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이 말했다."내가 지금 너한테 말해줘도 너는 모를거야. 네가 그 경지에 올랐을 때, 그때 다시 얘기해줄게."진도하는 이해가 안된다는 듯이 말했다."말도 안 했으면서 어떻게 내가 모를 거라고 확신해?""도운은 선경에 날아간 다음에 네가 느끼고 이해하는 대의야. 그러니까 대의에 공감하는 경지에 오른 사람들이 하는 모든 일, 글 쓰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림, 연주 뭐 이런 것들, 아무튼 뭘 하든 다 도운이 남게 되는 거야. 이 글을 쓴 사람도 그 경지에 오른 사람이야. 쓴 모든 글에 도운이 남아 있으니까 글이 마치 살아있는 것 같잖아. 만약 대의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이 글을 봤다면 공격받는 느낌이 들었을 거야."진도하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이 글이 대의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쓴 거라고... 그 말은 할아버지가 이미 대의에 공감하는 경지에 올랐다는 뜻인가? 그래서 현수 할아버지가 그냥 쓴 글에 도운이 깃들어 있는 거고 그게 누군가한테는 공격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말이야?"환상은 진도하의 말을 곰곰이 생각하느라 머뭇거리며 말했다."그런 뜻이 맞긴 한데, 또 아닌 것도 같단 말이지.""무슨 말이야 그게?""만약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이 글은 이현수가 쓴 게 아니야.""할아버지가 쓴 게 아니라고? 그럼 누가 썼다는 거야?""그건 모르지. 근데 이현수가 쓴 게 아닌 건 확실해. 전에 이현수가 천도수근 이라고 쓰는 걸 본적이 있어. 이현수가 쓴 글자를 보면 아직 그 경지에 오르지 못했어. 그냥 대의에 살짝 발만 담근 정도랄까. 그 정도는 입문이라고도 할 수 없지.""그래?"진도하는 저도 모르게 옛날 일을 떠올렸다. 진도하가 처음 책방에 갔을 때 이현수가 쓴 천도수근이라는 글자가 있었던 것 같다. 물론 그 글자에선 지금처럼 이런 위압감은 느끼지 못했었다. 그냥 공격적으로 다가오는데 그치지 않고 이 글자 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어딘가 모르게 공포스럽기도 한 것이 숨이 막혀오는 것만 같았다."그래 맞아,
환상이는 잠시 생각을 하다 대답했다."나도 모르겠어. 하늘의 문은 이미 닫혔으니까 그 문이 닫힐 때 떨어져 나온 것일 텐데 이게 어떻게 이현수의 손에 들어간 걸까?"도리어 질문을 해오는 환상에 진도하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너도 모르는데 내가 어떻게 알겠어.""아, 혹시 옛길에서 찾은 건 아닐까? "진도하의 말을 듣고 있던 환상이 확신이 없는 말투로 말했다."그럴 수도 있겠네."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환상은 갑자기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다."진짜 옛길에서 찾은걸 수도 있어. 그런 곳에나 이런 게 있지."진도하는 고개를 저의며 말했다."됐어. 할아버지가 어디서 이걸 찾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어쨌든 이 족자가 아주 중요한 물건인 거잖아?""그래, 중요해. 더군다나 하늘의 문이 이미 닫힌 이 세상에서는 더 중요하지."환상의 확신이 담긴 말을 듣자 진도하는 마음 한켠이 따뜻해짐을 느꼈다."이젠 현수 할아버지 좀 믿어. 할아버지는 진짜 내가 잘되길 원하시는 거야. 이렇게 소중한 물건도 다 내어주시잖아."말을 마치고 난 진도하는 이현수에게 내심 미안했다. 현수 할아버지는 그와의 옛 인연을 알고 나서부터 늘 자상하게 대해줬는데 그 고마움도 모르고 환상의 말만 믿고 하마터면 그런 할아버지를 의심할 뻔한 것이 죄송스러웠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진도하는 그런 자신이 어이가 없는지 헛웃음을 터뜨렸다.환상은 진도하의 말을 다 듣고 난 후에도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이현수가 왜 너한테 이렇게 소중한 물건을 맡겼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아직도 이현수가 널 이용하는 것 같아. 너무 방심하지는 마.""이용? 그리 높은 경지에 오르신 분이 나를 이용해서 뭘 하겠어?"진도하는 웃음을 흘리며 얘기를 계속했다."나한테 이 족자보다 더 귀한 게 있을 것 같아?"환상은 골똘히 생각하더니 말했다."아니, 그런 건 없는 것 같아.""거봐. 아무것도 없는데 뭘 이용해?"진도하는 여전히 웃으며 단호한 목소리로 환상에게 말했다."너는 사
"근데... 그 글만 보면 피가 들끓는 것 같단 말이야. 왜 이러지..."진도하는 다시 족자를 펼쳐 그 위에 적힌 글을 읽어보았다. 역시나 피가 거꾸로 솟는듯이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렸다. 그러자 환상이 말했다."한 글자 한 글자씩 읽어봐."진도하는 그 말을 따라 첫 글자부터 하나하나 눈에 담기 시작했다. 예상외로 환상의 조언이 꽤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한 글자씩만 보니 아까와 같은 이상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진도하는 족자를 다시 거둬들이고는 반지 속으로 들어갔다. 조씨 집안에 가기로 한 날까지 7일밖에 남지 않았으니 1분 1초가 아까운 상황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반지 속은 시간이 더디게 흘러간다는 것이다. 반지 속에 들어온 진도하는 풍경이 멋들어진 곳에 자리 잡고는 다시 그 족자를 꺼내 들려 하는데 그때, 환상이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 "남은 시간 동안 계속 여기 있을 거야?""당연하지. 난 빨리 높은 경지에 올라서 내 두 번째 검술을 만들 거야."대답을 마친 진도하는 어딘가 석연치 않음을 느꼈다. 다만 정확히 어디가 이상한지 몰라 생각하고 있을 때 환상이 웃으며 말을 했다."그럼 여기 있는 동안은 정기가 필요 없겠네? 그럼 나야 고맙지!"진도하는 이 말을 듣자 그제야 환상이 또 자신의 정기를 빼먹으려고 이러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고는 급히 들뜬 환상을 막아서며 말했다."아니 잠깐만! 정기는 아직 필요해."하지만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진도하 몸 안에 돌고 있던 정기는 한순간에 환상에게 모두 빼앗기고 말았다. 아, 이번엔 모두는 아니었다. 아주 조금, 손톱만큼은 남은 것 같았다. 아직 쓰러지지 않은 진도하 본인이 그걸 증명하고 있었다.진도하는 화가 난 듯 환상을 향해 소리쳤다."넌 진짜 사기꾼이야! 언제는 내 허락 없이는 정기 안 가져간다며."진도하의 정기로 배를 채운 환상은 길게 트림까지 하고서는 원망 어린 진도하의 말에 대답을 해주었다."걱정마. 내가 네 정기를 괜히 먹었겠어? 이게 다 네가 조씨 집안에 갈
이 '천' 자가 보기에는 획수도 몇 개 없는 글자 같지만, 그것의 획수 하나하나엔 현기가 숨어있었다. 그 현기는 바로 이 '천' 자 속에 숨겨진 권법이었다. 진도하는 우연히 발견해 낸 비밀에 희열에 찬 듯 숨을 들이마셨다. 이 '천'이라는 한 글자의 매 획수마다 권술이 숨겨져 있으리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이 글자 속의 권술을 다 완벽히 익히기만 해도 그것 자체로 온전한 하나의 권법이 완성될 것 같았다. 어느 정도 놀라움이 가시자 이내 아쉬움이 몰려왔다."검법이면 좋았을 것을. 그럼 두 번째 술법을 만들 때 참고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뭐 권법이라도 괜찮긴 했다. 어차피 모든건 도운을 익히기 위해서였으니까 그 도구가 권법이든 검법이든 다 상관없었다.아직 도운도 느껴본 적 없고 대의를 깨우치기에도 턱없이 부족했던 진도하는 일단 이 글자 속의 권법을 먼저 연구하기 시작했다.진도하는 한참이나 뚫어져라 글자를 쳐다보았지만 글자속의 권법을 도통 알아볼 수가 없었다. 아무리 봐도 권술과 주먹 사이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한 게 위력이라고는 전혀 없어 보였다."왜 이러지?"진도하는 한참을 생각해 봐도 그 해답을 얻을 수 없어 글자를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고는 벌떡 일어나 아까 보았던 권술대로 동작을 해보았다. 권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시범해 보고서도 진도하는 여전히 아리송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이럴 리가 없어. 권술이 몇 개 모자른 것 같은데..."글자의 획수 순서대로 동작을 다 해보아도 여전히 중간에 무언가가 빠져버린 듯이 완벽히 이어지지 못했다. 하는 수없이 진도하는 계속 '천' 자를 바라보았다.이번에 글자를 볼 때는 '휙'하는 소리와 함께 몸이 붕 뜨는 것 같더니 갑자기 다른 세계로 와버렸다. 아 다른 세계는 아니고 아마도 다른 공간인 것 같다."여긴 어디지?"진도하는 요동치는 마음을 부여잡고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여긴 완전히 밀폐된 공간이었고 주위는 온통 찬란한 황금빛을 내고 있었다. 진도하가 어리둥절해 있을 때 그
진도하는 같은 권법을 몇 번이고 몸이 기억할 때까지 반복했다.다섯 번을 반복한 끝에서야 멈추고서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다만 한 가지 부족한 게 있다면 이 권법에 아직 이름이 없다는 것이다. 이름 정도야 뭐 직접 지으면 되니까.진도하는 그 어떤 중요한 결정이라도 내리듯 한참이나 생각했다."음... 그래, 천자 제일 권이 좋겠어!"이 권법도 천이라는 글자에서 발견한 것이니 이 이름이 딱인듯 싶었다.진도하는 다시 족자를 들어 '천' 자를 바라봤다. 지금 보는 '천' 자는 아까와 또 달랐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황금빛으로 빛났었는데 지금은 그 빛이 조금 어두워져 있었다. 그걸 보던 진도하는 마치 무언가를 깨달은듯싶었다. 지금 이 '천' 자의 빛이 흐려진 건 오늘 하루 동안 이 권법을 익혀서였다. 진도하가 이 '천' 자의 의미를 알면 알수록, 그것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수록 글자의 빛은 흐려지는 것이었다.그 말인즉슨 이 글자의 빛이 완전히 사라져야만 진도하가 그 속에 숨은 뜻이나 도운을 완벽히 깨우친다는 뜻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진도하는 심장이 두근거림을 느꼈다. 도운 이라는 것에 대해 점점 더 알고 싶어졌고 그것에 닿고 싶었다.그냥 적어 내린 몇 개의 글자일 뿐인데 그 속에 이토록 많은 것을 품을 수 있고 자신도 그냥 본 것뿐인데 거기서 권법을 발견할 줄이야. 만약 계속 본다면 또 어떤 것을 알게 될까?진도하도 그 답을 몰랐기에 다시 '천' 자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빛을 잃어가던 글자가 다시 반짝거렸다. 글자가 반짝할 때마다 진도하의 귓가에는 둥둥거리는 울림이 전해졌다."둥!""둥!""둥!"'천' 자는 점점 더 빨리 반짝이기 시작했고 귓가의 울림도 점점 더 거세졌다. 예전의 진도하가 들었으면 기겁하고도 남았을 소리였지만 지금의 진도하는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마치 이 모든 것은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듯이. 지금 나는 소리도, 반짝이는 글자도 모두 아무 상관 없는 일이라는 듯이.진도하는 마치 자신이 또 다른 공간에 와있는 것 같은
진도하는 그제서야 알 것 같았다. 도운 이란 애초에 종이에도 글에도 붓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 글자 속의 도운은, 그리고 그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이 무시무시한 기운은 글을 쓰는 사람에게서 오는 것이었다. 글을 쓰는 사람이 이미 대의를 깨우칠 수 있는 경지에 올랐기에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도운이 남는 것이다.그렇게 남은 도운은 누가 보느냐에 따라서 다른 것을 느끼게 된다. 진도하가 '천'이라는 글자에서 권법을 보아냈듯이 다른 사람은 그로부터 장법을 보아낼 수도, 권법을 보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쉽게 말해서 이 글자들의 도운은 글을 남긴 사람이 도의에 대한 생각과 깊이를 담아낸 것이다. 진도하는 이젠 한 글자가 아닌 한 폭을 족자를 그대로 눈에 담았다.이미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것일까. 진도하가 다시 이 족자를 볼 땐 그 어떤 불편함도, 피가 들끓는 느낌조차도 느껴지지 않았다.진도하가 이해한 것이 맞았을 테지. 대의라는 것도 결국은 하늘의 규칙과 그 인과로부터 온 것이었다. 대의의 규칙을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무엇을 하든 그 인과는 정해져 있는 것이었다."둥!"바로 이때, 글자로부터 또 아까와 같은 굉음이 들려왔다. 진도하는 가슴이 조여오며 꼭 무언가를 느낀 듯 싶었다. 하지만 그 느낌도 '둥'하는 소리가 사라짐과 함께 사라져버렸다."이건 또 어떻게 된 일이야..."진도하는 기억력 하나는 좋다고 늘 자부할 수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잊어버린 느낌도 다시 기억해 내어 마치 좀 전의 일처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정말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게 어떤 느낌이었는지, 어디로부터 온 느낌인지, 그 무엇도 생각해 낼 수 없었다.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당혹스러워할 때, 진도하는 문득 방금 자신이 대의의 규칙을 건드렸기에 기억이 지워졌음을 깨달았다. 대의 규칙이라니, 진도하는 못내 아쉬웠다.그렇지만 괜찮았다. 방금 그 감정이 지워질 수 있었던 것은 아주 잠깐 스치듯 닿았기 때문이니까.만약 제대로 느낀다면 그것이 대의의 규칙
참 묘한 느낌이 들었다. 진도하는 마치 어릴 때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아무런 걱정도 없이 자유롭게 뛰놀던 그 시절로...많은 일들에 저도 몰래 지쳐있었던 몸과 마음에 전에 없던 평화가 찾아왔다. 어린 시절이 그리웠다.그때, 땅을 타고 아까와 같은 거센 울림이 전해졌다."둥!""둥!""둥!"소리는 낮고 무거웠다. 그 울림에 진도하의 몸도 같이 떨려왔다. 몸속에서 꿈틀대던 정기도 거의 사라진 것 같았지만 그런 건 신경 쓰이지 않았다. 진도하는 그저 지금 이런 분위기에 취해있었다.지금 들려오는 이 소리는 대지의 맥박이었다.진도하는 이런 느낌을 참 좋아했다. 마치 어릴 때 요람 속에 누워 포근히 단잠에 빠져들던 때와 같은 느낌을. 그리고 땅에서부터 전해져오던 그 소리는 꼭 엄마가 불러주던 자장가 같았다."자장, 자장, 우리 아가..."진도하가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들려 할 때, 이 모든 느낌이 감쪽같이 사라졌다.조금은 실망스러웠고 어쩌면 좋을지도 잘 몰랐다. 그냥 그런 느낌이 그리웠었는데 이제 다시는 느낄 수 없었다.진도하는 주위를 둘러봤지만, 자신은 여전히 흙 위에 누워있었고 팔다리는 여전히 움직일 수 없었다. 자유로운 게 눈뿐이라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다 개미들에게 가서야 멈췄다. 급히 이사를 하는 와중에도 역할 분담이 정확해 보였다.'비가 오려나?'진도하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어릴 적 한가할 때마다 달팽이가 벽을 타는 것, 매미가 나무를 오르는 것, 개미가 이사를 가는 것을 보며 발걸음을 떼지 못하던 자신의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그런 것들을 보며 진도하는 가끔 개미는 자신이 그들을 지켜본다는 것을 알까, 혹시 개미도 자기가 그 세계의 신선 같은 존재라 여기지 않을까 등등, 시답잖은 생각들을 했다.물론, 손으로 땅에 금을 그어 개미가 그 길을 돌아가게 하는 경우가 더 많았지만 말이다.지금 어른이 되어서 마주한 익숙한 광경에 진도하는 다시 선을 긋고 싶어졌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는 팔에 그럴 수 없으니 그게 유감일 따름이었다.
슉!슈슉!돌파하는 느낌이 지속됐다.“음?”진도하는 의아해했다...이렇게 쉽게 돌파될 줄은 몰랐다... 게다가 한꺼번에 원아경 9까지 오를 줄이야.‘이거 너무 빠른 거 아니야?’진도하조차 자신의 돌파 속도에 충격을 받을 정도였다.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해가 되었다. 이제 막 대의의 끝자락에 닿았으니 돌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특히 개미가 움직이는 모습, 비 갠 뒤의 무지개, 진흙을 뚫고 나오는 풀을 보면서 깊은 느낌을 받았다. 이것이 그가 대의의 변두리에 닿을 수 있었던 방법이었다.하지만 이제 고작 변두리일 뿐이었다. 진정한 대의에 닿고 이해하기엔 아직 멀었다.그래도 진도하는 낙담하지 않았다. 이 순간 몸 안의 기운이 넘쳐났고 단전 안의 기운은 더욱 깊어 바다 같았다.금빛을 내뿜는 소인이 기운의 바다 위에서 떠다니며 기지개를 켰다.진도하가 자세히 들여다보니 단전 안에 있는 이 소인은 이제 얼굴도 생겼다.‘뭐지?’소인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진도하는 당황했다.단전 내 소인이 그와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었다.하긴,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받아들였다. 자신의 단전 내 소인인데 자신과 닮지 않으면 누구와 닮는단 말인가?“허허...”진도하는 자조하듯 웃으면서 눈을 번뜩 떴다.슉!진도하의 눈앞에 한 글자가 나타났고 그는 바로 그 글자 앞에 서 있었다.비 갠 뒤의 무지개나 진흙을 뚫고 나온 풀이나 전부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었다. 그는 단지 글자 앞에 서 있었고 꿈을 꾸었을 뿐이었다.심장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것 같았다.서둘러 자신의 경지를 확인해 보니.“음... 원아경 9단이네!”자신의 경지가 원아경 9단인 것을 확인하자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꿈이 아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진도하는 두루마리를 치우고 다리를 꼬고 앉아서 자신의 경지를 공고히 하기 시작했다.기운이 정맥을 몇 번 돌고 나서야 진도하는 통합을 멈췄다.몸을 일으켜 세우고 주먹을 들어 올렸다.“음... 원아경 9단의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봐야겠어!”말을
“선우 씨가요? 내 이름을 걸고 말이에요?”진도하는 주선우를 흘겨보았다.주선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니 이 일에 꽤나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맞아요. 형님은 형님 할 일을 계속하면 되고 상고성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주선우가 말했다.“어쨌든 이곳은 항상 형님이 말하는 대로 될 거예요.”진도하는 그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무엇보다도 그는 문득 자신의 조상, 진씨 가문의 창시자를 떠올렸다.스승님이 말하길 진씨 가문의 창시자는 원래 세계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문파를 세웠고 그들이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머무를 곳과 수련 자원을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지금 비록 자신이 조상처럼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은 상고성에서라면 문파를 세우고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면 이주안, 현지수, 강고수 같은 사람들이 이 세계로 오게 될 경우 바로 상고성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은 조금 더 생각해보도록 하죠.”그러자 주선우는 안절부절못한 듯 서둘러 말했다.“형님, 생각할 것도 없어요! 지금 형님의 대부경 5단계 실력으로 문파를 세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더구나 이미 대부경 7단계 두 명을 넘어섰잖아요!”“하지만 수련 자원과 공법은 어디서 구할 수 있죠?”진도하가 물었다.문파를 세운다고 해도 중요한 건 공법과 자원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문파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그러자 주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건 다 준비돼 있잖아요.”그러고는 고문파의 대문을 향해 입술을 쓱 내밀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주선우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는 고문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단전이 파괴된 고문파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들고 차례차례 걸어나오고 있었다.주선우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짐만 챙겨 나가. 공법과 자원은 모두 두고 가야 해. 알았어? 만약 몰래 가지고 나가는 걸 나한테 들키면 그땐
그 말을 들은 열몇 명의 수련자들은 더욱 두려워졌다.이때 문 밖에서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수련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같은 문파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일흔 명이 넘는 동료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창백한 얼굴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너희 단전이 파괴된 거야?”금세 누군가가 상황을 깨닫고는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하지만 그 수련자들은 아무 말 없이 진도하와 은소혜를 비켜 지나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광경을 목격한 나머지 수련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동료들의 단전이 파괴된 것이 바로 진도하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도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0!”“9!”“8!”세 개의 숫자가 떨어지자마자 그중 한 명이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가격했다.첫 번째로 나선 사람이 나오자 두 번째, 세 번째로 자진해서 단전을 파괴하는 이들이 연달아 나왔다.결국 열몇 명 모두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그제야 진도하는 만족한 듯 몸을 돌려 문을 나섰고 은소혜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독고 청의와 주선우가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독고 청의가 물었다.“다 해결된 거죠?”“네, 해결됐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주선우가 물었다.“그럼 저들을 그냥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진도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냥 두죠.”비록 그들이 고천혁과 함께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제 그들은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굳이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때로는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니까.주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흥분한 듯 진도하에게 말했다.“형님! 고천혁도 죽고 고문파도 거의 전멸했으니 이제 상고성에는 더 이상 문파가 없어졌어요.”“네?”진
그 한 마디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은소혜는 귀를 문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도하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구나.’문 앞에 있던 독고 청의와 주선우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도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진도하의 목소리는 고문파의 본거지에 울려 퍼졌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1분도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수련자들이 장검을 들고 진도하 앞에 분노에 찬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 중 선두에 선 마흔 즈음의 중년 남자가 화난 표정으로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고문파 앞에서 감히 고함을 치다니, 너 죽고 싶어?”그러자 진도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고천혁은 이미 죽었어. 너희도 단전을 스스로 파괴하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그 중년 남자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감히 여기서 그런 허튼 소리를 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는 고천혁이 죽었다는 사실도, 다른 수련자들이 이미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그는 진도하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바로 칼을 뽑을 듯한 기세였다.진도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너희 고문파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그와 동시에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넓혀 주변을 탐지했다.중년 남자는 대답 대신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나가! 안 그러면 우리 세 개 주성의 수장님이 돌아오시면 넌 반드시 죽을 거야!”그는 진도하와 은소혜가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자신이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그러나 평소 상고성에서 악명을 떨치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이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세 개 주성의 수장을 언급하며 그들을 위협하고 쫓아내려고 했다.이때 은소혜가 칼을 들고 중년 남자 옆으로 성큼 다가가며 말했다.“네가 말하는 ‘세 개 주성의 수장’이 고
그때 백발의 노인이 말했다.“길을 안내해드릴까요?”“좋습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고천혁을 제거한 이상 고문파의 나머지 사람들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들을 놓쳐서 도망가게 한다면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말했다.“어르신, 젊은 분 한 분만 보내주세요. 어르신께서 굳이 함께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백발의 노인은 진도하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철수야, 네가 발도 빠르고 민첩하니 진 대사님을 안내해드려라.”“알겠습니다!”철수는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와 신나게 말했다.“진 대사님, 저를 따라오시죠!”“가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철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철수 씨는 방향만 알려주면 돼요.”“알겠습니다!”철수는 곧장 대답했다.“이 길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됩니다!”철수가 방향을 알려주자 진도하는 환허보를 발휘해 고문파 본거지로 빠르게 향했다. 가는 동안 철수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언제든지 토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진도하의 눈에 들어왔다.그들도 진도하를 보자마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우린 이미 단전을 끊었는데 왜 또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그들은 진도하를 두려워하며 물었다.그러자 진도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약속은 꼭 지켜.”“그런데 왜...”그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진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철수에게 다시 방향을 물었다. 철수가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자 진도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단전이 파괴된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만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고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수련자들이 이제는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감
그 수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졌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설마 나를 직접 나서게 만들 생각이야?”고문파의 수련자들이 자진하여 단전을 끊고 있을 때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모두 풀어놓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거짓으로 단전을 끊는 척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지금 진도하 앞에 있는 이 수련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자신의 단전을 때리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기운을 모으지 않았고 피를 뱉는 척까지 했다. 그의 단전은 멀쩡했다.그 수련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더니 침을 몇 번 삼키며 눈을 감았다. 이어서 그는 제대로 자신의 단전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번엔 진짜로 선홍빛의 피가 튀어나왔다.그제야 진도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꺼져!”그 수련자는 단전이 파괴된 고통을 억지로 참고 비틀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곧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단전을 스스로 끊고 떠났다. 그제야 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었다.그는 뒤돌아 은소혜와 그녀 뒤에 있는 수련자들을 보며 물었다.“우리는 사상자가 있어?”“사상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몇 명 있어.”은소혜가 대답했다.조금 전 그들이 고문파의 수련자들과 싸울 때 은소혜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바로 달려갔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고 몇 명의 부상자만 나왔을 뿐이었다.“그래도 부상 당한 사람들은 이미 치료를 받았어. 지금 다들 몸 상태가 좀 허약할 뿐이지 큰 문제는 없어.”은소혜가 덧붙였다.그러자 진도하는 안도하며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이 약들은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수련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모두 한 알씩 가져가요.”이들은 진도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를 도왔기에 진도하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련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이 약을 내놓은 것이었다.진도하는 약병을 가장 가까이 있던 수련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수련자는 약을 하나 꺼낸 다음 옆 사람에게 다시 약병을 넘겼다.바로 그
진도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용음검을 뽑아들고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검 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가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압도했고 이에 모두가 침묵 속에 휩싸였다.‘어떻게 해야 하지?’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은소혜와 독고 청의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이 모두 다가와 고문파 수련자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숫자는 고문파보다 적었지만 그들의 전의와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로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했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간이 다 되면 진도하와 함께 일제히 달려들겠다는 것이다.“남은 시간은 50초.”진도하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렸다.고문파의 수련자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진도하의 검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내가 단전을 끊으면 정말로 날 살려줄 거야?”갑자기 누군가가 물었다.진도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대부경 1단계의 수련자였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스스로 단전을 끊는 자는 살려 보낼 거야.”“그 말 꼭 지켜.”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 뒤 손에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향해 내리쳤다.퍽.남자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단전의 파괴로 인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난 가도 되는 거지?”“가.”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로 단전을 끊은 자는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멀리 걸어갔다. 10미터쯤 걸어간 뒤 누구도 그를 쫓지 않자 그는 단전을 움켜쥐고 빠르게 거리 끝으로 도망쳤다.이 광경을 본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정말로 그 남자를 놓아주었다는 사실에 더욱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말했다.“남은 시간은 이제 30초.”이 말을 듣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당황했다.퍽.또 한 명의 수련자가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내리쳤다.“푸우...”그는 피를 뱉어내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진도하는
진도하의 영적 기운이 섞인 외침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은소혜와 다른 일행들, 그리고 고문파의 수련자들까지도 순간 멈칫하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가 어깨에 메고 있는 고천혁을 보자 은소혜 일행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도하가 또다시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를 처치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진도하는 대부경 7단계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였다.반면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당황스러워했다.“우리 문주님이 죽었어?”“어떻게 문주님이 저놈을 이기지 못할 수 있어?”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고천혁이 다른 수련자들과 겨루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고 고천혁이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 앞에서조차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었기 때문이다.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고천혁이 옥판을 꺼내 들면 그 즉시 상대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천혁이 실패했다니.그들은 마음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더 싸워야 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고천혁의 시체를 땅에 던지고 고문파 수련자들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고문파의 수련자들, 잘 들어라! 고천혁은 죽었어! 너희가 자진해서 단전을 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맞이할 건 죽음뿐이니까 각오해!”진도하의 말이 떨어지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그들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드러났다. 단전을 자진해서 끊어야 할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 갈등에 빠진 것이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우리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단전을 끊으면 결국 죽을 운명 아니야?”진도하는 그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음? 대부경 4단계군.”그 대부경 4단계의 남자는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외쳤다.“모두 속지 마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어쩌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몰라요! 단전을 끊는다는 건 우리 목숨을 칼 위에 올려놓는 거나 다름없어요. 저놈들이 우리를 살려줄지 죽일지는
쿵.거대한 굉음이 울렸지만 이번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고천혁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진도하 몸에 또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단 말이야?’그는 재빨리 진도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 순간 진도하가 크게 외쳤다.“아아아!”이 외침은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고 천지를 뒤흔들 듯했다. 고천혁은 그 외침에 영혼마저 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음 순간 한 줄기 빛이 진도하의 어깨뼈에서 튀어나왔다.퍽.그 빛줄기는 바로 고천혁의 가슴 앞에 닿았다.크게 놀란 고천혁은 생각했다.‘이건 또 뭐야?’그는 서둘러 옥판을 조종해 방어하려 했다.그리고 그제야 공격해 온 것이 뼈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바로 그 뼈 조각이 옥판과 충돌했다.쾅.두 물체가 부딪히며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했다.끼익.옥판은 깨졌고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주변으로 흩어졌다.“젠장!”고천혁은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옥판을 소유한 이후 그는 거의 무적이었는데 귀일경 이하에서는 그와 맞설 자가 없었다.옥판 덕분에 그는 상고성과 다른 두 주성의 문파를 멸망시키고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비장의 무기가 산산조각이 났다니?고천혁은 얼어붙은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어두운 눈빛 속에 갑작스럽게 빛이 스쳤다.‘뭐지?’뼈 조각은 옥판을 부순 후 고천혁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오지 마!”고천혁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속도는 뼈의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쉭.뼈 조각은 고천혁의 호신 영기에 부딪혔다.쾅.고천혁의 호신 영기는 산산조각이 났다.“뭐야?”고천혁의 눈이 커졌다.뼈 조각은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천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고천혁은 움직임을 멈췄고 얼굴에 당혹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축구공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3초간 서 있다가 결국 땅
고천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옥판을 던졌다.옥판은 빠르게 회전하며 진도하와 고천혁 사이에 자리 잡았다.하지만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가 있으니 이 목걸이는 귀일경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니 옥판의 힘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진도하가 가진 자신감이었다.진도하는 마음을 굳혔다. 만약 옥판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바로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를 꺼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옥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슝.옥판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검기와 영기가 진도하를 완전히 뒤덮었다.진도하는 반응할 틈도 없이 공격을 당했다.따다다다.그 빛줄기들이 빗방울처럼 진도하의 몸을 강타했고 그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천혁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옥판은 여전히 회전 중이었고 진도하의 호신 영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몸에는 상처가 끊임없이 늘어났다.진도하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죽음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진도하는 자신의 수명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피가 다 흘러나가기도 전에 그의 수명은 모두 사라질 듯했다.“아아아!”진도하는 크게 소리치며 억지로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았다.다시 한번 호신 영기를 형성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민했다.그러나 죽음의 기운에 압도당해 비취색 목걸이조차 꺼낼 수 없었다.이것이 옥판의 무서움인가? 고천혁이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건가?수많은 수련자들이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그 순간 호신 영기는 다시 산산조각이 났다.끝없이 쏟아지는 빛줄기들이 진도하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왔다.푹. 푹. 푹.진도하의 몸은 점점 더 많은 상처로 가득 찼고 그의 영기도 계속 소모되었다.결국 진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