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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5화

하지만 자기가 먼저 하자고 한 일이라 중간에 무를 수도 없었다.

일단 시작한 연기는 끝까지 할 수밖에 없었다.

“제1대 맹주님을 맞이합시다.”

대회장 안은 여전히 침묵이 흘렀다.

임장덕은 어색한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경력이 풍부하고 식견이 넓은 그였지만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현광서원 맨 뒷줄의 노인을 바라봤다.

노인은 그의 시선을 느끼지 못한 듯 눈을 감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바로 이때, 진도하가 입을 열었다.

“여러분이 나를 맹주로 인정하는 게 내키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죠. 이것은 당신들이 정한 규칙이기에 인정하기 싫어도 인정해야 합니다. 이제부터 내가 8대 가문과 6대 종문의 맹주입니다!”

진도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임장덕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임장덕 어르신, 내 말이 틀렸습니까?”

“정확합니다!”

임장덕은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식은땀을 닦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의 속은 이미 말이 아니었다. 자기 발등을 제대로 찍었으니 말이다. 현광서원이 고심 끝에 생각해낸 방법이 진도하에게 좋은 일만 한 꼴이 되었으니...

하...

그들은 고구마를 백 개 넘게 먹은 듯 가슴이 답답했다.

8대 가문과 6대 종문의 사람들만 없었더라면 그들은 진작 사람을 시켜 진도하를 쫓아냈을 것이다.

이때 진도하가 대회장 안을 한번 훑어보더니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당신들은 내 말을 들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 이 맹주가 당신들을 혼낼 테니까요.”

말을 마친 진도하는 다시 임장덕에게 고개를 돌렸다.

“저에게 이만한 권한은 있지요?”

“네! 당신은 이제 우리 8대 가문과 6대 종문의 맹주입니다. 그 정도의 권한은 당연히 있고말고요.”

임장덕은 다시 한번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현광서원의 맨 뒷줄에 있는 노인을 흘끗 바라보았지만 그 노인은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고 지금의 이 상황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듯했다.

순간 임장덕은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할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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