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하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심마는 말을 이었다.“그리고 내가 경지를 올릴 기회를 주겠어?”“닥치고 덤벼.”진도하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심마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래. 정 죽고 싶다면 그 소원 들어주지.”말을 마친 심마는 다시 한번 진도하에게 공격을 퍼부었다.이번에 그의 공격은 간단했다. 그저 주먹 하나가 진도하를 향했을 뿐이다.그는 에너지가 없는 진도하가 자기 주먹을 절대 방어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이 장면을 본 한빛궁의 제자들이 한결같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에너지가 없는 진도하가 이 주먹은 당해내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몇몇 겁 많은 사람들이 저도 모르게 눈을 가렸다.이주안의 동공이 순식간에 커지며 크게 소리를 질렀다.“형! 조심해요!”소리를 지른 그도 헛수고임을 알고 있었다. 에너지가 없는 사람이 어떻게 에너지가 있는 사람을 이길 수 있겠는가. 심지어 그들은 경지도 같다. 그런데 진도하가 어떻게 저 주먹을 이겨낼 수 있겠는가.그는 더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는 진도하가 심마에게 참패하는 광경을 보고 싶지 않았다.현지수는 이 순간 눈을 크게 떴다.그는 통로 내부를 살피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도하 씨, 당신마저 이렇게 실패하는 건가요? 당신도 이 테스트를 통과할 수 없는 거예요?”그녀는 고개를 젓고 눈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그리고 바로 이때, 심마의 주먹이 진도하를 강타했다.“펑!”진도하의 몸이 거꾸로 된 채 날아갔고 공중에서 끊임없이 피를 토했다.“푸흑.”“컥.”그러나 진도하의 몸이 아직 땅에 닿기도 전에 심마가 앞으로 달려가며 그의 턱을 향해 왼 주먹을 날렸다.진도하의 몸이 붕 뜨며 포물선을 그렸다.이후 그의 몸은 굉음을 내며 바닥에 부딪쳤다.“펑!”진도하는 땅에 누운 채 움직이지 못했다. 입가에는 피가 끊임없이 줄줄 흘러나왔다.그의 몸 역시 통증 때문에 구부러져 있었다.심마가 진도하를 차갑게 쳐다보며 말했다.“네가 졌어.”“켁.”진도하는 여전
이 순간 한빛궁의 제자들은 모두 놀라서 굳어버렸다.그들은 진도하가 남은 에너지가 없음에도 이렇게 강력한 주먹을 공격으로 맞받아칠 줄은 상상도 못 했다.현지수도 의아하게 진도하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왜 공격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의 자신감과 패기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현지수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다.그러나 놀란 건 비단 그들뿐이 아니었다.심마 역시 놀랐다.그러나 그는 깜짝 놀란 후 오히려 냉소했다.“하하... 이걸 공격으로 받아친다고?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진도하는 대답하지 않았다.“펑!”두 사람의 주먹이 공중에서 굉음을 내며 부딪쳤다.진도하의 몸이 다시 한번 거꾸로 날아가 바닥에 떨어졌다.심마는 이어서 주먹을 강타하려고 준비했다.그러나 이때 진도하가 다시 한번 일어났다. 그리고 주동적으로 심마를 공격했다.심마가 의아하게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에너지도 없는데 어떻게 계속 내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거지?”그러나 진도하는 심마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이는 진도하가 선택한 전략으로, 만일 그가 심마의 말을 들으면 자연스레 뇌를 사용하게 될 것이고 말하지 않더라도 심마가 생각을 알게 된다.하여 진도하는 심마의 말을 듣고도 못 들은 척한 것이다.그러면 심마도 그의 진짜 생각은 감지할 수 없다.사실 그가 심마의 공격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경지를 높이는 동시에 육신도 단련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그의 육신은 이미 단단하게 단련된 뒤였다.게다가 그의 육신이 금단경에 버금가는 존재였기에 심마를, 또 다른 자신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나 약점도 존재했다.바로 에너지가 가득 차 있는 금단경의 고수와 맞붙으면 수동적으로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만일 심마를 이기고 싶다면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경지를 높여 에너지를 회복하고 심마를 죽이는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이 통로를 빠져나갈 수 있다.“펑!”두 사람의 주먹이 또다시 부딪쳤다.진도하가 입에서 선혈을 뿜었다.아무리 그의 육체가 단련되었더라도 결국 에
그들은 심지어 통로로 들어가 진도하를 돕고 싶었다.동시에 그들은 진도하가 이렇게 무리해 가며 싸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리고 더 상상하지도 못한 것은 진도하가 이 순간까지 웃고 있다는 것이었다...진도하가 웃으며 심마에게 말했다.“썩은 밥 먹었어? 주먹에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 네 주먹은 마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느낌이야. 알아?”진도하의 도발에 심마가 노했다.“다 죽어가는 게 입만 살았어.”이어 그는 진도하의 몸을 두 손으로 들어 올려 힘껏 바닥에 내리쳤다.“크헉.”진도하가 피를 몇 차례 토한 뒤 또다시 심마에 의해 들어 올려져 땅에 내리꽂혔다.이 광경이 십여 차례 계속되자 진도하의 뼈는 거의 산산이 조각난 듯했다. 그는 땅에 누워 꼼짝도 하지 않았다.지면은 이미 큰 구덩이가 뚫려있었다.심마가 차갑게 말했다.“마침 잘됐네. 널 이 구덩이에 묻으면 되겠다.”심마가 말하며 또다시 진도하를 들어 올렸다.“죽어라!”그리고 또다시 온 힘을 다해 땅에 내리꽂았다.“펑!”진도하의 몸이 구덩이에 깊게 빠졌다.심마가 진도하의 몸에 한 발을 올려 디디며 말했다.“아직 반항할 힘이 남아 있으려나? 하하...”이후 심마가 진도하의 가슴을 세게 밟았다.진도하의 몸이 또 한 번 땅 밑으로 내려갔다.이어 그는 진도하가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한발 또 한발 그의 몸을 밟았다.심마는 구덩이 앞에 선 채 차가운 표정으로 구덩이 내부를 응시했다.진도하는 구덩이 속에 웅크려 누워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진도하... 죽은 거예요?”한빛궁의 제자들이 전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은 진도하의 상황을 정확히 보고 싶었다.그러나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현지수도 지금이 순간 마음이 따끔했다.그녀는 이런 결과일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이주안은 진도하를 존경하면서 또 죄책감을 느꼈다.그의 불요불굴의 정신을 존경했다. 에너지가 없더라도 한번 또 한 번 심마와 싸웠고 심지어 단 한 마디의 승복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그는 생각
심마는 고개를 들고 경악하는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너... 몸속의 정기가 어떻게 찼어?”이 문제를 다 물은 심마는 또 어리둥절해졌다.“어? 돌파했어?”“맞아.”진도하는 입가에 웃음을 띠었다.심마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진도하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어떻게 그래. 어떻게 여기에서 돌파할 수가 있지?”심마만이 놀란 게 아니다.통로 밖에 있던 한빛궁의 모든 제자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분명히 거의 맞아 죽을 뻔하던 진도하는 결국 돌파했다. 게다가 체내의 정기가 매우 충만해서 아까보다 훨씬 강해진 것 같았다.현지수도 깜짝 놀랐는데 곧 웃음을 지었다. “진도하, 역시 제가 사람을 제대로 봤네요.”이주안은 더더욱 믿을 수 없다는 듯 이 모습을 지켜보며 감정이 북받쳤다.“하하하!”그는 제자리에 서서 미친 듯이 웃고 있었다.진도하는 심마를 노려보며 말했다.“내 생각을 읽을 수 있잖아. 내가 어떻게 돌파했는지 이제 알겠지?”심마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진도하가 왜 갑자기 돌파했는지 알았지만 여전히 이 모든 것이 환상적이라고 느꼈다.“어떻게 그럴 수 있지?”심마는 참지 못하고 다시 물었다.진도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웃었다.사실 진도하도 속으로 매우 놀랐다. 그도 자기가 이 통로에서 돌파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이 모든 것은 그가 최근에 먹은 기력 보충제 덕분이다.아니, 기력 보충제뿐만 아니라 서정식이 준 단약과 7749일 동안 정련한 칠색 신단도 있다.그가 최근에 먹은 단약들이 너무 많아서 몸에 완전히 흡수되지 않고 약효의 3분의 1만 흡수했다. 그리고 그의 정기가 소진된 후, 심마에게 한 대 맞자 진도하는 갑자기 자신의 몸속, 경맥과 육신에 남아 있던 약효가 다시 발산되어 자신에게 흡수되는 것을 발견했다.하지만 심마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자신을 비우고 이 일을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물불 안 가리고 계속 심마에게 달려들었다.진도하가 이렇게 한 것은 자신이 한 대 맞을 때마다 몸 안에 남아 있는 약의 힘을 흡
그렇지 않으면 심마의 영원한 정기는 언젠간 진도하의 정기를 소진하게 될 것이다.만약 돌파하기 전이라면 진도하는 자기와 같은 경지에 있고 또 자기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심마를 한 방에 죽일 자신이 없다. 하지만 지금은 돌파한 뒤라 심마를 한 방에 죽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파멸해라!”진도하는 분노의 외침과 함께 힘을 썼다.그러자 하늘에서 손바닥 하나가 떨어졌다. 주변 하늘이 순식간에 시커먼 먹구름으로 뒤덮이고 차가운 기운이 온 통로에 퍼졌다.통로 밖에 있는 한빛궁의 제자들도 모두 이 추위를 느꼈다. 경계가 낮은 사람들은 추위를 참지 못하고 오들오들 떨었다. 이를 지켜보던 현지수의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와 차가운 기운을 조금 녹였다. 이는 경계가 낮은 동문 후배들의 고통을 많이 덜어주었다.통로 안.진도하의 손바닥은 마치 통로를 전부 덮을 듯 거대했는데 그 기세는 막을 수 없다.심마는 이 손바닥을 바라보며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도 체내의 정기를 동원하여 손을 들어서 막아냈다.심마는 단지 자신보다 한 단계 위라고 해서 자신을 한 방에 죽일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허허...”못 믿겠어. 진도하가 심마보다 한 단계 높더라도 그는 경계를 넘어 진도하를 죽일 테다. 바로 그 순간, 두 손바닥이 마주쳤다!쿵!쾅!쿵!통로 안에는 기폭음이 울리고 먼지가 일었다.통로 밖에 있는 사람들은 안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저 무수한 에너지가 통로 안을 누비며 펑펑펑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1분 후, 먹구름이 걷히고 먼지가 가라앉았다.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통로 안은 평온을 되찾고 진도하만 뒷짐을 한 채 공중에 서 있었다. 반면 심마는 바닥에 누워 꼼짝도 하지 않았다.스르륵곧이어 바닥에 누워있던 심마가 사라졌다.진도하는 놀라지 않고 태연하게 지면에 내려왔다. 진도하는 심마가 이미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을 알지만 공격할 때 그는 자신이 심마를 한 방에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전혀 놀
이윽고.진도하가 통로 밖에 나타났다.“이제 제가 알고 싶은 것을 말해 줄 수 있겠지요!”진도하는 현지수 곁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현지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진 선생이 테스트를 통과했으니 궁금한 것을 당연히 알려드려야죠.”진도하가 입을 열려고 하는데 현지수가 말했다. “이곳은 말하기 불편하니 진 선생을 저와 함께 한빛궁으로 갑시다.”말을 마친 현지수는 진도하가 승낙하든 말든 날아올라 한빛궁 안으로 날아갔다.이 상황을 보고 진도하도 공중으로 뛰어올라 따라갔다.순간, 한빛궁의 제자들이 모두 흥분의 도가니가 되었다. 진도하가 테스트를 통과한 첫 번째 남자일 뿐만 아니라 한빛궁에 들어간 첫 번째 남자이다.그녀들도 하나둘씩 한빛궁 안으로 날아갔다.물론, 경계가 낮은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녀들은 종종걸음으로 한빛궁 안으로 달려갔다.이주안은 저쪽에 서서 진도하의 뒷모습을 보며 부러움을 금치 못했다.한빛궁은 얼마나 많은 남자들이 동경하는 곳인가. 하지만 아무도 들어가 본 적이 없다.하지만, 이제 진 형이 들어가면서 전대미문의 쾌거를 이루었습니다.그는 몹시 부러웠다. 그리고 돌아가서 젊은 세대를 만나면 꼭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반대편.진도하는 현지수을 따라 서재로 갔다.현지수는 들어간 후 의자에 앉아 차를 끓이며 진도하에게 앉으라고 했다.진도하는 자신이 알고 싶은 것에 대한 대답을 듣고 싶어 안달 났다.하지만 현지수가 침착한 모습을 보이자 애써 마음을 억누르고 자리에 앉았다.현지수는 능숙한 솜씨로 차를 우려냈다. 물 한 주전자를 끓이면서 두 손으로 찻잔을 씻었다.잠시 후, 그녀는 우려낸 차를 한 잔 건네며 진도하에게 맛보라고 했다.진도하는 마음이 급했지만 한 모금 맛보았다.향긋한 찻 향에 그는 칭찬의 목소리를 냈다.“좋네요.”현지수는 웃었다. “이것은 저희 한빛궁에만 있는 찻잎으로 일반인은 마실 수 없어요.”진도하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두 잔 더 마셔야겠네요.”그러더니 현지수에게 따라 달라고 했다.현지수는
“스승님께서는 명확한 답을 안 주시고 그냥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거라고 하셨어요.”현지수가 잠시 말을 멈췄다.그 틈을 타 진도하가 물었다.“봉황눈물은 당신들 한빛궁의 보물인가요?”“네, 원래 계속 한빛궁에 있었어요. 그런데 얼마 전에 무슨 일인지 갑자기 사라졌다가 또 갑자기 기주도에 나타났어요.”진도하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었다.“그럼 왜 당신들은 또 당신들의 물건을 도로 가져간 거죠?”현지수가 웃으며 대답했다.“그건 저도 이틀 전에야 알게 된 일이에요.”“네?”진도하가 현지수를 쳐다보며 물었다.현지수가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대답했다.“저도 아가씨가 봉황눈물을 마시는 걸 보고 나서야 스승님의 말씀을 이해했어요.”진도하가 그 이유를 물으려고 하는데 현지수가 말을 이었다.“사실 아가씨가 특이체질이었던 거에요. 몸속에 흐르는게 봉황피였어요.”“뭐? 강유진 몸에 봉황피가 흐르고 있다고요?”진도하가 깜짝 놀라 되물었다.사실 그는 강유진이 특이체질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정확히 어디가 특이한지 몰랐었다.그 비밀을 알게 된 그는 너무 놀랐다.진도하의 놀란 표정을 본 현지수가 웃으며 말했다.“아가씨의 특이체질을 눈치채지 못한 이유는 아가씨가 봉황눈물을 복용하지 않았고 또 체내 혈액 각성시킬만 한 다른 물건을 복용하지 않아서 보통사람이랑 똑같았기 때문이에요.”현지수의 설명을 들은 진도하는 그제야 깨달았다.“그럼 강유진이 봉황눈물을 마신 뒤에 체내에 있던 혈액이 각성해 봉황을 불러왔다는 거예예요?”“네!”현지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진도하가 물었다.“그럼 봉황은 왜 강유진을 데려간 거죠? 강유진이 위험하지는 않을까까요?”현지수가 고개를 저으며 진도하를 안심시켰다.“위험한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거에요.”“그럼 봉황이 강유진을 어디로 데려간 건지 알아요?”진도하가 계속해 물었다. 이것이야말로 그가 가장 궁금한 것이었다.현지수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아니요, 그건 저도 몰라요.”이 말을 들은 진도하는 크게
이 말을 들은 진도하는 그제야 깨달았다.“그러니까 강유진씨가 봉황눈물을 복용한 후 봉황이 주동적으로 강유진씨를 데려가 계승해 주려고 했다는 거죠?”진도하가 차를 한 잔 마시고는 또 물었다.현지수는 진도하에게 차를 더 따라주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그러니까 체내의 혈액이 이미 완전히 각성한 거라면 봉황은 강유진에게 계승해 줄 뿐만 아니라 다음 궁주로 키울 거예예요.”“네? 다음 궁주요?”진도하가 놀라며 현지수를 바라보았다.현지수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했다.“네, 만약 강유진이 완전히 이어받는다면 우리 한빛궁의 다음 궁주가 될 거예요.”이 말을 들은 진도하는 문득 마음이 놓였다.사실 그는 강유진이 봉황눈물을 복용 한 후 봉황에게 붙잡혀 가서 복수를 당하는 줄 알았다.그런데 현지수의 말을 들으니 강유진이 인연을 만난 것 같았다.그럼 나쁘지 않군.어쨋든 강유진도 수련자가 되고 싶어 했으니 내가 가르치는 것보다는 봉황의 가르침을 받는게 더 좋을지도 몰랐다.이렇게 생각하니 진도하는 걱정이 눈 녹듯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졌다.하지만 그에게는 아직 풀리지 않는 의문이 남아있었다.“그럼, 지금 궁주는 어떻게 되는 거에요?”현지수는 고개를 들어 진도하를 바라보고는 머뭇거리며 대답했다.“지금 우리 가주는 돌파할 때 도심이 파괴되어 얼마 버티지 못하고 곧 세상을 떠날거에요.”현지수는 눈시울이 붉어졌다.진도하는 괜히 뻘쭘해졌다.그의 질문이 현지수의 기분을 안 좋게 만들 줄은 몰랐다.하여 그가 다급히 사과하자 현지수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괜찮아요.”분위기가 좀 뻘쭘해졌다.현지수는 계속 차를 끓이며 검지로 탁자위의 물을 묻혀 그림을 그렸다.진도하는 찻잔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이런 침묵은 5분 정도 이어졌다.진도하가 먼저 입을 열었다.“강유진씨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했는데 당신 이야기는 아직 하나도 안 했네요.”현지수가 어리둥절 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며 물었다.“저요? 어떤 이야기요?”진도하가 자신있
“선우 씨가요? 내 이름을 걸고 말이에요?”진도하는 주선우를 흘겨보았다.주선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니 이 일에 꽤나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맞아요. 형님은 형님 할 일을 계속하면 되고 상고성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주선우가 말했다.“어쨌든 이곳은 항상 형님이 말하는 대로 될 거예요.”진도하는 그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무엇보다도 그는 문득 자신의 조상, 진씨 가문의 창시자를 떠올렸다.스승님이 말하길 진씨 가문의 창시자는 원래 세계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문파를 세웠고 그들이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머무를 곳과 수련 자원을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지금 비록 자신이 조상처럼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은 상고성에서라면 문파를 세우고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면 이주안, 현지수, 강고수 같은 사람들이 이 세계로 오게 될 경우 바로 상고성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은 조금 더 생각해보도록 하죠.”그러자 주선우는 안절부절못한 듯 서둘러 말했다.“형님, 생각할 것도 없어요! 지금 형님의 대부경 5단계 실력으로 문파를 세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더구나 이미 대부경 7단계 두 명을 넘어섰잖아요!”“하지만 수련 자원과 공법은 어디서 구할 수 있죠?”진도하가 물었다.문파를 세운다고 해도 중요한 건 공법과 자원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문파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그러자 주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건 다 준비돼 있잖아요.”그러고는 고문파의 대문을 향해 입술을 쓱 내밀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주선우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는 고문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단전이 파괴된 고문파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들고 차례차례 걸어나오고 있었다.주선우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짐만 챙겨 나가. 공법과 자원은 모두 두고 가야 해. 알았어? 만약 몰래 가지고 나가는 걸 나한테 들키면 그땐
그 말을 들은 열몇 명의 수련자들은 더욱 두려워졌다.이때 문 밖에서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수련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같은 문파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일흔 명이 넘는 동료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창백한 얼굴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너희 단전이 파괴된 거야?”금세 누군가가 상황을 깨닫고는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하지만 그 수련자들은 아무 말 없이 진도하와 은소혜를 비켜 지나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광경을 목격한 나머지 수련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동료들의 단전이 파괴된 것이 바로 진도하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도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0!”“9!”“8!”세 개의 숫자가 떨어지자마자 그중 한 명이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가격했다.첫 번째로 나선 사람이 나오자 두 번째, 세 번째로 자진해서 단전을 파괴하는 이들이 연달아 나왔다.결국 열몇 명 모두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그제야 진도하는 만족한 듯 몸을 돌려 문을 나섰고 은소혜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독고 청의와 주선우가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독고 청의가 물었다.“다 해결된 거죠?”“네, 해결됐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주선우가 물었다.“그럼 저들을 그냥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진도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냥 두죠.”비록 그들이 고천혁과 함께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제 그들은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굳이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때로는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니까.주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흥분한 듯 진도하에게 말했다.“형님! 고천혁도 죽고 고문파도 거의 전멸했으니 이제 상고성에는 더 이상 문파가 없어졌어요.”“네?”진
그 한 마디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은소혜는 귀를 문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도하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구나.’문 앞에 있던 독고 청의와 주선우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도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진도하의 목소리는 고문파의 본거지에 울려 퍼졌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1분도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수련자들이 장검을 들고 진도하 앞에 분노에 찬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 중 선두에 선 마흔 즈음의 중년 남자가 화난 표정으로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고문파 앞에서 감히 고함을 치다니, 너 죽고 싶어?”그러자 진도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고천혁은 이미 죽었어. 너희도 단전을 스스로 파괴하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그 중년 남자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감히 여기서 그런 허튼 소리를 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는 고천혁이 죽었다는 사실도, 다른 수련자들이 이미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그는 진도하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바로 칼을 뽑을 듯한 기세였다.진도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너희 고문파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그와 동시에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넓혀 주변을 탐지했다.중년 남자는 대답 대신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나가! 안 그러면 우리 세 개 주성의 수장님이 돌아오시면 넌 반드시 죽을 거야!”그는 진도하와 은소혜가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자신이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그러나 평소 상고성에서 악명을 떨치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이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세 개 주성의 수장을 언급하며 그들을 위협하고 쫓아내려고 했다.이때 은소혜가 칼을 들고 중년 남자 옆으로 성큼 다가가며 말했다.“네가 말하는 ‘세 개 주성의 수장’이 고
그때 백발의 노인이 말했다.“길을 안내해드릴까요?”“좋습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고천혁을 제거한 이상 고문파의 나머지 사람들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들을 놓쳐서 도망가게 한다면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말했다.“어르신, 젊은 분 한 분만 보내주세요. 어르신께서 굳이 함께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백발의 노인은 진도하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철수야, 네가 발도 빠르고 민첩하니 진 대사님을 안내해드려라.”“알겠습니다!”철수는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와 신나게 말했다.“진 대사님, 저를 따라오시죠!”“가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철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철수 씨는 방향만 알려주면 돼요.”“알겠습니다!”철수는 곧장 대답했다.“이 길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됩니다!”철수가 방향을 알려주자 진도하는 환허보를 발휘해 고문파 본거지로 빠르게 향했다. 가는 동안 철수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언제든지 토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진도하의 눈에 들어왔다.그들도 진도하를 보자마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우린 이미 단전을 끊었는데 왜 또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그들은 진도하를 두려워하며 물었다.그러자 진도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약속은 꼭 지켜.”“그런데 왜...”그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진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철수에게 다시 방향을 물었다. 철수가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자 진도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단전이 파괴된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만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고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수련자들이 이제는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감
그 수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졌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설마 나를 직접 나서게 만들 생각이야?”고문파의 수련자들이 자진하여 단전을 끊고 있을 때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모두 풀어놓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거짓으로 단전을 끊는 척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지금 진도하 앞에 있는 이 수련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자신의 단전을 때리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기운을 모으지 않았고 피를 뱉는 척까지 했다. 그의 단전은 멀쩡했다.그 수련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더니 침을 몇 번 삼키며 눈을 감았다. 이어서 그는 제대로 자신의 단전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번엔 진짜로 선홍빛의 피가 튀어나왔다.그제야 진도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꺼져!”그 수련자는 단전이 파괴된 고통을 억지로 참고 비틀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곧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단전을 스스로 끊고 떠났다. 그제야 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었다.그는 뒤돌아 은소혜와 그녀 뒤에 있는 수련자들을 보며 물었다.“우리는 사상자가 있어?”“사상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몇 명 있어.”은소혜가 대답했다.조금 전 그들이 고문파의 수련자들과 싸울 때 은소혜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바로 달려갔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고 몇 명의 부상자만 나왔을 뿐이었다.“그래도 부상 당한 사람들은 이미 치료를 받았어. 지금 다들 몸 상태가 좀 허약할 뿐이지 큰 문제는 없어.”은소혜가 덧붙였다.그러자 진도하는 안도하며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이 약들은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수련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모두 한 알씩 가져가요.”이들은 진도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를 도왔기에 진도하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련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이 약을 내놓은 것이었다.진도하는 약병을 가장 가까이 있던 수련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수련자는 약을 하나 꺼낸 다음 옆 사람에게 다시 약병을 넘겼다.바로 그
진도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용음검을 뽑아들고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검 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가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압도했고 이에 모두가 침묵 속에 휩싸였다.‘어떻게 해야 하지?’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은소혜와 독고 청의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이 모두 다가와 고문파 수련자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숫자는 고문파보다 적었지만 그들의 전의와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로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했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간이 다 되면 진도하와 함께 일제히 달려들겠다는 것이다.“남은 시간은 50초.”진도하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렸다.고문파의 수련자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진도하의 검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내가 단전을 끊으면 정말로 날 살려줄 거야?”갑자기 누군가가 물었다.진도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대부경 1단계의 수련자였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스스로 단전을 끊는 자는 살려 보낼 거야.”“그 말 꼭 지켜.”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 뒤 손에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향해 내리쳤다.퍽.남자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단전의 파괴로 인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난 가도 되는 거지?”“가.”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로 단전을 끊은 자는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멀리 걸어갔다. 10미터쯤 걸어간 뒤 누구도 그를 쫓지 않자 그는 단전을 움켜쥐고 빠르게 거리 끝으로 도망쳤다.이 광경을 본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정말로 그 남자를 놓아주었다는 사실에 더욱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말했다.“남은 시간은 이제 30초.”이 말을 듣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당황했다.퍽.또 한 명의 수련자가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내리쳤다.“푸우...”그는 피를 뱉어내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진도하는
진도하의 영적 기운이 섞인 외침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은소혜와 다른 일행들, 그리고 고문파의 수련자들까지도 순간 멈칫하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가 어깨에 메고 있는 고천혁을 보자 은소혜 일행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도하가 또다시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를 처치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진도하는 대부경 7단계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였다.반면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당황스러워했다.“우리 문주님이 죽었어?”“어떻게 문주님이 저놈을 이기지 못할 수 있어?”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고천혁이 다른 수련자들과 겨루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고 고천혁이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 앞에서조차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었기 때문이다.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고천혁이 옥판을 꺼내 들면 그 즉시 상대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천혁이 실패했다니.그들은 마음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더 싸워야 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고천혁의 시체를 땅에 던지고 고문파 수련자들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고문파의 수련자들, 잘 들어라! 고천혁은 죽었어! 너희가 자진해서 단전을 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맞이할 건 죽음뿐이니까 각오해!”진도하의 말이 떨어지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그들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드러났다. 단전을 자진해서 끊어야 할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 갈등에 빠진 것이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우리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단전을 끊으면 결국 죽을 운명 아니야?”진도하는 그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음? 대부경 4단계군.”그 대부경 4단계의 남자는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외쳤다.“모두 속지 마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어쩌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몰라요! 단전을 끊는다는 건 우리 목숨을 칼 위에 올려놓는 거나 다름없어요. 저놈들이 우리를 살려줄지 죽일지는
쿵.거대한 굉음이 울렸지만 이번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고천혁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진도하 몸에 또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단 말이야?’그는 재빨리 진도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 순간 진도하가 크게 외쳤다.“아아아!”이 외침은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고 천지를 뒤흔들 듯했다. 고천혁은 그 외침에 영혼마저 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음 순간 한 줄기 빛이 진도하의 어깨뼈에서 튀어나왔다.퍽.그 빛줄기는 바로 고천혁의 가슴 앞에 닿았다.크게 놀란 고천혁은 생각했다.‘이건 또 뭐야?’그는 서둘러 옥판을 조종해 방어하려 했다.그리고 그제야 공격해 온 것이 뼈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바로 그 뼈 조각이 옥판과 충돌했다.쾅.두 물체가 부딪히며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했다.끼익.옥판은 깨졌고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주변으로 흩어졌다.“젠장!”고천혁은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옥판을 소유한 이후 그는 거의 무적이었는데 귀일경 이하에서는 그와 맞설 자가 없었다.옥판 덕분에 그는 상고성과 다른 두 주성의 문파를 멸망시키고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비장의 무기가 산산조각이 났다니?고천혁은 얼어붙은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어두운 눈빛 속에 갑작스럽게 빛이 스쳤다.‘뭐지?’뼈 조각은 옥판을 부순 후 고천혁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오지 마!”고천혁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속도는 뼈의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쉭.뼈 조각은 고천혁의 호신 영기에 부딪혔다.쾅.고천혁의 호신 영기는 산산조각이 났다.“뭐야?”고천혁의 눈이 커졌다.뼈 조각은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천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고천혁은 움직임을 멈췄고 얼굴에 당혹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축구공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3초간 서 있다가 결국 땅
고천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옥판을 던졌다.옥판은 빠르게 회전하며 진도하와 고천혁 사이에 자리 잡았다.하지만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가 있으니 이 목걸이는 귀일경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니 옥판의 힘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진도하가 가진 자신감이었다.진도하는 마음을 굳혔다. 만약 옥판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바로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를 꺼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옥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슝.옥판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검기와 영기가 진도하를 완전히 뒤덮었다.진도하는 반응할 틈도 없이 공격을 당했다.따다다다.그 빛줄기들이 빗방울처럼 진도하의 몸을 강타했고 그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천혁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옥판은 여전히 회전 중이었고 진도하의 호신 영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몸에는 상처가 끊임없이 늘어났다.진도하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죽음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진도하는 자신의 수명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피가 다 흘러나가기도 전에 그의 수명은 모두 사라질 듯했다.“아아아!”진도하는 크게 소리치며 억지로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았다.다시 한번 호신 영기를 형성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민했다.그러나 죽음의 기운에 압도당해 비취색 목걸이조차 꺼낼 수 없었다.이것이 옥판의 무서움인가? 고천혁이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건가?수많은 수련자들이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그 순간 호신 영기는 다시 산산조각이 났다.끝없이 쏟아지는 빛줄기들이 진도하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왔다.푹. 푹. 푹.진도하의 몸은 점점 더 많은 상처로 가득 찼고 그의 영기도 계속 소모되었다.결국 진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