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의 시간!”진도하는 그가 창안한 검술을 바로 꺼내 들었다.이런 자들은 수련자의 이름을 더럽히는 해충이었다. 진도하는 이미 그들의 나이가 경지 돌파가 불가능한 상태임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들은 대부분 이런 작은 도시에서 숨어 살며 깡패짓을 하고 있었다. 평소에 보지 못한 채 지나간다면 모르겠지만 오늘은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두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쉭.진도하의 손에 들린 용음검이 앞으로 뻗어 나갔다. 그 순간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 끼고 천둥과 번개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그 모습을 본 일곱 명의 수련자들은 놀라 멈춰 섰다.“이건 이상 현상인가?”그들뿐만 아니라 진도하 자신도 잠시 멈칫했다. 이전에 이 검술을 쓸 때는 이상 현상이 일어나는 일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전력을 다하지도 않았는데도 이상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이게 바로 대부경 5단계의 힘인가?’진도하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손에 들린 용음검을 계속 휘둘렀다.크으으으.용음검에서 용의 울음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그 순간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그 소리에 압도되어 멈칫했고 구경하던 사람들마저도 혼비백산하여 뒤로 물러났다.빗줄기는 더욱 굵어졌지만 비는 진도하의 몸에 전혀 닿지 않았다.챙. 챙. 챙.진도하는 일곱 번 연속으로 검을 휘둘렀다. 앞에 있던 일곱 명의 수련자들은 급하게 자신들의 무기를 들어 막으려 했으나 그들은 대부경 1, 2단계에 머무른 자들이어서 대부경 5단계의 진도하를 상대할 수 없었다.게다가 진도하는 단계를 초월해 싸우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더군다나 ‘귀환의 시간’은 그가 직접 창안한 검술로 도운이 담겨 있어 이런 작은 마을의 수련자들이 감히 막아낼 수 없는 기술이었다.퍽. 퍽. 퍽.일곱 명의 수련자들은 그들의 무기를 놓치고 몸이 공중으로 날아가 땅에 나뒹굴었다. 그들의 가슴에는 하나같이 피가 흘러내리는 상처가 새겨져 있었다.진도하는 검을 거두었다. 그 순간 비가 멈추고 하늘의 이상 현상도 사라졌다.
“나도 그럴 생각이야.”진도하는 냉정하게 말했다.그는 이런 자들이 몹시 싫었다. 자신이 수련자라는 이유만으로 술에 취해 길거리에서 여인을 희롱하다니.만약 그들이 취한 채로 자신보다 경지가 높은 자나 더 높은 지위를 가진 이를 희롱했다면 진도하는 그들이 진짜로 술에 취했을 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들은 오직 자신보다 약한 자들만 희롱할 뿐이었다. 이는 그들이 누구보다도 정신이 맑다는 증거였다.땅바닥에 쓰러져 있던 일곱 명의 수련자들도 진도하의 눈에서 서려 나오는 살기를 보았다.그들은 부상을 입었지만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큰소리로 외쳤다.“우리가 누구인지 알아?”“네가 누구든 상관없어.”진도하는 말하자마자 방금 말한 수련자의 얼굴을 걷어찼다.발길질을 당한 수련자는 얼굴에 분노가 스쳤다.“감히 나를 때려?”“그래, 때렸어. 어쩔 건데?”진도하는 앞으로 다가가 다시 한번 다리를 들어 그 수련자의 복부를 걷어찼다.쿵.그 수련자는 그대로 뒤로 날아가 땅에 무겁게 떨어졌다.동시에 그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을 호소하며 비명을 질렀다.“으아악!”이어서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목소리로 외쳤다.“너... 네가 내 단전을 부쉈다고?”그의 얼굴에는 더 이상 분노가 없었고 대신 무한한 후회와 충격이 가득 차 있었다.그는 눈앞의 이 남자가 이렇게 잔인하게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단전이 파괴된 이상 그의 모든 수련은 물거품이 되었고 지금부터 그는 그저 무력한 존재에 불과했다.한순간 그 남자의 얼굴에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고 눈동자에서 빛이 사라지며 그 자리를 멍한 표정이 대신했다.진도하는 그 수련자를 무시하고 남은 일곱 명의 수련자들에게 시선을 돌렸다.남은 일곱 명의 수련자들은 진도하의 살기가 가득한 눈빛을 보고 급하게 큰소리로 외쳤다.“우리는 3대 주성 수장의 부하들이야! 감히 우리에게 손을 대면 후회하게 될 거니까 잘 생각해!”“3대 주성의 수장?”진도하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고는 가장 가까
진도하가 말을 꺼내려는 순간 주위에서 누군가 그 대신 큰소리로 말했다.“3대 주성의 수장? 그까짓 게 뭐 대수라고! 당신들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고나 있는 거예요?”그 말을 듣고 방금 진도하를 걱정하며 도와주려 했던 사람들이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이 사람이 누구죠?”그러자 그 사람은 독고 청의가 정보를 흘릴 때마다 짓는 표정을 그대로 따라하며 답했다.“진도하예요!”그 말을 듣자마자 주위의 사람들은 잠시 멈칫했다.“혹시 청룡성 태초서원의 진도하 씨 말이에요?”“그래요. 그 진도하 외에 또 누가 있겠어요!”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놀란 표정으로 진도하를 쳐다보았다.소문으로만 듣던 진도하가 실제로 상고성에 나타난 것이다.비록 그들은 진도하의 무용담을 많이 들었지만 그래도 3대 주성의 수장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생각에 진도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진도하는 사람들의 흥분된 눈빛을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이제 나도 이렇게 유명해진 건가?’그러나 그는 전혀 자만하지 않았다.그 대신 그는 남아 있던 여섯 명의 수련자들을 향해 차분하게 말했다.“수련자라면 마땅히 도를 따라야 할 터. 술에 취해 여인들을 희롱하는 짓은 용서받을 수 없어!”“오늘 나는 너희들의 단전을 파괴하겠어. 앞으로는 사람답게 살아!”말이 끝나기 무섭게.퍽퍽퍽.진도하는 남은 여섯 명의 단전을 모두 발로 짓밟아 부숴버렸다.“어서 꺼져!”그는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하지만 진도하는 그들을 죽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주위에 구경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게다가 그들은 수련자이기 때문에 그들의 단전을 파괴한 것은 사실상 그들을 죽인 것과 다름없었다.이제 그들은 앞으로 폐인처럼 살아가야 할 것이며 어쩌면 보통 사람보다도 더 비참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여섯 명의 수련자들은 땅에서 간신히 몸을 일으키더니 진도하를 향해 원망 어린 눈길을 보냈다.“너 여기서 딱 기다리고 있어!”진도하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가 자기들의
진도하는 여섯 형상의 괴물이 왜 그렇게 힘겹게 싸웠는지 의아해하고 있었다.그동안 그는 여섯 형상 괴물의 실력이 자신의 실력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왔었다. 그리고 만약 여섯 형상의 괴물이 진심으로 싸웠다면 그 수련자들이 가까이 오지도 못했을 것이라 확신했다.그런데 아까 본 여섯 형상의 괴물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여섯 형상의 괴물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지 않으려는 듯 조용히 진도하에게 마음으로 하고 싶은 말을 전달했다.“제 경지가 떨어졌어요.”“뭐?”진도하는 깜짝 놀라 여섯 형상의 괴물을 바라보았다.여섯 형상의 괴물은 계속해서 설명했다.“저도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시험장에서 나온 이후로 매일 경지가 떨어지고 있어요. 지금은 대부경이에요.”여섯 형상의 괴물의 말을 듣고서야 진도하는 그가 왜 다쳤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경지가 예전만큼 높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경지가 왜 떨어졌을까?진도하는 문득 환상이와 남궁 장로를 떠올렸다. 그들이 있었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진도하는 여섯 형상의 괴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반드시 방법을 찾아서 널 도와줄게.”그러나 여섯 형상의 괴물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괜찮아요. 시험장에서 빠져나온 것만으로도 전 만족해요.”그때 독고 청의가 구해준 여자가 비틀거리며 진도하와 그 일행 앞에 다가왔다.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제 목숨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돌려 그 여자를 바라보았다.그녀는 마치 교양 있는 집안에서 자란 듯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고 말소리도 작고 걸음걸이도 조심스러웠다. 전체적으로 매우 예의 바르고 단아한 인상을 주었다.독고 청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고맙긴요. 어려운 일도 아니었는데요.”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걱정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여러분들이 저를 도와주시다가 3대 주성의 수장을 건드리게 된 것 같아 걱정이 되네요. 오늘의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3대 주성의 수장은 상고성에서 매우 강력한 세력을
“게다가 우리 상고성의 수련자들은 그들의 횡포에 견디지 못하고 조금이라도 자존심 있고 능력이 있는 자들은 모두 상고성을 떠났습니다. 남은 자들은 능력도 없고 자존심도 없는 자들뿐이죠. 그들은 모두 고문파에 가입해 고천혁의 하수인이 되어 더러운 일들을 대신하고 있습니다.”“몇 년에 걸쳐 고문파의 세력은 점점 더 강대해졌고 지금은 상고성에서 그 누구도 감히 그들을 건드리지 못합니다. 그들은 세력을 근처에 있는 다른 두 개의 성까지 확장해 그곳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죠.”“그 결과 고천혁은 이 세 개 성의 진정한 주인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부하들이나 우리 같은 평범한 백성들 모두 그를 ‘3대 주성의 수장’이라 부르는 겁니다.”주변 사람들이 하나둘씩 이야기를 덧붙이며 고천혁과 3대 주성의 수장의 행적을 설명했다.진도하는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 미간을 찌푸렸다.‘3대 주성의 수장’이라는 자가 주성의 성주가 아니라 문파의 수장이었던 것이다.“그 사람이 이렇게 세력을 키워왔는데 성주들은 그냥 보고만 있었나요?”진도하가 묻자 구경꾼 중 한 사람이 답했다.“성주들이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 싸워도 이길 수 없어요!”“그렇다면 왜 성주는 다른 주성의 성주들에게 이 일을 보고하지 않는 거죠?”진도하가 또다시 질문했다.상고성은 청룡성에 속해 있었고 청룡성은 이 지역의 주성이었다. 상고성 사람들이 청룡성에 도움을 요청하면 청룡성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진도하가 아는 바로는 청룡성에 속한 어떤 문파든지 고문파 정도는 쉽게 멸할 수 있을 터였다.진도하의 질문에 사람들은 답답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보고요? 그게 가능하겠어요? 하도현 성주님이랑 고천혁은 형제처럼 지내는 사이예요! 누가 우리를 도와주겠어요?”그제야 진도하는 모든 상황을 완전히 이해했다.하도현과 고천혁이 한통속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고문파의 세력이 이렇게 커졌어도 그 누구도 나서서 제지하지 않았던 것이었다.“그러니까 여러분은 빨리 상고성을 떠나세요. 고문파의 수련자들
진도하는 겨우 백발의 노인을 일으켜 세웠지만 노인은 다시금 무릎을 꿇었다.“진도하 님, 제 청을 들어주시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겠습니다.”노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진도하는 그 말에 마음이 약해져 서둘러 대답했다.“말씀만 하십시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결코 거절하지 않겠습니다.”이 노인이 나이도 많고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무릎을 꿇기까지 했으니 진도하는 그가 분명 간절한 사연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노인은 진도하를 천천히 올려다보았다. 그의 흐릿한 눈동자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진도하 님, 부디 우리 상고성을 도와 고문파를 쓸어내고 이 도시의 해충들을 제거해 주십시오. 우리에게 맑고 평화로운 세상을 돌려주십시오.”노인은 말을 마치고 땅에 머리를 깊이 조아렸다.진도하는 잠시 얼어붙었다. 노인의 요청이 이토록 중대한 것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그때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놀란 표정을 짓다가 곧 모두 무릎을 꿇고 외쳤다.“진도하 님, 제발 우리 상고성의 백성들을 도와주십시오!”“우리를 살려주십시오!”“고문파의 사람들은 정말 너무나도 잔인합니다. 우리는 길을 걷다가도 그들을 마주치면 황급히 피해 다닙니다. 그들이 탐내는 물건은 무조건 빼앗기고 상고성의 대부분의 장사도 그들에게 독점당했습니다. 우리에게 더는 살아갈 길이 없습니다!”“아까 도하 님과 친구분들이 구해준 저 아가씨도 베일을 쓴 채 고개를 숙이고 조심히 다니고 있었지만 고문파의 사람들이 억지로 베일을 벗기고 손을 대려 했습니다. 그들이 이곳에서 얼마나 제멋대로인지 아시겠죠?”이들은 진도하의 이야기를 듣고 그를 마치 구세주처럼 여기고 있었다.“진도하 님, 우리를 도와주세요. 우리 상고성을 구해주세요!”무릎 꿇은 사람들은 점점 더 많아졌고 그들의 절박한 외침에 진도하는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마치 무엇인가가 그의 숨통을 조이는 것만 같았다. 그는 곁에 있는 독고 청의와 은소혜를 바라보았다.독고 청의의 얼굴은 매우 굳어져 있었고 미간은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그는 별뜻
진도하의 마음 깊은 곳에서 정의감이 불끈 솟아올랐다.‘고문파라... 너희들이 악행을 저질렀으니 난 반드시 너희를 없애겠어.’진도하는 속으로 생각했다.그때 멀리서 시끄러운 발소리가 들려왔고 곧이어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이 거리의 입구에 나타났다.그 장면을 본 구경꾼들이 큰 소리로 외쳤다.“고문파의 사람들이 왔다! 고문파의 사람들이야!”그들은 급히 뒤로 물러서더니 멀찍이 도망쳤다.진도하는 그들이 두려움에 떠는 모습을 보고 평소 고문파가 얼마나 악랄하게 행동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그들을 감히 상대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진도하는 고개를 들어 거리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그곳에는 스무 명의 고문파 수하들이 각자 긴 검을 들고 살기 가득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들 뒤에는 아까 진도하에게 단전이 박살난 여덟 명의 사람이 있었다.진도하의 표정은 더욱 냉담해졌고 그의 눈빛에는 살기가 어려 있었다.은소혜는 전투용 검을 움켜쥔 채 진도하의 뒤에 섰고 독고 청의도 은소혜 옆에 나란히 섰다.고문파의 사람들은 곧 진도하 앞에 도착했다.그들 중에서 대략 서른 살 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앞장섰는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의 턱에 난 긴 수염이었다. 나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 모습이 매우 이질적이었다.그들은 진도하 앞에 섰고 뒤에 있던 여덟 명의 사람들이 두려운 표정으로 말했다.“저 사람들이 우리 단전을 박살냈습니다!”그러나 그들은 겁에 질려 앞에 나서지는 못했다.긴 수염을 가진 남자는 진도하와 독고 청의, 은소혜를 한번 쓱 훑어본 뒤 시선을 진도하에게 고정시켰다.“너냐? 우리 사람들의 단전을 박살낸 게.”남자는 평온한 목소리로 물었다.“맞아. 내가 했어.”진도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그러자 긴 수염을 가진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우리 고문파의 사람인 걸 알고도 그런 짓을 했다는 거야?”“그래. 알고도 그랬다.”진도하는 여전히 냉정한 태도로 대답했다.“고문파의 사람인 걸 알면서도 감히 손을 대다니, 우리 고문파를 얕본
긴 수염을 가진 남자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상고성에서 우리 사람을 다치게 한 것도 모자라 나를 협박해? 하하. 설마 너 정말로 네가 무적이라고 생각하는 거야?”진도하는 여전히 냉담한 표정이었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50초 남았어.”남자는 여전히 가벼운 태도를 유지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그는 옆에 있는 수하들을 힐끔 보고 웃더니 진도하를 가리키며 말했다.“이 녀석... 머리에 큰 문제가 있는 게 틀림없군. 우리 고문파를 상대로 이 몇 명으로 싸우겠다고?”그러자 긴 수염의 남자 주변에 있던 다른 수하들도 모두 진도하를 보고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은 진도하 일행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진도하는 살기가 어린 눈빛으로 그들을 쏘아보며 다시 말했다.“30초 남았어.”그는 서두르지 않았다.자신이 1분의 시간을 주겠다고 했으니 그들에게 남은 시간을 끝까지 허락할 생각이었다.그러나 고문파의 무리들은 더욱 크게 웃기 시작했다.그중 몇 명은 구경꾼들을 향해 소리쳤다.“뭘 봐? 당장 꺼져!”“조심해. 곧 피가 너희들에게 튀길 테니!”구경꾼들은 겁에 질려 급히 뒤로 물러섰다. 그들은 고문파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하지만 속으로는 간절히 기도했다.‘진도하 님, 제발 이들을 무찔러서 우리 상고성 백성들의 한을 풀어주십시오!’바로 그때 조금 전에 진도하의 정체를 폭로했던 남자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진도하 님, 저도 돕겠습니다!”그는 신속하게 신법을 사용해 몸을 움직여 진도하의 뒤에 섰다.“저는 청룡성의 떠돌이 수련자 주선우입니다!”진도하는 자신을 돕겠다며 나선 그 남자를 보고 조금 놀랐다.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 사람이 이렇게 직접 나설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그는 주선우를 훑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대부경 1단계군.’진도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좋아요. 환영해요!”그때 또 다른 몇 명의 수련자들이 진도하의 뒤에 와서 합류했다.“진도하 님, 저희도 돕겠습니다!”그들은 청룡성에서 고풍서원
“선우 씨가요? 내 이름을 걸고 말이에요?”진도하는 주선우를 흘겨보았다.주선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니 이 일에 꽤나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맞아요. 형님은 형님 할 일을 계속하면 되고 상고성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주선우가 말했다.“어쨌든 이곳은 항상 형님이 말하는 대로 될 거예요.”진도하는 그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무엇보다도 그는 문득 자신의 조상, 진씨 가문의 창시자를 떠올렸다.스승님이 말하길 진씨 가문의 창시자는 원래 세계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문파를 세웠고 그들이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머무를 곳과 수련 자원을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지금 비록 자신이 조상처럼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은 상고성에서라면 문파를 세우고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면 이주안, 현지수, 강고수 같은 사람들이 이 세계로 오게 될 경우 바로 상고성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은 조금 더 생각해보도록 하죠.”그러자 주선우는 안절부절못한 듯 서둘러 말했다.“형님, 생각할 것도 없어요! 지금 형님의 대부경 5단계 실력으로 문파를 세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더구나 이미 대부경 7단계 두 명을 넘어섰잖아요!”“하지만 수련 자원과 공법은 어디서 구할 수 있죠?”진도하가 물었다.문파를 세운다고 해도 중요한 건 공법과 자원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문파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그러자 주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건 다 준비돼 있잖아요.”그러고는 고문파의 대문을 향해 입술을 쓱 내밀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주선우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는 고문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단전이 파괴된 고문파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들고 차례차례 걸어나오고 있었다.주선우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짐만 챙겨 나가. 공법과 자원은 모두 두고 가야 해. 알았어? 만약 몰래 가지고 나가는 걸 나한테 들키면 그땐
그 말을 들은 열몇 명의 수련자들은 더욱 두려워졌다.이때 문 밖에서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수련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같은 문파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일흔 명이 넘는 동료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창백한 얼굴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너희 단전이 파괴된 거야?”금세 누군가가 상황을 깨닫고는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하지만 그 수련자들은 아무 말 없이 진도하와 은소혜를 비켜 지나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광경을 목격한 나머지 수련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동료들의 단전이 파괴된 것이 바로 진도하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도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0!”“9!”“8!”세 개의 숫자가 떨어지자마자 그중 한 명이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가격했다.첫 번째로 나선 사람이 나오자 두 번째, 세 번째로 자진해서 단전을 파괴하는 이들이 연달아 나왔다.결국 열몇 명 모두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그제야 진도하는 만족한 듯 몸을 돌려 문을 나섰고 은소혜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독고 청의와 주선우가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독고 청의가 물었다.“다 해결된 거죠?”“네, 해결됐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주선우가 물었다.“그럼 저들을 그냥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진도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냥 두죠.”비록 그들이 고천혁과 함께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제 그들은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굳이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때로는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니까.주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흥분한 듯 진도하에게 말했다.“형님! 고천혁도 죽고 고문파도 거의 전멸했으니 이제 상고성에는 더 이상 문파가 없어졌어요.”“네?”진
그 한 마디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은소혜는 귀를 문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도하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구나.’문 앞에 있던 독고 청의와 주선우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도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진도하의 목소리는 고문파의 본거지에 울려 퍼졌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1분도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수련자들이 장검을 들고 진도하 앞에 분노에 찬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 중 선두에 선 마흔 즈음의 중년 남자가 화난 표정으로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고문파 앞에서 감히 고함을 치다니, 너 죽고 싶어?”그러자 진도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고천혁은 이미 죽었어. 너희도 단전을 스스로 파괴하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그 중년 남자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감히 여기서 그런 허튼 소리를 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는 고천혁이 죽었다는 사실도, 다른 수련자들이 이미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그는 진도하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바로 칼을 뽑을 듯한 기세였다.진도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너희 고문파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그와 동시에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넓혀 주변을 탐지했다.중년 남자는 대답 대신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나가! 안 그러면 우리 세 개 주성의 수장님이 돌아오시면 넌 반드시 죽을 거야!”그는 진도하와 은소혜가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자신이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그러나 평소 상고성에서 악명을 떨치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이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세 개 주성의 수장을 언급하며 그들을 위협하고 쫓아내려고 했다.이때 은소혜가 칼을 들고 중년 남자 옆으로 성큼 다가가며 말했다.“네가 말하는 ‘세 개 주성의 수장’이 고
그때 백발의 노인이 말했다.“길을 안내해드릴까요?”“좋습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고천혁을 제거한 이상 고문파의 나머지 사람들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들을 놓쳐서 도망가게 한다면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말했다.“어르신, 젊은 분 한 분만 보내주세요. 어르신께서 굳이 함께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백발의 노인은 진도하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철수야, 네가 발도 빠르고 민첩하니 진 대사님을 안내해드려라.”“알겠습니다!”철수는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와 신나게 말했다.“진 대사님, 저를 따라오시죠!”“가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철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철수 씨는 방향만 알려주면 돼요.”“알겠습니다!”철수는 곧장 대답했다.“이 길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됩니다!”철수가 방향을 알려주자 진도하는 환허보를 발휘해 고문파 본거지로 빠르게 향했다. 가는 동안 철수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언제든지 토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진도하의 눈에 들어왔다.그들도 진도하를 보자마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우린 이미 단전을 끊었는데 왜 또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그들은 진도하를 두려워하며 물었다.그러자 진도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약속은 꼭 지켜.”“그런데 왜...”그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진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철수에게 다시 방향을 물었다. 철수가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자 진도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단전이 파괴된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만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고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수련자들이 이제는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감
그 수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졌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설마 나를 직접 나서게 만들 생각이야?”고문파의 수련자들이 자진하여 단전을 끊고 있을 때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모두 풀어놓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거짓으로 단전을 끊는 척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지금 진도하 앞에 있는 이 수련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자신의 단전을 때리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기운을 모으지 않았고 피를 뱉는 척까지 했다. 그의 단전은 멀쩡했다.그 수련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더니 침을 몇 번 삼키며 눈을 감았다. 이어서 그는 제대로 자신의 단전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번엔 진짜로 선홍빛의 피가 튀어나왔다.그제야 진도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꺼져!”그 수련자는 단전이 파괴된 고통을 억지로 참고 비틀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곧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단전을 스스로 끊고 떠났다. 그제야 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었다.그는 뒤돌아 은소혜와 그녀 뒤에 있는 수련자들을 보며 물었다.“우리는 사상자가 있어?”“사상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몇 명 있어.”은소혜가 대답했다.조금 전 그들이 고문파의 수련자들과 싸울 때 은소혜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바로 달려갔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고 몇 명의 부상자만 나왔을 뿐이었다.“그래도 부상 당한 사람들은 이미 치료를 받았어. 지금 다들 몸 상태가 좀 허약할 뿐이지 큰 문제는 없어.”은소혜가 덧붙였다.그러자 진도하는 안도하며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이 약들은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수련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모두 한 알씩 가져가요.”이들은 진도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를 도왔기에 진도하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련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이 약을 내놓은 것이었다.진도하는 약병을 가장 가까이 있던 수련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수련자는 약을 하나 꺼낸 다음 옆 사람에게 다시 약병을 넘겼다.바로 그
진도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용음검을 뽑아들고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검 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가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압도했고 이에 모두가 침묵 속에 휩싸였다.‘어떻게 해야 하지?’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은소혜와 독고 청의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이 모두 다가와 고문파 수련자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숫자는 고문파보다 적었지만 그들의 전의와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로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했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간이 다 되면 진도하와 함께 일제히 달려들겠다는 것이다.“남은 시간은 50초.”진도하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렸다.고문파의 수련자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진도하의 검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내가 단전을 끊으면 정말로 날 살려줄 거야?”갑자기 누군가가 물었다.진도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대부경 1단계의 수련자였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스스로 단전을 끊는 자는 살려 보낼 거야.”“그 말 꼭 지켜.”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 뒤 손에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향해 내리쳤다.퍽.남자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단전의 파괴로 인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난 가도 되는 거지?”“가.”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로 단전을 끊은 자는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멀리 걸어갔다. 10미터쯤 걸어간 뒤 누구도 그를 쫓지 않자 그는 단전을 움켜쥐고 빠르게 거리 끝으로 도망쳤다.이 광경을 본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정말로 그 남자를 놓아주었다는 사실에 더욱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말했다.“남은 시간은 이제 30초.”이 말을 듣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당황했다.퍽.또 한 명의 수련자가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내리쳤다.“푸우...”그는 피를 뱉어내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진도하는
진도하의 영적 기운이 섞인 외침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은소혜와 다른 일행들, 그리고 고문파의 수련자들까지도 순간 멈칫하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가 어깨에 메고 있는 고천혁을 보자 은소혜 일행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도하가 또다시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를 처치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진도하는 대부경 7단계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였다.반면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당황스러워했다.“우리 문주님이 죽었어?”“어떻게 문주님이 저놈을 이기지 못할 수 있어?”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고천혁이 다른 수련자들과 겨루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고 고천혁이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 앞에서조차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었기 때문이다.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고천혁이 옥판을 꺼내 들면 그 즉시 상대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천혁이 실패했다니.그들은 마음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더 싸워야 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고천혁의 시체를 땅에 던지고 고문파 수련자들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고문파의 수련자들, 잘 들어라! 고천혁은 죽었어! 너희가 자진해서 단전을 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맞이할 건 죽음뿐이니까 각오해!”진도하의 말이 떨어지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그들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드러났다. 단전을 자진해서 끊어야 할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 갈등에 빠진 것이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우리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단전을 끊으면 결국 죽을 운명 아니야?”진도하는 그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음? 대부경 4단계군.”그 대부경 4단계의 남자는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외쳤다.“모두 속지 마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어쩌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몰라요! 단전을 끊는다는 건 우리 목숨을 칼 위에 올려놓는 거나 다름없어요. 저놈들이 우리를 살려줄지 죽일지는
쿵.거대한 굉음이 울렸지만 이번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고천혁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진도하 몸에 또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단 말이야?’그는 재빨리 진도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 순간 진도하가 크게 외쳤다.“아아아!”이 외침은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고 천지를 뒤흔들 듯했다. 고천혁은 그 외침에 영혼마저 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음 순간 한 줄기 빛이 진도하의 어깨뼈에서 튀어나왔다.퍽.그 빛줄기는 바로 고천혁의 가슴 앞에 닿았다.크게 놀란 고천혁은 생각했다.‘이건 또 뭐야?’그는 서둘러 옥판을 조종해 방어하려 했다.그리고 그제야 공격해 온 것이 뼈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바로 그 뼈 조각이 옥판과 충돌했다.쾅.두 물체가 부딪히며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했다.끼익.옥판은 깨졌고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주변으로 흩어졌다.“젠장!”고천혁은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옥판을 소유한 이후 그는 거의 무적이었는데 귀일경 이하에서는 그와 맞설 자가 없었다.옥판 덕분에 그는 상고성과 다른 두 주성의 문파를 멸망시키고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비장의 무기가 산산조각이 났다니?고천혁은 얼어붙은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어두운 눈빛 속에 갑작스럽게 빛이 스쳤다.‘뭐지?’뼈 조각은 옥판을 부순 후 고천혁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오지 마!”고천혁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속도는 뼈의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쉭.뼈 조각은 고천혁의 호신 영기에 부딪혔다.쾅.고천혁의 호신 영기는 산산조각이 났다.“뭐야?”고천혁의 눈이 커졌다.뼈 조각은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천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고천혁은 움직임을 멈췄고 얼굴에 당혹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축구공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3초간 서 있다가 결국 땅
고천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옥판을 던졌다.옥판은 빠르게 회전하며 진도하와 고천혁 사이에 자리 잡았다.하지만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가 있으니 이 목걸이는 귀일경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니 옥판의 힘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진도하가 가진 자신감이었다.진도하는 마음을 굳혔다. 만약 옥판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바로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를 꺼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옥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슝.옥판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검기와 영기가 진도하를 완전히 뒤덮었다.진도하는 반응할 틈도 없이 공격을 당했다.따다다다.그 빛줄기들이 빗방울처럼 진도하의 몸을 강타했고 그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천혁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옥판은 여전히 회전 중이었고 진도하의 호신 영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몸에는 상처가 끊임없이 늘어났다.진도하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죽음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진도하는 자신의 수명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피가 다 흘러나가기도 전에 그의 수명은 모두 사라질 듯했다.“아아아!”진도하는 크게 소리치며 억지로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았다.다시 한번 호신 영기를 형성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민했다.그러나 죽음의 기운에 압도당해 비취색 목걸이조차 꺼낼 수 없었다.이것이 옥판의 무서움인가? 고천혁이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건가?수많은 수련자들이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그 순간 호신 영기는 다시 산산조각이 났다.끝없이 쏟아지는 빛줄기들이 진도하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왔다.푹. 푹. 푹.진도하의 몸은 점점 더 많은 상처로 가득 찼고 그의 영기도 계속 소모되었다.결국 진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