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준은 미간을 찌푸린 채 세희의 곁에 앉아 있었고, 작은 손으로 세희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응, 오빠도 알아.” 세준이 말했다.“좀 이따 주사 맞으면 나아질 거야.”희민은 침대 머리맡의 따뜻한 물을 들고 왔다.“세희야, 물 좀 더 마실래?”세희는 고개를 저었다.“싫어, 안 마실래. 아, 토할 것 같아... 우웩...”말을 마치자마자 세희는 즉시 입을 막고 일어나더니 희민을 밀치고 화장실로 달려갔다.세준과 희민도 얼른 세희를 따라서 화장실로 달려갔다.세희가 얼굴이 하얗게 질릴 때까지 토하는 것을 보며, 희민은 어젯밤 세희가 무엇을 먹었는지에 대해 자세히 회상했다.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는 어젯밤 세희가 도대체 무엇을 잘못 먹었는지 몰랐다. 그와 세준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니까.곧 하녀가 시원을 데리고 들어왔다.시원은 화장실에 걸어갔는데, 세희가 샛노란 물을 많이 토한 것을 보고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그는 얼른 세희의 작은 등을 두드려 주었다.“작은 아가씨? 제가 병원에 데리고 갈게요.”세희는 울면서 고개를 들었다. “흑흑... 너무 괴로워, 너무 아파...”시원은 마음이 아팠다.“아저씨도 알아요. 그러니까 지금 바로 병원으로 데리고 갈게요.”시원은 휴지로 세희의 입을 닦아 준 후, 그녀를 안고 재빨리 방을 나섰다.그리고 하인의 곁을 지날 때, 시원은 분부했다.“김 비서더러 작은 도련님을 학교로 모시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그러고 나서 시원은 세희를 병원에 데려다주었다.병원에 도착하자, 의사는 바로 세희의 체온을 측정했는데, 이미 고열의 상태였다.“38.8도네요. 어젯밤에 추위라도 탔나요?”시원은 어젯밤 세희가 이불을 잘 덮었는지 전혀 몰랐기에 그저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그건 잘 모르겠어요.”의사는 시원을 노려보았다.“아빠가 되는 사람이 대체 아이를 어떻게 돌본 거예요?”그는 세희를 바라보며 이마에 식은땀이 났다.시원은 확실히 세희를 아주 귀여워했지만, 어떻게 감히 대표님의
경호원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양다인의 몸을 흔들며 그녀를 깨웠다.몇 번 흔들었지만 여자가 여전히 깨어나지 않자, 집사는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때려서라도 깨워!”경호원은 손을 들어 양다인의 얼굴에 뺨을 내리쳤다.옆에 있던 환자들은 이를 보고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중 한 사람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앞으로 가서 그들을 말렸다.“왜 환자를 이렇게 대하는 거예요? 이 아가씨도 많이 불쌍해 보이는데.”집사는 가볍게 웃더니 옆에 있는 환자 가족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는 단지 범죄자를 깨우고 있을 뿐이에요.”그 환자 가족은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려 양다인을 바라보았고,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더니 돌아서서 더 이상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않았다.양다인은 처음에 깨어나지 못했는데, 두 번째 뺨을 맞자 바로 깨어났다.그녀는 온몸을 벌벌 떨며 눈을 떴다. 그리고 집사를 보았을 때, 갑자기 눈을 크게 뜨더니 놀라서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뭐 하려는 거예요?!”집사는 그 두 명의 경호원을 바라보더니 그들더러 커튼을 내리라고 눈짓했다.경호원은 그의 말대로 했다.멀지 않은 곳에서, 이를 본 시원은 세희를 안고 조심스럽게 다가갔다.다른 환자들은 의아함에 그를 쳐다보았지만 시원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커튼 안에서 집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가씨, 설마 이대로 얻어맞아 죽고 싶은 건 아니겠죠?”양다인은 머리의 통증을 참으며 이를 갈았다.“당신들 악마야!! 악마라고!!”집사는 피식 웃었다.“아가씨는 계속 개 노릇을 하고 싶은 가봐요.”“도대체 어떻게 해야 그만둘 건데요?!”“어르신의 조건을 승낙하기만 한다면, 자연히 어르신의 보호를 받아 조용한 나날을 보낼 수 있겠죠.”양다인은 집사를 매섭게 노려보았다.‘그래, 나도 더 이상 정주원에게 이렇게 학대당하고 싶지 않아!’‘난 정유준과 소예준의 힘을 빌려 살아남아야 해!’양다인은 분노를 억지로 참았다.“좋아요, 약속할게요! 그럼 당신들도 더 이상 약속 어기지 마요! 주원 씨더러 더 이상 날
유준은 하영을 대신해서 뭐라도 분담하려고 했는데 뜻밖에 일을 그르쳤다.‘이제 하영에게 어떻게 설명하지?’병상에 누운 세희는 깊이 잠들고 있었는데 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꼬마야, 정신 좀 차려봐.” 가벼운 목소리가 세희의 귀에 들어왔다.세희는 눈을 굴렸지만 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었다.‘누구지?’‘누가 내 귓가에 대고 말하고 있는 거지?’“너 왜 안 깨어나는 거야? 그러면 재미없는데.” 여자가 계속 말했다.‘뭐가 재미없단 거야?!’‘내가 뭘 어쨌다고?!’세희는 화가 나서 눈을 뜨려고 애를 썼다.그렇게 눈을 뜨자마자 세희는 침대 옆에 앉아 자신을 지키고 있는 유준을 보았다.그리고 유준의 뒤에는 환자복을 입은 한 여자가 긴 머리를 늘어뜨린 채, 세희를 향해 기괴하게 웃고 있었다.이 여자는 아주 예뻤지만 너무 말랐다. 그리고 눈빛도 꽤 무서웠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유준은 즉시 부드럽게 물었다.“세희야? 어디 아픈데 없어?”유준의 말이 떨어지자, 여자는 고개를 돌려 유준을 쳐다본 다음 다시 세희를 바라보았다.“이 남자가 네 아빠야? 정말 잘생겼네.”“뭐 하려고요??” 세희는 낯선 여자가 자신의 아빠를 말하자 많이 불쾌해졌다. “그게 아줌마랑 무슨 상관인데요! 정말 시끄러워요!”여자는 가볍게 웃더니 유준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리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랐다.그러나 유준은 어리둥절해진 채 세희를 바라보았다.“세희야? 그게 무슨 말이야?”세희는 정신을 차리더니 유준에게 말했다.“방금 아저씨한테 한 말 아니에요. 난 이 사람과 말하고 있었어요.”말하면서 세희는 손을 들어 유준의 뒤쪽을 가리켰다.유준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몸을 돌려 사방을 둘러보았는데, 그의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그는 걱정을 금치 못하며 고개를 돌렸다.‘열 때문에 아이가 지금 막말을 하고 있는 건가??’그는 떠보며 물었다.“그럼 내 뒤에 있는 그 사람, 남자야 여자야?”“여자예요.” 세희는 침을 삼키며 말했다. “아주 예쁜데
일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의사는 유준에게 말했다.“대표님, 아니면... 작은 아가씨에게 정신과 의사라도 찾아올까요?”“난 아무런 병도 없어요!” 세희는 씩씩거리며 말했다.“왜 아무도 날 믿어주지 않는 거냐고요!”유준은 다가가서 세희를 위로했다.“세희야, 그냥 의사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것뿐이니까 괜찮아.”세희는 억울해서 입술을 삐쭉 내밀었고 눈시울을 붉혔다.“왜 날 믿지 않는 거예요? 엄마와 캐리 아저씨는 날 믿었는데...”유준은 소리 없이 탄식했는데, 화가 난 딸의 모습을 보며 한동안 어찌할 바를 몰랐다.하지만 그들은 정신과 의사를 꼭 만나야 했다.의사가 떠난 후, 유준은 세희를 잠시 위로한 후에야 병실에서 나와 시원더러 정신과 의사를 찾으라고 분부했다. 그리고 세희의 상황을 설명했다.30분 후, 시원이 전화를 했다.“대표님, 이미 최고의 정신과 의사와 연락이 닿았는데, 저녁이 되어서야 김제에 도착할 수 있다고 합니다.”유준은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했다.“대략 몇 시에 도착할 수 있지?”“7시 좌우라고 했습니다. 이미 의사더러 직접 난원으로 찾아가라고 알려주었는데, 대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도 이미 설명을 마쳤습니다.”“음, 알겠어.”세희는 오후까지 열이 반복됐지만 더 이상 헛소리를 하지 않았다.유준은 의사가 처방한 약을 들고 세희를 안고 난원으로 돌아갔다.가는 길에 세희는 화가 나서 일부러 유준을 보려 하지 않았다.유준은 어쩔 수 없단 듯이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아직도 삐진 거야?”세희는 씩씩거리며 말했다.“아니요, 세희를 믿지 않는 것도 정상이지만, 세희는 자신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유준은 잠시 침묵했다.“내가 널 믿지 않는 게 아니라, 이 일이 너무 말이 안 돼서 그래.”“나도 자세히 설명할 수 없어요.”세희는 고개를 돌려 유준을 바라보았다.“왜 그 예쁜 아줌마가 다리 대신 하늘에 떠다니고 있는지도 이해할 수 없고요.”‘또 이 얘기야.’유준은 그저 피곤함을
“어... 놀이방이요! 세희 레고 놀고 싶어요.”“그럼 내가 안아줄게, 괜찮니?”세희는 유준을 두드리더니 자신을 내려놓으라고 표시했다.유준은 세희를 땅에 내려놓았고, 세희는 의사에게 말했다.“가요!”의사는 웃으며 세희의 손을 잡았다.“그래.”놀이방에서 세희는 자신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열정적으로 소개했고, 의사도 그녀의 설명을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세희가 말을 마치자, 의사는 물었다.“이름이 세희라고?”“맞아요!” 세희는 두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강세희라고 해요.”의사는 세희의 작은 손을 잡으며 말했다.“세희는 손이 너무 하얗네. 그림 그릴 줄 아니?”“네!” 세희는 재빨리 대답했다.“이모는 무슨 그림 원해요?”말하면서 세희는 일어나서 화판을 가지러 갔다.“음... 어디 보자. 세희는 요 며칠 재미있는 일 없었어?”“있어요!” 세희는 펜을 들더니 설명하면서 그렸다.“나 오늘 엄청 예쁜 아줌마 봤어요! 그런데 이 예쁜 아줌마는 좀 이상했어요.”의사는 미소가 점차 사라지더니 세희의 얼굴을 쳐다보며 계속 물었다.“그래? 어디가 이상하지?”세희는 갑자기 멈추었고, 고개를 돌려 의사를 바라보았다.“아니다, 이모 아직 자기소개 하지 않았잖아요.”의사는 웃으며 말했다.“미안, 세희야, 내가 깜박했네. 내 이름은 소피아야.”“소피아요?!” 세희는 깜짝 놀랐다. “소피아라는 공주도 있잖아요!”“그래.” 소피아가 말했다. “내 딸도 그 소피아 공주를 아주 좋아하거든.”세희는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네, 그럼 나도 계속 말할게요. 그 아줌마는 정말 예뻤는데, 엄청 큰 눈을 가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웃을 때 좀 섬뜩했어요. 머리카락은 검고 길었는데, 환자복을 입고 있었고, 게다가 걸을 때 우리처럼 발로 걷는 게 아니라 하늘에 떠다녔고요.”세희는 그림을 빨리 그렸지만 또 아주 정확하게 자신이 말한 것을 그려낼 수 있었다.소피아는 세희의 재능에 놀랐다.“그림을 배운 적이 있는 거야?”“아니요.” 세
소피아는 영문 모른 채 소름이 돋기 시작했고, 갑자기 주위의 온도가 차가워진 것 같았다.이런 비정상적인 기운은 그녀의 몸 속으로 파고들었고, 소피아는 뼈에 사무치는 추위를 느꼈다.‘이 방에 분명히 난방이 켜져 있는데!’소피아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사방을 둘러보더니 얼른 종이를 세희에게 건네주었다.“세희야, 너 지금 바로 이 예쁜 아줌마를 그릴 순 없을까?”세희는 종이를 한참 쳐다보더니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그런데 난 이미 화판에 그렸잖아요?”“이모는 지금 그 아줌마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그래, 응?” 소피아가 말했다.세희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불쾌하게 종이를 받아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정말 귀찮아...”“고마워, 세희야.”세희는 아무도 없는 앞을 바라보며 말했다. “함부로 움직이지 마요! 이모가 아줌마를 그리라고 해서요! 포즈 같은 거 취할래요??”이때, 세희 앞에 떠 있는 여자가 말했다,“꼬마야, 너 요구가 좀 많은 것 같아.”“꼬마가 아니라고요!” 세희가 바로잡았다.“난 세희라고 해요!”“흥.” 여자는 흥얼거리더니 창턱에 앉았다. “그려 봐. 어차피 네가 그려내도 믿어주는 사람 없을 테니까.”세희는 기분이 나빴고 그녀를 힐끗 보았다.“말이 왜 그렇게 많아요!!”세희가 펜으로 그림을 그리며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에 소피아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다.10여 분의 시간 동안, 세희는 연속 3장의 그림을 그려 소피아에게 보여주었다.그림을 자세히 본 후, 소피아는 충격을 받았다.이 세 장 그림 속의 여자는 뜻밖에도 똑같이 생겼던 것이다!!소피아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 얼른 세희를 안았다.“세희야, 우리 아래층으로 내려갈까?”세희는 어리둥절해졌다.“아, 그럼 이 아줌마는...”“세희야.” 소피아는 억지웃음을 지었다.“그 아줌마는 여기서 혼자 놀면 돼.”그들이 나가자, 그 여자도 창턱에서 내려왔다.‘이 아이의 체질이 너무 탐나는군!’다만 세희의 목에 있는 물
소피아는 지금 하마터면 세희가 귀신을 봤다고 말할 뻔했다.유준은 잘생긴 얼굴이 굳어진 채 다시 한번 손에 든 그림을 바라보았다.‘병신들!’‘아이 하나조차 고치지 못하다니!’유준은 마음속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 손에 든 그림을 구긴 다음 거실로 성큼성큼 걸어갔다.뒷문으로 들어서자마자 세희의 목소리가 유준의 귀에 들어왔다.“향?” 세희가 궁금해하며 물었다. “향이 뭐예요? 나 촛불은 아는데.”이어 세희는 계속 말했다.“아, 알아요, 나 그거 알아요. 그런데 그걸 어떻게 먹으려고요?”“아줌마가 말하는 거, 세희 정말 몰라요. 하지만 오빠에게 돈 달라고 해서 사줄 순 있어요.”“묘지요?! 싫어요, 난 그런 무서운 곳에 가고 싶지 않단 말이에요!”세희의 말을 듣자, 유준은 더 이상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그는 소파에 엎드려 혼잣말을 하는 세희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고, 마음속의 좋지 않은 예감이 점점 강해졌다. 그리고 머릿속에는 끊임없이 소피아의 말이 메아리쳤다.잠시 멈춘 후, 유준은 어두운 표정으로 세희를 향해 걸어갔다.유준이 오는 것을 보고, 세희 옆에 있던 여자 귀신은 또다시 멀리 날아갔다.세희는 그녀를 바라보더니 또 유준을 바라보았다.“아줌마 놀라게 했잖아요! 엄청 멀리 날아갔어요...”유준은 곧바로 세희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그는 주먹을 꽉 쥐며 물었다.“세희야, 나한테 솔직하게 말해봐. 그 여자 도대체 누구야??”세희는 망연히 그를 바라보았다.“그 아줌마는 자신이 미애라고 말했어요.”유준은 이를 악물었다.“어떻게 생겼지?”“엄청 하얘요!”세희는 재빨리 대답했다.“백지장처럼요!”“그럼 지금 무엇을 원하고 있는 거야?”“향이요! 촛불도요! 지금 배가 무척 고프대요!”세희는 말을 마치자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난 듯, 작은 손으로 목에 낀 부적을 꺼내며 계속 말했다.“아줌마는 이게 무서워서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지 못한다고 말했어요.”부적을 보자, 유준의 머릿속에는 무덤을 관리인이
“그리고, 외국인인 나도 무당이나 귀신을 믿는데, 당신은 한국 사람이면서 어떻게 믿지 않을 수가 있어요? 당신 설마 풍수사를 찾아 집터나 명당을 본 적이 없는 거예요? 찾아봤으면 알 거 아니에요! 나도 자세히 설명할 수 없으니까 얼른 세희 데리고 무덤 관리인을 찾아가면 되잖아요! 정 그러고 싶지 않다면, 내가 지금 바로 세희 데리고 갈게요. 하지만 경고하는데, 만약 나를 막다 세희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당신 정말 후회할 거예요!!”아이의 일에 있어 유준은 감히 큰소리를 치지 못했다.‘세희가 계속 이렇게 열이 난다면, 그 결과는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거야.’딸을 위해 유준은 자신의 자존심을 내려놓고 타협하려 했다.그는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아니, 내가 세희 데리고 갈게. 그러나 만약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앞으로 난 절대로 당신들이 세희를 그런 곳에 데리고 가지 못하게 할 거야!”“그래요!”캐리는 단호하게 대답했다.유준은 전화를 끊고 시원을 불러 얼른 세희를 데리고 묘지로 달려갔다.가는 길에 세희는 또다시 열이 나기 시작했다.그렇게 아이는 묘지에 도착할 때까지 유준의 품에 안겨 정신없이 잤다.유준은 차문을 열어 세희를 안고 내리자마자, 까만 그림자가 묘지 입구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노지철은 두 손을 뒤로 한 채 등을 구부리며 유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는 마치 유준이 오늘 찾아올 것이라고 예상한 듯 무척 담담했다.유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노지철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열이 나는 건가?” 노지철은 세희를 보더니 유준에게 물었다.유준은 멈칫했다. ‘얼핏 보았을 뿐인데, 바로 이상함을 알아차렸다니?’“오늘 계속 열이 반복했어요.”유준이 설명했다.눈앞의 이 신비한 노인에 대해, 유준은 여전히 의심을 품고 있었다.노지철은 몸을 돌려 어둠에 휩싸인 오두막집으로 걸어가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따라와.”유준은 세희를 안고 시원과 함께 걸어갔다.문을 열자, 짙은 향초 냄새가 확 풍겨왔다.유준은 방을 한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