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순간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비록... 그들은 새로운 맹주를 맞을 생각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연맹 자체를 맺지 않으려는 것은 아니었다.8대 가문과 6대 종문의 어르신들은 여전히 연맹을 맺고 싶어 했다. 이것이 그들이 이곳에 남아 있는 의미이기도 했다.게다가 용천섬이 위험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따라서 연맹을 맺으면 분명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고 8대 가문과 6대 종문이 힘을 모아 용천섬으로 가는 것 또한 혼자 하는 것보다 더욱 승산이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 누구도 이익을 얻을 수 없었다.이게 바로 그들이 현광서원의 꿍꿍이를 알고도 맹주를 선발하고 연맹을 맺으려 한 원인이었다.그들은 진도하가 맹주가 되는 것을 경멸했지만 연맹을 맺을 기회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맹주인 진도하가 포기했다.하...그때 갑자기 누군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말했다.“맹주님, 제 생각에는 맹주님께서 좀 더 생각해 보시고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맞아요. 어렵게 그들을 물리치고 맹주가 됐는데 이대로 포기하면 너무 아쉽지 않나요?”사람들이 진도하를 설득하려 하자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이미 결정한 거예요. 이 일은 제가 말한 대로 진행하는 거로 하겠습니다!”말을 마친 진도하는 경기장을 내려와 한빛궁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8대 가문과 6대 종문의 어르신들은 모두 어리둥절해졌다.진도하가 이렇게 단호하게 이 일을 무효로 만들 줄은 몰랐다.게다가 진도하의 모습을 보니 맹주 자리에는 딱히 관심이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8대 가문과 6대 종문의 연맹에도 별로 관심이 없어 보였다.8대 가문과 6대 종문의 어르신들은 어쩔 수 없이 그저 고개를 가로저으며 하나둘씩 자리를 떠났다.진도하는 현지수 앞에 다가와 그녀가 빌려준 검을 다시 돌려줬다.검을 받은 현지수는 머뭇거리며 물었다.“왜 이런 결정을...”진도하는 현지수가 무엇을 묻고 싶은지 잘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제자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던 방향으로 걸어갔다.한참을 걸으니 그곳에는 집 한 채가 보였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입구를 둘러싸고 있었다.고개를 들어 보니 이 사람들은 다름 아닌 8대 가문과 6대 종문의 어르신들이었다.진도하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집 어귀까지 걸어갔다.그가 이제 막 들어가려는데 누군가가 그를 불렀다.“진 선생님,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저희 현광서원이 지금 회의 중이라서요.”말하는 사람의 공손한 태도에 진도하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났다.바로 이때 현지수가 한빛궁의 사람들을 데리고 이곳에 오더니 진도하를 보고 그의 앞에 멈춰 섰다. “소원 원장과 임장덕 어르신이 여기에 있나요?”현지수의 물음에 진도하는 ‘네’라고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현지수는 알겠다는 듯 살짝 고개를 끄덕이더니 진도하의 옆에 서서 그와 함께 기다렸다.잠시 후, 방문이 열렸다.소원 원장은 임장덕을 따라 방에서 나왔다.임장덕은 집 앞에 우르르 몰려있는 사람을 보고 한마디 했다.“다들 용천섬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여기까지 말한 임장덕은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다시 목을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사실 우리 현광서원은 오늘 8대 가문과 6대 종문의 연맹을 추진하려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웃음거리가 되어버렸네요.”이 말에 집 앞에 모여있던 8대 가문과 6대 종문의 어르신들은 모두 웃기 시작했다.어쩔 수 없는 웃음, 어색한 웃음, 당연한 웃음, 그리고 비웃음까지...저마다 여러 가지 뜻이 담겨있는 웃음을 짓고 있었다.맹주를 뽑는 악랄한 대회가 진도하라는 인간에 의해 전부 물거품이 돼 버렸으니 말이다.그는 도전하러 온 사람을 물리쳤을 뿐만 아니라 규칙에 따라 맹주가 된 후 아예 이 연맹을 없애버렸다.진도하도 당연히 이 사람들이 웃는 의미를 알고 있었지만 그에게도 별다른 방법이 딱히 없었다. 임장덕은 한숨을 길게 내쉬더니 말을 이었다.“연맹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우리 현광서원에
“음...”소원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용천섬에 들어가려면 한 옛길을 통과해야 합니다.”“옛길이요?”적소파의 수장 정이준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네, 그 옛길을 거쳐야만 용천섬에 도착할 수 있어요.”소원의 대답에 정이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그럼 우리도 그 옛길을 통과하면 되지 않습니까?”그 말에 소원이 피식 웃었다.“그게 말처럼 그리 간단하지 않아요. 그 옛길은 아주 위험합니다. 문서에 따르면 우리 8대 가문과 6대 종문의 선조들이 용천섬을 찾기도 전에 옛길을 통과하면서 이미 수많은 사상자가 나왔다고 기록되어 있어요.”“그렇게 위험한가요?”정이준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위험합니다.”소원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몇 초 후 다시 입을 열었다.“그리고 그 옛길은 마치 우리 공간이 아닌 것 같아요. 자칫하면 혼돈 속에 빠져들어 한 줌의 재가 될 수도 있어요.”소원의 그 말에 모두가 생각에 잠겼다.1분 뒤, 누군가 먼저 입을 열었다.“소 원장님, 그러니까 용천섬도 우리가 있는 이 공간이 아니라는 말씀입니까?”“맞아요.”소원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니까 옛길과 용천섬의 위치가 있다고 해도 그곳에 도착하기까지는 아주 어렵고 위험한 일이죠.”여기까지 말한 소원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그리고 문서에 따르면 그 옛길은 금단경의 강자가 된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어요.”“경지가 낮은 사람이 들어가면 어떻게 되나요?”누군가가 또 물어봤다.“죽어요.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겁니다.”소원의 대답에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러니까 경지가 낮은 몸으로는 옛길의 에너지를 감당해 낼 수 없다는 말입니까?”누군가 계속 물었다.“그렇겠죠. 그건 문서에도 없었어요.”소원은 고개를 젓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하지만 제일 위험한 건 이게 아닙니다. 저희는 그저 금단경의 위에 있는 사람을 보내면 됩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혼돈 병사들입니다.”“그
“문서에는 혼돈 병사가 너무 많아 아무리 죽여도 끝이 없어 많은 선배와 선조들은 나중에 힘이 빠져 기진맥진해 죽었다고 기록돼 있었어요.”소원의 말에 모든 사람들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그들은 용천섬이 위험한 곳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용천섬으로 가는 길조차 이렇게 위험할 줄은 몰랐다.한 개 가문이나 종문 혼자서 옛길에 들어서면 전부 죽을 수도 있었다.이때 소원이 입을 열었다.“이게 저희가 8대 가문과 6대 종문의 연맹을 제안한 이유입니다.”여기까지 말한 소원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도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에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다.이때 적소파의 정이준이 입을 열었다.“우리가 연맹을 맺지는 못했지만 나중에 저희가 용천섬으로 갈 때 각 가문에서 금단경의 고수들이 나와 함께 싸우면 되지 않나요?”“맞아요. 8대 가문과 6대 종문을 완전히 통합하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게다가 통합자체가 매우 번거롭기에 많은 요소들을 고려해야 하고요. 만약 우리들이 각 가문과 종문에서 금단경의 고수들을 선발한 후, 팀을 구성해 한 사람의 지시를 따르게 하면 더 쉽게 그들과 맞서 싸울 수 있어요.”다른 집안의 어르신이 한마디 보태자 소원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의 말에 동의했다.“이렇게 된 이상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곧바로 또 다른 사람이 한마디 했다.“우리 가문과 종문의 실력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하지만 금단경 이상의 고수들 수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집에 돌아간 후, 우리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파벌에 있는 고수들, 특히 태서경의 절정에 있는 사람들을 빨리 키워내 어떻게든 금단경을 뚫게 해야 합니다.”“맞아요. 어쨌든 금단경의 고수는 많을수록 좋아요.”소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하지만 이때 누군가가 질문을 던졌다.“소 원장님, 그 문서, 저희도 좀 볼 수 있을까요?”이 말이 나오는 순간, 모든 사람의 시선이 순간 번쩍였다. 그들은 여기에 온 후, 소원 원장에게서 문서 내용에 대해 얘기만 들었을 뿐 그 문서를 본 사람은 아무도
“물론이죠!”소원 원장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테이블 서랍에서 지도를 꺼내 펜으로 동그라미를 그린 뒤 테이블 한가운데에 놓고 모두가 위치를 볼 수 있게 했다.진도하는 한 번 훑어보더니 그 주소를 따로 적어 두었다.다른 가문과 종문들도 모두 이 주소를 기록했다.이때 소원이 옆에서 물었다.“진 선생은 그날 우리와 함께 가실 겁니까?”그 말에 진도하는 소원을 힐끗 바라봤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소원이 다시 물었다.“진 선생의 실력이면 원아경이죠?”진도하는 뭐라고 대답할지 몰라 그저 입꼬리를 올리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긴 테이블의 옆에 앉은 사람들은 순간 깜짝 놀랐다. 그들은 진도하가 소원을 이길 수 있었던 이유가 용음검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진도하의 경지가 원아경일 줄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때 소원이 말을 이었다.“만약 진 선생이 우리와 함께 간다면 우리 진영에는 원아경의 경지인 사람이 두 명이나 있습니다. 그러면 옛길을 통과하고 용천섬에 이를 확률이 훨씬 높아지겠죠.”그 말에 진도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마디만 했다.“그때 가서 얘기하죠.”소원은 어색하게 웃더니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그들은 잠시 더 토론한 후 각자 밖으로 나갔고 진도하도 현지수를 따라 현광서원의 문을 나섰다.“이제 어디로 가나요?”진도하가 물음에 현지수가 대답했다.“한빛궁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진 선생은요?”말을 마친 현지수는 순간 7일 뒤, 조씨네 집으로 가겠다던 진도하의 말이 떠올라 다급히 물었다.“7일 뒤, 조씨 집안으로 가겠다는 게 진심이에요?”“물론이죠.”진도하는 씩 웃음을 지어 보였다.진도하는 더 이상 조씨 가문을 지켜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조씨 가문에 대한 그의 인내심은 이미 바닥이 난 상태였다. 이번에 조원휘를 죽이지 않은 이유는 단지 이곳에 사람이 많아서였다. 그는 너무 피비린내 나는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았다.진도하의 말에 현지수는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말했다.“그럼 저도 같이 갈게요.”진도하는
“별일 없는데요?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진도하가 의아한 얼굴로 이주안을 바라보자 이주안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괜찮으면 이따가 저와 같이 이씨 저택으로 가지 않을지 물어보려고요. 할아버지께서 도하 형님을 초대하고 싶다고 했어요.”“음...”순간 진도하는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랐다.그는 이주안의 할아버지가 이렇게 빨리 자신을 이씨 저택으로 초대할 줄 몰랐다.진도하가 아무 말 없이 멍하니 서 있자 이주안이 바로 말했다.“불편하시면 다음에 와도 괜찮아요.”진도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다급히 말했다.“아니요, 아니요. 좀 이따 주안 동생과 같이 이씨 저택으로 갈게요.”진도하의 승낙에 이주안은 날아갈 듯이 기뻤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되물었다.“진짜 괜찮아요?”진도하가 이주안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네, 당연히 괜찮죠.”진도하는 이주안이라는 사람이 꽤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었다.큰 가문 도련님의 티가 전혀 나지 않았고 사춘기 젊은 소년의 활력이 충만했다. 사람을 대하는 것도 매우 친절했고 말하는 것도 숨김이 없이 시원시원했다. 이어 이주안은 현지수에게 고개를 돌려 그녀에게 물었다.“지수 선배님, 선배님도 같이 가시죠?”그 말에 현지수는 웃으며 거절했다.“나는 됐어요. 나는 빨리 한빛궁에 가봐야 해요.”말을 마친 현지수는 진도하를 보며 인사했다.“그럼 먼저 가볼게요.”진도하도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럼 나중에 한빛궁에서 봐요.”현지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진도하와 이주안을 지나 앞으로 걸어갔다.그녀의 뒤에 있던 제자들도 모두 뒤를 따랐고 그들도 진도하 옆을 지나갈 때 그에게 친절하게 인사했다....그녀들이 떠난 후 이주안은 누군가로부터 전화 한 통 받았다.잠시 후, 전화를 끊은 이주안은 갑자기 진도하를 보며 말했다.“도하 형님, 제가 지금 일이 좀 있어서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저의 집 주소를 알려드릴 테니 저녁에 다시 뵙겠습니다.”“그래요, 볼일이 있으면 먼저 가봐요.”진도하
“네.”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문으로 막 들어가려고 할 때 등 뒤에서 갑자기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도하 형님!”굳이 돌아보지 않아도 진도하는 이 사람이 이주안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이주안은 빠른 걸음으로 진도하의 옆에 다가왔다.“도하 형님보다 먼저 집에 도착할 줄 알았는데... 형님이 먼저 왔네요.”그 말에 진도하는 싱긋 웃음을 지어 보였다.“일이 있으면 먼저 일 보세요... 굳이 저에게까지 예의 차릴 필요는 없어요.”하지만 이주안은 진도하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 듯했다.“우리 이씨 저택에 처음 오셨는데 당연히 제가 도하 형님을 맞아야죠. 가요, 같이 들어가요!”“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주안을 따라 이주안의 할아버지의 서재로 갔다.서재 입구.이주안이 서재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할아버지, 저의 친구가 왔어요.”“어서 들어와.”서재에서 이주안의 할아버지인 이현수의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주안이 서재 문을 열자 진도하도 그의 뒤를 따라 서재로 들어갔다.서재에 들어가 보니 이현수는 한창 서재에서 서예 연습을 하고 있었다.그는 진도하와 이주안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얼른 한마디 했다.“잠깐만요. 이 몇 글자만 다 쓰고요.”“네, 먼저 쓰세요.”흔쾌히 대답을 마친 진도하는 이주안을 따라 옆 의자에 앉아 서예 연습을 하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이현수는 붓을 들고 이제 막 마지막 글자를 쓰고 있었다.진도하가 가까이 다가가 보니 종이 위에는‘천도수근'이라고 쓰여 있었다.웅장한 기세를 자랑하는 네 글자는 획과 획이 아주 날카로워 보였다. 마치 누군가가 이 종이 위에 검을 들고 다니며 휘두른 것 같았고 모든 획은 하나의 검술처럼 보였다.이것은 단지 한 폭의 글자가 아니라 검법에 가깝다고 할 수 있었다.게다가 진도하는 검술에서 이현수의 숨겨져 있는 경지를 볼 수 있었다. 그의 경지는 적어도 진도하와 같은 원아경이며 어쩌면 진도하보다 더 높은 경지일 수도 있었다.진도하는 이
진도하는 처음으로 이현수의 서예에서 검법을 본 사람이었다.여기까지 생각한 이현수는 속으로 저도 모르게 외쳤다.‘진씨 가문이 곧 출세할 것이야!’이때 이주안이 한마디 했다.“할아버지... 왜 저는 못 알아봤죠?”이현수는 이주안을 힐끗 쳐다보고 말했다.“네가 알아봤다면 금단경 초기의 첫 번째 단계는 넘었겠지.”이주안은 멋쩍은 듯 웃으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이현수가 방금 쓴 붓글씨에 시선을 돌렸다.“이게 평범한 글씨가 아니라고요? 도하 형님이 말한 것처럼 그렇게 신비로운 거예요? 여기에 검법이 있다고요? 그럴 리가!”이주안은 그저 멍하니 쳐다만 볼뿐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의심을 버리지 못한 이주안은 이 글자를 다시 한번 뚫어지게 바라봤다. 이렇게 보니 보면 볼수록 아찔했고 저절로 이 글자에 빠져들게 되었다.이주안은 검 한 자루가 그 위를 헤엄치는 것 같은 검술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이현수는 이주안이 빠져든 것을 보고 더 이상 방해하지 않고 진도하의 옆으로 다가가 이야기를 나눴다.서재 너머로 자리를 옮긴 이들은 나무 의자에 앉았다. 이현수는 진도하에게 차를 따라주기 위해 직접 차를 우려내고 있었다.“도하 자네, 소원 원장과 맞붙었을 때의 검술은 자네가 직접 만든 건가?”진도하가 대답하기도 전에 이현수가 말을 이었다.“그렇지 않으면 내 글자의 검술도 알아내지 못했겠지...”진도하가 수줍게 웃자 이현수는 연신 감탄했다.“훌륭해. 어린 나이에 이 정도의 수준을 깨닫는 것은 정말 어렵거든. 내가 도하 자네 나이였을 때는 다른 사람의 검법을 익히고 있었어.”이현수의 칭찬에 진도하는 더욱 수줍어졌다. “저도 높은 분의 가르침을 받고 알게 된 것입니다. 안 그러면 어찌 이 정도까지 깨달았겠습니까.”사실 진도하의 말도 사실이었다.만약 용지강 선배님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그가 어찌 이런 것까지 깨달을 수 있었겠는가? 여기까지 생각한 진도하는 다시 한번 용지강 선배의 조언이 매우 감사하게 느껴졌다.하지만 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