇게 말한 거예요.”정이준은 호흡을 가다듬은 후 말했다.“이 혼돈의 생물체들이 자네를 이렇게 무서워하는 줄 알았으면 진작 여기로 달려왔을 텐데. 이렇게 힘들게 달릴 필요가 없었잖아.”말을 마친 후 정이준은 몇 번 더 숨을 헐떡였다.너무 오래 달리다 보니 몸의 기운이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처참한 상태는 아니었을 것이다.진도하는 미소를 지으며 주머니에서 약병을 꺼내 기 보충 단약을 정이준에게 건네며 말했다.“기운 좀 보충해요.” 정이준은 멈칫했다. 진도하가 자신의 몸에 기운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보아낼 줄은 몰랐다. 정이준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바로 단약을 건네받고 고개를 젖혀 삼켰다.그러자 곧 정이준의 몸에 기운이 차고 얼굴이 원래의 색으로 돌아왔다.그제야 진도하는 물었다.“정 종주님, 정말 저주에 걸리지 않으셨어요?”“안 걸렸다니까!”정이준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나한테 거짓말한 게 아니길 바라요.”진도하는 정이준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현광서원의 두 수련자에게 배신당한 후, 진도하는 처음 보는 사람을 잘 믿지 않게 되었다.진도하는 원래 정이준도 구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전 무슨 일이 있었길래 원래 정신이 흐리멍덩해 보이던 그가 다시 정신을 차렸는지 궁금해서 경계심을 내려놓고 자신이 있는 쪽으로 들여보냈을 뿐이었다.정이준은 진도하가 자신을 의심하자 바로 장검을 꺼내 그를 바라보았다.진도하는 미간을 찌푸리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냥 물어본 건데 검을 꺼낸 거야? 성격이 너무 심술궂군.’진도하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정이준이 입을 열었다.“내가 왜 자네한테 거짓말하겠어!”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장검을 거꾸로 들고 자신의 팔을 베었다.정이준의 속도는 매우 빨랐다. 그가 소리를 지르자마자 상처에서 새빨간 피가 흘러나왔다.“봤지? 난 정
“그래.”정이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사실 나도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 심지어 조금 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다른 사람들이 혼돈의 생물체로 변해 있었어.” 정이준이 이렇게 말하는 동안 진도하는 내내 정이준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정이준이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원래는 정이준에게서 조금 전에 일어난 이상한 일들의 이유를 들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정이준도 모른다는 걸 알고 나니 저절로 눈썹이 찌푸려졌다.정이준이 이어서 말했다.“비록... 방금 일어난 일들이 어쩌다 그렇게 된 건지, 왜 다른 사람들은 저주에 걸렸는데 나만 괜찮은 건지 모르겠지만 현광서원의 소원 원장은 분명히 알고 있는 것 같아.”“소원 원장은 안다고요? 그 사람도 저주에 걸리지 않았나요?”진도하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정이준을 바라보았다.하지만 정이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나랑 똑같아. 저주에 걸리지 않았어.”“저주에 안 걸렸다고요? 확실해요?”진도하는 이미 마음속으로 거의 그의 말을 믿고 있었지만, 그래도 참지 못하고 물었다.“응, 확실해!”정이준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깨어난 후에 소 원장도 혼돈의 생물체에게 포위당하고 있었어. 우리 둘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달렸어.”진도하는 그제야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의 시선은 무심코 여전히 새빨간 피가 흐르고 있는 정이준의 상처로 향했다.‘정말 저주에 걸리지 않은 것 같군.’진도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하지만 현광서원의 두 수련자들도 처음에는 피만 보아 이상하다는 것을 알 수 없다가 죽고 나서야 피 색깔이 변하기 시작한 것을 생각하자 정이준도 그렇지 않을까 싶었다.하지만 지금의 정이준은 아직 아무런 이상이 없기 때문에 진도하는 몰래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도하 형님, 뭐 좀 알아내셨어요?”바로 이때 이주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진도하가 고개를 들어 보니 이주안은 이미 소굴 밖으로 나왔고 현지수가 그의 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