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하도 서정식을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어쩔 수 없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그래요, 그럼 몸조심하세요. 단약을 정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 선생의 건강이 더 중요해요!”서정식이 대수롭지 않은 듯 손을 젓자 진도하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방으로 돌아온 진도하도 잠이 오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그는 이씨 저택에서 이현수와 나눈 대화를 회상하기 시작했다.‘50년 전, 진씨 집안에서 선경에 날아오른 사람이 할아버지가 맞을까? 25년 전, 부모님은 용천섬에 도착하셨을까? 지금 어디로 갔을까? 아직 이 세상에 계실까? 부모님이 그때 8대 가문과 6대 종문의 사람들을 따라 용천섬에 간 게 맞다면 어쩔 수 없는 강요 때문에 간 것일까? 아니면 스스로 가겠다고 나선 것일까? 친부모님이 용천섬에 이미 갔었던 상황이라면 양부모님께는 어떻게 나를 맡겼을까? 아니면 그때 양부모님도 용천섬에 잘못 들어서지 않았을까? 그래서 나를 발견한 것은 아닐까?’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진도하는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바로 이때 환상의 목소리가 들렸다.‘너... 이현수를 의심한 적은 없어?”환상의 목소리를 들은 진도하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무엇을 의심하는데?”“신분을 의심하는 거지. 예를 들어, 이현수가 너의 할아버지의 친구가 맞는지? 진짜로 절친한 친구였었는지? 이현수가 옛길에 진짜로 가본 적이 있는지 등...”환상의 말에 진도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건 굳이 의심할 필요가 없어. 우리 할아버지가 쓰신 편지까지 나에게 보여줬으니까.”처음에 진도하도 확실히 이현수의 신분을 의심했었다. 하지만 진도하의 옥패를 알아보고 그의 할아버지가 직접 쓴 편지를 꺼낸 후 진도하는 더 이상 이현수를 의심하지 않았다.어쨌든 그 편지는 진짜로 오래된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현수가 굳이 몇십 년을 들여가며 가짜를 만들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더욱이 진도하는 이현수의 태도와 말에서 따스함을 느꼈다. 그래서 진도하는 이현수가 분명 자신의 친할아버지를
진도하가 계속 아무 대답이 없자 환상이 먼저 말했다.“이현수, 그리 간단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응?”진도하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너도 방금 이씨 저택에 있을 때 이미 눈치챘겠지만 이현수는 원만한 경지에 도달했을 뿐만 아니라 이미 그 경지를 훨씬 더 넘어섰어. 하지만... 이현수는 계속 자신의 경지를 억압하고 짓누르고 있어. 게다가 이현수의 신체도 점점 젊어지고 있어.”진도하는 환상의 말에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의외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이현수가 일찍 원만한 경지에 이르렀고 요 몇 년 동안 생사의 고비를 겪지 않았기에 그의 실력은 분명 점점 더 향상해 엄청난 수준에 이르렀을 것이다.진도하의 생각을 눈치챈 환상이 웃으며 말했다.“아니, 아니. 이 일은 이현수가 너를 속였어.”“나를 속였다고?”진도하가 의아한 얼굴로 묻자 환상이 자신만만한 어조로 말했다.“이현수는 생사의 고비를 겪었어. 그것도 세 번씩이나.”환상의 말에 진도하는 순간 넋을 잃은 듯한 얼굴이었다.“실제 생사겁을 피할 보물이 없다는 말이야? 진짜로 세 번씩이나 생사의 고비를 겪고 살아남은 사람이라는 거야?”“맞아.”환상이 말했다.“너는 어떻게 알았는데? 그런데 할아버지는 왜 나를 속인 걸까?”진도하는 저도 모르게 한마디 물었다.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네가 이씨 저택으로 들어갔을 때 나는 잠에서 깼어. 그때 바로 무서운 기운이 느껴졌고. 어디서 나오는 기운인지 확인해 보니 그 기운은 이현수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것이었어.”“그럼 나는 왜 느끼지 못했을까?”순간 눈살을 찌푸린 진도하는 오늘 이씨 집안에서 있었던 작은 일들을 한둘씩 회상하기 시작했다. 그는 확실히 이현수의 대단한 실력을 느꼈지만 환상이 말한 그런 무서운 기세는 느끼지 못했다.환상은 약간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느끼지 못하는 건 당연해. 이현수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그런 섬뜩한 기운은 생사의 고비를 겪은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거야.”환상의 말을 들
여기까지 생각한 진도하는 다시 물었다.“환상아, 그럼 내 실력을 빨리 끌어올릴 방법은 어디 없을까? 너도 알다시피 7일 후에 나는 조씨 집안에 가야 해.”그러자 환상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없어. 생각하지 마. 수련에서 가장 정확한 길은 한 걸음 한 걸음 차근차근 밟아나가는 것이야. 내가 너의 실력을 빨리 끌어올릴 방법이 있다 하더라도 절대 알려줄 수 없어. 물론 네가 조씨 집안에 가서 죽는 것은 바라지는 않아. 하지만 너의 지금 실력으로 조씨 저택에 들어가면 맥 한번 제대로 못 추리고 주먹 몇 번에 바로 쓰러지고 죽을 거야.”환상의 말에 진도하는 불만 가득한 얼굴로 대답했다.“절대 그 말을 믿을 수 없어! 경지가 원만한 것뿐이잖아. 뭐가 그렇게 무섭다고 그래? 그리고 아직 정확히 7일이라는 시간이 남았어. 나는 다시 반지 안에 들어가 수련하면 되고! 그때까지 내가 ‘안전한 스타트’ 검술을 다시 보완하고 두 번째 검술을 만든다면 분명 그들과 충분히 겨룰 수 있을 거야.”“맞아. 너는 확실히 두 번째 검술을 만들 수 있어. 그 검술로 그들과 겨룰 수도 있겠지. 하지만 백 수 정도 겨룬 후에는 어차피 도망칠 수밖에 없을 거야.”환상의 퉁명스러운 말투에 진도하는 어색한 웃음을 내보였다.그러자 환상이 계속 말을 이었다.“하지만... 네가 만약 스스로 세가지 검술을 만들어 낸다면 너는 경지를 넘어 싸울 수 있어. 그러면 겨뤄볼 만할지도 모르지.”“정말?”진도하가 감격에 겨워 묻자 환상이 바로 대답했다.“정말이지! 내가 언제 너를 속인 적이 있어?” “좋았어! 내가 지금 바로 가서 열심히 생각하고 연구해 볼게!”진도하는 당장이라도 자신의 검술을 만들고 싶어 안달이 났다.그러나 환상은 오히려 진도하의 열정에 찬물을 끼얹었다.“하지만 너에게는 7일이라는 시간밖에 남지 않았어. 그사이 아마 세 번째 검술까지 만들기는 어려울 거야...”환상의 말에 진도하의 흥분했던 마음이 다시 가라앉았다.“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7일 후에 조씨
그 말에 진도하는 순간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또한 환상의 말에 왠지 모르게 마음의 가책을 느끼게 되었다. 그의 말이 확실히 일리가 있었기 때문에...지금 이 모습은 늘 그렇게 당당하던 진도하의 모습이 절대 아니었다. 왜 허튼 생각을 하면서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를 무서워하고 있단 말인가! 진도하는 예전에 절대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말이다!예전의 진도하는 이 세상의 하늘과 땅보다 자기가 제일 대단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지금의 진도하는 어쩌다가 이렇게 변한 것일까?잠깐 생각에 잠겼던 진도하는 순간 문득 무엇인가 깨달았다.예전의 그는 경지가 항상 최고봉이었고 실력도 최고였기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늘 거리낌 없이 해왔었다.하지만 지금은 자신보다 강한 사람이 수도 없이 많다는 것을 진도하도 알게 되었다. 예를 들면 이현수의 앞에서 진도하는 주먹 한 번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고 바로 쓰러질 것이다. 게다가 진도하보다 경지가 높은 사람 또한 수도 없이 많았다.예를 들어 8대 가문과 6대 종문의 파벌에는 고수들이 많다. 비록 진도하의 상대가 될만한 실력은 아니지만 그들이 속해 있는 파벌은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하지만 진도하가 개인적으로 몸을 담고 있는 파벌은 오직 자양파뿐이었다.그동안 줄곧 무술 고수 파벌로 있던 자양파는 수련 공법을 이제 막 되찾았기에 분명 8대 가문과 6대 종문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게다가 내력을 잃은 자양파에는 경지가 원만한 사람이 없다.이것이 어쩌면 진도하가 오늘같이 주눅 든 모습을 보이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여기까지 생각한 진도하는 단호하게 말했다.“언젠가 내가 가장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모든 사람에게 알리고 말 거야!”진도하가 다시 예전의 마음가짐을 되찾자 환상은 만족한 듯 말했다.“그래, 이게 바로 내가 알던 진도하지! 경지가 원만한 대부든, 가문이든 종문이든, 절대 굴복하지마!”“맞아, 절대 굴복할 수 없어!”진도하의 기분도 환상의 유머러스한 말투에 물들어 통쾌하게 웃으
환상이 말했다."내가 지금 너한테 말해줘도 너는 모를거야. 네가 그 경지에 올랐을 때, 그때 다시 얘기해줄게."진도하는 이해가 안된다는 듯이 말했다."말도 안 했으면서 어떻게 내가 모를 거라고 확신해?""도운은 선경에 날아간 다음에 네가 느끼고 이해하는 대의야. 그러니까 대의에 공감하는 경지에 오른 사람들이 하는 모든 일, 글 쓰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림, 연주 뭐 이런 것들, 아무튼 뭘 하든 다 도운이 남게 되는 거야. 이 글을 쓴 사람도 그 경지에 오른 사람이야. 쓴 모든 글에 도운이 남아 있으니까 글이 마치 살아있는 것 같잖아. 만약 대의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이 글을 봤다면 공격받는 느낌이 들었을 거야."진도하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이 글이 대의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쓴 거라고... 그 말은 할아버지가 이미 대의에 공감하는 경지에 올랐다는 뜻인가? 그래서 현수 할아버지가 그냥 쓴 글에 도운이 깃들어 있는 거고 그게 누군가한테는 공격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말이야?"환상은 진도하의 말을 곰곰이 생각하느라 머뭇거리며 말했다."그런 뜻이 맞긴 한데, 또 아닌 것도 같단 말이지.""무슨 말이야 그게?""만약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이 글은 이현수가 쓴 게 아니야.""할아버지가 쓴 게 아니라고? 그럼 누가 썼다는 거야?""그건 모르지. 근데 이현수가 쓴 게 아닌 건 확실해. 전에 이현수가 천도수근 이라고 쓰는 걸 본적이 있어. 이현수가 쓴 글자를 보면 아직 그 경지에 오르지 못했어. 그냥 대의에 살짝 발만 담근 정도랄까. 그 정도는 입문이라고도 할 수 없지.""그래?"진도하는 저도 모르게 옛날 일을 떠올렸다. 진도하가 처음 책방에 갔을 때 이현수가 쓴 천도수근이라는 글자가 있었던 것 같다. 물론 그 글자에선 지금처럼 이런 위압감은 느끼지 못했었다. 그냥 공격적으로 다가오는데 그치지 않고 이 글자 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어딘가 모르게 공포스럽기도 한 것이 숨이 막혀오는 것만 같았다."그래 맞아,
환상이는 잠시 생각을 하다 대답했다."나도 모르겠어. 하늘의 문은 이미 닫혔으니까 그 문이 닫힐 때 떨어져 나온 것일 텐데 이게 어떻게 이현수의 손에 들어간 걸까?"도리어 질문을 해오는 환상에 진도하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너도 모르는데 내가 어떻게 알겠어.""아, 혹시 옛길에서 찾은 건 아닐까? "진도하의 말을 듣고 있던 환상이 확신이 없는 말투로 말했다."그럴 수도 있겠네."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환상은 갑자기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다."진짜 옛길에서 찾은걸 수도 있어. 그런 곳에나 이런 게 있지."진도하는 고개를 저의며 말했다."됐어. 할아버지가 어디서 이걸 찾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어쨌든 이 족자가 아주 중요한 물건인 거잖아?""그래, 중요해. 더군다나 하늘의 문이 이미 닫힌 이 세상에서는 더 중요하지."환상의 확신이 담긴 말을 듣자 진도하는 마음 한켠이 따뜻해짐을 느꼈다."이젠 현수 할아버지 좀 믿어. 할아버지는 진짜 내가 잘되길 원하시는 거야. 이렇게 소중한 물건도 다 내어주시잖아."말을 마치고 난 진도하는 이현수에게 내심 미안했다. 현수 할아버지는 그와의 옛 인연을 알고 나서부터 늘 자상하게 대해줬는데 그 고마움도 모르고 환상의 말만 믿고 하마터면 그런 할아버지를 의심할 뻔한 것이 죄송스러웠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진도하는 그런 자신이 어이가 없는지 헛웃음을 터뜨렸다.환상은 진도하의 말을 다 듣고 난 후에도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이현수가 왜 너한테 이렇게 소중한 물건을 맡겼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아직도 이현수가 널 이용하는 것 같아. 너무 방심하지는 마.""이용? 그리 높은 경지에 오르신 분이 나를 이용해서 뭘 하겠어?"진도하는 웃음을 흘리며 얘기를 계속했다."나한테 이 족자보다 더 귀한 게 있을 것 같아?"환상은 골똘히 생각하더니 말했다."아니, 그런 건 없는 것 같아.""거봐. 아무것도 없는데 뭘 이용해?"진도하는 여전히 웃으며 단호한 목소리로 환상에게 말했다."너는 사
"근데... 그 글만 보면 피가 들끓는 것 같단 말이야. 왜 이러지..."진도하는 다시 족자를 펼쳐 그 위에 적힌 글을 읽어보았다. 역시나 피가 거꾸로 솟는듯이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렸다. 그러자 환상이 말했다."한 글자 한 글자씩 읽어봐."진도하는 그 말을 따라 첫 글자부터 하나하나 눈에 담기 시작했다. 예상외로 환상의 조언이 꽤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한 글자씩만 보니 아까와 같은 이상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진도하는 족자를 다시 거둬들이고는 반지 속으로 들어갔다. 조씨 집안에 가기로 한 날까지 7일밖에 남지 않았으니 1분 1초가 아까운 상황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반지 속은 시간이 더디게 흘러간다는 것이다. 반지 속에 들어온 진도하는 풍경이 멋들어진 곳에 자리 잡고는 다시 그 족자를 꺼내 들려 하는데 그때, 환상이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 "남은 시간 동안 계속 여기 있을 거야?""당연하지. 난 빨리 높은 경지에 올라서 내 두 번째 검술을 만들 거야."대답을 마친 진도하는 어딘가 석연치 않음을 느꼈다. 다만 정확히 어디가 이상한지 몰라 생각하고 있을 때 환상이 웃으며 말을 했다."그럼 여기 있는 동안은 정기가 필요 없겠네? 그럼 나야 고맙지!"진도하는 이 말을 듣자 그제야 환상이 또 자신의 정기를 빼먹으려고 이러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고는 급히 들뜬 환상을 막아서며 말했다."아니 잠깐만! 정기는 아직 필요해."하지만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진도하 몸 안에 돌고 있던 정기는 한순간에 환상에게 모두 빼앗기고 말았다. 아, 이번엔 모두는 아니었다. 아주 조금, 손톱만큼은 남은 것 같았다. 아직 쓰러지지 않은 진도하 본인이 그걸 증명하고 있었다.진도하는 화가 난 듯 환상을 향해 소리쳤다."넌 진짜 사기꾼이야! 언제는 내 허락 없이는 정기 안 가져간다며."진도하의 정기로 배를 채운 환상은 길게 트림까지 하고서는 원망 어린 진도하의 말에 대답을 해주었다."걱정마. 내가 네 정기를 괜히 먹었겠어? 이게 다 네가 조씨 집안에 갈
이 '천' 자가 보기에는 획수도 몇 개 없는 글자 같지만, 그것의 획수 하나하나엔 현기가 숨어있었다. 그 현기는 바로 이 '천' 자 속에 숨겨진 권법이었다. 진도하는 우연히 발견해 낸 비밀에 희열에 찬 듯 숨을 들이마셨다. 이 '천'이라는 한 글자의 매 획수마다 권술이 숨겨져 있으리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이 글자 속의 권술을 다 완벽히 익히기만 해도 그것 자체로 온전한 하나의 권법이 완성될 것 같았다. 어느 정도 놀라움이 가시자 이내 아쉬움이 몰려왔다."검법이면 좋았을 것을. 그럼 두 번째 술법을 만들 때 참고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뭐 권법이라도 괜찮긴 했다. 어차피 모든건 도운을 익히기 위해서였으니까 그 도구가 권법이든 검법이든 다 상관없었다.아직 도운도 느껴본 적 없고 대의를 깨우치기에도 턱없이 부족했던 진도하는 일단 이 글자 속의 권법을 먼저 연구하기 시작했다.진도하는 한참이나 뚫어져라 글자를 쳐다보았지만 글자속의 권법을 도통 알아볼 수가 없었다. 아무리 봐도 권술과 주먹 사이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한 게 위력이라고는 전혀 없어 보였다."왜 이러지?"진도하는 한참을 생각해 봐도 그 해답을 얻을 수 없어 글자를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고는 벌떡 일어나 아까 보았던 권술대로 동작을 해보았다. 권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시범해 보고서도 진도하는 여전히 아리송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이럴 리가 없어. 권술이 몇 개 모자른 것 같은데..."글자의 획수 순서대로 동작을 다 해보아도 여전히 중간에 무언가가 빠져버린 듯이 완벽히 이어지지 못했다. 하는 수없이 진도하는 계속 '천' 자를 바라보았다.이번에 글자를 볼 때는 '휙'하는 소리와 함께 몸이 붕 뜨는 것 같더니 갑자기 다른 세계로 와버렸다. 아 다른 세계는 아니고 아마도 다른 공간인 것 같다."여긴 어디지?"진도하는 요동치는 마음을 부여잡고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여긴 완전히 밀폐된 공간이었고 주위는 온통 찬란한 황금빛을 내고 있었다. 진도하가 어리둥절해 있을 때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