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31화

환상이 말했다.

"내가 지금 너한테 말해줘도 너는 모를거야. 네가 그 경지에 올랐을 때, 그때 다시 얘기해줄게."

진도하는 이해가 안된다는 듯이 말했다.

"말도 안 했으면서 어떻게 내가 모를 거라고 확신해?"

"도운은 선경에 날아간 다음에 네가 느끼고 이해하는 대의야. 그러니까 대의에 공감하는 경지에 오른 사람들이 하는 모든 일, 글 쓰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림, 연주 뭐 이런 것들, 아무튼 뭘 하든 다 도운이 남게 되는 거야. 이 글을 쓴 사람도 그 경지에 오른 사람이야. 쓴 모든 글에 도운이 남아 있으니까 글이 마치 살아있는 것 같잖아. 만약 대의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이 글을 봤다면 공격받는 느낌이 들었을 거야."

진도하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이 글이 대의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쓴 거라고... 그 말은 할아버지가 이미 대의에 공감하는 경지에 올랐다는 뜻인가? 그래서 현수 할아버지가 그냥 쓴 글에 도운이 깃들어 있는 거고 그게 누군가한테는 공격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말이야?"

환상은 진도하의 말을 곰곰이 생각하느라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런 뜻이 맞긴 한데, 또 아닌 것도 같단 말이지."

"무슨 말이야 그게?"

"만약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이 글은 이현수가 쓴 게 아니야."

"할아버지가 쓴 게 아니라고? 그럼 누가 썼다는 거야?"

"그건 모르지. 근데 이현수가 쓴 게 아닌 건 확실해. 전에 이현수가 천도수근 이라고 쓰는 걸 본적이 있어. 이현수가 쓴 글자를 보면 아직 그 경지에 오르지 못했어. 그냥 대의에 살짝 발만 담근 정도랄까. 그 정도는 입문이라고도 할 수 없지."

"그래?"

진도하는 저도 모르게 옛날 일을 떠올렸다. 진도하가 처음 책방에 갔을 때 이현수가 쓴 천도수근이라는 글자가 있었던 것 같다. 물론 그 글자에선 지금처럼 이런 위압감은 느끼지 못했었다. 그냥 공격적으로 다가오는데 그치지 않고 이 글자 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어딘가 모르게 공포스럽기도 한 것이 숨이 막혀오는 것만 같았다.

"그래 맞아,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