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놀이방이요! 세희 레고 놀고 싶어요.”“그럼 내가 안아줄게, 괜찮니?”세희는 유준을 두드리더니 자신을 내려놓으라고 표시했다.유준은 세희를 땅에 내려놓았고, 세희는 의사에게 말했다.“가요!”의사는 웃으며 세희의 손을 잡았다.“그래.”놀이방에서 세희는 자신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열정적으로 소개했고, 의사도 그녀의 설명을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세희가 말을 마치자, 의사는 물었다.“이름이 세희라고?”“맞아요!” 세희는 두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강세희라고 해요.”의사는 세희의 작은 손을 잡으며 말했다.“세희는 손이 너무 하얗네. 그림 그릴 줄 아니?”“네!” 세희는 재빨리 대답했다.“이모는 무슨 그림 원해요?”말하면서 세희는 일어나서 화판을 가지러 갔다.“음... 어디 보자. 세희는 요 며칠 재미있는 일 없었어?”“있어요!” 세희는 펜을 들더니 설명하면서 그렸다.“나 오늘 엄청 예쁜 아줌마 봤어요! 그런데 이 예쁜 아줌마는 좀 이상했어요.”의사는 미소가 점차 사라지더니 세희의 얼굴을 쳐다보며 계속 물었다.“그래? 어디가 이상하지?”세희는 갑자기 멈추었고, 고개를 돌려 의사를 바라보았다.“아니다, 이모 아직 자기소개 하지 않았잖아요.”의사는 웃으며 말했다.“미안, 세희야, 내가 깜박했네. 내 이름은 소피아야.”“소피아요?!” 세희는 깜짝 놀랐다. “소피아라는 공주도 있잖아요!”“그래.” 소피아가 말했다. “내 딸도 그 소피아 공주를 아주 좋아하거든.”세희는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네, 그럼 나도 계속 말할게요. 그 아줌마는 정말 예뻤는데, 엄청 큰 눈을 가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웃을 때 좀 섬뜩했어요. 머리카락은 검고 길었는데, 환자복을 입고 있었고, 게다가 걸을 때 우리처럼 발로 걷는 게 아니라 하늘에 떠다녔고요.”세희는 그림을 빨리 그렸지만 또 아주 정확하게 자신이 말한 것을 그려낼 수 있었다.소피아는 세희의 재능에 놀랐다.“그림을 배운 적이 있는 거야?”“아니요.” 세
소피아는 영문 모른 채 소름이 돋기 시작했고, 갑자기 주위의 온도가 차가워진 것 같았다.이런 비정상적인 기운은 그녀의 몸 속으로 파고들었고, 소피아는 뼈에 사무치는 추위를 느꼈다.‘이 방에 분명히 난방이 켜져 있는데!’소피아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사방을 둘러보더니 얼른 종이를 세희에게 건네주었다.“세희야, 너 지금 바로 이 예쁜 아줌마를 그릴 순 없을까?”세희는 종이를 한참 쳐다보더니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그런데 난 이미 화판에 그렸잖아요?”“이모는 지금 그 아줌마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그래, 응?” 소피아가 말했다.세희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불쾌하게 종이를 받아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정말 귀찮아...”“고마워, 세희야.”세희는 아무도 없는 앞을 바라보며 말했다. “함부로 움직이지 마요! 이모가 아줌마를 그리라고 해서요! 포즈 같은 거 취할래요??”이때, 세희 앞에 떠 있는 여자가 말했다,“꼬마야, 너 요구가 좀 많은 것 같아.”“꼬마가 아니라고요!” 세희가 바로잡았다.“난 세희라고 해요!”“흥.” 여자는 흥얼거리더니 창턱에 앉았다. “그려 봐. 어차피 네가 그려내도 믿어주는 사람 없을 테니까.”세희는 기분이 나빴고 그녀를 힐끗 보았다.“말이 왜 그렇게 많아요!!”세희가 펜으로 그림을 그리며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에 소피아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다.10여 분의 시간 동안, 세희는 연속 3장의 그림을 그려 소피아에게 보여주었다.그림을 자세히 본 후, 소피아는 충격을 받았다.이 세 장 그림 속의 여자는 뜻밖에도 똑같이 생겼던 것이다!!소피아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 얼른 세희를 안았다.“세희야, 우리 아래층으로 내려갈까?”세희는 어리둥절해졌다.“아, 그럼 이 아줌마는...”“세희야.” 소피아는 억지웃음을 지었다.“그 아줌마는 여기서 혼자 놀면 돼.”그들이 나가자, 그 여자도 창턱에서 내려왔다.‘이 아이의 체질이 너무 탐나는군!’다만 세희의 목에 있는 물
소피아는 지금 하마터면 세희가 귀신을 봤다고 말할 뻔했다.유준은 잘생긴 얼굴이 굳어진 채 다시 한번 손에 든 그림을 바라보았다.‘병신들!’‘아이 하나조차 고치지 못하다니!’유준은 마음속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 손에 든 그림을 구긴 다음 거실로 성큼성큼 걸어갔다.뒷문으로 들어서자마자 세희의 목소리가 유준의 귀에 들어왔다.“향?” 세희가 궁금해하며 물었다. “향이 뭐예요? 나 촛불은 아는데.”이어 세희는 계속 말했다.“아, 알아요, 나 그거 알아요. 그런데 그걸 어떻게 먹으려고요?”“아줌마가 말하는 거, 세희 정말 몰라요. 하지만 오빠에게 돈 달라고 해서 사줄 순 있어요.”“묘지요?! 싫어요, 난 그런 무서운 곳에 가고 싶지 않단 말이에요!”세희의 말을 듣자, 유준은 더 이상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그는 소파에 엎드려 혼잣말을 하는 세희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고, 마음속의 좋지 않은 예감이 점점 강해졌다. 그리고 머릿속에는 끊임없이 소피아의 말이 메아리쳤다.잠시 멈춘 후, 유준은 어두운 표정으로 세희를 향해 걸어갔다.유준이 오는 것을 보고, 세희 옆에 있던 여자 귀신은 또다시 멀리 날아갔다.세희는 그녀를 바라보더니 또 유준을 바라보았다.“아줌마 놀라게 했잖아요! 엄청 멀리 날아갔어요...”유준은 곧바로 세희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그는 주먹을 꽉 쥐며 물었다.“세희야, 나한테 솔직하게 말해봐. 그 여자 도대체 누구야??”세희는 망연히 그를 바라보았다.“그 아줌마는 자신이 미애라고 말했어요.”유준은 이를 악물었다.“어떻게 생겼지?”“엄청 하얘요!”세희는 재빨리 대답했다.“백지장처럼요!”“그럼 지금 무엇을 원하고 있는 거야?”“향이요! 촛불도요! 지금 배가 무척 고프대요!”세희는 말을 마치자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난 듯, 작은 손으로 목에 낀 부적을 꺼내며 계속 말했다.“아줌마는 이게 무서워서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지 못한다고 말했어요.”부적을 보자, 유준의 머릿속에는 무덤을 관리인이
“그리고, 외국인인 나도 무당이나 귀신을 믿는데, 당신은 한국 사람이면서 어떻게 믿지 않을 수가 있어요? 당신 설마 풍수사를 찾아 집터나 명당을 본 적이 없는 거예요? 찾아봤으면 알 거 아니에요! 나도 자세히 설명할 수 없으니까 얼른 세희 데리고 무덤 관리인을 찾아가면 되잖아요! 정 그러고 싶지 않다면, 내가 지금 바로 세희 데리고 갈게요. 하지만 경고하는데, 만약 나를 막다 세희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당신 정말 후회할 거예요!!”아이의 일에 있어 유준은 감히 큰소리를 치지 못했다.‘세희가 계속 이렇게 열이 난다면, 그 결과는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거야.’딸을 위해 유준은 자신의 자존심을 내려놓고 타협하려 했다.그는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아니, 내가 세희 데리고 갈게. 그러나 만약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앞으로 난 절대로 당신들이 세희를 그런 곳에 데리고 가지 못하게 할 거야!”“그래요!”캐리는 단호하게 대답했다.유준은 전화를 끊고 시원을 불러 얼른 세희를 데리고 묘지로 달려갔다.가는 길에 세희는 또다시 열이 나기 시작했다.그렇게 아이는 묘지에 도착할 때까지 유준의 품에 안겨 정신없이 잤다.유준은 차문을 열어 세희를 안고 내리자마자, 까만 그림자가 묘지 입구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노지철은 두 손을 뒤로 한 채 등을 구부리며 유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는 마치 유준이 오늘 찾아올 것이라고 예상한 듯 무척 담담했다.유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노지철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열이 나는 건가?” 노지철은 세희를 보더니 유준에게 물었다.유준은 멈칫했다. ‘얼핏 보았을 뿐인데, 바로 이상함을 알아차렸다니?’“오늘 계속 열이 반복했어요.”유준이 설명했다.눈앞의 이 신비한 노인에 대해, 유준은 여전히 의심을 품고 있었다.노지철은 몸을 돌려 어둠에 휩싸인 오두막집으로 걸어가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따라와.”유준은 세희를 안고 시원과 함께 걸어갔다.문을 열자, 짙은 향초 냄새가 확 풍겨왔다.유준은 방을 한 번
말이 떨어지자마자, 방안에서 갑자기 음산한 기운이 일었다.시원은 참지 못하고 팔을 비비기 시작했다.‘문이 열려 있어서 그런가?’‘갑자기 왜 이렇게 춥지??’노지철은 갑자기 눈빛이 날카로워지더니 즉시 문 앞을 바라보았고, 세희도 따라서 고개를 돌려 문밖을 바라보았다.환자복을 입은 여자는 바로 문 앞에 서 있었는데, 노지철의 허락 없이 감히 들어오지 못했다.이때 노지철이 말했다. “들어와.”여자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유준과 시원의 사이에서 날아들어왔다.세희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어떻게 이렇게 빨리 왔어요? 비행기 타고 왔어요??”“꼬마야, 질문이 왜 그리 많아.”노지철은 안색이 어두워졌다.“말조심해!”여자는 얼른 입을 다물더니 더 이상 함부로 말하지 않았다.노지철은 세희를 쳐다보았다.“세희야, 이제 그녀에게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봐.”세희는 바로 입을 뗐고, 앳된 목소리에는 엄숙함이 배어 있었다.“연혼, 이루지 못한 소원이 있으면 말해봐요. 난 최선을 다해 도와줄 순 있지만, 아줌마가 계속 내 주위에 머물게 할 순 없어요.”‘연혼??’시원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목소리를 낮추어 유준에게 물었다.“대표님, 연혼이 뭡니까?”유준의 안색은 매우 흉했는데, 그도 연혼이 무엇인지 몰랐다.“내가 말했잖아, 향과 초만 있으면 된다고. 그런데 지금 다시 이렇게 물어본 이상, 옷을 좀 마련해줄 수 없어? 난 죽을 때 옆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환자복을 입을 수밖에 없었거든.”“좋아요.”세희는 앳된 목소리로 대답했다.“이 소원은 들어줄 수 있어요. 이제 사주와 묘지 위치를 알려줘요. 그리고 아줌마는 돌아가야 할 곳으로 돌아가요.”“73년생, 생일은 음력 4월 8일, 백청원 묘원, 고마워.”말을 마치자 귀신은 또 몸을 돌려 노지철을 바라보았다.“감사합니다.”노지철이 손을 휘두르자 귀신은 바로 떠났다.그녀가 사라지는 순간, 시원은 주위의 차가운 기운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을 느꼈다.‘이거 진짜 너무 이상해!!’노
노지철이 건네준 물건을 보고 유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이게 뭐죠?”“소의 눈물이야.” 노지철이 설명했다.“자네 지금 이 아이가 한 말을 의심하고 있지 않은가? 그럼 직접 눈에 발라 검증해 봐. 이건 내가 입이 닳도록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니까.”유준은 조용히 그것을 바라보고 있을 뿐,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는 절대로 이런 수상한 물건을 자신의 눈에 바르지 않을 것이다.이 상황을 본 시원은 얼른 가서 노지철이 준 소의 눈물을 받았다.“눈에 바르면 되는 건가요?”노지철은 고개를 끄덕였다.“너무 많이 바를 필요는 없어. 이 물건은 찾기 어려워서 무척 소중하거든.”“네.”시원은 병 마개를 뽑은 다음, 조심스럽게 손바닥에 부은 뒤 자신의 눈에 발랐다.“그럼 이제 나가서 한 번 봐봐.” 노지철이 일깨워 주었다.시원은 그의 말대로 밖으로 걸어가려고 했지만, 발을 내디디자, 문 앞에 새하얀 얼굴이 나타난 것을 보았다.그것은 늙은 여인이었고, 대략 60세 정도로 보였다. 그녀의 이마에는 심지어 끔찍할 정도로 움푹 팬 상처가 있었는데, 아직도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시원은 간이 아무리 커도 갑자기 튀어나온 이 ‘사람'때문에 깜짝 놀랐다.그는 저도 모르게 후퇴하더니 유준과 부딪혔다.유준은 불쾌함에 미간을 찌푸렸다.“지금 뭐 하는 거야?”시원은 놀라서 얼른 시선을 돌렸고, 온몸의 피가 굳은 듯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다.“대, 대표님, 문... 문 앞에...”“말할 거면 똑바로 해!”유준은 기분이 조금 언짢았다.“머리에 상처가 있는 할머니가 있어요.” 이때 세희가 먼저 말했다.유준 등 사람들은 즉시 세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노지철은 웃으며 물었다. “세희야, 넌 무섭지 않은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었다.“두려울 필요가 있을까요?”시원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세희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키가 그리 크지 않은 할머니인데 대략 1미터 50센티미터 정도 해요!”“맞아요!”세희가 말했다.“그 할머니
“허 비서가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어.” 유준이 말했다.“그 사람이 그러던데, 이 길을 선택하면 아주 힘들 거라고.”하영은 가볍게 탄식했다.“난 비록 그게 얼마나 힘든지 모르지만, 선생님의 말을 들으면 세희의 미래가 매우 험난할 것이라는 걸 느낄 순 있어요.”유준은 계속 자신의 느낌을 말하지 않았고, 그저 세희가 자주 열이 난 원인이 바로 영안을 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그 말을 듣고 난 후, 하영은 마음이 복잡해졌다.잠시 침묵한 다음,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도 단지 세희를 응원해 주는 것뿐이에요.”“응.” 유준은 화제를 바꾸었다.“돌아온 거야?”“네, 캐리가 야식 먹으러 가자면서 나 데리러 왔어요.”“길거리 음식 같은 거 먹지 마.”유준이 귀띔했다.이 말을 듣자, 하영의 머릿속은 염주강이 떠올랐다.“사실 바비큐나 곱창 이런 음식들도 더러운 게 아니에요. 그냥 양념을 많이 넣어서 그렇지. 다음에 당신도 한번 먹어봐요.”유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예전에 이런 거 거의 먹지 않았어? 지금은 왜 갑자기 마음이 변한 거야?”“사람 입맛은 원래 다 변하는 거예요.”그렇게 유준과 이야기를 잠시 나눈 훈, 하영은 전화를 끊었다.핸드폰을 다시 가방에 넣을 때, 하영은 갑자기 무슨 일이 떠올랐다.그녀는 캐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시는 운전하지 않겠다고 했잖아?”“이게 누굴 위해서인데. 너만 아니었으면 내가 운전하고 싶을 거 같아?” 캐리는 힘없이 말했다. “그리고 잘 좀 봐, 나 지금 아주 천천히 운전하고 있잖아.”하영은 속도판을 힐끗 쳐다보았다. 속도가 겨우 40인 것을 보고, 그녀는 어이가 없어서 입을 열었다.“내려와, 내가 운전할 테니까. 이 속도로 운전하다 언제 시내로 돌아가려는 거야?”이튿날 아침, 하영은 회사에 가려던 참에 인나의 전화를 받았다.연결되자, 인나의 억울한 목소리가 전해왔다.“하영아, 오늘 오전은 나랑 같이 있어주면 안 돼?”인나의 기분이 이상한 것을 보고
하영은 인나의 손을 잡더니 더 이상 말하지 말라고 했다.양다인은 이 지경까지 괴롭힘을 당했으니 심리적으로 아주 큰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았다.하영은 인나가 이런 악독한 여자에게 당할까 봐 두려웠다.“하영아, 왜 날 붙잡고 그래? 이런 여자는 욕 먹어도 싸! 예전에 널 어떻게 괴롭혔는데, 설마 다 잊은 거야?”하영은 골치 아픈 듯 이마를 짚었고, 얼른 인나를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한쪽으로 걸어간 후, 하영이 말했다.“인나야, 그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는 이상, 왜 굳이 그녀를 도발하려는 거야?”“그게 뭐가 문젠데?” 인나는 약간 화가 났다.“난 그 여자가 꼴도 보기 싫단 말이야. 지금 드디어 벌을 받고 있는 거라고! 그 여자도 지금 자기가 지옥에 안 간 걸 다행이라고 여겨야지!”하영은 계속 말렸다.“그 여자가 보복하는 것도 두렵지 않은 거야? 그래, 설령 두렵지 않더라도 네 뱃속의 아이를 위해서 좀 생각해야 하지 않겠어?”“그 여자가 날 건드릴 수 있을 거 같아??” 인나는 목청을 높였다.“됐어, 인나야!” 하영은 엄숙하게 그녀의 말을 끊었다.“검사받으러 갈 거야 말 거야?”인나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나도 네가 너무 불쌍해서 그래! 네가 그때 얼마나 당했는데!”“네가 날 위해 이런 말을 해줄 수 있어서 매우 기쁘지만, 지금 나도 단지 네가 무사하고 건강하기를 바랄 뿐이야!”말하면서 하영은 인나를 끌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멀지 않은 곳에 있던 양다인은 인나가 자신을 비꼬는 말을 전부 들었다.그녀는 눈빛에 악독한 기운이 스쳤고, 이를 꽉 깨물었다.그 말에 자극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양다인은 당장이라도 가서 인나와 따질 수도 없었다. 결국 그녀는 지금 매일 감시를 당하고 있었으니까.양다인은 고개를 돌리더니 밖에 나가서 바람을 쐬려고 했는데, 뜻밖에도 앞에 누군가 나타났다.여자는 하이힐을 신고 있었고, 눈을 드리우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유인나를 아는 거예요?” 여자가 입을 열었다.양다인은 이마를 찌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