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캐리가 대답했다. 이때 하영이 물었다.“아이들은?”“어제 오후에 변호사 찾느라 너무 바빠서 임수진더러 아이들 데리러 가라고 했어. 그리고 아침에는 내가 아이들을 등교시켰고.”“임수진에게 아이들을 부탁했다고?!” 하영은 목청을 높였다.“그럼 아이들 다치게 하는 일 안 했어?!”“아니!”캐리가 말했다.“내가 집에 돌아온 후, 곳곳을 검사해봤는데, 아이들 모두 멀쩡해. 세희는 임수진이 밀크티까지 사주었다고 했고.”하영은 마음은 점차 내려놓았다.“그래...”“너 너무 걱정하고 있는 거 아니야? 그 사람 아이들을 해칠 생각이 없을지도 몰라.”캐리가 말했다.“공장에 불을 짚인 거 보면, 임수진의 목적은 아마 회사일 거야. 그러나 만약 정말 그녀가 범인이라면, 사주한 사람은 또 누구일까?”“나도 몰라. 이 일 때문에 골치가 너무 아프네.”말을 마치자 하영은 갑자기 소정이 생각났다.“캐리, 나 먼저 끊을게. 소정한테 전화해서 물어보려고.”“아, 그래.”전화를 끊기 전, 하영은 한 마디 덧붙였다.“오늘 오후에 유준 씨가 아이들 데리러 올 거야. 넌 아이들을 그에게 맡기면 돼.”“내가 못 미더운 거야?” 캐리는 실망했다. “난 아이들을 내 친자식처럼 대했단 말이야!”“그런 거 아니야.”하영은 얼른 설명했다.“네가 회사일로 너무 힘드니까 아이들 때문에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캐리가 끙끙거리며 말했다. “이렇게 말하면 나도 화가 좀 풀리네!”“그래.” 하영은 웃으며 말했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그래, 가서 전화나 해.”전화를 끊은 후, 하영은 바로 소정에게 전화를 걸었다.한참이 지나서야 전화가 연결되었다.“네, 사장님.”“소 비서, 이제 돌아온 거야?”“네, 사장님.”소정이 말했다.“어제 오후에 임 비서를 잠깐 미행했습니다.”하영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래, 무슨 이상한 짓 하지 않았어?”소정은 잠시 생각했다.“네. 아이들 데리고 밀크티 마시러 갔는데, 이상한 일이 하나 있었습
세희는 놀라서 목을 움츠리더니 억울하게 고개를 숙였다.“잘... 잘못 부른 거야...”유준은 오히려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역시, 아이들은 모두 내가 바로 그들의 아버지라는 것을 알고 있어.’‘세준의 표정과 세희가 무의식적으로 한 말이 모두 이 사실을 설명하고 있고.’유준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세희가 그렇게 부르고 싶다면 그렇게 불러, 괜찮아.”세희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그녀는 대답할 엄두가 나지 않았고, 묵묵히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은 냉담하게 말했다.“가자! 얼른 차에 타!”차에 오르자, 시원은 고개를 돌려 세준과 세희에게 인사했다.“작은 도련님, 작은 아가씨.”세희는 시원을 아주 좋아해서 다정하게 그에게 인사를 했다.“시원 아저씨도 있었어요!”세준은 그저 담담하게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아저씨.”“오늘 작은 도련님과 작은 아가씨가 교복을 입으니 정말 보기 좋네요.”세희는 헤헤 웃으며 말했다.“지금 희민 오빠 데리러 가는 거예요?”시원은 뒤따라 들어온 유준을 바라보았다.“대표님, 지금 아크로빌로 갈까요?”“음, 희민이 데리러 가자.”“네.”20분 후, 그들은 아크로빌에 도착했다.차가 정원으로 들어서자마자, 그들은 캐리가 희민을 데리고 정원에서 차 마시고 있는 것을 보았다.선글라스를 낀 두 사람이 벤치에 누워 있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쾌적해 보였다.세희는 차창을 내리며 희민을 향해 소리쳤다.“희민 오빠, 이제 우리 난원으로 가자!”희민은 일어서서 선글라스를 벗더니 세희에게 말했다.“그래, 지금 바로 갈게.”말이 끝나자 그는 선글라스를 캐리에게 건네주었다.“아저씨, 나 이제 가야 해요.”“그래.”캐리도 일어나더니 희민의 손을 잡고 차 앞으로 걸어갔다.차 문을 연 후, 캐리는 허리를 굽혀 유준을 바라보았다.“아이들 잘 부탁할게요. 내가 요즘 좀 바빠서.”유준은 담담하게 그를 바라보았다.“그렇게 바쁜 것 같지 않은데.”“하!” 캐리는 거만하게 턱을 치켜세웠다.“이제부터 아주
캐리는 곰곰이 생각했다.“Give라고 한 것 같은데, 뜬금없이 왜 이걸 물어봐요?”‘바치다는 뜻이 있는 Give라...’유준은 멈칫했다.‘그러니까, 자신이 줄곧 바치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나와 사귀었을 때, 줄곧 자신의 감정을 바쳐서?’‘아니면, 모든 것을 바쳐 예전의 부모님을 먹여 살려서?’‘하영이 정말 G였다면, 왜 진작에 나에게 말하지 않았을까?’‘아니, 하영이 말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내가 물어본 적이 없었던 거야.’‘참 잘도 숨겼군. 자신의 이렇게 대단한 신분을 숨기며 조금도 드러내지 않았다니.’하영은 분명히 이 이름으로 자신의 회사를 더욱 크게 발전시킬 수 있었지만, 한사코 자신의 능력으로 천천히 나아가고 싶었다.‘도대체 얼마나 강한 건지? 정말 마음이 아플 정도로 강한 것 같군.’유준은 캐리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몸 돌려 차에 올랐다.캐리는 멍하니 그를 쳐다보았다.‘이 남자 대체 돼 그래??’난원으로 돌아간 후, 세 아이는 놀이방으로 들어가 놀기 시작했다.유준은 서재에 들어왔고, 잠시 생각을 하다 휴대전화를 꺼내 하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하영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유준 씨.”유준은 침을 삼키며 애써 말했다.“Give가 도대체 누구를 말하고 있는지 말해줘.”하영은 멈칫하다 입을 열었다.“누가 말해준 거예요?”“캐리가 오늘 실수로 널 언급했어. 그래서 내가 알아맞혔고, 그도 네가 G라는 것을 인정했어.”유준은 침착하게 말했다.‘캐리 이 자식은 정말 입이 너무 싸구나!’‘흥분해서 말실수를 한 게 분명해.’“그래서, 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유준이 몰아붙였다.“그걸 알아서 뭐하게요?” 하영이 되물었다.“그냥 간단한 영어 단어일 뿐, 생각나서 이름으로 쓴 거예요.”“내가 이런 졸렬한 핑계를 믿을 것 같아?”“그럼 도대체 뭘 알고 싶은 거예요?”유준은 얇은 입술을 오므렸다. 그는 사실 하영이 모든 것을 바친 그 사람이 자신인지 아닌지가 알고 싶었던 것이다.‘하영은 도대체 언
문을 여는 순간, 하영은 그제야 문밖에 서 있는 사람이 유준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다.염주강이었다.하영은 멍해졌다. “염 대표님? 이 시간에 여긴 어쩐 일이죠?”주강의 얼굴에는 담담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저녁에 접대가 있어서 강 사장에게 밥을 사주지 못했는데. 개의치 않는다면 같이 야식 먹으러 갈래요?”하영은 잠시 생각한 다음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그럼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주강은 잠옷을 입고 있는 하영을 바라보더니, 잘생긴 얼굴이 약간 빨개졌다.“미안해요, 밖에서 기다릴게요.”하영도 어색해서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닫았다.옷을 입을 때, 하영의 가슴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내가 어떻게 대표님의 목소리를 유준 씨로 착각한 거지?’‘유준 씨는 분명 오늘 아이들 데리고 난원으로 돌아간다고 했으니 또 어떻게 여기에 나타나겠어?’하영은 심호흡을 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다시 문을 열었다.주강은 줄곧 밖에서 조용하게 기다리고 있었다.하영이 나오자, 그는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가요.”“그래요.”호텔에서 나오자, 하영은 주강의 차에 올라탔고, 남자는 물었다.“평소에 뭐 좋아하죠?”“대표님이 결정하시면 돼요. 저는 음식을 가리지 않아서.”“F시에 왔으니 우리 이곳의 해산물과 바비큐 꼭 먹어 봐요.” 주강은 웃으며 소개했다.하영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대표님이 이런 음식을 좋아할 줄은 몰랐네요.”“나도 사람이라서,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것도 인지상정이죠.”하영은 담담하게 웃었다.“대표님은 다른 CEO와 많이 다른 것 같네요.”‘유준 씨처럼 말이야. 그 사람은 이런 음식을 입에 대려 하지 않았지. 더럽고 양념 냄새가 너무 심하다면서.’“개인 취향이 다르니까요.”“그러네요.”그러나 그들이 호텔을 떠나자마자, 유준이 도착했다.그는 성큼성큼 호텔로 들어가더니 바로 위층으로 올라가서 하영을 찾으려 했다.전에 하영은 이미 유준에게 호텔 이름과 방 번호를 말한 적이 있었다.문 앞에 도착한 후, 유준은 문을 두드
하영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세쌍둥이인데, 올해 벌써 다섯 살이에요.”주강은 흠칫 놀라더니 하영의 마른 몸매를 힐끗 훑어보았다.“강 사장이 세쌍둥이를 낳았는데도 몸 관리를 이렇게 잘할 수 있었다니, 정말 대단하군요.”“대표님 농담도 참.”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하영은 보리차를 한 모금 마셨다. “참, 대표님, 계약서는 이미 다 고쳤는데, 내일 오전에 시간 되시나요?”“그럼요.”주강이 말했다.“기사 시켜 아침 일찍 호텔로 가라고 할게요. 강 사장은 평소 언제쯤 일어나죠?”“저는 좀 일찍 일어나는 편이라서, 7시쯤이면 깰 거예요.”아이들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하영은 매일 아침 7시에 깨어나야 했다. 너무 피곤한 날이면 그녀는 가끔 좀 더 자곤 했다.“그래요, 그럼 기사더러 6시 30분에 호텔 앞에서 기다리라고 할게요.” 주강이 말했다.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대표님.”“이제 날 대표님이라 부르지 마요. 너무 남 같아서 그래요.”주강이 말했다.“우리는 협력 관계이기도 하지만 친구로 될 수도 있잖아요. 어떻게 생각해요?”하영은 입술을 오므리며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이를 본 염주강은 담담하게 웃었다.“이름 불러도 괜찮나요, 하영 씨?”하영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대표님이 어떻게 제 이름을 아신 거죠?”“협력하려면 나도 먼저 상대방의 상황을 똑똑히 조사해야 하거든요. 조심하고 신중해야 내 직원들의 건강과 회사를 책임지는 것이니 양해해 줬으면 하네요.”“그럼요. 옛말에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는 말이 있잖아요. 대표님... 어, 주강 오빠도 그런 걱정할 필요 없어요.”하영이 부른 호칭을 듣자, 주강은 별안간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깔끔하고 잘생긴 얼굴은 밝고 깨끗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하영은 얼굴이 더욱 빨개졌다.“이렇게 부르면 너무 실례겠죠? 난 대표님이 나보다 5살 위라서 이렇게 부른 건데...”설명할수록 하영은 더욱 어색해졌다.‘난 방금 대표님을 주강 오빠라고 부르면 안 됐는데.’주강은 웃으
세준은 미간을 찌푸린 채 세희의 곁에 앉아 있었고, 작은 손으로 세희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응, 오빠도 알아.” 세준이 말했다.“좀 이따 주사 맞으면 나아질 거야.”희민은 침대 머리맡의 따뜻한 물을 들고 왔다.“세희야, 물 좀 더 마실래?”세희는 고개를 저었다.“싫어, 안 마실래. 아, 토할 것 같아... 우웩...”말을 마치자마자 세희는 즉시 입을 막고 일어나더니 희민을 밀치고 화장실로 달려갔다.세준과 희민도 얼른 세희를 따라서 화장실로 달려갔다.세희가 얼굴이 하얗게 질릴 때까지 토하는 것을 보며, 희민은 어젯밤 세희가 무엇을 먹었는지에 대해 자세히 회상했다.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는 어젯밤 세희가 도대체 무엇을 잘못 먹었는지 몰랐다. 그와 세준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니까.곧 하녀가 시원을 데리고 들어왔다.시원은 화장실에 걸어갔는데, 세희가 샛노란 물을 많이 토한 것을 보고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그는 얼른 세희의 작은 등을 두드려 주었다.“작은 아가씨? 제가 병원에 데리고 갈게요.”세희는 울면서 고개를 들었다. “흑흑... 너무 괴로워, 너무 아파...”시원은 마음이 아팠다.“아저씨도 알아요. 그러니까 지금 바로 병원으로 데리고 갈게요.”시원은 휴지로 세희의 입을 닦아 준 후, 그녀를 안고 재빨리 방을 나섰다.그리고 하인의 곁을 지날 때, 시원은 분부했다.“김 비서더러 작은 도련님을 학교로 모시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그러고 나서 시원은 세희를 병원에 데려다주었다.병원에 도착하자, 의사는 바로 세희의 체온을 측정했는데, 이미 고열의 상태였다.“38.8도네요. 어젯밤에 추위라도 탔나요?”시원은 어젯밤 세희가 이불을 잘 덮었는지 전혀 몰랐기에 그저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그건 잘 모르겠어요.”의사는 시원을 노려보았다.“아빠가 되는 사람이 대체 아이를 어떻게 돌본 거예요?”그는 세희를 바라보며 이마에 식은땀이 났다.시원은 확실히 세희를 아주 귀여워했지만, 어떻게 감히 대표님의
경호원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양다인의 몸을 흔들며 그녀를 깨웠다.몇 번 흔들었지만 여자가 여전히 깨어나지 않자, 집사는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때려서라도 깨워!”경호원은 손을 들어 양다인의 얼굴에 뺨을 내리쳤다.옆에 있던 환자들은 이를 보고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중 한 사람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앞으로 가서 그들을 말렸다.“왜 환자를 이렇게 대하는 거예요? 이 아가씨도 많이 불쌍해 보이는데.”집사는 가볍게 웃더니 옆에 있는 환자 가족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는 단지 범죄자를 깨우고 있을 뿐이에요.”그 환자 가족은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려 양다인을 바라보았고,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더니 돌아서서 더 이상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않았다.양다인은 처음에 깨어나지 못했는데, 두 번째 뺨을 맞자 바로 깨어났다.그녀는 온몸을 벌벌 떨며 눈을 떴다. 그리고 집사를 보았을 때, 갑자기 눈을 크게 뜨더니 놀라서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뭐 하려는 거예요?!”집사는 그 두 명의 경호원을 바라보더니 그들더러 커튼을 내리라고 눈짓했다.경호원은 그의 말대로 했다.멀지 않은 곳에서, 이를 본 시원은 세희를 안고 조심스럽게 다가갔다.다른 환자들은 의아함에 그를 쳐다보았지만 시원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커튼 안에서 집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가씨, 설마 이대로 얻어맞아 죽고 싶은 건 아니겠죠?”양다인은 머리의 통증을 참으며 이를 갈았다.“당신들 악마야!! 악마라고!!”집사는 피식 웃었다.“아가씨는 계속 개 노릇을 하고 싶은 가봐요.”“도대체 어떻게 해야 그만둘 건데요?!”“어르신의 조건을 승낙하기만 한다면, 자연히 어르신의 보호를 받아 조용한 나날을 보낼 수 있겠죠.”양다인은 집사를 매섭게 노려보았다.‘그래, 나도 더 이상 정주원에게 이렇게 학대당하고 싶지 않아!’‘난 정유준과 소예준의 힘을 빌려 살아남아야 해!’양다인은 분노를 억지로 참았다.“좋아요, 약속할게요! 그럼 당신들도 더 이상 약속 어기지 마요! 주원 씨더러 더 이상 날
유준은 하영을 대신해서 뭐라도 분담하려고 했는데 뜻밖에 일을 그르쳤다.‘이제 하영에게 어떻게 설명하지?’병상에 누운 세희는 깊이 잠들고 있었는데 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꼬마야, 정신 좀 차려봐.” 가벼운 목소리가 세희의 귀에 들어왔다.세희는 눈을 굴렸지만 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었다.‘누구지?’‘누가 내 귓가에 대고 말하고 있는 거지?’“너 왜 안 깨어나는 거야? 그러면 재미없는데.” 여자가 계속 말했다.‘뭐가 재미없단 거야?!’‘내가 뭘 어쨌다고?!’세희는 화가 나서 눈을 뜨려고 애를 썼다.그렇게 눈을 뜨자마자 세희는 침대 옆에 앉아 자신을 지키고 있는 유준을 보았다.그리고 유준의 뒤에는 환자복을 입은 한 여자가 긴 머리를 늘어뜨린 채, 세희를 향해 기괴하게 웃고 있었다.이 여자는 아주 예뻤지만 너무 말랐다. 그리고 눈빛도 꽤 무서웠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유준은 즉시 부드럽게 물었다.“세희야? 어디 아픈데 없어?”유준의 말이 떨어지자, 여자는 고개를 돌려 유준을 쳐다본 다음 다시 세희를 바라보았다.“이 남자가 네 아빠야? 정말 잘생겼네.”“뭐 하려고요??” 세희는 낯선 여자가 자신의 아빠를 말하자 많이 불쾌해졌다. “그게 아줌마랑 무슨 상관인데요! 정말 시끄러워요!”여자는 가볍게 웃더니 유준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리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랐다.그러나 유준은 어리둥절해진 채 세희를 바라보았다.“세희야? 그게 무슨 말이야?”세희는 정신을 차리더니 유준에게 말했다.“방금 아저씨한테 한 말 아니에요. 난 이 사람과 말하고 있었어요.”말하면서 세희는 손을 들어 유준의 뒤쪽을 가리켰다.유준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몸을 돌려 사방을 둘러보았는데, 그의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그는 걱정을 금치 못하며 고개를 돌렸다.‘열 때문에 아이가 지금 막말을 하고 있는 건가??’그는 떠보며 물었다.“그럼 내 뒤에 있는 그 사람, 남자야 여자야?”“여자예요.” 세희는 침을 삼키며 말했다. “아주 예쁜데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