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 고수 대회장의 경기장 내. 진도하는 방천후의 흩어진 모습을 담담하게 바라보고 있었지만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진도하는 다시 고개를 숙여 유성우를 바라보았다. 유성우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몸 이곳저곳에 구멍이 뚫려 있었으며 그 구멍으로 피가 끊임없이 흐르고 있었다.이것은 진도하로 하여금 방천후에 대해 더 큰 경멸을 느끼게 했다. 그는 위선자 방천후가 다른 사람을 이용하여 이런 짓을 한 게 한없이 못나 보였다. 대회장 안의 사람들은 모두 진도하가 유성우를 죽였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유성우는 방천후 때문에 죽었다.조금 전, 진도하는 방천후의 투영을 겨냥해 공격했다. 이것은 유성우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그러나 방천후는 자신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하여 일촉즉발의 순간에 제자 유성우의 몸을 강제로 점유했다.방천후의 이 선택으로 인해 진도하의 공격이 유성우의 몸에 상처를 입혔던 것이다.하지만 이것은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이들 두 사제는 같은 부류의 인간들이다. 이미 죽인 걸 어떡하겠나?방천후는 한 달 후에 제자의 복수를 하겠다고 말했지만, 진도하가 보기에 그의 진짜 이유는 방천후의 마음이 대범하지 못해 기주에 자신보다 더 뛰어난 고수가 있는 것을 용납하지 못해서이다.기주에 자신 외에 또 다른 무성이 있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방천후가 한 달 후에 서미호에서 그와 결전을 하기로 약속한 진짜 이유이다.진도하가 한 참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대회장 안에 굵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도전할 사람이 또 있습니까?”이 소리를 듣고서야 사람들은 무술 고수대회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누구든 경기장에 올라가 진도하에게 도전할 수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 냈다.그러나… 누가 감히 도전할 수 있겠는가?진도하는 무성인 방천후의 투영까지 산산조각을 내버린 사람이며 진도하 자신도 무성인데 누가 감히 쉽게 나설 수 있겠는가!대회장 안은 순간 시끌벅적해졌다. “빨리 결과를 발표하세요! 아무도 감히 도전하
진도하가 다시 나타났을 때 그는 이미 강씨 가문의 관전 구역 앞에 와 있었다.진도하가 나타나자 강유진은 주먹으로 진도하의 가슴을 두 번 치더니 이내 그의 품으로 뛰어들었다.진도하는 자리에 멍하니 서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저 강유진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같은 말만 계속 반복했다.“나 이렇게 아무 일 없이 건강하게 돌아왔어요. 걱정하지 마요.”강유진은 눈물을 글썽였고 고개를 들어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 “도하 씨, 당신 너무 미워요! 말 한마디 없이 경기장에 가서 자양파를 대표해서 싸우고… 내가 얼마나 걱정하는지 안중에도 없죠?”진도하도 강유진의 걱정스러운 마음이 느껴져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이번에는 내가 잘못했어요. 다음에 무엇을 하던 꼭 미리 말할게요.”강유진은 그제야 안정을 되찾은 듯했다.바로 이때, 강씨 가문의 주인인 임주란이 자리에서 일어나 대회장을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임주란은 진도하와 강유진의 옆을 지날 때 차가운 시선으로 한 번 힐끗 보더니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임주란의 뒤에 있던 강재만 역시 진도하를 깊은 눈으로 뚫어지게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세 번째로 그들의 옆을 지나간 사람은 강고수이다. 그는 진도하와 강유진에게 다가가 망토를 젖히며 말했다.“진 선생, 축하해요.”진도하는 강고수가 먼저 인사할 줄 예상하지 못해 살짝 놀랐지만 이내 다시 웃으며 강고수에게 고개를 끄덕였다.세 사람이 나간 뒤, 진도하는 고개를 돌려 강성호와 강용호를 바라보았다.강성호와 강용호 그리고 몇몇 강씨 성을 가진 사람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대회장을 나가려 했지만, 진도하의 시선에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진도하는 강성호와 강용호 앞으로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미안해서 어쩌죠? 당신들이 졌네요.”강성호와 강용호는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한 번 눈을 맞추더니 어색하게 웃었다.강성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진 선생, 우리는 기꺼이 승복할 테니 그 판돈은 마음대로 해도 돼요.”
진도하는 웃으며 말했지만, 오명훈은 계속 자리에 선 채 온몸을 떨며 진도하의 말이 절대 농담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오명훈은 긴장한 듯 두 걸음 뒤로 물러섰고, 두 눈은 당황한 듯 진도하를 응시하며 횡설수설했다.“진도하 씨, 가까이 오지 마세요. 여기는 우리 오씨 집안의 관전 구역이에요.”진도하는 앞으로 한 걸음 더 걸어 가더니 오명훈을 거만하게 바라보았다.“오씨 집안 관전 구역이면 뭐 어때서요? 설마 내가 오씨 가문을 두려워할 거라고 생각해요?”진도하는 큰 목소리로 물었다.이것은 오씨 가문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오씨 가문의 무술 고수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그들은 일제히 고개를 돌려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정말 우리 오씨 가문을 만만하게 보고 무술 고수가 없다고 생각하나요?”그러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그들은 눈앞에 있는 사람이 진도하라는 것을 알아채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들의 얼굴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점점 더 빨개졌다.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은 무술 고수대회에서 우승한 진도하이다. 바로 무성 진도하이다.그들이 어찌 감히 진도하 앞에서 소란을 피울 수 있겠는가!그들은 모두 묵묵히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아무것도 못 본 척했다.진도하는 웃으며 그들이 무슨 말을 하든 전혀 개의치 않아 했고 계속 오명훈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를 혼내 준다고 했던 말은요? 도대체 혼을 내줄 겁니까? 말 겁니까? 어떻게 손찌검할 거예요? 당신이 안 하면 내가 해요!”말을 마친 진도하가 손을 들자 오명훈은 깜짝 놀라 부들부들 떨었다.오명훈은 고개를 돌려 혹시라도 자기를 도와줄 사람이 없는지 두리번거렸지만 오씨 집안 사람들은 일제히 그에게 등을 돌리고 있었다.오명훈은 알고 있다. 아무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으리라는 것을…이 상황에 오명훈은 얼굴에 쓴웃음을 지었다.진도하가 무술 고수일 뿐만 아니라 무성이라는 것을 오명훈이 어찌 알았겠는가?!오명훈은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을 더듬었다. “진도하, 당신은 무성의 경계인데
진도하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대답했다.“내가 마지막 기회를 줄게요. 무릎을 꿇으면 기존 일들을 그냥 넘어가고 안 꿇으면 장례 치를 때 오지 않았다고 탓하지나 말고요.”말을 마친 진도하는 차가운 눈으로 오명훈을 바라봤다. 진도하의 뜻은 분명했다. 오명훈이 죽음보다 체면을 더 원하는지 궁금했다. 오명훈도 진도하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무릎을 꿇는 것은 죽기보다 싫었다.이때 오씨 집안의 무술 고수들이 고개를 돌려 오명훈을 바라보며 말했다.“명훈아, 진 선생이 너에게 기회를 줄 때 빨리 무릎 꿇어.”오명훈의 얼굴은 또 한 번 빨갛게 달아올랐다. 오씨 집안의 무술 고수들은 계속 말을 했다.“진 선생은 무성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야. 너 같이 평범한 사람이 무릎 꿇는 것쯤은 전혀 창피할 게 아니지.”옆에 있던 또 다른 사람이 말을 이었다.“그러게. 얼른 무릎 꿇어! 설마 진짜 진 선생의 화를 돋우어 오씨 집안에서 장례를 치르게 할 건 아니지?”오명훈의 얼굴은 점점 잿빛으로 되어갔다.그들은 이런 상황에 자신들까지 연루될까 봐 걱정되어 자신을 타이르는 것을 오명훈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이렇게 생각한 오명훈의 마음은 비참하기 그지없었다. 그래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성운시 오씨 가문의 도련님인데 수많은 사람이 보고 있는 앞에서 진도하에게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한다니!오명훈은 속으로 진도하가 무성인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자기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진도하를 함부로 건드리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만약 오늘 무릎 꿇고 사과하지 않으면 진도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신을 죽일 것이며 어쩌면 성운 시 오씨 집안까지 건드릴 수 있다는 것을 오명훈은 너무 잘 알고 있다.이 생각에 오명훈은 저도 모르게 진도하 앞에 무릎을 꿇었다.털썩!“진 선생, 내가 잘못했어요.”오명훈은 이를 악물고 있었고 마음은 일도 내키지 않았지만, 말투는 최대한 안 좋은 기분을 감추고 있었다. 진도하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이 말은 시끄러운 무술 고수 대회장에서 매우 우렁차게 울렸다.유현빈은 진도하의 말에 자리에 굳어진 채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있었다.진도하는 유현빈의 곁으로 다가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유현빈 씨, 지난번에 혼난 것으로 아직 부족한가요?”유현빈은 진도하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진도하는 계속 말을 이었다. “방금 당신이 유성우를 나에게 복수하라고 시켰나요?”유현빈은 그제야 진도하 말이 무슨 뜻인지 깨달았다.유현빈은 진도하가 그것 때문에 일부러 따지기 위해 자신을 찾아온 것이라 생각했다. 진도하가 자양파 관전 구역에 있는 노조를 만나러 가는 길에 자신이 우연히 눈에 띄었다는 사실은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진도하는 유현빈이 아무 말이 없자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왜 말이 없어요? 나에게 뭐라도 설명해야 하지 않을까요?”“으…”유현빈은 긴장해서 얼굴이 빨개졌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렸다.앞에 있는 사람은 흔한 일반인이 아니라 무성이다.유현빈 또한 무술 고수 가문으로서 무성이 무엇을 대표하는지 잘 알고 있다.능력이 있는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뭐든 못할 것인가! 무성이 분노하면 하늘이 무너지고 온 세상이 피바다로 물들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을 유현빈은 너무 잘 알고 있다.유현빈은 진도하 혼자서도 유씨 집안의 모든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감히 한마디도 못 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말 한마디에 진도하가 화를 내면 그 뒷감당을 절대 못 하기 때문이다.바로 이때, 유씨 가문의 주인인 유현빈의 아버지 유문성이 자기 아들을 뒤로 잡아당기더니 진도하를 향해 걸어왔다. 진도하 앞에 선 유문성은 거만한 태도로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당신이 바로 우리 유씨 가문의 괴물을 죽인 진도하인가요?”“맞아요. 접니다.” 진도하는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내 아들 팔을 부러뜨린 사람도 당신인가요?”유문성이 한마디 더 했다.“맞습니다. 그것도 저입니다.”진도하가 다시 대답했다.유문성은 진도하를 위아
모두들 공포에 질려 다리가 나른해졌다.유문성도 지금의 유씨 집안이 진도하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더 이상 말을하지 않았고, 진도하가 완전히 격노할까 봐 걱정했다.다행히 옆에 있던 강유진이 진도하의 팔을 잡아당겨 그의 마음을 진정시켰다.진도하는 무심하게 유문성을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당신네 유씨 집안을 당장 멸망시키지 않는 이유는 당신들이 그렇게 의지하는 방천후가 한 달 후에 나에게 어떻게 죽는지 당신들에게 똑똑히 보여주고 싶어서예요.”“그러니까 당신들은 당분간 조용히 지내는 게 좋을 거예요. 당신들이 내 주변 사람을 건드린다는 말이 내 귀에 들어오면 당신들이 세상에 태어난 것 자체를 후회하게 만들 터이니 그렇게 알고 있어요!”진도하는 유씨 집안의 모든 사람들을 한 번씩 힐끗 쳐다보았고 마지막으로 유현빈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당신도 얌전히 있는 게 좋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내가 제일 먼저 당신부터 없앨 거니까.”유현빈은 그 말에 저도 모르게 목을 움츠렸고 한 손으로 아버지 유문성의 옷자락을 움켜잡았다.진도하는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더니 강유진의 손을 잡고 자리를 떠났다.진도하가 자리를 떠난 후, 유문성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앞에 놓인 의자를 발로 걷어차며 말했다.“일개 무성에 지나지 않으면서 자신을 정말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하는 거야?”말을 마치자마자 유문성은 뒤돌아서서 유현빈을 향해 말했다.“우리 유씨 집안 약 창고로 가서 좋은 단약을 전부 방 종사에게, 아니 방 무성에게 보내! 방천후가 이번 한 달 사이에 무성의 경지를 돌파할 수 있는지 보자고.”“알겠어요. 지금 당장 갈게요.”유현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몇몇 사람을 이끌고 먼저 무술 고수 대회장을 떠났다.…진도하와 강유진은 자양파의 관전 구역에 도착했다.관전 구역에 도착해 자리에 앉기도 전에 심지어 노조와 허 장로에게 제대로 인사도 하지 못했는데 자양파 노조와 허 장로는 진도하를 보자마자 자양파의 사람들을 거느리고 진도하 앞에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털썩!
진도하는 그제야 무슨 상황인지 파악이 됐다. 그의 손안에 있는 영패는 자양파의 수장 영패이다.그 뜻은 자양파 노조는 진도하에게 자양파의 수장 자리를 내주겠다는 것이다.진도하는 급히 영패를 자양파 노조에게 건네며 말했다.“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제가 자양파를 도운 것은 자양파의 수장이 되기 위한 것이 아니에요.” 그러나 자양파 노조는 진도하가 건넨 영패를 받지 않았고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말을 이었다.“진 수장님, 승낙하지 않으면 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겠습니다.”허 장로와 그 뒤에 있는 사람들도 노조를 따라 이구동성으로 외쳤다.“진 수장님, 승낙하지 않으면 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겠습니다.”진도하는 말문이 막혔다. 진도하는 크고 작은 일들을 많이 겪었지만 이렇게 갑작스러운 일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속수무책이다.승낙하지 않자고 하니 자양파 노조의 성의를 무시할 수 없고, 승낙하려고 하니 진도하는 자신이 자양파의 수장이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진도하도 진정한 무술 고수는 아니기 때문이다.이때 강유진이 진도하의 팔을 두 번 치더니 입을 열었다.“도하 씨, 일단 알겠다고 해요. 이분들을 계속 무릎 꿇게 할 수는 없잖아요.” 강유진의 말에 진도하도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어요. 빨리 일어나요.” 자양파 노조와 허 장로는 서로 한 번 마주 보더니 활짝 웃었다. 얼굴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어 그들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두 번 더 절을 하더니 이구동성으로 외쳤다.“감사합니다. 진 수장님!”진도하는 뭐라 해야 할지 몰랐다.“내가 알겠다고 했잖아요. 빨리 일어나요.”“그래요. 빨리 일어나세요.”옆에 있던 강유진도 자양파 노조를 보며 말했다.자양파 노조와 허 장로는 서로 마주 보며 한 번 웃더니 만족스러운 얼굴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난 자양파 노조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수장님, 한 달 후에 진짜로 서미호에서 방천후와 결전을 벌일 건가요?”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진도하는 잠깐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였다.진도하도 무술 고수와 일반인의 구별을 잘 알기에 무술 고수 연맹을 만든 것은 무술 고수를 더 잘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알겠어요. 이제는 궁금한 게 없어요.” 진도하는 웃으며 자양파 노조를 향해 말을 이었다.“자양파의 수장이 되겠다고 약속은 했지만 자양파 내부의 일은 노조가 책임져 주세요.”자양파 노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잘 관리해 드릴 테니.”자양파 노조가 한마디 더 보탰다.“하지만 꼭 시간을 내서 우리 자양파가 있는 곳으로 한 번 와야 합니다. 우리 자양파의 기밀과 금기사항들에 대해 알려줄 게 있어요.”“알겠어요. 시간 내서 들를게요.”이 말을 마치자마자 진도하는 강유진과 같이 떠날 준비를 했다.그러자 자양파 노조는 황급히 진도하를 가로막으며 입을 열었다.“저녁에 무술 고수 연맹에서 잔치를 준비해요. 그때 진 선생도 같이 참가하는 게 어때요? 연회가 끝나면 자원을 다시 배분할 거예요.”진도하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연회에는 참석하지 않겠어요. 자원을 나누는 일은 저도 잘 모르니까 노조와 허 장로 두 분이 의논해서 하세요.”자양파 노조는 허 장로와 눈을 한 번 마주치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알겠어요. 우리가 알아서 할게요. 바쁘면 먼저 가도 돼요.”“네, 알아서 처리해 주세요.”진도하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나서 강유진의 손을 잡고 일어서며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그러자 자양파 노조와 허 장로, 그리고 뒤에 있던 자양파 사람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으며 이구동성으로 외쳤다.“안녕히 가십시오, 진 수장님!”진도하는 어쩔 수 없이 다시 걸음을 멈추었고 고개를 돌려 자양파 노조를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까지 예의 차릴 필요 없어요. 계속 이러면 수장 자리를 내놓겠어요.”자양파 노조는 진도하의 말에 급히 몸을 일으켰고 그 뒤에 있던 사람들도 모두 일어섰다.진도하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얼굴로 말했다.“다음부터
“선우 씨가요? 내 이름을 걸고 말이에요?”진도하는 주선우를 흘겨보았다.주선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니 이 일에 꽤나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맞아요. 형님은 형님 할 일을 계속하면 되고 상고성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주선우가 말했다.“어쨌든 이곳은 항상 형님이 말하는 대로 될 거예요.”진도하는 그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무엇보다도 그는 문득 자신의 조상, 진씨 가문의 창시자를 떠올렸다.스승님이 말하길 진씨 가문의 창시자는 원래 세계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문파를 세웠고 그들이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머무를 곳과 수련 자원을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지금 비록 자신이 조상처럼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은 상고성에서라면 문파를 세우고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면 이주안, 현지수, 강고수 같은 사람들이 이 세계로 오게 될 경우 바로 상고성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은 조금 더 생각해보도록 하죠.”그러자 주선우는 안절부절못한 듯 서둘러 말했다.“형님, 생각할 것도 없어요! 지금 형님의 대부경 5단계 실력으로 문파를 세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더구나 이미 대부경 7단계 두 명을 넘어섰잖아요!”“하지만 수련 자원과 공법은 어디서 구할 수 있죠?”진도하가 물었다.문파를 세운다고 해도 중요한 건 공법과 자원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문파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그러자 주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건 다 준비돼 있잖아요.”그러고는 고문파의 대문을 향해 입술을 쓱 내밀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주선우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는 고문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단전이 파괴된 고문파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들고 차례차례 걸어나오고 있었다.주선우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짐만 챙겨 나가. 공법과 자원은 모두 두고 가야 해. 알았어? 만약 몰래 가지고 나가는 걸 나한테 들키면 그땐
그 말을 들은 열몇 명의 수련자들은 더욱 두려워졌다.이때 문 밖에서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수련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같은 문파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일흔 명이 넘는 동료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창백한 얼굴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너희 단전이 파괴된 거야?”금세 누군가가 상황을 깨닫고는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하지만 그 수련자들은 아무 말 없이 진도하와 은소혜를 비켜 지나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광경을 목격한 나머지 수련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동료들의 단전이 파괴된 것이 바로 진도하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도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0!”“9!”“8!”세 개의 숫자가 떨어지자마자 그중 한 명이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가격했다.첫 번째로 나선 사람이 나오자 두 번째, 세 번째로 자진해서 단전을 파괴하는 이들이 연달아 나왔다.결국 열몇 명 모두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그제야 진도하는 만족한 듯 몸을 돌려 문을 나섰고 은소혜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독고 청의와 주선우가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독고 청의가 물었다.“다 해결된 거죠?”“네, 해결됐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주선우가 물었다.“그럼 저들을 그냥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진도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냥 두죠.”비록 그들이 고천혁과 함께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제 그들은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굳이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때로는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니까.주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흥분한 듯 진도하에게 말했다.“형님! 고천혁도 죽고 고문파도 거의 전멸했으니 이제 상고성에는 더 이상 문파가 없어졌어요.”“네?”진
그 한 마디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은소혜는 귀를 문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도하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구나.’문 앞에 있던 독고 청의와 주선우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도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진도하의 목소리는 고문파의 본거지에 울려 퍼졌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1분도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수련자들이 장검을 들고 진도하 앞에 분노에 찬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 중 선두에 선 마흔 즈음의 중년 남자가 화난 표정으로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고문파 앞에서 감히 고함을 치다니, 너 죽고 싶어?”그러자 진도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고천혁은 이미 죽었어. 너희도 단전을 스스로 파괴하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그 중년 남자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감히 여기서 그런 허튼 소리를 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는 고천혁이 죽었다는 사실도, 다른 수련자들이 이미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그는 진도하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바로 칼을 뽑을 듯한 기세였다.진도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너희 고문파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그와 동시에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넓혀 주변을 탐지했다.중년 남자는 대답 대신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나가! 안 그러면 우리 세 개 주성의 수장님이 돌아오시면 넌 반드시 죽을 거야!”그는 진도하와 은소혜가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자신이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그러나 평소 상고성에서 악명을 떨치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이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세 개 주성의 수장을 언급하며 그들을 위협하고 쫓아내려고 했다.이때 은소혜가 칼을 들고 중년 남자 옆으로 성큼 다가가며 말했다.“네가 말하는 ‘세 개 주성의 수장’이 고
그때 백발의 노인이 말했다.“길을 안내해드릴까요?”“좋습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고천혁을 제거한 이상 고문파의 나머지 사람들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들을 놓쳐서 도망가게 한다면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말했다.“어르신, 젊은 분 한 분만 보내주세요. 어르신께서 굳이 함께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백발의 노인은 진도하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철수야, 네가 발도 빠르고 민첩하니 진 대사님을 안내해드려라.”“알겠습니다!”철수는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와 신나게 말했다.“진 대사님, 저를 따라오시죠!”“가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철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철수 씨는 방향만 알려주면 돼요.”“알겠습니다!”철수는 곧장 대답했다.“이 길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됩니다!”철수가 방향을 알려주자 진도하는 환허보를 발휘해 고문파 본거지로 빠르게 향했다. 가는 동안 철수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언제든지 토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진도하의 눈에 들어왔다.그들도 진도하를 보자마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우린 이미 단전을 끊었는데 왜 또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그들은 진도하를 두려워하며 물었다.그러자 진도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약속은 꼭 지켜.”“그런데 왜...”그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진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철수에게 다시 방향을 물었다. 철수가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자 진도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단전이 파괴된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만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고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수련자들이 이제는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감
그 수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졌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설마 나를 직접 나서게 만들 생각이야?”고문파의 수련자들이 자진하여 단전을 끊고 있을 때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모두 풀어놓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거짓으로 단전을 끊는 척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지금 진도하 앞에 있는 이 수련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자신의 단전을 때리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기운을 모으지 않았고 피를 뱉는 척까지 했다. 그의 단전은 멀쩡했다.그 수련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더니 침을 몇 번 삼키며 눈을 감았다. 이어서 그는 제대로 자신의 단전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번엔 진짜로 선홍빛의 피가 튀어나왔다.그제야 진도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꺼져!”그 수련자는 단전이 파괴된 고통을 억지로 참고 비틀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곧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단전을 스스로 끊고 떠났다. 그제야 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었다.그는 뒤돌아 은소혜와 그녀 뒤에 있는 수련자들을 보며 물었다.“우리는 사상자가 있어?”“사상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몇 명 있어.”은소혜가 대답했다.조금 전 그들이 고문파의 수련자들과 싸울 때 은소혜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바로 달려갔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고 몇 명의 부상자만 나왔을 뿐이었다.“그래도 부상 당한 사람들은 이미 치료를 받았어. 지금 다들 몸 상태가 좀 허약할 뿐이지 큰 문제는 없어.”은소혜가 덧붙였다.그러자 진도하는 안도하며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이 약들은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수련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모두 한 알씩 가져가요.”이들은 진도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를 도왔기에 진도하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련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이 약을 내놓은 것이었다.진도하는 약병을 가장 가까이 있던 수련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수련자는 약을 하나 꺼낸 다음 옆 사람에게 다시 약병을 넘겼다.바로 그
진도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용음검을 뽑아들고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검 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가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압도했고 이에 모두가 침묵 속에 휩싸였다.‘어떻게 해야 하지?’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은소혜와 독고 청의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이 모두 다가와 고문파 수련자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숫자는 고문파보다 적었지만 그들의 전의와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로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했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간이 다 되면 진도하와 함께 일제히 달려들겠다는 것이다.“남은 시간은 50초.”진도하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렸다.고문파의 수련자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진도하의 검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내가 단전을 끊으면 정말로 날 살려줄 거야?”갑자기 누군가가 물었다.진도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대부경 1단계의 수련자였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스스로 단전을 끊는 자는 살려 보낼 거야.”“그 말 꼭 지켜.”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 뒤 손에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향해 내리쳤다.퍽.남자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단전의 파괴로 인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난 가도 되는 거지?”“가.”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로 단전을 끊은 자는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멀리 걸어갔다. 10미터쯤 걸어간 뒤 누구도 그를 쫓지 않자 그는 단전을 움켜쥐고 빠르게 거리 끝으로 도망쳤다.이 광경을 본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정말로 그 남자를 놓아주었다는 사실에 더욱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말했다.“남은 시간은 이제 30초.”이 말을 듣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당황했다.퍽.또 한 명의 수련자가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내리쳤다.“푸우...”그는 피를 뱉어내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진도하는
진도하의 영적 기운이 섞인 외침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은소혜와 다른 일행들, 그리고 고문파의 수련자들까지도 순간 멈칫하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가 어깨에 메고 있는 고천혁을 보자 은소혜 일행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도하가 또다시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를 처치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진도하는 대부경 7단계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였다.반면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당황스러워했다.“우리 문주님이 죽었어?”“어떻게 문주님이 저놈을 이기지 못할 수 있어?”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고천혁이 다른 수련자들과 겨루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고 고천혁이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 앞에서조차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었기 때문이다.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고천혁이 옥판을 꺼내 들면 그 즉시 상대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천혁이 실패했다니.그들은 마음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더 싸워야 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고천혁의 시체를 땅에 던지고 고문파 수련자들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고문파의 수련자들, 잘 들어라! 고천혁은 죽었어! 너희가 자진해서 단전을 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맞이할 건 죽음뿐이니까 각오해!”진도하의 말이 떨어지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그들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드러났다. 단전을 자진해서 끊어야 할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 갈등에 빠진 것이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우리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단전을 끊으면 결국 죽을 운명 아니야?”진도하는 그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음? 대부경 4단계군.”그 대부경 4단계의 남자는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외쳤다.“모두 속지 마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어쩌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몰라요! 단전을 끊는다는 건 우리 목숨을 칼 위에 올려놓는 거나 다름없어요. 저놈들이 우리를 살려줄지 죽일지는
쿵.거대한 굉음이 울렸지만 이번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고천혁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진도하 몸에 또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단 말이야?’그는 재빨리 진도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 순간 진도하가 크게 외쳤다.“아아아!”이 외침은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고 천지를 뒤흔들 듯했다. 고천혁은 그 외침에 영혼마저 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음 순간 한 줄기 빛이 진도하의 어깨뼈에서 튀어나왔다.퍽.그 빛줄기는 바로 고천혁의 가슴 앞에 닿았다.크게 놀란 고천혁은 생각했다.‘이건 또 뭐야?’그는 서둘러 옥판을 조종해 방어하려 했다.그리고 그제야 공격해 온 것이 뼈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바로 그 뼈 조각이 옥판과 충돌했다.쾅.두 물체가 부딪히며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했다.끼익.옥판은 깨졌고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주변으로 흩어졌다.“젠장!”고천혁은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옥판을 소유한 이후 그는 거의 무적이었는데 귀일경 이하에서는 그와 맞설 자가 없었다.옥판 덕분에 그는 상고성과 다른 두 주성의 문파를 멸망시키고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비장의 무기가 산산조각이 났다니?고천혁은 얼어붙은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어두운 눈빛 속에 갑작스럽게 빛이 스쳤다.‘뭐지?’뼈 조각은 옥판을 부순 후 고천혁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오지 마!”고천혁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속도는 뼈의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쉭.뼈 조각은 고천혁의 호신 영기에 부딪혔다.쾅.고천혁의 호신 영기는 산산조각이 났다.“뭐야?”고천혁의 눈이 커졌다.뼈 조각은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천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고천혁은 움직임을 멈췄고 얼굴에 당혹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축구공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3초간 서 있다가 결국 땅
고천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옥판을 던졌다.옥판은 빠르게 회전하며 진도하와 고천혁 사이에 자리 잡았다.하지만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가 있으니 이 목걸이는 귀일경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니 옥판의 힘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진도하가 가진 자신감이었다.진도하는 마음을 굳혔다. 만약 옥판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바로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를 꺼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옥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슝.옥판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검기와 영기가 진도하를 완전히 뒤덮었다.진도하는 반응할 틈도 없이 공격을 당했다.따다다다.그 빛줄기들이 빗방울처럼 진도하의 몸을 강타했고 그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천혁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옥판은 여전히 회전 중이었고 진도하의 호신 영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몸에는 상처가 끊임없이 늘어났다.진도하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죽음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진도하는 자신의 수명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피가 다 흘러나가기도 전에 그의 수명은 모두 사라질 듯했다.“아아아!”진도하는 크게 소리치며 억지로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았다.다시 한번 호신 영기를 형성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민했다.그러나 죽음의 기운에 압도당해 비취색 목걸이조차 꺼낼 수 없었다.이것이 옥판의 무서움인가? 고천혁이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건가?수많은 수련자들이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그 순간 호신 영기는 다시 산산조각이 났다.끝없이 쏟아지는 빛줄기들이 진도하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왔다.푹. 푹. 푹.진도하의 몸은 점점 더 많은 상처로 가득 찼고 그의 영기도 계속 소모되었다.결국 진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