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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안 가면 안 돼?

하영은 무표정한 얼굴로 손을 들어 유리를 두드렸다.

안에 있던 비서들은 일제히 고개를 돌려 하영을 보곤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하영은 걸음을 옮기면서 웃으며 물었다.

“왜 날 보니 다들 벙어리가 되었어요? 방금 전 대화의 당사자도 참여하면 더 현실감이 있지 않을까요?”

비서들은 서로 쳐다보며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하영은 자료를 안고 맨 앞 책상으로 가서 멈추곤, 얼음장같이 차가운 눈빛으로 비서들을 훑었다.

“다른 사람 사생활에 왈가왈부하며 에너지 쏟을 시간에 본인 일이나 매진하는 게 더 효율적일 거 같은데…….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하영은 자료들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왕 비서실장님, 비서실 수장으로서 일은 제대로 안 하고 이렇게 잡담만 하니까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죠…… 당신 책임도 적지 않아요. 당장 재무팀에 가서 이번 달 월급을 받으세요. 내일부터 회사에 더 이상 안 나오셔도 됩니다.”

왕 비서실장은 눈을 크게 뜨고 벌떡 일어섰다.

“뭐라고요? 이런 일로 나를 해고한다고요?”

“설마요!”

하영은 가볍게 웃으며 반문했다.

“이틀 전 유니콘 건설에서 보내온 서류 아직 정리 안 됐죠?”

왕 비서실장은 얼굴을 붉히며 반박했다.

“아니, 그런 자질구레한 서류까지 제가 직접 정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하영은 무뚝뚝하게 그녀에게 말했다.

“부하의 업무 진행 상황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것은 당신이 비서실장으로서 첫 번째 직무 유기고, 두 번째, 이 자료 좀 보시죠?”

비서실장은 시큰둥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자료를 훑은 뒤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러고 나서 자료를 던지며…….

“넌 네가 무슨 대단한 년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몸뚱어리 하나 믿고 출세한 게 뭔 자랑이라고 여기서 위세 떨어? 네가 뭔 데, 날 쫓아내냐 마냐 해?”

하영은 웃었다.

“당신이 뭐라고 떠들든 상관없어요. 내가 당신을 자르는 게 아니라 회사가 당신을 손절하는 거니까요, 능력 없으면 내려오는 게 맞죠.”

무리 지어서 대항하는 비서들을 손보는 일은 결코 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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