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은 최대한 예준에게 귀찮은 일에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욕심이 끝이 없는 강씨네 식구들이 만약 소예준의 능력까지 알게 된다면, 더욱 게걸스레 달려들 게 분명했다.하영은 오빠 성격을 너무 잘 알았다. 만약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절대 가만있을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고, 이 일을 폭력적인 수단으로 해결하게 된다면 더욱 골치 아프게 된다.하영은 이미 대책을 세워놓고, 강씨네 식구들이 그동안 자기 집에서 지내면서 함정에 뛰어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예준은 하영에게 물을 따라주면서 세희한테 물었다.“세희야, 대체 무슨 일인데?”“개한테 물렸어요.”그때 세준이 적절한 타이밍에 한마디 던져 예준의 의심을 피했고, 예준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얼른 세희의 손을 잡고 이리저리 살폈다“어디 물렸는데? 아프지는 않아?”눈치 빠른 세희도 엄마가 삼촌한테 이 사실을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채고, 세준의 말에 동조하기 시작했다.“괜찮아요 삼촌, 그저 조금 괴로웠을 뿐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세희가 앳된 목소리로 오히려 위로를 건네자, 예준은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세희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그래, 세희 말 믿을게.”그리고 세준은 다시 하영을 돌아보며 물었다“캐리는 아직 연락 없어?”예준의 언급에 하영은 영국에 있는 원단 공장에서 전화 온 사실을 예준에게 얘기했다.“아마도 캐리가 한 일인 것 같아. 그 자식은 항상 묵묵하게 도와주다가 어느 날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 서프라이즈라고 얘기하는 사람이거든.”“확실히 캐리의 작풍인 것 같은데, 방화범은 아직도 두서가 없대?”방화범 얘기에 하영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어쩌면 내 짐작이 틀린 걸지도 몰라. 수진 씨는 그런 사람 같지 않아.”“그래도 항상 경계심은 갖고 있어야 해.”“알았어, 오빠. 너무 걱정하지 마.”말을 하던 하영은 예준을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그런데 요즘 무슨 일 있어? 왜 눈이 충혈됐어?”“그냥 회사 일 때문에 조금 피곤해서 그래.”말을 마친 예준은
현욱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유준이가 그동안 5년 동안 얼마나 힘들게 지냈는지 불쌍하지도 않아요? 강하영 씨가 살아 있었는데도 그 사실을 숨기고, 인나 씨는 MK에 출근했으면서 매일 어떻게 보냈는지 잘 알고 있잖아요.”인나는 집었던 고기를 다시 내려 놓으며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그래요, 정유준 대표님께서 확실히 그동안 거의 폐인으로 지내긴 했었지만, 그럼 우리 하영이는요? 남자들은 전부 아랫도리가 뇌를 지배하는 본능적인 동물이잖아요! 본인들만 기분이 좋으면 다른 건 신경 쓰지도 않는데, 여자들은 10달이나 고생해서 애를 낳는다는 사실은 알아요? 하영이가 세쌍둥이를 임신하고 교도소에서 온갖 고생을 했을 때 다들 뭐 하고 있었는데요? 그런데 지금 은근슬쩍 나한테서 정보를 알아가려 했어요? 꿈 깨요! 배현욱 씨! 똑똑히 들어요. 우리가 만나는 건 괜찮지만, 우리 사이를 이용해서 뭐라도 알아낼 생각이라면 앞으로 다시는 연락하지 마세요!”인나의 쏘아붙이는 말에 현욱은 미간을 찌푸렸다.“말을 꼭 그렇게 해야겠어요? 두 사람 사이에는 분명 오해가…….”“오해는 개뿔! 그게 다 정유준이 양다인을 지키기 위해 그런 거였잖아요! 그게 바로 처음 시작된 오해였어요. 그런데 왜 우리 하영이가 그 연놈들을 위해 희생을 해야 하죠?”그러자 현욱의 표정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유준은 자신을 구해준 사람을 오랫동안 찾아다녔어요. 그런데 갑자기 찾게 됐으니 은혜를 갚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요. 그런데 유준이도 양다인이 사기꾼이라는 걸 몰랐어요. 그 점은 유준이를 탓할 수만은 없어요.”“그래요? 그럼 누구를 탓해야 하죠?”우인나는 조롱하듯 비웃었다.“장님인가 보죠? 우리 하영이가 대표님을 위해 최대한 모든 방면에서 노력했는데, 결국 양다인 한마디에 아무 쓸모도 없게 됐잖아요.”“우인나 씨! 진정하세요!”현욱은 이 상황이 몹시 당황스러웠다.“진정이요? 상황이 바뀌어서 현욱 씨 친구가 교도소에 들어갔다고 생각해 봐요. 그래도 진정할 수 있
8시 30분.세준과 세희는 유치원에 도착했고, 세준이는 희민이가 유치원에 오자마자 회의실로 끌고 가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며 입을 열었다.“희민아, 노트북 가져왔어?”“가져왔어.”희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묵묵히 자기 노트북을 꺼냈고, 세준은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희민이 네가 CCTV를 해킹하면, 내가 그들 회사의 보안키를 풀어볼게.”“그래.”정희민은 작은 두 손으로 키보드를 빠르게 두드리더니 10분도 채 안 된 시간에 성공적으로 양다인 회사의 보안시스템에 접근했다.“성공이야. 남은 건 세준이 너한테 맡길게.”희민의 말에 세준이는 우아하면서도 조롱 섞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래, 이따가 좋은 구경거리가 있을 거야.”같은 시각, YN.양다인은 차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를 타고 자기 사무실로 올라갔고, 엘리베이터를 나서자 직원들이 두 줄로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양 대표님!”양다인을 발견한 직원들이 기운차게 외쳤고, 그녀는 턱을 치켜든 채 차갑고 오만한 태도로 회의실로 향했다.회의실에 들어서자 비서가 얼른 양다인을 위해 의자를 빼줬고, 양다인은 손에 든 가방을 다른 한 비서한테 넘겨주며 입을 열었다.“준비는 어떻게 됐어? 오늘 회의 내용이 뭐야?”양다인의 물음에 비서가 웃으며 대답했다.“양 대표님, 오늘은 직원 전체와 함께 회의를 여는 날입니다. 내용은 부사장님께서 발표하실 테니까 대표님께서 수고하실 일은 없으실 겁니다.”“그래, 얼른 하라고 해.”양다인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을 막고 하품하기 시작했다.‘아침에 일찍 깨났더니 졸려 죽겠네.’10분 뒤.직원들이 회의실로 모이기 시작했고, 진소영 부사장이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노트북을 들고 양다인 앞으로 다가와 허리를 굽혔다.“양 대표님,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양다인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며 비아냥거렸다.“진소영 부사장, 정말 시간 딱 맞춰서 오네요. 모른 사람이 봤으면 부사장이 여기 주인인 줄 알겠어요.”양다인의 말에 부사장은 어쩔 줄 몰라 했다.“양 대표님, 제
그때 갑자기, 양다인이 술집 룸에서 섹시한 끈나시 차림으로 춤을 추고 있는 장면이 화면에 나타났다.끈나시는 아슬아슬하게 그녀의 섹시한 엉덩이를 덮었고, 가면을 쓰고 앉아 있는 남자를 향해 눈을 게슴츠레 뜨고 끊임없이 유혹하고 있었다.그러더니 양다인은 어깨 위에 걸쳐진 끈나시 끈을 내리더니 알몸으로 남자한테 다가가 무릎을 꿇더니, 손을 뻗어 남자의 벨트를 풀기 시작했다.그 광경에 양다인의 비서가 얼른 제정신을 차리고, 뚫어지게 화면을 쳐다보고 있는 부사장을 보며 고함쳤다.“진소영 부사장님, 당장 끄지 않고 뭐 하고 있습니까?”소파에서 거의 잠들 뻔했던 양다인은 비서의 고함에 불쾌한 표정으로 눈을 뜨고 비서를 째려보았다.“소리 지르지 말고 그 입 좀 닥치지 그래?”비서는 떨리는 손으로 화면을 가리켰다.“대, 대표님. 저것 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양다인은 밀려오는 짜증에 시선을 거두고 화면을 돌아보는 순간, 순식간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양다인이 화면 속의 여자가 누군지 모를 리가 없었다. 그녀가 해외에서 돈 많은 남자들의 비위를 맞추며 했던 행동들이었으니까.두 주먹을 꽉 쥐고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양다인의 가슴은 당장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부사장은 온몸을 덜덜 떨며 얼른 화면을 끄려고 아무리 미친 듯이 키보드를 두드려 봤지만, 화면을 멈출 수 없었다.“진소영! 당장 끄지 못해? 끄란 말이야!”양다인은 일그러진 얼굴로 부사장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 질렀고, 진소영은 거의 울음이라도 터뜨릴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대, 대표님. 화면을 끌 수 없습니다. 대표님! 이건 절대 제가 한 게 아닙니다. 절대 아니에요!”“당장 선을 뽑아버려요!”비서의 고함에 부사장이 선을 뽑아버렸지만, 여전히 화면은 꺼지지 았았다.비서는 재빠르게 상단으로 올라가 리모컨으로 정지 버튼을 눌렀고, 화면이 마침 눈 뜨고 볼 수 없는 장면에서 멈춘 동시에 또 글자가 나타났다.[양다인 대표님, 3번의 스톱 기회를 획득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진소영이 아무리 설명해도 지금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노트북을 케이블에 연결하자마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처럼 전혀 통제를 할 수 없었다.“아직도 모르는 일이라고?”화가 난 양다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진소영 앞으로 다가가더니 그녀의 얼굴을 잡고 억지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다시 한번 물어볼게. 정말 몰랐어?”“정말 모르는 일입니다. 기술팀에 제 컴퓨터를 조사하라고 해도 돼요…….”“짝-”진소영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양다인이 그녀의 뺨을 내려쳤다.“노트북도 네가 갖고 온 거고! PPT도 네가 준비했잖아! 그런데 모르는 일이라고?”진소영은 더욱 흐느끼기 시작했다.“양다인, 네가 나한테 그런 말을 하면 안 되지! 우리가 어떤 관계였는데, 내가 이 회사로 들어와 너를 도와줬는지 잊었어? 우리 친구잖아. 아무리 나를 못 믿어도 그렇지 어떻게 이런 식으로 나를 모욕할 수 있어?”“관계?”양다이는 소영의 말에 코웃음을 치며 웃었다.“밑바닥에서 뒹구는 너 같은 애가 나랑 지금 관계를 논하는 거야? 거울을 보면서 네 꼴을 좀 봐봐. 너한테 알량한 재주라도 없었으면 내 곁에 두지도 않았어!”“뭐, 뭐라고?”진소영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되묻자, 양다인은 피식 웃었다.“어차피 너의 컴퓨터에서 유출된 거니까, 마땅히 네가 책임을 져야지!”그 말에 소영은 온몸이 싸늘하게 식어가는 것을 느꼈다.“그게…… 무슨 뜻이야?”양다인은 싸늘한 표정으로 소영을 보며 소리쳤다.“경호원!”그때 경호원 몇 명이 밖에서 우르르 들어왔고, 양다인은 경호원을 힐끗 보며 입을 열었다.“이 여자를 마음대로 해도 좋아. 절대 마음 약해질 것도 없어.”그때 진소영의 눈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양다인!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이러면 안 되잖아!”양다인의 잔혹한 미소에 절망을 느낀 진소영의 두 눈이 붉게 충혈되기 시작했다.“양다인! 용서할 수 없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다인의 눈빛에는 비웃음이 가득 찼다.‘대단한 해커라도 찾
“팔로워 수가 뭔데?”뭔지 모르겠다는 듯 눈을 깜빡이며 묻는 미정이한테 강백만이 설명하기 시작했다.“엄마, 그러니까 내가 인터넷에서 조금은 유명한 인플루언서가 됐다는 얘기야!”“그게 뭔데?”“돈이 된다는 뜻이지!”이해를 못 하는 미정을 향해 강백만은 크게 웃으며 대답했다.“엄마도 SNS로 인플루언서들이 제품 판매하는 걸 자주 보잖아. 우리도 그렇게 하는 거야! 나중에 강하영 그년이 우리한테 또 돈을 준다는 보장은 없잖아. 일단 강하영을 이용해서 자급자족하는 거야!”“그러니까 인터넷으로 물건을 판다는 거지?”강미정은 그제야 이해한 듯 보였다.“맞아! 집에서 생산하는 계란이랑, 밭에 있는 고구마, 감자 등 모두 팔 수 있잖아!”“우리 아들! 나는 그것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하고 걱정했는데, 돈으로 바꿀 방법이 이렇게 빨리 생길 줄 몰랐어!”강미정은 벌써 흥분하기 시작했다.“엄마, 내가 요즘 집에 내려가서 그것들을 전부 여기로 가져올 테니까 우리도 라이브 방송을 해보자! 어차피 여기 집도 크고 빈방도 많은데, 엄마가 요즘 또 집을 사 달라고 계속 얘기 좀 해 봐! 여기 별장 구역도 좋은 것 같아. 마침 저기 옆에 비었잖아. 앞으로 밥 얻어먹으러 오기에 편할 것 같은데.”미정은 격동된 표정으로 강백만의 얼굴을 쓰다듬었다.“역시 우리 아들이 제일 똑똑하다니까.”“당연하지! 강하영 그년을 평생 뜯어먹어도 절대 우리를 어쩌지 못할 거야!”저녁.양다인은 정주원한테서 저녁에 시간 괜찮으면 같이 저녁 식사를 하고 싶다는 문자를 받았다.그 문자에 바로 기분이 들떠버린 양다인은 서둘러 스타일리스트를 회사로 불러 메이크업을 받고 예쁘고 섹시한 원피스로 갈아입은 뒤, 높은 구두를 신고 웃음이 가득한 얼굴로 사무실을 나섰다.기술팀 직원들은 기분이 좋아 보이는 양다인의 모습에 좀처럼 두서를 잡을 수 없었다. 마치 오늘 망신당한 사람이 본인이랑 상관없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양다인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떠나자, 직원들은 그제야 한자리에 모여서 수군거렸다.
양다인은 그렇게 무방비한 상태로 하영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린 자세가 됐고, 딱한 모습에 지나가던 사람들도 힐끔거리며 몰래 웃음을 터뜨렸다.하영은 두 아이가 이런 식으로 자기 대신 화풀이를 해줄 줄 몰랐는지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 새끼들이 진짜!”양다인이 욕설을 퍼부으며 고개를 쳐들었지만, 뜻밖에 하영이 앞에 우뚝 서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양다인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하영이 그런 양다인의 어깨를 누르면서, 몸을 굽혀 입을 열었다.“우리 애들이 실수로 부딪친 것 같은데, 마음이 너그러운 네가 충분히 이해해 주겠지?”말을 마친 하영은 양다인의 어깨를 움켜쥔 손끝에 힘을 주기 시작하더니, 다시 평온한 얼굴로 양다인의 어깨를 툭툭 치며 입을 열었다.“지금 보는 눈이 많으니까, 너의 숙녀 이미지 챙겨야지.”양다인은 두 눈에 쌍불을 켜고, 떨리는 입술로 울기보다 더 흉한 표정으로 억지로 웃으며 이를 악물었다.“그래, 내가 어떻게 애들한테 뭐라 할 수 있겠어?”“그럼 됐어. 우린 먼저 올라갈 테니까, 나중에 인연이 되면 또 봐.”하영이 애들을 데리고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양다인은 화가 치밀어 올라 손톱이 살갗을 뚫을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정주원 씨만 여기 없었어도 절대 가만있지 않았을 거야!’양다인은 얼른 일어나 몸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고는 고통을 참으며 정주원이 예약한 룸으로 향했다.문 앞에 도착한 양다인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바로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문을 열었다.문이 열리는 소리에 시선을 돌린 정주원은 양다인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얼른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신사답게 의자를 빼주었다.그리고 상냥하고 부드러운 어조로 양다인에게 묻기 시작했다.“길이 많이 막히죠?”“잠깐 막혔을 뿐이에요. 오래 기다렸어요?”양다인이 자리에 앉으려 할 때, 정주원이 갑자기 그녀의 팔을 덥석 잡았다.깜짝 놀란 양다인은 정주원의 커다란 손에서 전해져 오는 따스한 온기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정주원 씨
주원은 가볍게 미소 지으며 물었다.“회사 오픈은 잘 됐어요?”양다이는 회사에서 있었던 일만 떠올리면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전혀 그런 내색은 내지 않았다.“그럼요. 유준 씨, 혹시 실례지만 제가 뭐 하나만 물어도 될까요?”양다인은 예전에 정유준과 결혼한 사이인데, 정주원이란 남자가 정말 자기를 모르는지 떠보려 했다.‘아무리 모른다고 해도 이름 정도는 들어봤을 거 아냐?’“정유준 씨는 정씨 집안 사람이죠?”양다인의 물음에 주원은 손가락을 움찔했다.“네, 그렇지만 신분은 나한테 그리 중요한 게 아니라서요.”양다인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럼 정유준 씨는 제가 누군지 모른다는 말씀인가요?”“아버지 때문에 장기간 해외에 있어서 국내에서 일어난 사실들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말을 마친 주원이 고개를 들며 웃었다.“그렇게 묻는 건 혹시 나한테 무슨 할 말이라도 있나요?”‘정말 아무것도 모른다고? 이상하네, 그래도 친형제인데 정유준이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단 말이야?’설령 몰랐다고 해도 여기까지 말을 꺼낸 이상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나중에 사실을 알게 되면 마음이 상할 수도 있으니, 미리 얘기하면 정주원이 신경이야 쓰겠지만, 그녀의 인품만은 인정받을지도 모른다.정주원이 지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해도, 양다인은 충분히 다른 방법으로 그에게 접근할 자신이 있었다!“저 정유준 씨랑 결혼했었어요. 지금은 아니지만.”양다인의 말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주원의 표정에 조금 불안해지기 시작했지만, 주원의 표정은 곧 평소대로 돌아왔다.“우리 막내동생이 양다인 씨를 아껴주지 못한 점에 대해 대신 사과할게요.”양다인은 주원이 완전 격이 다른 남자라며 속으로 깜짝 놀랐다.“양다인 씨랑 막내 동생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신경 쓰지 않아요. 그리고 우리가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라고 생각하거든요.”주원의 말에 양다인의 마음이 편안해졌다.“그동안 속여서 미안해요.”“숨기는 게 당연하겠죠. 그런데 지금 이렇게 얘기하는 것도