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리는 대회장 전체에 울려 퍼졌고 수많은 사람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 목소리의 주인을 잘 알고 있었다.“방천후입니다.”“이십 년 전에 이미 종사경을 돌파한 고수 방천후 말이에요!”“무술 고수 대회를 만든 사람이기도 하죠!”어떻게 그들이 흥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방천후는 무술 고수 대회를 개최한 후부터 기주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방천후를 스승으로 모시려는 많은 무술 고수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방천후의 행방을 찾기 위해 애썼지만, 아무런 수확도 없었다. 나중에는 그가 죽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하지만 방천후는 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작년에 모든 사람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한 유씨 가문의 자제 유성우의 스승일 줄은 아무도 몰랐다. 이것은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다.“어쩐지 유성우가 젊은 나이에 종사경을 초월한 고수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훌륭한 스승님이 계셨군요!”“네. 20년 전 방천후는 기주 제일의 고수이자 유일하게 종사경을 초월한 고수였습니다. 이제 20년이 지났으니 아마도 그는 이미 무성의 경지를 돌파했겠죠! 유성우가 방천후를 스승으로 모시다니, 그는 정말 행운스럽군요.”모든 사람이 목소리의 주인에 대해 끊임없이 의논하고 있었다.진도하는 여전히 침착하게 유성우를 바라보며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아, 그럼, 당신은 지금 유성우가 아니라 유성우 스승님의 투영인가요?”“그렇다네. 이것은 이 늙은이가 제자에게 남긴 생명 보호 수단이라네.” 방천후는 웃으며 말했다.진도하는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천후의 위엄 있는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젊은이 손을 써보시게. 이 늙은이는 자네가 도대체 어떤 실력인지 보려고 제자에게 생명을 지키는 수단을 쓰게 되었다네.”진도하는 무심하게 말했다. “먼저 공격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투영이 오래가지 못할까 봐 걱정됩니다.”그는 이러한 투영 수단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현재 그의 능력으로도 그 수단을
방천후는 알겠다고 말한 후, 바로 손을 쓰기 시작했고 그 위력은 역시 대단했다.그가 손을 올린 순간 거대한 폭풍우가 몰아쳤고 한 줄기의 회오리바람이 공중에서 에너지를 응집시키고 있었다.회오리바람의 변두리는 칼날처럼 날카로웠고 그 힘은 더없이 강하고 거셌다.회오리바람은 거센 소용돌이을 휘몰아치며 곧바로 진도하를 향해 공격했다. 이 순간, 보이지 않는 힘이 진도하를 감쌌고 모든 사람은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이 광경을 뚫어지게 바라봤다.“세상에, 방천후가 무성을 돌파했군요!!”“맞아요! 그러면 방천후는 기주에서 백 년 이래 처음으로 무성을 돌파한 사람이 되는 거네요?”모두가 방천후의 실력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강씨 가문과 강고수는 방천후의 공격을 지켜보며 만약 저 자리에 있는 사람이 자신이라면 이 공격을 피할 수 있었을지, 방천후의 공격을 온몸으로 막을 수 있었을지 속으로 계산하고 있었다.아무리 머리를 쥐어 짜며 계산을 해도 강고수는 자신이 결코 피하고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여기까지 생각한 강고수는 기대에 찬 눈으로 진도하를 바라봤다. 자신을 일도 반항할 수 없게 만들었던 진도하가 무성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지 보고 싶었다.풍뢰문 관전 구역에 있는 남궁 수화는 경기장을 향해 옆으로 서 있었고 경기장의 상황을 볼 수 있을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 또한 강고수와 마찬가지로 마음속으로 자신이 방천후의 공격을 피할 수 있을지 계산하고 있었다.방천후가 이미 무성의 경지에 이르렀기에 그 공격을 막아내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비록 지금은 투영에 불과했지만, 실력은 여전히 만만치 않았다.남궁 수화는 자신이 절대 방천후의 공격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자신의 몸놀림보다 훨씬 빠른 진도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진도하는 과연 피할 수 있을까?자양파 관전 구역의 분위기는 매우 엄숙했고 자양파 노조의 얼굴에는 초조함이 가득했다.노조는 마음속으로 혼자 되뇌었다.“진 선생, 절대 다치면 안 돼요.”그는 마음속으로 진도하에 대해 죄
대회장 안에 있던 사람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이 수많은 회오리바람은 한데 모이더니 당장이라도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무서운 소용돌이를 형성했다.윙윙!회오리바람은 무서운 소리를 냈다.“여기에 말려들면 사람도 전부 한 줌의 재가 되겠죠?” 누군가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회오리바람은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진도하를 향해 다가왔다.지나가는 곳마다 풀 한 포기 남지 않았고 회오리바람 주변 가까이에 있는 것들은 전부 가루가 되어 버렸다. 심지어 어떤 겁쟁이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대회장을 탈출할 준비를 항시 하고 있었다.한마디로 회오리바람의 위력은 엄청났다.다행히 방천후는 회오리바람이 경기장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통제하고 있었다. 만약 이 무술 고수 대회장을 전부 휩쓸면 여기 있는 사람 절반이 목숨을 잃을 것이다.진도하는 여전히 자신을 향해 거침없이 밀려오는 회오리바람을 차분히 바라보며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이 정도 실력밖에 안 되나?”진도하는 천천히 입을 열었고 그 목소리는 대회장 안의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굵직하고 강렬했다.방천후는 공중에 뛰어올라 회오리바람 아래에 있는 진도하를 보며 경멸하는 눈빛으로 말했다.“이 개미 같은 땅강아지야, 당신은 입만 살아 있네!”“곧 무서움이 무엇인지 알게 될 거야.”방천후의 말이 끝나자마자 회오리바람은 갑자기 빠른 속도로 진도하를 삼켰다.회오리바람은 여전히 거침없이 돌고 있었고 진도하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끝났네, 끝났어. 진도하가 죽었겠네!”누군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그러게요. 틀림없이 죽었을 거예요. 회오리바람의 바깥 위력도 이렇게 무서운데 안은 더 말할 것도 없겠네요.”일각에서는 토론이 분분했다.또 어떤 사람은 아쉬워하며 말했다. “방천후가 나서지 않았더라면 이번 우승은 진도하였을 거예요.”이 말은 모든 사람의 인정을 받았다.그러나 또 어떤 사람은 시큰둥한 얼굴로 말했다.“유성우에게 좋은 사부가 있는 것도 능력이죠.”그때 강씨 가문 관전 구역에 있던 강유진
강고수는 한 번 소리 높여 강씨 집안 사람들을 향해 외친 후 다시 경기장에 눈을 돌렸다.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진도하, 설마 이대로 끝은 아니지? 넌 꼭 우리에게 보여주지 않은 능력이 남아있을 거야.”강고수는 비록 진도하에게 졌지만, 진도하가 방천후의 투영을 이겨낼 수 있기를 바랐다.그는 속으로 진도하조차 방천후의 투영을 이길 수 없다면 본인은 두말할 것 없이 질 것이라 생각했다. 사실 진짜로 이렇게 되면 이것은 강고수의 자신감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강고수는 진도하가 꼭 이기기를 바랐다. 옆에는 강고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또 있었으니… 그 사람은 다름 아닌 남궁 수화이다.남궁 수화는 몸을 옆으로 한 채 경기장을 마주하고 있었지만 경기장 안에서 발생하는 모든 것을 똑똑히 보고 있었다.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진도하, 당신은 절대 실패하지 않을 거야. 절대 지지 않을 거야. 우리는 무성과 고작 한 개의 경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그거 투영일 뿐이잖아. 너는 분명히 이길 수 있어!”이 말은 진도하에 대한 말이기도 했지만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오늘 발생한 일에 너무 큰 충격을 받아 괴물들 마음속에 한없는 비참함을 안겼다. 이런 비참함은 괴물들이 경계를 돌파하는 데 막대한 영향을 주기에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조금만 더 큰 영향을 받게 되면 괴물들은 더 이상 경계를 돌파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이들 외에 자양파 사람들도 경기장 안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자양파 노조는 주먹을 꽉 쥔 채 당장이라도 경기장 내에 쳐들어가 싸울 기세를 하고 있었다. 옆에 앉아 있는 허 장로는 노조의 정서를 안정시키기 위해 입을 열었다.“노조, 걱정하지 마세요. 진 선생은 하늘이 도울 거예요. 스물여덟 진형도 뚫었는데 저 회오리 하나쯤은 아무 일도 아닐 거예요.” 사실 허 장로도 진도하의 생사가 걱정되었지만, 진도하가 스물여덟 진형을 뚫었던 생각을 하니 갑자기 자신감이 충만해졌다. 허 장로는 진도하가 분명 무사할 것이라 확신
모든 사람이 진도하를 알아봤다.소용돌이 안에 있는 사람이 진도하가 아니면 누구란 말인가! “하하하!”진도하를 알든 모르든 경기장 내의 모든 사람은 일제히 웃고 있었다.이 상황을 지켜보던 강유진도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고 그 눈물은 하염없이 아래로 뚝뚝 떨어졌다. 만약 진도하가 옆에 있었으면 강유진은 바로 진도하의 품에 안겨 그의 가슴을 여러 번 때렸을 것이다. 강고수와 남궁 수화는 이 광경을 보고 크게 탄복했다. 만약 그들이었다면 분명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자양파 노조와 허 장로도 그제야 한시름 놓으며 말했다.“진 선생, 역시 실력이 대단해.”그리고 큰 소리로 탄복했다.“하늘이 우리 자양파를 돕고 있어 이렇게 강한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것 같네요.”사실 며칠 전, 자양파 노조가 진도하를 모시고 떠받들겠다고 한 것은 단지 진도하를 설득해 무술 고수대회에 자양파 대표로 출전하여 좋은 성적을 거둬 좋은 자원을 얻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제는 진심으로 진도하를 모시고 떠받들며 진도하의 모든 명령에 복종할 수 있다. …강성호, 오명훈과 유현빈은 이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 상기된 얼굴로 물었다. “어떻게…?”“진도하가 왜 아직도… 죽지 않았어?”방천후도 조금 놀란 기색이었다.“너… 너… 어떻게 아직도 살아 있어?”“나를 죽이려고? 그게 그렇게 간단한 줄 알았어?”진도하는 마치 신처럼 자리에서 천천히 눈을 떴다.하늘의 어둠도 걷혔고 땅도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으며 거센 바람도 더 이상 일지 않았다. 온 세상이 삽시에 조용해졌다.회오리바람은 한 개의 팽이처럼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서 있었다. 이 상황에 방천후는 다시 한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방천후의 무성 실력이 그게 설사 유성우의 몸에 있는 투영일지라도 고작 초종사경에 이른 사람이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도하는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고 심지어 그 어떤 영향도 받지 않은 것 같았다. 게다가 진도하는 회오리바람을 그 자리에 그대로 정지시키기까지 했다
진도하는 대회장 안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그의 시선에 스친 사람들 모두 무서워 벌벌 떨고 있었다. 그러나 강유진만이 그 시선 속에서 따스함을 느꼈다. 강유진도 진도하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진도하에게 주먹을 쥐어 보이며 진도하에 대한 불만을 표현했다.진도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렸고 방천후에게 시선을 돌려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게임 끝! 이제는 내가 나설 차례야.”진도하는 이 한마디만 말한 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진도하가 가볍게 외친 한 글자에 회오리바람이 산산 조각나며 공중으로 흩어졌다. 진도하가 손을 흔들자 그 회오리 조각들은 방천후를 향해 공격하기 시작했다.방천후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려 했다. 그러나 그의 몸은 마치 못으로 고정된 것처럼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회오리 조각들이 자신을 향해 빠른 속도로 밀려오는 것을 본 방천후의 눈동자는 점점 커졌다.퍽!!!수많은 조각들이 방천후의 몸을 뚫고 지났고 그 자리에는 피로 물든 안개가 자욱이 피어올랐다.털썩!방천후가 그 자리에 그대로 쓰러졌다.이어서 한 줄기의 그림자가 공중으로 피어올랐다.경기장 내에 있는 사람들은 이 잔영이 방천후라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방천후의 잔영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흔들거렸고 분노에 섞인 말투로 진도하를 향해 외쳤다.“진도하, 감히 내 제자를 죽이다니! 내가 이 원수를 꼭 갚고 말 거야. 피의 대가가 어떤 것인지 꼭 알게 해 줄게.”진도하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너의 제자를 죽인 게 어때서? 난 너도 죽일 수 있어!”진도하는 살기가 가득한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사실 그는 무술 고수 대회장에서 난동을 부릴 생각이 없었다. 단지 자양파를 위해 1등을 차지할 생각뿐이었다. 자양파 노조가 자신을 위해 그렇게 많은 약초를 준비해 줬기에 이런 방법으로 감사의 표시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유성우가 자신의 목숨으로 스승 방천후의 투영을 불러왔고, 방천후는 나오자마자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으려 했으며, 방천
무술 고수 대회장의 경기장 내. 진도하는 방천후의 흩어진 모습을 담담하게 바라보고 있었지만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진도하는 다시 고개를 숙여 유성우를 바라보았다. 유성우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몸 이곳저곳에 구멍이 뚫려 있었으며 그 구멍으로 피가 끊임없이 흐르고 있었다.이것은 진도하로 하여금 방천후에 대해 더 큰 경멸을 느끼게 했다. 그는 위선자 방천후가 다른 사람을 이용하여 이런 짓을 한 게 한없이 못나 보였다. 대회장 안의 사람들은 모두 진도하가 유성우를 죽였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유성우는 방천후 때문에 죽었다.조금 전, 진도하는 방천후의 투영을 겨냥해 공격했다. 이것은 유성우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그러나 방천후는 자신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하여 일촉즉발의 순간에 제자 유성우의 몸을 강제로 점유했다.방천후의 이 선택으로 인해 진도하의 공격이 유성우의 몸에 상처를 입혔던 것이다.하지만 이것은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이들 두 사제는 같은 부류의 인간들이다. 이미 죽인 걸 어떡하겠나?방천후는 한 달 후에 제자의 복수를 하겠다고 말했지만, 진도하가 보기에 그의 진짜 이유는 방천후의 마음이 대범하지 못해 기주에 자신보다 더 뛰어난 고수가 있는 것을 용납하지 못해서이다.기주에 자신 외에 또 다른 무성이 있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방천후가 한 달 후에 서미호에서 그와 결전을 하기로 약속한 진짜 이유이다.진도하가 한 참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대회장 안에 굵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도전할 사람이 또 있습니까?”이 소리를 듣고서야 사람들은 무술 고수대회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누구든 경기장에 올라가 진도하에게 도전할 수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 냈다.그러나… 누가 감히 도전할 수 있겠는가?진도하는 무성인 방천후의 투영까지 산산조각을 내버린 사람이며 진도하 자신도 무성인데 누가 감히 쉽게 나설 수 있겠는가!대회장 안은 순간 시끌벅적해졌다. “빨리 결과를 발표하세요! 아무도 감히 도전하
진도하가 다시 나타났을 때 그는 이미 강씨 가문의 관전 구역 앞에 와 있었다.진도하가 나타나자 강유진은 주먹으로 진도하의 가슴을 두 번 치더니 이내 그의 품으로 뛰어들었다.진도하는 자리에 멍하니 서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저 강유진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같은 말만 계속 반복했다.“나 이렇게 아무 일 없이 건강하게 돌아왔어요. 걱정하지 마요.”강유진은 눈물을 글썽였고 고개를 들어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 “도하 씨, 당신 너무 미워요! 말 한마디 없이 경기장에 가서 자양파를 대표해서 싸우고… 내가 얼마나 걱정하는지 안중에도 없죠?”진도하도 강유진의 걱정스러운 마음이 느껴져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이번에는 내가 잘못했어요. 다음에 무엇을 하던 꼭 미리 말할게요.”강유진은 그제야 안정을 되찾은 듯했다.바로 이때, 강씨 가문의 주인인 임주란이 자리에서 일어나 대회장을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임주란은 진도하와 강유진의 옆을 지날 때 차가운 시선으로 한 번 힐끗 보더니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임주란의 뒤에 있던 강재만 역시 진도하를 깊은 눈으로 뚫어지게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세 번째로 그들의 옆을 지나간 사람은 강고수이다. 그는 진도하와 강유진에게 다가가 망토를 젖히며 말했다.“진 선생, 축하해요.”진도하는 강고수가 먼저 인사할 줄 예상하지 못해 살짝 놀랐지만 이내 다시 웃으며 강고수에게 고개를 끄덕였다.세 사람이 나간 뒤, 진도하는 고개를 돌려 강성호와 강용호를 바라보았다.강성호와 강용호 그리고 몇몇 강씨 성을 가진 사람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대회장을 나가려 했지만, 진도하의 시선에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진도하는 강성호와 강용호 앞으로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미안해서 어쩌죠? 당신들이 졌네요.”강성호와 강용호는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한 번 눈을 맞추더니 어색하게 웃었다.강성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진 선생, 우리는 기꺼이 승복할 테니 그 판돈은 마음대로 해도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